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공동대표 이종훈 2002년 새해를 맞이하자마자 국민들에게 중요한 뉴스거리는 아파트값이 폭등하여 내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그런데 강남의 아파트값이 2배 가까이 오른 뒤에야 정부는 부랴부랴 투기꾼을 색출하고 세무조사를 강화하며 분양방법을 고치겠다는 등 임기웅변적인 대책을 내놓으면서 계속되던 아파트값 폭등을 다소 진정시켰다. 이에 따라 연초에 경제안정이 어느정도 유지되는가 했는데 설 연휴를 지내자마자 이제는 주가가 56포인트라는 사상 두 번째로 큰 폭등세를 연출하여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이 또한 조금 지나면 다시 폭락할지 모르지만 연초부터 경제가 풀린다고 하여 부동산과 주가가 먼저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면서 국민생활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의 신문이나 TV뉴스를 보면 경제뉴스의 대부분이 증권과 부동산에 관한 것으로 채워져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기업의 경영전략 그리고 가계의 생활경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에 관한 뉴스가 신문의 4~5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을 정도로 증권과 아파트의 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세상이 크게 변하고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 백년 내려오던 농업국가로서 전체 인구의 대부분이 농민이었던 농자천하지대본의 시대를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그 농민수가 전체 인구의 겨우 8.7%인 4백3만으로 크게 감소하여 농자천하지소본의 시대로 변하였다. 한편 매년 외국여행을 떠나는 국민이 전체의 10%를 넘는 5백10만명이며 증권하는 사람이 5백만명에 달한다고 하며 골프인구도 3백만명에 달할 정도로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전국의 농민 수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증권천하지대본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의 주택현황을 보면 전체의 28%인 60만호만이 단독주택이며 72%가 공동주택인데 이중 아파트가 71%(전체의 48%)인 1백1만호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민의 대부분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으며 이중에서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이 아마 증권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전국의 농민과 증권하는 사람들의 경제수준의 격차는 구체적인 통계가 필요없을 정도로 심할 것이다. 다시말하면 증권하는 사람들의 경제적 수준이 월등히 높을 것이며 사회적인 지위나 정치적인 영향력도 농민에 비하여 아주 높고 클 것이다. 따라서 신문이나 TV뉴스 중에서 증권과 부동산시장에 관한 뉴스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정부의 경제정책도 다른 것보다는 증권과 아파트에 대한 정책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감을 주고 있다. 특히 주가가 올라가면 경제가 좋아지고 떨어지면 경제가 나빠지는 것으로 쉽게 생각하여 여기에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런데 실은 정부정책과 주가가 따로따로 움직이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달 김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각종 경제지표를 동원하여 금년도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하였으며 경제부총리 역시 보다 구체적인 자료로 금년도 경제가 크게 좋아질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일국의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구체적인 수치로 금년도 경제를 낙관적으로 내다보았다면 그 다음날 주가가 크게 올라가는 것이 아마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날 우리의 주가가 25포인트라는 큰 폭으로 폭락했다는 사실이 한국경제의 오늘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주가가 경제가 좋아졌다고 해서 바로 올라가고 나빠졌다고 해서 곧바로 내려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우리의 주가동향은 한국적인 상황보다는 미국적인 현상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다시말하면 미국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실시하며 특히 미국중앙은행 총재격인 그린스펀이 무슨 말을 했느냐에 따라 우리의 주가가 좌우되고 있는 감을 주고 있다. 특히 미국증권시장의 다우존스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이제 한국경제가 미국을 향한 천수답경제로 변해가고 있다. 심지어 정치문제와 남북통일문제까지도 미국대동령의 말 한마디가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주변국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옛날에는 농토가 대부분 천수답이었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으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겨우 하늘을 쳐다보며 기우제나 지내고 비를 기다리는 정도였다. 바로 최근의 한국경제는 옛날 하늘만 바라보던 천수답과 같이 이제는 그 대상이 하늘이 아니라 미국으로 바뀌고 있는 한심한 처지가 되어가고 있다. 국내경제의 동향이나 정부의 경제정책의 내용과 효과보다는 미국의 경제동향과 미국기업의 경영실적 그리고 미국정부의 경제정책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우리의 증권시장이 춤을 추고 있다. 따라서 주가가 올라가 증권하는 사람들이 큰 돈을 벌었다고 곧바로 한국경제가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그 반대현상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물론 주가가 올라가 투자가들이 돈을 버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그 증권시장의 절반정도가 외국자본이라고 하기 때문에 증권시장이 자본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느냐도 문제이다. 주가와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부터 시작된 2002년은 실은 우리에게 21세기의 새로운 좌표와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맞이하여 정권적차원이 아닌 국민적차원에서 국가의 정체성(identity)을 확립해야 할 때이다. 대외적으로는 세계적행사인 월드컵축구대회와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국력을 과시해야 할 한해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민주시민의식을 발휘하여 정치발전을 이룩하고 문화시민의식을 발휘하여 월드컵대회를 잘 치루어 냄으로써 국운상승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를 먼저 활성화시키고 그 결과로서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을 살리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불로소득자가 큰소리치는 사회가 아니라 매일매일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세금을 내며 착실하게 국민건강보험료를 내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손해를보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복지사회를 만드는데 경제정책의 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다. 결국 21세기는 증권천하지대본의 시대가 아니라 국민천하지대본의 시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