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상쉬(上水)역에서 전동차를 타고 한정거장만 가면 중국땅 심천의 로우(羅湖)역이 나온다. 다같은 중국땅이지만 양쪽이다 특구이기 때문에 국가간의 이동과 같이 비자를 받아야 입국할 수 있다. 로우역에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역사를 나서면 도시화로 인해 결코 깨끗하지 못한 개천이 나오는데 이것이 오늘날 이 도시의 이름이 된 센첸(深川)이다. 심천을 건너면 중국땅 센첸(深川)이다. 1980년 인구 2천명정도의 조그마한 어촌이었던 이곳은 현재 공식인구 380만명에 비공식 인구까지 합쳐 칠팔백만명의 대도시로 성장했다. 이렇게 공식인구와 비공식인구가 있는 것은 센첸이 경제특구이기 때문에 본토에서 이곳으로 이주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하나 특구와 본토와의 소득격차 때문에 비공식 유입인구가 계속 늘어나 공식인구 만큼되었다. 센첸은 계획 신도시인만큼 도시계획이 잘되어 있고 즐비한 고층빌딩에 대도시의 면모를 그대로 갖추고 있으나 물가는 홍콩의 1/4 수준밖에 되지않아 유동인구가 많고 홍콩으로 출퇴근하며 사는 홍콩인들도 많다. 또 홍콩의 골프 회원값이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의 우리교민들도 센첸 골프장을 많이 이용한다. 물론 센첸에서 골프를 치기 위해서는 중국 비자를 받아야 한다. 비자는 대개 6개월 짜리를 주는데 (비자 비용은 홍콩돈 600불) 이렇게 자주 비자를 받아야하다 보니 여권의 비자란이 모자라 여권을 자주 갱신해야 할 판이다. 80년대초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표본으로 해봤던 센첸개방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홍콩자본과 화교자본들이 싼 노임에 반해 대거 몰려들었으며 금방 대도시가 되었다. 넓직한 거리와 20∼30층의 사무실과 아파트가 들어섰으며 중국 각지에서 많은 노동력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몰려들었다. 들어섰으며 외국자본이 대거 유입되어 제2의 홍콩이 되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도 이곳에 브라운관 공장을 갖고 있는데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현지 황규병 사장의 설명이었다. 외국자본이 몰려오다보니 외국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많다. 고급호텔에서부터 하루저녁에 8불만 주면 잘 수 있는 여관시설까지 갖추고 있으며 골프장, 쇼핑몰, 고급사우나에 맛사지시설까지도 고급스러우면서 값싼 서비스를 자랑하고 있다. 실제 우리가 저녁식사를 했던 호텔의 중국식당에서는 주방장이 직접 나와서 서빙을 해주고 깨끗한 물수건도 세 번씩이나 바꾸어 주었으며 요리의 수준또한 홍콩에서 먹던 광동요리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또 센첸은 이곳에서 생산되지 않는 물건이 없을정도로 물산이 넘쳐났다. 많은 물건중에는 로렉스시계를 비롯하여 세계 유명상표의 모조품도 공개적으로 거래되 있어 많은 나라의 보따리 상들이 구름처럼 몰려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WTO가입으로 이러한 지적재산권의 모방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다. 또 내륙지방까지 깊숙히 개방된 중국의 갱방정책으로 이곳에도 번듯하게 지어놓은 고급 아파트들이 텅텅비어 있단다. 거품이 많이 끼어있어 우리나라처럼 한차례 구조조정을 해야할 시기가 오는 것 같았다. 홍콩에서 센첸으로 들어오는 관문은 육로와 철로, 항로 세곳인데 한시간 걸리는 배를 이용하는게 가장 편리하다. 최근 출입국 관리업무를 밤 11시에서 12시까지 한시간 연장하여 하루 몇천명의 인구가 더 왕래 할 수 있게 되었다는데 이제 멀지않아 중국의 국민소득이 더 늘어나고 특구와 일반지역과의 생활격차가 해소되면 비자나 허가도 필요없이 자유로운 출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밤기차로 센첸을 빠져나오면서 같은 국가안에서 체제와 제도의 차이로 이렇게 사람사는 수준이 차이가 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저마다 무슨 볼일이 그리많은지 추석명절날 서울역 대합실처럼 붐비는 로우역 인구를 보며 홍콩의 앞날도 그리 밝지많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홍콩의 경제는 요즘 불경기다. 세계적으로 IT산업 경기가 불황인데다가 물가가 싼 센첸으로 쇼핑인구를 뺏기고 있어 체감경기마져 좋지못하다. 영국 철수이후 외국으로 빠져나갔던 홍콩자본이 다시 돌아왔지만 부동산 경기며 쇼핑가의 경기가 예전같지 못하다. 물가는 상대적으로 오르고 실업자는 늘어만간다. 홍콩주민들의 소득이 줄어들다보니 최근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 가정부들의 최저 월급을 20%정도 내려버려 이들이 데모를 벌일정도다. 그러나 백화점과 길거리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상점가는 세계각국에서 들여온 물건들로 넘친다. 일년에 천만명이 넘는 관광객과 쇼핑객들이 주로 이들의 고객이다. 이들은 백화점과 쇼핑센타가 즐비한 심사츄이(尖沙咀)나 홍콩아일랜드에서 각자 구미에 맞는 쇼핑과 맛있는 중국요리를 즐긴다. 네온싸인으로 현란한 밤거리를 거닐면서 이렇게 아름답고 풍요로운 도시를 돌려준 영국이야말로 정말 배가 아팠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편무역으로 경기획복을 노렸던 영국은 1839년 중국과 전쟁을 일으켜 1842년 홍콩섬을 양도받았으며 1860년 구룡반도와 작은섬들은 영구히 할양 받았다. 그러나 신계지구는 1898년 백년간 조차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국제법상으로 보면 신계지구만 돌려주면 그만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국이 물이나 전기공급을 중단하면 홍콩은 며칠을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다. 1997년 7월 1일 자정에 홍콩기를 중국에 양도한 챨스황태자 일행은 세계인들이 보고있는 가운데 배편으로 중국을 떠났다. 언듯보면 신사의 나라 다워보였지만 아편을 팔아 대국을 멍들게 하고 백년이나 남의 땅에서 부를 누린 해적들이 아닌가? 홍콩은 낮 경치보다 야경이 아름답다. 현란한 네온과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대도시의 희황한 불빛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야경을 가장 잘 보려면 산정전차(peak tram)를 타고 픽(peak)에 올라가 보는게 좋다. 빅토리아 공원의 정상인 이곳까지는 1888년에 설치된 전차가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린다. 오늘날 이 케이블 전차는 홍콩의 명물중의 하나다. 산정상에 오르면 크리스마스츄리에 점등된 전구들 불빛처럼 명멸하는 도시의 불빛과 바다에 떠있는 배들이 켜놓은 아름다운 불빛들로 너무나 아름답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야경도 일품이지만 에버딘에 있는 수상레스토랑 점보는 바다에서 보는 야경이다. 밤이되면 화려한 궁전모양의 네온싸인으로 치장한 수상 레스토랑 점보에서 각종 해산물 요리를 먹으면서 홍콩 시가지의 야경을 즐기는 재미가 또한 일품이다. 요리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홍콩이야말로 중국요리의 전시장 같은 곳이다. 중국은 국토가 넓고 기후대가 넓으며 인종이 다양해 각지방에 따라 요리가 다르고 그 종류가 다양해 수를 헤아릴 수가 없는 것은 아는일이다. 홍콩은 중국각지에서 피난 온 사람들로 이루어진 도시이기 때문에 이모든 요리를 다 맛볼 수 있다. 대표적인 요리만으로도 광동요리, 사천요리, 북경요리, 상해요리 싱거운 요리인 조주요리, 육류요리가 주류인 객가요리, 티벳요리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이중에서도 얌차딤섬은 광동요리가 원조이기 때문에 홍콩에서 제맛을 볼 수 있다. 얌차딤섬(飮茶點心)이란 차를 마시면서 딤섬을 먹는것인데 홍콩사람들은 딤섬이 없으면 살맛이 안난다할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이다. 딤섬은 여러종류의 만두와 춘권, 죽과 과자류등 그 폭이 매우 넓고 종류도 다양하며 새벽부터 점심때까지만 제공된다. 여행객들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딤섬을 즐길수 있다. 종업원들이 옛날식 수레차에 각종 딤섬을 싣고 테이블 사이를 돌면서 판매하기 때문에 만두모양을 보고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하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