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東 云/혜천대학 세무회계과 교수
만약, 지나간 시절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기회가 일생에 단 한번 주어진다면 어느 때로 되돌아가고 싶고, 단 하나만을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우리는 아름다운 시간여행을 꿈꾼다. 그러기에 영화 속에서 시공을 뛰어넘어 시간여행을 하는 즐거움을 만난다. [터미네이터Ⅰ(1984)·Ⅱ(1991)]나 [로스트 인 스페이스(1998)]에서는 블랙홀을 통하여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가 과거를 바꾸게 된다. [백 투더 퓨쳐Ⅰ(1985)·Ⅱ(1989)·Ⅲ(1990)]에서는 타임 머신을 통하여 과거와 미래로 종횡무진 시간여행을 즐기게 된다. [프리퀀시(Frequency, 2000)]에서는 과거로 직접 돌아가지는 않지만, 교감수단(제목 프리퀀시는 주파수라는 뜻)인 무선기를 통하여 아쉬웠던 과거를 바꿈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경험한다. [동감(2000)]에서도 개기월식의 영향을 받아 무선기를 통하여 과거와 현재의 연결이 이루어짐으로써, 1999년의 인(유지태)으로 인해 1979년의 소은(김하늘)은 이미 정해진 자신의 미래를 알게 되지만, [프리퀀시]와는 달리 과거를 바꾸려하지 않고 아픔을 간직한 채 실패가 확실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데 그 차이가 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차라리 몰랐다면 열심히 노력이라도 할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할 때 그 아픔은 얼마나 클까?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이미 결말을 아는 인생이라면 도전할 가치도 없다는데 있다. [러브레터(1995)]의 경우, 후지이 이츠키가 모교를 방문하여 만났던 도서부 학생들이, 자신들이 발견한 책을 가져온다. 이 책은 소년 이츠키가 전학 가기 전 자신에게 반납해 달라고 주었던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으로, 그 책 속에서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대출 카드를 발견하게 되고, 그때서야 비로소 그녀는 그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단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던 학창시절로 되돌아가 자신의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이야기했더라면, 그는 죽지 않을 수도 있었을 지도 모르고 그들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패밀리 맨(2000)]에서는 사랑하는 애인과 헤어지고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자전문 벤처기업가로 성장한 주인공의 오늘의 모습과, 13년 전 그녀와 헤어지지 않고 아이들 낳고 물질적인 부를 충족하게 얻지는 못했지만 사랑하며 사는 모습을 대비시켜 보여주면서, 과연 어떤 것이 진정한 행복인가를 묻고 있다. 그리고 [슬라이딩 도어즈(1998)]에서는 여주인공이 직장에서 해고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탄 경우와 지하철을 놓친 경우를 들어, 그 후의 삶의 행로가 어떻게 바뀌는가를 보여준다. [프리퀀시]는 화재사건이 발생하여 프랭크가 화재현장에 출동하여 진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30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존이 1968년에 발생한 연쇄살인사건 수사를 하는 장면이 계속된다. 1969년 10월 12일, 오로라가 뉴욕 하늘을 하얗게 비추던 밤, 소방관 프랭크 설리반(데니스 퀘이드)은 브룩스톤 화재진압 도중 인명을 구조하다가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 줄리아(엘리자베스 미첼)와 6살난 아들 존과 영원한 작별을 하게 된다. 30년이 지난 1999년 10월 11일, 뉴욕의 강력계 형사가 된 존 설리반(짐 카비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회의와 연인과의 이별에서 오는 외로움 때문에 하루하루를 쓸쓸하게 보내며 살고 있다. 바로 이 날, 존은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낡은 무선통신기를 발견하고 이리 저리 주파수를 맞춰보았다가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된다. "저는 뉴욕에 사는 소방관 프랭크입니다." 무선기에서 30년 전 화재진압 사고로 숨진 아버지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 1969년의 아버지와 1999년의 아들이 같은 집, 같은 책상에서 같은 무선기를 통하여 교신을 하게 된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밤하늘을 새하얗게 만든 태양의 흑점활동이 강해져서 발생한 북극광이 전파방해를 일으켜 30년만에 이들 부자를 다시 이어주었던 것이다(이는 미래가 과거에 영향을 끼치는 순간, 과거는 기존의 우주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우주를 형성하게 된다는 평행우주론의 법칙 때문이라고 한다.). 이 같은 장소에서의 30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부자간의 대화. 그들 모두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지만, 이내 뜨거운 눈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존은 처음으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가슴 저미는 그리움을 고백한다. 마침 교신이 이루어진 시간은 아버지가 화재사건으로 죽기 전. 30년 전 화재로 아버지를 잃은 기억이 생생한 존은 자신이 아버지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버지에게 브룩스톤 화재사건의 현장에서 조심할 것을 부탁하고, 프랭크는 아들의 말대로 다른 길로 빠져나옴으로써 목숨을 구한다. 1999년 10월 12일, 존은 벽에 걸린 아버지의 사진이 중년의 모습으로 바뀐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존은 과거를 바꿈으로써 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기억에 기뻐하지만, 그가 살아남으로써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한다. 간호사인 어머니 줄리아가 응급실에 실려온 연쇄살인마의 목숨을 구하게 되고, 간호사들을 표적으로 하여 나이팅게일 사건이라고 불린 이 살인마의 연쇄살인사건이 계속된다. 문제는 희생자 중에는 존의 어머니도 있다는 사실이며, 희생자의 수도 3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난다. 또한, 존은 아버지가 20년 후 흡연으로 인한 폐암으로 죽게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프랭크와 존은 무선통신을 계속하면서 살인을 막기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한다. 프랭크는 존의 조언대로 살인마의 행적을 쫓아 여인이 살해당하기 전에 그 현장에 나타나 살인을 막는다. 그러다 이를 눈치챈 살인마에게 구타를 당하고 지갑 속에 넣어둔 줄리아의 사진을 뺏긴다. 그 후, 살해현장에 가보니 이미 한 여인이 싸늘한 시체로 변한 후였다. 범인이 지갑에 지문을 남겼을 것이라는 사실에 착안하여, 범인의 지문을 채취하기 위해 집안의 상자나무를 뜯어내고, 그 안에 지갑을 넣어 30년 후의 아들에게 보냄으로써, 연쇄살인범의 정체를 밝혀낸다. 그런 와중에 친구 세치(안드레 브라우어)에 의해 범인으로 지목되어, 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있던 중 그곳까지 찾아온 연쇄살인범으로부터 죽음의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결국 과거의 아버지와 현재의 아들이 시공을 초월하여 연쇄살인범과 사투를 벌인 끝에 그를 사살함으로써 사건을 해결한다. 또한, 프랭크는 담배도 끊는다. 이제 남은 것은 해피엔딩. 존의 온 가족이 단란하게 야구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며 영화는 끝을 맺게 된다.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나 있었습니다. 한 몸으로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서운한 마음에 한참 서서 덤불 숲 속으로 접어든 한 길을 끝간데까지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또 한쪽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에 못지 않게 아름다운 어쩌면 더 나은 듯도 했지요. 사람들의 밟은 흔적은 비슷했지만 풀은 더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부르는 듯했어요. 그날 아침 두 길은 아직 낙엽에 덮여 있을 뿐 아무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먼저 길은 다른 날 가보리라 생각했습니다. 길은 길로 이어지기에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 쉬며 이야기하겠지요. 숲 속으로 두 갈래 길이 나 있었다.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것이 내 삶의 괘적을 이렇게 바꾸었다라고.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사소한 문제로부터, 인생을 송두리채 바꿀만한 일까지 선택을 해야 한다. 물론, 선택 당시에는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한 순간의 행동이나 선택이 인생을 뒤바뀌게 할 수도 있다. 이 시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다. 우리의 인생이라는 길에 두 갈래 길이 주어지고, 그 중 한 쪽만을 선택해야 할 때, 어느 한 쪽을 선택함으로써 선택하지 않은 다른 한 쪽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낸 시다. 선택의 기로에 서서 [멀티 플리시티(1996)]나 [6번째 날(2000)]에서처럼 복제인간을 만든다면 두 가지를 다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언제나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기에 인생에 있어서 선택의 문제는 언제나 중요하고 어렵기 마련이다. 물론, 어느 날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온 죽음, 이는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이지만…. [프리퀀시]에서는 우리가 갈 수 없었던 또 다른 길을 보여 줌은 물론, 마음속에 쌓여있던 아쉬웠던 과거를 바꿈으로써 미래도 동시에 바뀌는 상황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는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는 시간의 흔적 속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보여줌으로써 더욱더 흥미롭게 해준다. 고개 한번 옆으로 흔든 것만으로 세계의 역사를 뒤바꿔놓은 사나이가 있다. 그 이름은 라코스트. 나폴레옹과 웰링턴의 대결전장(大決戰場)인 워털루 인근에 사는 이름도 없는 마을의 한 농부다. 그는 나폴레옹 주력부대의 길 안내인(案內人)으로 징발되어 있었다. 결전장인 몽상장 고지의 이쪽 저쪽 지형을 훤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쌍안경으로 고지의 능선을 훑어보던 나폴레옹이 곁에 있던 라코스트에게 작은 소리로 무엇인가를 물었다. 이에 라코스트는 옆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지 수분 후에 나폴레옹은 그의 정예부대인 흉갑기병(胸甲騎兵) 사단에 돌격명령을 내렸다. 정상에 쇄도한 이 대부대는 그 반대편 수10m나 되는 벼랑에서 추락, 몰사해 버렸다. 달려가던 기호(騎虎)의 여세를 멈추기에는 너무 갑작스런 낭떠러지였던 것이다. 이것이 실마리가 되어 나폴레옹은 패배하고 만다. 만약 이 작전만 성공했던들 영독(英獨) 연합군의 중앙돌파로 나폴레옹은 유럽의 황제로 군림했을 것이다. 한데도 라코스트의 고갯짓 하나가 세계사를 뒤바꿔놓고 말았다. 나폴레옹이 물었던 것은 고지의 저편 지세(地勢)였을 것이다. 라코스트는 노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돌격해서는 안 된다는 노였을 것이다. 한데도 나폴레옹은 장애가 없다는 노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 간단한 실수가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것이다. 이 이야기는 웬만한 전사(戰史)에 다 나오나 위고의 명작 [레미제라블]의 워털루 편에 실감나게 인용되어 있다. 그래서 하찮은 실수가 가공할 결과를 몰아오는 것을 라코스티즘이라 한다. 이 라코스티즘이 인생에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를테면 게오르규의 [25시]의 주인공이 그렇다. 루마니아의 농부 이온 모리츠는 유태인으로 잘못 등기되는 그 단순한 실수로 그의 인생행로는 기구해진다. 유태인수용소에서 강제노동을 하다가 헝가리로 탈출했더니 적국인(敵國人)이라 하여 다시 잡혀들어간다. 그곳에서 탄약 한 상자 값으로 독일에 팔려가 공장노동을 하다가 프랑스점령 지역으로 도망친다. 그곳에서도 적국군인이라 하여 포로생활을 한다. 2차대전은 끝났지만 전범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옥살이를 하고 집에 돌아온다. 13년만에 아내와 만나 하룻밤 자고 나니 우발적 사고로 세계3차대전이 일어나 다시 감금당하고 있다. 비록 소설에서 뿐 아니라 세계3차대전이 어떤 우연한 실수 - 곧 라코스티즘에 의해 일어날 것으로 예언한 것은 버트런드 러셀이다. 그는 지구의 멸망도 인간의 이성을 노예로 만든 고도의 기계 - 그 기계의 하찮은 실수로 발단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미해군의 미사일에 의한 하늘의 대학살도 고의냐 실수냐로 논란을 빚고 있지만, 기계라는 악마에 인간의 이성을 팔아 넘김으로써 발생된 라코스티즘의 소치로 보아야 할 것이다. 언제 어떤 하찮은 실수 때문에 멸망할지 모르는 정말 겁나는 세상에 살고있는 것이다 (이규태코너-라코스티즘, 조선일보, 1988. 7. 6.).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의 일상생활은 선택의 연속이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가지고 싶은 것 또한 많다. 그러나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나폴레옹의 경우와 같이 어떤 것이 중요하고 바람직한 것인가를 신중히 판단하여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업을 마치고 상아탑을 떠나면서 우리는 직업선택의 문제에 맞닥트리게 된다. 그 선택기준은 자신의 가치관과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안전성, 수입, 발전성, 보람, 명성 등의 요소를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관리회계에서도 의사결정을 하는데 관련성이 있느냐에 따라 고려해야 할 원가들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① 매몰원가(sunk costs, 기발생원가) 과거의 의사결정으로 인하여 이미 발생한 원가로서, 현재 또는 미래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원가를 말한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는 것과 같이 다시 수중에 들어 올 수 없으므로 회수 불가능한 원가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주말에 고향에 가기 위하여 미리 기차표를 사두었다고 하자. 그러나 갑자기 중요한 손님이 방문하게 되어 고향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 표를 같은 행선지에 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팔았다면 문제가 없으나, 그렇게 하지 못함으로써 고향에 가기 위해 이미 지불한 표값을 회수할 수 없었다. 이 때, 회수할 수 없는 표값은 매몰원가가 된다. 마찬가지로 기업에서 기계를 장치하여 생산을 하고 있다가 그 기계를 판매하고자 할 때,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고 다른 용도에도 사용할 수 없을 때, 그 기계의 사용으로 인한 기회비용은 0이 되며, 이러한 경우의 기계취득원가를 매몰원가라 한다. 즉, 매몰원가는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 한다. 연극공연을 보러 갔으나 연극이 재미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지불한 연극관람비를 되돌려 받을 수 없으므로, 신중하게 의사결정해야 한다. ② 차액원가(differential costs) 경영자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체안들을 상호 비교하는 경우, 특정대체안과 다른 대체안과의 총원가의 차이를 차액원가(경제학에서는 한계비용이라고 부른다.)라 한다. 이 때, 차액원가는 대체안들 사이의 원가의 증가와 감소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인데 반해, 증분원가(incremental costs)는 원가의 증가액만을 나타낸다. ③ 회피가능원가(avoidable costs)와 회피불능원가 회피가능원가는 경영자의 자유의사에 따라 회피할 수 있는 원가로, 조업도(생산설비의 이용도를 말하는데, 보통 생산량, 직접노동시간, 기계운전시간 등으로 표현된다.)의 감소로 인한 원가의 절감액만을 나타낸다. 회피가능원가와 상대 개념으로, 회피불능원가가 있는데, 이는 제조기업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데 꼭 필요한 원가, 즉 원재료·동력비 등을 말한다. ④ 미래원가(future costs) 미래의 성공은 오늘의 노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행위가 이루어짐으로써 그에 대한 결과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원가를 말한다. ⑤ 연기가능원가와 연기불능원가 연기가능원가는 현재의 경영능률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미래에까지 연기할 수 있는 원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철도회사에서 경영사정이 악화되어 궤도 수선유지비를 대폭 삭감했다고 하자. 이 경우는 수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기로 수선을 연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궤도의 수선은 언젠가는 꼭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연기불능원가는 은행나무침대를 생산하는 기업에서 은행나무 구입원가(원재료비)와 같이, 침대 생산에 현재 꼭 필요하기 때문에 연기가 불가능한 원가를 말한다. 그 외, 기회원가(기회비용, opportunity costs)가 있는데, 경제적인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의 매몰원가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관한 한계비용으로서의 기회비용이다. 이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선택의 문제에 직면할 때, 그 판단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문제는 그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 것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는 사실은 앞서 말한 바와 같다. 이 때, 포기한 여러 활동들 가운데 가장 아쉽고 아까운 것의 가치를 기회비용이라 한다. 즉, 다양한 용도가 있는 재화(財貨)가 어떤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을 때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더라면 얻었을 가치를 포기하게 된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에서처럼 어느 한 쪽 길을 선택함으로써 다른 한 쪽 길을 선택하지 못하게 된다. 이 선택하지 못한 길에서 얻을 수 있었던 가치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포기된 가치를 기회비용이라 한다. 즉, 일정량의 자유라는 생산요소를 투입하여, 동시에 책임과 의무라는 두 가지 재화를 생산하는 경우, 책임이라는 재화를 추가로 몇 단위 생산하려면 의무라는 재화의 생산단위를 어느 정도 희생치 않으면 안 되며, 이 때 대체되는 비용이 기회비용이다. 그러나 기회비용이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 되는 모든 것들의 가치를 합한 것이 아니며, 사람에 따라 기회비용의 크기는 다르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 기회비용의 속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오영수, [이야기로 배우는 고교생 경제] 참고). ① 기회비용은 현재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다른 것의 대가 중 최선의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할 수도 있고, 자신이 노래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여 음악학원에 수강하고 열심히 연습하여 가수가 될 수도 있으며, 기업에 취직할 수도 있다. 이 세 가지 대체안 중에서 이 사람이 대학에 진학했다면, 이 때의 기회비용은 대학진학으로 인해 포기하게 되는 가수가 되는 것이나 직장생활을 하는 것 중에서 더 나은데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을 말한다. ② 기회비용은 현재시점에서 포기해야 하는 가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5년 전에 총 2억 원을 주고 사들인 토지를 고아원부지로 무상으로 기증하기로 했다고 하자. 이 때, 기증하는 시점에서의 시가가 2억 원이라면 토지증여에 따른 기회비용은 과거의 구입가격(역사적 원가, 과거원가)인 1억 원이 아니라 시가인 2억 원이 된다. ③ 기회비용은 사람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추석을 맞이하여 귀성 열차 표를 예매하고자 할 때, 열차 표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5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열차 표를 살 수 있다고 하자. 이러한 경우에 무직인 사람과 대기업 사장인 경우에 기회비용은 어떤 차이가 나는가를 살펴보자. 직업이 없는 사람은 열차 표를 구입하기 위해 5시간을 기다리더라도 기회비용은 크지 않다. 5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집에 있더라도 별로 할 일이 없어 기회비용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대기업 사장의 기회비용을 살펴보자. 만약, 대기업 사장이 열차 표를 구입하기 위하여 매표소에서 5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면, 5시간 동안 몇 백만 원 또는 몇 천만 원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 사장이 열차표를 사기 위하여 매표소에서 5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기회비용은 무직인 사람보다 높다. 따라서, 동일한 행위를 한다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기회비용의 크기는 다르다. 물론, 이 경우에 열차표는 경제재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발생한다. 자유재의 기회비용이 0이며, 경제재의 기회비용은 正(+)의 값을 가지기 때문이다. ⑤ 어떤 행위의 기회비용은 재화의 희생뿐만 아니라 시간의 희생도 포함한다. 월드시리즈를 관람하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을 생각해보자.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 구매자는 다른 재화의 구입을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그가 입장권을 무료로 얻었을 경우는 경기를 관람하는 대신 잠을 잔다든지, 공부를 한다든지, 또는 음악을 듣는다든지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버스를 많이 타고 부유한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는 이유가 단지 경제력의 차이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버스는 시간의 기회비용이 큰 사람에게는 매우 비싼 교통수단이며, 시간의 기회비용은 일반적으로 고소득자 보다는 가난한 사람에게 있어서 훨씬 낮기 때문이다. 또한, 시험 전날이나 시험을 마친 후나 영화 관람료는 동일한데도 불구하고, 시험 전날 영화를 관람하러 가지 않고 시험을 마친 후에야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시험전날 시간의 기회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⑥ 기회비용은 그것이 이용 가능한 대체안에서 산출된 금액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무실을 임차했으나 그 사무실의 효용가치가 없어졌다고 하자. 이 때, 상실된 임차료는 그 가격으로 사무실을 빌리고자 하는 잠정적인 임차인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기회비용이 될 수 있다. 만약, 다른 임차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앞에서 살펴본 기차표값과 마찬가지로 매몰원가가 된다. ⑦ 기회비용은 합리적 의사결정의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연구소에서 일하던 연구원이 기술을 개발하여 벤처회사를 운영하고자 한다고 하자. 이 회사를 운영하는 데는 두 사람이 필요한데 필요한 인력을 모두 고용할 수도 있고, 한 사람만 고용하고 연구소를 그만 두고 자신이 직접 일할 수도 있다. 종업원 한 사람의 월급이 100만원이고, 이 사람이 연구소에서 연봉 2,000만원을 받는다고 하자. 이 때, 두 사람을 고용할 때의 연간 비용은 2,400만원(2명×100만원×12개월)이 들고, 이 사람이 연구소를 그만 두고 한 사람만 고용하면 1,200만원이 든다. 이런 경우에 두 가지 안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위 계산에 의하면 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렇게 하면 연구원으로서 받을 수 있은 연봉 2,000만원을 포기해야 한다. 서점 경영의 비용은 한 사람의 급여 1,200만원에다 벤처회사 경영을 선택한 연구원의 기회비용 2,000만원을 더한 3,200만원을 비용으로 보아야 한다. 총 비용은 회계학적 비용인 1,200만원이 아니라 회계학적 비용 1,200만원에 회사경영의 기회비용 2,000만원을 더한 3,200만원이 된다. 따라서, 연구원직을 유지한 채 두 사람을 고용하여 벤처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을 알든 모르든 간에 합리적 선택을 위한 기준이 된다. 이외에도 상품의 구입, 여러 계약조건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 거래 상대방을 결정하는 문제, 심지어 학과나 친구의 선택 등 모든 의사결정에도 반드시 이 기회비용이 수반된다. 한 순간의 실수로 잘못된 행동을 선택했다면 일생 동안 엄청난 기회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자유롭게 시공을 초월하여 살게 되는 꿈같은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우리들 삶은 되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오늘의 삶이 바로 미래의 운명을 결정한다. 인생에는 [프리퀀시]같은 기적은 없다. 다만, 노력한 만큼의 보답이 있을 뿐이다. 그러기에 바로 오늘 이 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기에 오늘 이 하루가 삶의 전부라고 믿고 이 허락된 이 시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바로 오늘 이 순간으로써 삶이 끝나더라도 후회함이 없는 소중한 하루가 될 것이다. 일찍이 증자(曾子)는 하루의 세 가지 반성이라 하여, 남을 위하여 하는 일에 충성을 다하였는가? 친구를 사귈 때 진실하였는가? 배운 학문을 익히지 않았는가?라는 말을 했는데, 이와 같이 스스로 반성하며 살 수만 있다면 결코 후회 없는 삶이 될 것이다. 끝으로 토마스 카알라일의 오늘(Today)이란 시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푸르른 새 날이 밝아오는구나. 생각하여라, 그대여 이 날을 헛되이 보내려나! 이 새 날은 영원에서 나서, 밤이면 다시 영원으로 돌아가리라. 아무도 일찍이 보지 못한 이 날을 보아라 그대여. 만인의 눈에서 쉬이 감추어질 이 날을, 푸르른 새 날이 밝아 오누나. 생각하여라 그대여 이 날을 헛되이 보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