정 동 운/혜천대학 세무회계과 교수
미국에 대하여 남미사람들은 "살아서는 미국, 죽어서는 천국"이라 하고, 러시아 사람들은 "살아서도 미국, 죽어서도 미국"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말들은 미국이라는 나라는 현재에도 아메리칸 드림이 가능한 희망의 땅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대부]를 통하여, 미국의 번영 뒤에 가려져 있던 그 추악한 이면을 갱스터 영화(gangster films)라는 양식을 빌려 해부하였다. 본래 갱이라는 말은 노예, 죄수, 막벌이꾼 등의 집단을 뜻하는 것이었으나, 범죄자 집단을 가리키는 말로 바뀌었다. 한국에서는 흉악하고 무법적인 직업적 범죄자를 뜻하는 말로도 쓰이는데, 이에 해당하는 영어가 갱스터(gangster)이다. 갱스터 영화는 소재나 구성을 폭력단의 범죄행위를 중심으로 하여, 한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린 액션영화로, 암흑가 영화라고도 일컬어진다. 그러나 대부시리즈는 단순한 오락적인 갱스터 영화가 아니라, 이탈리아(시실리섬) 출신의 미국 이민자들이 미국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조직한 범죄 단체인 마피아의 역사와 그 내부의 암투를 끌레오네라는 한 가족사를 통해 생생하게 묘사한 영화인데, 영화 속의 마피아의 부패란 곧 미국의 부패상을 암시한다. 개인의 삶이 한 개인의 역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았던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마피아 조직을 생생하게 묘사하려 했기 때문에 제작 첫 단계에서부터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마피아는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제작자에게 영화제작을 포기하라는 협박을 했으며, 심지어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모기업인 뉴욕의 걸프 앤드 웨스턴 사무실은, 폭탄 테러 위협으로 두 번이나 대피 소동을 벌였다. 마침내 파라마운트는 그들과 담판을 벌였고, 단호한 파라마운트의 태도에 대본에서 마피아(Mafia)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물러남으로써, [대부 1부]에서는 패밀리(family)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대부 1부]는 개봉 당시 실제로 마피아 조직원 생활을 한 적이 있는 작가 마리오 푸조의 원작소설 자체의 생생한 표현, 코폴라와 푸조의 빈틈없는 각본, 코폴라의 꽉짜인 연출, 베테랑 카메라맨 고든 윌리스의 완벽한 영상, 니노 로타의 주제가 speak softly love의 그 장중하고도 감미로운 선율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여기에 마론 브란도의 카리스마적인 연기가 어우러져 영화의 격조를 높임으로써, 영화 팬들과 비평가들 모두에게 당대 최고의 영화라는 격찬을 받음은 물론, 영화예술과 상업적 재미의 완벽한 결합을 이루어놓은 작품이다. 개봉 후 범죄률이 늘어나게 까지 했지만 말이다. 더구나 [대부 1부]는 아카데미 작품, 각본,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을, [대부 2부]는 작품, 감독, 남우조연, 각본, 미술, 음악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했는데, 이러한 사실은 아카데미상 역사에 2편이 작품상을 받은 유일한 경우이다. [1부(1972)]에서는 돈 비토 꼴레오네의 쇠락과 권력의 세대간 세습을 통한 마이클의 성장, 그리고 [2부(1974)]에서는 아버지 비토의 젊은 시절과 성장과정 및 아들 마이클의 조직 구축과정과 가족의 붕괴, [3부(1990)]에서는 마이클의 사회적 성공과 비극적 종말을 그리고 있지만, 세 편 모두가 동일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1부]는 세계 제2차대전이 막 끝난 1947년부터 시작된다. 돈(DON, 패밀리의 우두머리(보스)라는 뜻) 비토 꼴레오네(마론 브란도)의 화려한 저택에서 막내딸 코니(탈리아 샤이어)와 카를로(지안니 루소)의 초호화판 결혼식이 거행되고 있다. 이 장면은 20분 이상 계속되는데 정원에서는 가족간 파티가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집안에서는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코폴라는 영화 도입부분부터 가족과 사업의 구분이라는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내준다. 비토는 9살 때 그의 고향인 시실리에서 가족 모두가 살해당하고, 죽음의 위협을 피해 혈혈단신으로 미국에 도피하여, 밑바닥부터 시작해 온갖 역경 끝에 확고한 기반을 다지게 되고, 조직적인 범죄를 통해 세력을 키워나가, 뉴욕 최대 마피아 조직의 보스가 된다. 재력과 조직력을 동원, 부패한 법과 질서가 외면하는 억울한 사람들(특히, 이탈리아인들)의 한을 풀어주는 존재로서, 사람들은 그를 대부라 부른다. 그러던 어느 날 라이벌 마피아 패밀리인 마약 밀매업계의 큰 손 탓타리아의 소롯조(알 레티에리)가 비토를 찾아와 마약밀매업에 동참하고 자신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그러나 요구가 거절당하자 다른 조직들과 경찰의 비호아래 비토의 암살을 시도하여 비토는 중상을 입는다. 전쟁 영웅이 되어 돌아온 셋째 아들 마이클(알 파치노)은 대학 출신의 인테리로, 언제나 아버지 일에 냉소적이었지만, 아버지의 저격 사건을 계기로 레스토랑에서 소롯조와 부패한 경찰 간부를 살해하고 시실리로 피신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결혼하지만 라이벌 패밀리의 집요한 추적으로 아내를 잃게 된다. 비토의 장남인 소니(제임스 칸)는 여동생을 괴롭히던 카를로를 혼내주게 되고, 이에 앙심을 품은 카를로는 자신의 패밀리를 배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소니는 처참하게 살해당한다. 장남마저 살해되자 패밀리는 붕괴될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마이클은 귀국한 후, 대학시절 애인인 케이(다이안 키튼)와 재혼한다. 얼마 후, 비토는 손자와 놀다가 심장발작으로 급사, 마이클이 자리를 이어받아 이 집안의 양자로 오른팔 역할을 하는 변호사 톰(로버트 듀발)을 참모로 삼아 조직의 재건과 복수를 위해 적들을 제거해 나간다. 마이클이 누이 아들의 대부가 되는 엄숙한 종교의식과 도시의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상대편 마피아들에 대한 인정사정 없는 처절한 보복 살인이 교차되는 장면들을 통해 마이클이 새로운 대부로 태어난다는 사실이 강렬하게 부각된다. [2부]에서는 아버지 비토가 시실리에서 양친을 잃고 미국으로 건너와 패밀리를 구축하기까지의 과정과, 아들 마이클의 조직을 키워가는 모습을 대비시켜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푸근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갖춘 인간적인 보스로 성장하는 과거의 비토와 냉혹하고 치밀하기 그지없는 현재의 마이클과의 대조를 통하여 마피아의 형성과정을 나타내줌으로써, 미국 근대사의 단면을 엿보게 된다. 대부 비토(로버트 드니로)는 시칠리섬의 꼴레오네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1901년, 그의 아버지는 이 지역의 마피아 두목을 모욕했다 하여 무참히 살해당한다. 형 파올로는 아버지의 복수를 결심하고 사라져 버려 비토가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장례를 치루었다. 그 때 비토의 나이는 9살이었다. 아버지의 장례식 중 맏아들 파올로가 다시 살해당하고, 비토는 어머니의 희생으로 겨우 목숨을 건져, 마을 농부의 도움으로 배를 타고 단신으로 돈 씨치오에게서 겨우 도망친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서 건장한 청년으로 자란 비토는 자릿세를 뜯는 지역 마피아 두목 파누치를 제거하고 그 지역 보스로 군림하고, 대부로 성장한 비토는 가족을 죽인 씨치오를 찾아 가족의 복수를 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새롭게 등장한 젊은 대부 마이클. 그는 우선 라스베가스로 본거지를 옮기고, 조직의 사업을 가능한 한 합법적인 것으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의 뜻을 반대하는 무리들이 생겨 그를 제거하려는 음모에 부딪치는 등 어려움에 처하지만, 냉철하고도 치밀한 판단으로 그들을 하나씩 처리하고 패밀리를 점차 굳건하게 키워 나간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배신한 형마저 죽이고 아내와도 이혼하는 등, 그는 점점 고독과 상실감을 맛보아야 했다. [3부]는 [2부]가 끝난 20년 후인 1979년에 시작하게 된다. 이제는 60대의 노인이 되어버린 마이클(알 파치노). 그는 자신의 화려한 조직이 음모와 암살로 이루어진 것을 알기 때문에, 가족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패밀리의 강력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조직의 자금줄이었던 카지노, 범죄행위 등을 합법적인 재산으로 만들고자 온갖 노력을 다한다. 이 과정에서 특히 그는 바티칸 은행의 책임을 맡고 있는 대주교와 거래함으로써 합법적인 사업을 할 수 있었고, 대주교 역시 마이클의 사업에 참여하여 이익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합법적으로 하려는 그에게 반기를 든 젊은 보스 조이(죠 맨테그나)가 정면으로 도전해오고, 마이클 자신도 습격을 받게 된다. 결국 마이클은 조이의 도전에 응하게 되지만, 조이의 뒤에는 그의 계획을 방해하는 또 다른 조직의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교황청의 고위 거물들까지 연루된 거대한 음모로 인해, 범죄의 늪에서 벗어나 국제적인 사업에 진출하려던 마이클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는 자신과 가족 모두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후계자로 그의 아들 안토니(프랑크 댐브로시오)를 지목하지만, 아버지의 뜻과는 달리 안토니는 오페라 가수가 되는 꿈을 키운다. 그리고 딸 매리(소피아 코폴라)에게는 그가 설립한 꼴레오네 재단 운영을 맡겨, 집안의 어두운 유산을 물려주려 하지 않았다. 결국, 마이클은 형을 닮아 불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탐탁하지는 않지만, 형의 사생아인 조카 빈센트(엔디 가르시아)를 매리와의 관계를 끊는다는 조건하에 후계자로 발탁하고자 하는데, 야심에 불타는 빈센트는 이 조건을 수락한다. [3부]의 압권은 아들 안소니가 시실리에서 오페라 무대에 데뷰하는 날 밤의 오페라 장면인데,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시골의 기사도(騎士道)라는 뜻)가 실제와 꼭 같이 약 25분 가량 공연되면서 동시에 촬영도 진행이 되었다. 이 오페라는 이탈리아의 여러 지역 중에서도 지배계급에게 가장 심하게 짓밟히고 수탈 당하고 전쟁에 시달렸던 시실리섬을 무대로 펼쳐지는 사랑과 복수로 얼룩진 파란만장한 작품으로, 마이클의 아들 안토니 역을 맡은 프랑크 댐브로시오는 배우가 아니라 실제로 테너 가수이며, 직접 노래를 부른다. 오페라가 진행되는 사이에, 마이클이 보낸 저격자들에 의해 쓰러지는 적들, 그리고 마이클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암살자의 그림자 등이 교차된다. 마치 [1부]에서 마이클이 세례식에 대부로 참석한 사이에, 그의 적들에게 이루어지는 처참한 살인들이 교차되는 장면을 연상케 해주는 대목이었다. 결국, 마이클을 저격하려는 자들의 총에 매리가 쓰러진다. 절규하는 마이클 끌레오네. 그는 허무하게 끝나버린 과거지사들을 회상하며 아버지 비토처럼 정원에서 쓸쓸하게 파란만장한 삶을 거둔다. 마피아 가문들간의 암투에 중점을 두면서도 선악의 이분법적 가치판단을 유보한 채, 마치 범죄를 미화한 듯한 [1, 2부]와는 달리, [3부]는 불의한 부와 권력의 허망함을 일깨워 주려는 듯, 마이클의 블랙홀처럼 끝없는 인간적인 고뇌와 절망 그리고 과거 악행들에 대한 숙명론적인 결말, 이탈리아인 특유의 강한 가족사랑, 구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갈등 등을 잘 표출하였다. 20세기 최고영화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대부]는 선과 죄악이 교차하는 인간심리의 양면성을 마피아 패밀리인 돈 비토 꼴레오네 일가를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과 조직을 위한 폭력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주제를 실감나게 조화시키면서, 정의와 불의에 대한 구별이 모호한 시대상, 법이 힘있는 자들의 손만을 들어주는 시대상을 반영함으로써, 미국 자본주의의 추악한 뒷모습을 적나나하게 파헤친 반자본주의 영화였다. 이 [대부]를 이끌어가는 축은 남성주의, 조직주의(가족주의)와 허무주의라고 보여진다. 우선 마피아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 마피아의 어원은 아름다움이나 자랑을 뜻하는 시실리섬의 말로, 수세기 동안 시실리가 무법상태에 있을 때, 침략자로부터 토지를 보호하기 위해 부재지주들이 만든 소규모 사병조직 마피에(MAFIE)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기도 하고, 또는 최초의 마피아 단원은 1282년 시실리의 황혼이라고 불리는 반란에서 프랑스에 대항하여 싸웠던 중세 시칠리아 기사들이었다고 보기도 하는데, 마피아라는 용어는 당시의 전투에서 반란군들이 외친 말의 각 머리 글자에서 딴 것으로, Morte Ai Francesi Italia Anela(이탈리아는 열망한다. 프랑스인의 죽음을)이라는 뜻이라고도 한다. 그 어원이 무엇이든, 이탈리아의 일부이지만 본토 사람에게 차별과 소외와 억눌림 속에서 지배를 받아왔던 시실리섬의 사람들. 가난 속에서 힘겹게 살다 보니 가족끼리 똘똘 뭉치는 가족주의가 강해져, 가족의 명예를 더럽힐 일이 생기면 모두가 함께 피의 복수를 행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던 곳이다. 이곳에서 마피아가 태동하였으며, 이는 전 세계 갱단의 대명사가 되었다. 마피아란, 고도의 위계적·조직적 범죄집단으로, 보통 시실리 전통적인 범죄조직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미국의 같은 범죄조직도 일컫는다. [대부]는 이러한 마피아조직의 남성(즉, 철저하게 권위 있는 가부장적인 인물이며, 남성중심의 가치관을 가진 남성)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여성은 주체성을 갖추지 못하고 주요 인물 설정에서 여성이 배제됨은 물론, 주요 인물의 장애물 내지는 피보호자의 역할을 할뿐이다. [1부]에서 여동생의 가정불화로 인해 소니가 살해당하는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이러한 남성주의 집단인 마피아의 가장 큰 핵심은 조직주의 혹은 가족주의라 할 수 있다. 이 집단은 애정보다는 응집력이 강하고 동지애와 충성심에 의해 유지된다. 영화에서 비토는 사람들이 숭배하는 조직의 보스. 그는 주위 사람들과 심지어는 적으로부터의 존경심을 자아내는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마이클은 그의 아버지로부터 절대 외부인 앞에서 이야기하지 말 것, 불필요하게 남을 믿지 말 것, 충고를 받아들이되 자신 나름대로의 계산을 할 것 등을 아버지에게 배운다. 마피아 자체가 조직의 결속력을 생명으로 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조직을 만들었음을 생각해 볼 때, 삶의 한 방편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대부]에서는 삶의 욕구를 반영하여 생겨난 조직이 오히려 가족으로서의 인간의 삶을 파괴해가는 데서 빚어지는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즉, 시실리에서 피살의 위험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비토는 살인과 범죄의 대가로 성공의 기회를 잡는다. 이런 범죄의 대가로 얻어진 성공의 이면에는 필연적으로 가족의 안전과 패밀리(조직)의 결속력이 요구된다. 그렇지만 가족의 가치와 조직(사회)의 가치는 늘 대립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이클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암흑가의 보스에서 존경받는 합법적인 기업가로 끊임없는 변신을 꾀하지만, 노력을 하면 할수록 그를 암흑의 세계로 오히려 더 깊숙히 빠져들게 하고, 가족과도 멀어지며, 마침내 혈육인 형까지도 죽이게 한다. 결국, 가정의 파괴, 조직의 붕괴 그 다음은 바로 짙은 허무만 남는다. 비토는 가족을 위해 조직을 구축했지만, 그 결과로 맏아들이 죽게됨으로써, 비로소 그는 폭력보다는 화해를 청하게 되지만, 그가 죽은 뒤 둘째 아들은 셋째 아들에게 죽는다. 마지막 남은 마이클에게 남겨진 몫은 그 행위에 대한 죄의식과 사랑하는 딸의 죽음뿐이었다. 미국이라는 자본주의의 한복판에서 3대에 걸친 삶의 투쟁의 결과는 허무한 것이라는 점을 [대부]의 마지막 장면에서 엿볼 수 있다. 개개의 요소가 일정한 질서를 유지하면서 결합하여, 어떤 기능을 수행하도록 협동해나가는 체계를 조직(組織, organization)이라 한다. 그러면 영화 속의 마피아(조직)는 상호부조(相互扶助, social support)의 공동조직을 의미한다. 상호부조란, 다수의 개인 또는 집단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식적·의도적으로 함께 행동하는 경우에 성립되는 사회적 관계를 말한다. 전통적인 촌락사회에서는 대부분 농경을 생업으로 영위했는데, 농경은 그 작업의 성질상 공동노동이 필수적이므로 이러한 생업양식과 관련하여 상호부조의 조직이 일찍부터 발달되어 왔다. 그러면 우리 나라의 전통사회의 상호부조를 나타내는 조직을 열거하고, 오늘날에도 존속하고 있는 계(契)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① 오가통 : 지방의 말단 행정구역을 일정 호수를 기준으로 소지구로 세분하여 구성한 행정조직의 일종으로, 구성원들간에 부조활동이 이루어졌다. ② 두레 : 두레란, 윤번(輪番)의 뜻 혹은 원주(圓周, circle)의 뜻인 둘레, 둘려에서 나왔다고 보기도 한다. 또한, 두르다의 고어에서 파생되어 나온 명사이며, 그 부사인 두루의 뜻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모두, 전체를 나타내는 명사라고도 하고, 두레가 공동 그 자체를 나타내는 말이라고도 보았다. 그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두레란, 협력의 합리성을 강조한 제도로써 작업 공동체(상호협동조직)를 말하는데, 농민들이 힘을 모아 공동으로 일하기 위하여 만든 모임으로, 농사일을 돕기 위하여 부락이나 마을단위로 조직된 농업협동체를 말한다. 따라서, 구성원들의 능력이 평등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도 하다. 그 우두머리를 행수(行首)라 하고, 그 밑에 도감(都監)이 있었으며, 조직원 상호간에 선생, 제자, 형님, 아우두레란 호칭으로 불렀다. ③ 계 : 전통적인 상호부조조직의 하나로 오늘날까지도 그 명칭이 존속되고 있는데, 여러 형태의 계가 존재한다. ④ 향약 : 이는 마을내부의 갈등과 분쟁을 예방하고 마을의 통합을 이루기 위한, 우리 나라 전통의 공동체의 규범이었다. 즉, 덕업상권(德業相勸), 과실상규(過失相規), 예속상교(禮俗相交), 환란상휼(患難相恤)이란 4개 조목을 기반으로 한 유교 영향을 받아 형성된 조직을 말한다. 여기에서 덕업상권은 각자가 자기수양을 통해 타인에게 도덕적이고 교육적인 모형이 됨으로써,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적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다. 과실상규는 스스로가 과실을 살피고 경계하도록 하고, 공동체 성원 상호간에 도덕과 윤리에 위배되는 행위를 감시하고, 스스로가 교육자가 됨으로써 올바른 인간관계의 확립을 지향한다. 예속상교는 사회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한 가르침이다. 예속은 질서유지를 위한 예속과 상부상조의 협동을 권장하는 예속의 두 가지가 있다. 환난상휼은 수화, 강도, 질병, 사상, 고약, 무왕, 빈핍의 7개 항목으로 나누어 향민들이 합심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도울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여러 형태 중에서 계에 대해서 좀더 살펴보자. 한자로 계(契; 맺을 계·나라이름 글·성 설)자는 약속이나 계약의 뜻으로 나무에 글을 새기어 한 쪽씩 나누어 가졌다는 데서, 맺다, 약속하다, 꼭 들어맞다 등의 뜻으로 쓰였는데, 우리 나라에서 협동단체의 의미로 사용하였다. 계(契)는 농경사회에서 혈연관계를 초월하여 주민들끼리 상호부조·친목·공동 이익·금전 융통·자녀교육 등을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돈이나 곡식·피륙 등을 추렴하여 그것을 서로 이용할 수 있도록 조직된, 우리 나라에 삼한시대부터 필요에 의해 자생적으로 발생하여 유지되어 온 상부상조의 민간협동단체라 할 수 있다. 즉, 경제적인 공동목적 뿐만 아니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조직된 것으로, 오늘날에는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일정 기간 동안 매달 일정액의 돈을 내어 한 사람씩 돈을 타게 되어 있는 일시적인 조직을 말한다. 흔히 우리 한국사람들은 인정(人情)을 통한 소집단끼리 결속이 잘 되고, 일본사람들은 의리(義理)를 통한 중집단끼리, 서양사람들은 계약(契約)을 대집단끼리 결속이 잘 된다고 한다. 딴 나라와는 달리 우리 전통사회에서 10∼20명 소단위의 계가 별나게 발달했던 것도 소집단주의 때문이라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계의 발달과정은 간략히 살펴보자. 계는 삼한시대(三韓時代)에까지 소급되는 공동행사의 하나로, 상호부조라는 주된 목적 아래 취미 또는 생활양식의 공통분야에서 성립되는 것으로, 공동유희·제례(祭禮)·회음(會飮) 등이 성행하였다. 신라 때에도 여러 가지 형태의 계가 성립 발전했는데, 예를 들어 여자들의 길쌈내기인 가배(嘉俳), 화랑들의 조직체인 향도(香徒) 등이 있었다. 또한, 궁중경제와 사원경제(寺院經濟)가 지배계급의 모든 활동의 중심을 이루던 이 시대에는 궁중에서 보(寶)를 조직하여 경영하였는데, 점찰보(占察寶)·공덕보(功德寶) 등으로 기부 받은 금전, 공동각출한 재원 및 기본자산인 토지 등을 운영하여 그 이익으로 사회사업이나 대부(貸付) 등을 하는 조직이었다. 고려시대에도 이러한 보가 있었으나, 이는 이익사회적 조직으로서 공동사회적인 계와는 성격이 다른 것이었다. 고려시대의 보는 공공사업의 경비충당을 목적으로 기본기금을 설치하여 그 이식(利殖)으로 각종 사업을 운영하는 일종의 공공재단이었다. 그 종류로는, 학보(學寶), 제위보(濟危寶), 금종보(金鐘寶), 팔관보(八關寶), 광학보(廣學寶), 경보(經寶) 등 종교상·경제상의 성격을 띤 것이었고, 사찰에 두었던 사설(私設) 금융기관인 장생고(長生庫)도 있었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계가 보를 닮는 등 비슷한 성격을 띠게 되었다. 고려시대에는 처음에 사교(社交)를 목적으로 하여 의종 19년(1165) 유자량(柳資諒)이 교계(交契, 후에 敬老會)를 조직한 데서 비롯되었으며, 문무계(文武契) 등이 조직되어 문무간의 반목(反目)을 없애고 우호적인 교제를 하였으며, 동년자(同年者)끼리 동갑계(同甲契)를 만들어 친목을 도모하였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계가 다방면에 이용되어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그 조직과 목적에 따라 일정하지 않았으나, 모두 공동생활에 중요한 구실을 하였다. 조선 중기에 정여립(鄭汝立)의 대동계(大同契), 이몽학(李夢鶴)의 동갑계 등은 비밀결사를 위한 계였다. 조선 중기에도 친목과 공제(共濟)를 목적으로 한 종계(宗契), 혼상계(婚喪契) 등으로 성황을 이루었는데, 경제적인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호포계(戶布契), 농구계(農具契) 등이 성립하였다. 그 역사적 배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특히 세도정치(勢道政治)에 따른 삼정(三政)의 문란으로 인한 정치기강의 해이는 탐관오리의 부정·부패를 더욱 조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거듭된 천재(天災)와 질역(疾疫)은 농민들을 더욱 곤경으로 몰아넣었다. 이와 같이, 사회의 불안이 고조되어 감으로써 화적(火賊)·수적(水賊)도 성행하여 농민은 수령(守令)·향리(鄕吏)의 주구(誅求)와 토호(土豪)들의 전횡 속에서 기근과 질역에 시달렸다. 이러한 비참한 역경 속에서 농촌경제의 어려움을 공동으로 노력하여 타개하기 위하여 상호부조의 계가 발달하고 공동작업을 위한 두레가 발달하였으며, 만성적으로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기 위하여 구황작물(救荒作物)인 고구마·감자 등의 재배도 성행하였다. 이러한 계의 성격은 조합(組合), 인보(隣保)단체, 경제단체, 평화단체, 법적 단체, 원조단체, 보호단체, 종친회(宗親會) 또는 사설금융기관 등의 다양한 성격을 띤 것으로, 대체로 마을공동체(촌락사회의 자치적인 운영을 위한 집회조직)인 대동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그 종류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친목·단결을 위한 계 : 종족일문(宗族一門)의 종계(宗契)인 종중계(宗中契)·종약계(宗約契)·문중계(門中契), 동년자의 동갑계, 노인의 친목을 위한 노인계(老人契), 동성자(同姓者)의 화수계(花樹契), 같은 절에 있는 승려들이 친목과 절을 보조할 목적으로 조직한 갑계(甲毅, 동갑계(同甲毅)라고도 함.) ② 공제(共濟)·구제(救濟)를 위한 계 : 혼인과 장례 등 일시적으로 많은 돈이 드는 경우를 대비한 혼상계, 제야(除夜)에 필요한 세찬계(歲饌契)·위친계(爲親契)·학계(學契) ③ 인보단결(隣保團結)을 위한 계 : 벼슬에서 소외당한 양밥의 서자들의 서자계(庶子契), 과거에 낙방한 사람끼리 맺는 낙방계(落榜契), 동계(洞契)·이갑계(里甲契) ④ 공동이용을 위한 계 : 계금의 운영에 의한 수입으로 세금의 공동 납부를 목적으로 하는 호포계(戶布契), 군포의 공동 납부를 목적으로 하는 군포계(軍布契) ⑤ 농사를 위한 계 : 둑의 축조·수리(水利)를 목적으로 한 제언계(堤堰契)를 비롯하여, 소유토지를 공동 경작하여 그 수확을 계원에게 분배하는 농계(農契), 소의 공동사용을 목적으로 한 우계(牛契), 농구의 공동구입·공동사용을 목적으로 한 농구계(農具契) ⑥ 영리를 목적으로 한 계 : 식리계(殖利契)·지계(紙契)·금계(金契)·삼계(蔘契) 그러나 일제시대에는 제국주의적인 자본주의 침략과 구시대 협동체의 파괴를 목적으로 이들 계들이 모두 해산되었다. 8·15광복 후 금융기관의 경색과 인플레이션의 누진으로 투기적인 영리목적에서 계가 부흥되었다. 특히, 6·25전쟁 후에는 도시중심으로 성행하여 서민금융을 지배했으나, 유휴자본의 회전촉진 및 대부이자의 고율 등으로 인플레이션을 조장했을 뿐만 아니라, 계조직 운영의 무질서로 가정문제에서 사회문제로까지 일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사설계는 서민의 목돈 마련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종류도 번호계·낙찰계 등 다양하다. 그밖에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각종 계가 성행하고 있어 계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두산세계대백과 EnCyber; 이규태, [李圭泰코너], 조선일보, 1985.12.19., 1988. 2.27. ; 李勳燮, [韓國傳統 經營史論] (서울: 글로벌 출판사, 1999), pp.66∼85 참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계는 농경시대에 농경민들이 결성한 조직체로서, 농번기에는 서로 품앗이를 하며 농사일을 능률적으로 하고, 농한기에는 여가선용과 친목을 도모한다. 그런데 현대산업사회에 와서는 여가선용과 친목을 도모함과 동시에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사회적 신분상승의 기회로 이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계는 농경사회에서는 농사에 지친 농경민들의 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활력소 구실을 하였고, 산업사회에서는 개인의 사회적 신분상승의 기회로 이용되는 발판 구실을 한다. 사람이 사는 목적은 행복이고,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것이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행복추구를 위한 공동체로서의 조직의 윤리가 무너질 때, 더구나 그 윤리가 처음부터 잘못 되었을 때, 그 조직은 해체되고 만다는 사실을 보았다. 공동체의 기본 윤리가 바로 공동선의 추구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공동체 의식이란 구성원간에 느끼는 귀속의식 또는 유대감을 말한다. 즉, 공동체의 유지·발전을 위해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시민)이 가져야 할 책임과 권리의식, 보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태도와 가치관을 의미한다. 공동체 의식은 구성원간의 갈등과 무분별한 경쟁을 완화하고 공동체의 유지·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협조와 공정한 경쟁을 증가시켜 준다. 민주사회에서는 모든 조직의 활동이 강제나 강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와 협동과 협력을 통한 일체감·연대의식 및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한 공동노력 및 이웃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이루어 져야 비로소 활성화된다. 또한, 각 집단들이 구성원 각자의 존엄성을 인정해야 하듯이, 개인들도 집단의 이익과 조직의 권위를 존중할 뿐 아니라, 공동체의 조화로운 발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므로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자기규제를 통한 자기성숙과 타인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할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더불어 사는 복지공동체적 사회질서가 유지될 수 있다.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공동체의 수준이 올라가야 개인의 삶도 풍부해 진다는 말 그대로 사실이기 때문이다. "배타적 개인주의를 배제하고, 사회성과 협동정신에 바탕을 둔 국가관과 형제애를 고취하고, 건전하고 생산적인 즐거움을 추구한다." 이는 200년의 역사를 지닌 하바드 대학교 푸딩 클럽의 창립 취지문이다. 그 조직이 국가이든 조그만 단체이든, 한번 음미해봐야 할 것이다. 그 클럽 출신 가운데는 미국을 이끌어 온 걸출한 인물들이 많았다. 존 F. 케네디를 포함한 다섯 명의 미국 대통령과 작가 T. S. 엘리어트 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푸딩 클럽의 출신이다. 그 글에 담긴 뜻 때문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