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석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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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서 중세도시 세고비아로 가는 길 가에는 포도밭이 많다. 오월의 남유럽 특유의 따뜻한 날씨에다 아지랑이까지 피어난 이날의 날씨는 나그네의 춘정을 녹이기에 충분하였다. 우리가 흔히 포도주하면 불란서를 떠올리나 서양 사람들은 햇볕이 좋은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이태리 와인도 높이 쳐준다. 특히 와인보다 도수가 높으면서 짭조름한 맛이나는 셰리는 스페인 것이 좋다. 식사에 앞서 셰리를 조금 홀짝거리면 입맛을 돋구기에 제격이다. 높은산이 없는 이 지방은 농산물 만으로도 잘사는 고장인 것 같다. |
로마시대에 건축한 대형 배수관이 원형 그대로 아직 남아있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된 세고비아는 전설에 의하면 노아의 후손인 헤르큐레스 에집시오에 의해 기원전 1076년에 세워졌다. 오늘날까지 역사를 따지며 삼천년이 넘는 도시다. 훗날 로마사람들이 이곳을 정복해 자유시를 세워 번영을 누렸으나 고트왕 레오비질도에 의해 무너진다. 이들은 구릉과 길다란 계곡에 세워진 성곽을 수리하고 로마네스코식 교회들을 세웠으며 규모있는 궁전도 건축하였다. 좁은공간에 궁전과 교회와 성채를 짓다보니 골목길이 비좁아지자 성밖에도 주거지를 세워 오늘날 산 미란, 엘 살바도르, 산타 유다리아, 산타 콜럼비아 지역으로 발전시켰다. 중세시대에는 직조공장이 많이 들어서 자연 직물과 옷시장이 발달됬다. 이들은 이곳에서 모은 부를 사용해 르네상스 기간중 30여개의 교회를 건축하였는데 이중 20여개는 아직도 교회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북으로 흐르는 에레스마강과 남으로 흐르는 그레모레스강이 만나는 지점의 정상에 세워진 세고비아는 천혜의 요새이며 도시가 동서로 뻗어져있어 노아의 방주처럼 생겼다. 두강이 만나는 뾰족 튀어나온 지점의 절벽위에 세워진 성채가 배머리라면 길쭉이 뻗어나간 도시의 한복판 언덕위에 세워진 산타마리아 교회는 마스트에 해당된다. 아퀴덕트라고 불리우는 배수 탑관로는 배의 키에 해당하는 부문에 꼬리처럼 >자형으로 길게 뻗어있다. 이 도시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진 배수탑관로는 스페인에 남아있는 로마시대 유적 중 가장 유명하다. 로마시대 엔지니어링 기술의 정수요 보존상태도 완벽한 이 예술품은 세고비아에서 15㎞ 떨어진 취수원에서 이 도시까지 물을 끌여들이는 돌로 만든 배수탑로이다. 전체길이가 720미터, 최고높이 28.9미터인 이 배수탑로는 시멘트를 쓰지않고 전부 돌로 만든 구축물이다. 이층으로 된 탑로의 아래층에는 75개의 아치가 있으며 위층에는 88개의 아치가 있고 또 4개의 싱글이 따로있어 모두 167개의 아치로 구성되어 있다. 아시드베라 강으로부터 1884년까지 실지로 사용되었던 이 유적은 당시 매초당 20ℓ의 물을 끌여들였으며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모래정수기를 거쳐 저수장에 물을 저장시켰다. 재미있는 것은 이 취수탑로가 언제 완공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대개 로마시대인 1세기후반 트라얀 황제때 완공된 것으로 보고 1974년에 완공 2000년 축하행사를 가졌으나 다분히 상징적인 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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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에 의하면 옛날 이곳에 후아닐라라는 젊은 처녀 물장수가 있었다한다. 그녀는 매일 멀리서부터 물을 길러다 파는일이 너무 힘이들었다. 어느날 그녀는 "누가 우리집까지 물을 끌어다만 준다면 악마라해도 내마음을 팔겠다"고 중얼거렸다. 설마가 진짜가 된다더니 그녀의 미모에 빠진 사탄이 그녀의 흥정에 쾌히 응했다. 그러자 그녀는 "오늘 새벽 닭이 울기전에 우리집까지 물이닿게 해야한다"고 사탄에게 다짐을 받았다. 사탄은 그러겠노라고 했다. 무심결에 뱉은 말한마디로 너무나 큰일이 벌어지자 그녀는 집으로 달려와 문을 잠근채 참회의 기도를 했다. 소녀의 기만을 용서해 달라고.... 그날밤내내 공사로 분주한 사탄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그녀는 무서움에 떨었다. 처녀가 기도하는 사이에 첫닭이 울었으며 사탄은 이때 마지막 한 장의 벽돌을 쌓는 것을 남기고 있었다. 그녀의 기도로인해 닭이 평소보다 조금일찍 울었으며 이로인해 사탄의 시도는 무산되었다. 날이 밝자 사람들이 마침내 마지막 한 개의 돌을 마져 쌓으므로서 세계적인 유물인 푸엔테세카(dry bridge)는 완성되었다. |
세고비아 성에는 원래 7개의 문이 있었으나 19세기에 무너지고 지금은 3개가 남아있어 오늘날에도 사용되어지고 있다. 세고비아의 마스트에 해당되는 지점에 있는 산타마리아 교회는 원래 1144년에 완공 되었으나 지금 남아있는 건축물은 1558년에 새로 건축된 것이다. 이 교회 꼭대기 첨탑위에 세워진 마호가니는 금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가져온 금으로 만든 것이다. 천연의 절벽위에 세워진 성채는 들어올려 접을 수 있는 다리를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며 뒤쪽은 강을 낀 절벽과 천혜의 요새이다. 지금있는 궁전은 1862년 화재로 완소된 궁전을 1940년에 다시 재건한 것이며 화려한 침실과 벽걸이, 천장장식 등으로 보아 융성기의 스페인의 국력을 짐작 할 수 있다.
성채를 나서면 여러개의 교회들 사이로 좁은 골목에 낡은 3층짜리의 집들이 즐비하다. 어느 골목을 가도 낡은 벽돌집과 층마다 다르게 외벽처리 한 집들의 모습이 중세 세고비아 풍경 그대로다. 돌을 깐 골목길은 몇백년간 닳아서 반질반질 하게 윤이 날 정도인데 낡은 옛날 건물에 지금도 누가 사는지 테라스엔 테라리움 화분들이 놓여져있고 군데군데 빨래들도 널려진게 사람의 냄새가 물씬난다. 골목길 쇼핑가게에는 각양각색의 등나무 바구니들과 이국적인 무늬를 디자인한 넓직한 접시들이 많이 진열되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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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고비아에 가면 반드시 칸디도에 들려 새끼 돼지 바비큐 요리를 먹어보고 올 것을 권하고 싶다. 어린돼지의 내장을 빼내고 각종 허브의 향료와 간을 맟춘 돼지 바비큐요리는 아주 유명한데 메이 프라자에 있는 레스토랑 칸디도(candido)가 특히 유명하다. 챨스 황태자를 비롯하여 이곳을 다녀간 세계유명 인사들의 사진으로 벽면이 장식된 이 권위있고 전통있는 식당에는 목에 훈장을 주렁주렁 건 이 집 주인장의 사진도 걸려있으며 중세풍의 실내장식 또한 여행객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