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장관/장재식 우리 기업들의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산자부 장관으로 부임한 이래, 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주 토요일 오후 기업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기업체에 나갈 때마다 나는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에 감동을 느낀다. 그리고 우리 경제의 앞날이 밝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 또한 우리 기업인들이 진정한 애국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판유리를 레이저로 가공하는 기술, 스위치 하나로 유리를 투명유리에서 불투명 유리로, 다시 불투명 유리를 투명유리로 바꾸는 기술, 빙판길에서도 안전하게 자동차를 제동시키는 ABS브레이크 시스템, 말 9만마리가 이끄는 힘을 낼 수 있는 9만마력짜리 선박엔진, 이루 다 열거할 수 없는 세계 일등기술들이 우리 기업현장에서 개발되고, 상품화되어 세계 각국에 수출되고 있다. 그런데 작년 이후 우리 수출이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 즉, 작년 11월까지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11.9%나 감소했다. 언론들이 걱정하고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결코 걱정할 일만은 아니다. 우선 수출단가(특히 반도체와 컴퓨터)의 대폭 하락으로 인해 수출액은 감소했지만 수출물량은 오히려 전년동기대비 4.2%나 증가하였다.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반도체와 PC의 수출감소(139억불)가 전체 수출감소액(187억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반도체의 경우 수출단가가 전년에 비해 무려 1/10 이상 떨어졌다. 그러나 자동차·선박·기계류·통신기기 등 주력제품의 수출은 오히려 증가하였다. 특히, 선박은 3년분의 작업량을 확보하고 있고 전세계 건조량의 40%를 국내 조선사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 수출의 저변을 이루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수출도 각각 3.8%, 10.6%씩 증가하여 우리 수출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특히 대만, 싱가폴 등 경쟁국들의 수출 감소폭이 각각 19.7%(11월), 19.8%(10월)였음에 비해 우리의 수출감소는 17%(11월) 정도로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적은 편이다. 또한 작년 경제성장률도 우리나라는 2.5%대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IMF가 조사한 선진 29개국 중 5위에 해당하는 것이며, G7과 신흥선진경제(싱가폴, 대만, 홍콩)중에서는 최고의 성적이다. 다만 우리의 수출이 반도체, 컴퓨터 등의 품목에 너무 편중되어 있어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있을 때마다 수출이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문제라 할 것이다. 따라서 수출의 안정적인 증대를 위해 우리는 반도체 등 특정품목에 대한 편중도를 가급적 완화하고 수출상품의 질을 고급화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정부는 일류상품 개발 등 새로운 주력 수출상품군을 육성하기 위한 시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세계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의 일류상품 수는 현재 76개로 미국,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지만, 정부는 기술력·시장성 등이 우수하여 향후 수년내에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차세대 일류상품을 중심으로 매년 100여개 품목씩 발굴하여 2005에는 세계일류상품이 500여개로 확대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막연한 희망적 수치가 아니고 우리의 기술수준과 여러 가지 여건으로 보아 실현가능한 계획이다. 우선 정부는 일류상품으로 선정된 상품의 경쟁력 제고와 수출촉진을 위해 국내외 마케팅 지원과 기술 및 디자인개발사업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기술개발 지원은 기존 산업기술개발 프로그램과 신규 시장적응기술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진다. 기술개발과제는 기존 기술개발사업 운영절차에 따라 선정하되, 일류상품 기술개발 과제에 대해서는 우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시장적응기술개발 지원은 제품생산 등 대부분의 기술에서는 세계최고수준이나 일부 틈새부문기술이 다소 미흡하여 제품의 가치를 최고로 발휘할 수 없는 경우나 다양한 시장수요에 대응하여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필요한 기술개발이 주요 대상이 될 것이다. 마케팅 지원은 개별기업의 해외전문전시회 참가 지원, 일류상품 해외로드쇼 개최, 국내 일류상품 전시회 개최지원 등 크게 세 가지 형태로 이루어진다. 개별기업의 해외전문전시회 참가지원은 일류상품 생산업체가 참여를 희망하는 해외전문전시회 참가경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업체당 전시회 참여경비의 50% 이상을 지원할 예정이며, 금년 5∼6월에는 유럽의 주요도시에서 일류상품 로드쇼를 개최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월드컵 개최기간 또는 무역의 날을 전후하여 일류상품 전시회를 개최하여 마케팅 활동을 적극 지원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일류상품 개발분위기를 조성하고 일류상품 수출마켓팅을 간접 지원하기 위해 일류상품 생산기업에 대한 산업자원부 장관명의의 인증서를 발급하고 우수기업에 대해서는 포상도 실시할 계획이다. WTO 뉴라운드의 출범으로 새롭게 전개될 국제무역체제하에서 우리무역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상품개발을 통한 지속적 수출증대기반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류상품 개발의 주체는 기업이며, 정부는 일류상품 개발환경을 조성하는데 그 역할이 제한된다. 정부는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우리 기업이 일류상품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일류상품, 일류기업 그리고 경제강국, 바로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