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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뉴욕지점을 방문하여 일정을 살펴보니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방문일정이 잡혀있어 뭐하는 곳이냐고 물었더니 작년 9월 11일 비행기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를 일러 그라운드 제로라고 부른단다. 아프카니스탄 고산지대의 동굴에 은신한 알 카에다 테러조직의 대부 빈 라덴의 사주로 이루어진 인류역사상 최대규모의 테러로 기록된 이사건 현장은 지금 관광지로 변했다. 사건현장은 바리케이드로 봉쇄하여 경찰과 소방관의 경비하에 현재도 굴착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장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시당국에서는 아예 입장권을 팔고 있으며 그것도 오전 일찍 매진 되어버린단다. 우리 일행은 현장 맞은편에 위치한 뉴욕은행의 주선으로 동은행 49층에 있는 스카이라운지에서 현장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사건현장은 한마디로 허무했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위용을 자랑한던 쌍둥이 빌딩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폐허가 된 공간에는 지하 5층 높이쯤이나 되는 듯 한 표고에서 굴착기들이 쉴새없이 발굴작업을 하고 있었다. 건물의 잔해나 철골더미 같은 것은 이미 예전에 걷어내버린 듯 사건현장은 마치 건물을 짓기 위해 지하공사를 하고 있는 건설현장과 같았다. |
다만 건설현장과 다른점이 있다면 현장주위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과 소방관이 지키고 있으며 바리케이드 주변을 구경꾼들이 꽉 메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가 이곳에 세계 최고의 두 빌딩이 서 있었다고 할 것인가? 망연히 현장을 바라보며 이곳에서 희생당한 많은 시민과 불쌍한 소방관 들을 위해 합장해 기도했다. 이 사건으로 인한 정치, 경제적인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우선 확인된 사망자만도 7800명에 이른다. 물론 인명피해 확인은 온전한 시체를 확인해서가 아니라 DNA 검사등을 통한 확인이 대부분이다. 아직 1800명이 행방불명이다. 바리케이드 한구석에는 게시판이 만들어져 있다. 게시판에 붙혀진 희생당한 많은 사람들의 사진과 그리운 사연을 적은 편지들을 가슴이 뭉클하였다. 그리운 아들과 딸, 아빠와 엄마, 애인을 잃어버린 가족들의 슬픔이 어떠했을까, 매일 이곳으로 출근해 자식의 사진을 목에걸고 혹시 이사람을 본사람이 있느냐고 실성히 해메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가하면 이 사건 전에 행방불명이던 동생을 이때 사망했다고 주장해 보상금과 보험금을 노리던 가족들이 체포된 일도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한 재산손실은 약 600억불(78조원)로 추산되며 5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건물잔해를 치우는데만 1년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고 이 비용만도 400-600억불이 소요되며 무역센타와 인근 빌딩들로 연결된 통신케이블등 기술 인프라시설 비용만도 약 32억불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실로 천문학적인 숫자의 피해다. 이 사건으로인해 뉴욕증시가 연속 4일간은 폐장했다. 이 기간은 1929년 대공황때 이후 가장 긴 연속 폐장 기록이다. 뉴욕시 당국은 아직 재건을 위한 마스터 프랜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다시 이장소에 세계 최고의 빌딩을 다시 짓지는 않을것이며 40층 정도의 아담한 건물과 추모시설을 건설할 것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은행 49층 스카이라운지에서 내려다보니 멀리 허드슨 강과 대서양이 만나는 곳에 자유의 여신상이 그날의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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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브로드웨이에 있는 포드센타에서 성황리에 공연중인 뮤지컬 42번가를 보러갔다. 멘하탄의 저녁은 언제봐도 아름답다. 높이 솟은 마천루와 곧게 뻗은 거리들 사이로 희황 찬란한 네온이 반짝이며 거리는 세계각국에서 모여든 관광객과 방문자들로 미어진다. 밤거리의 어느 한 구석에도 그라운드 제로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워싱턴 DC가 미국의 수도라면 뉴욕은 세계의 수도라고.... 공연시간이 30분이나 남았는데도 극장은 이미 만원이다. 1920년대 공황이후 침울해 있던 미국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패기를 불러일으키게 해준 뮤지컬로 유명한 42번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뮤지컬의 대명사처럼 히트를 치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뮤지컬의 특징은 발로 스탭을 밟으면서 경쾌한 소리를 내며 추는 탭 댄스로서 유명하기 때문에 대화내용을 잘 못 알아들어도 줄거리만 미리 알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이제 이 재미있는 뮤지컬의 내용을 살펴보자.
제 1 막 장면1 : 뉴욕 42번가 극장 뮤지컬 42번가의 첫 장면은 대규모 오디션이 열리고 있는 무대의 뒷편이다. 수십명의 탭댄서들이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preety lady)배역을 얻기 위한 오디션에 열중하고 있다. 프리티 레이디는 브로드웨이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는 연출가 쥴리안 마쉬(Julian Marsh)의 최근 작품이다. 대공항에 의해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쥴리안은 이번 공연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코러스 멤버의 선발과정이 시작되자 페기 소여(Peggy Sawyer)가 무대에 오른다. 펜실베니아의 알렌타운이라는 시에서 방금 도착한 신인 여배우 페기는 이 오디션에 참가할 용기를 돋우느라 한참 동안 시간을 보냈으며 그 동안 오디션을 갈망해왔다. 프리티 레이디의 주연인 빌리 로러(Billy Lawlor)는 페기에게 안무가인 앤디(Andy) 앞에서 노래를 불러보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연출가 쥴리안이 방금 전에 도착해서 앤디는 페기의 노래를 충분히 들어 볼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오디션을 치르지 못한 페기는 서둘러 달려 나가다 쥴리안과 부딪치고 지갑을 떨어뜨린 채 나간다. 한편 프리티 레이디의 작가인 버트(Bert)와 메기(Maggie)는 쥴리안과 함께 이 쇼의 흥행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쥴리안은 월스트리트의 주가 폭락에 큰 손해를 보았기 때문에 프리티 레이디가 반드시 흥행에 성공하길 원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여주인공인 도로시 브록(Dorothy Brock)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녀는 이미 스타로서의 명성을 잃은 배우지만 그녀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면 10만불을 투자하겠다는 에브너 딜런(Abner Dillon)과 사귀고 있는 중이다. 도로시와 에브너가 극장에 도착하자 쥴리안은 도로시에게 노래를 불러 보라고 요청한다. 오디션을 받는 듯한 불쾌한 느낌에 화가난 도로시는 공연에 참여하지도 않고 에브너의 투자 약속도 철회 할 것이라고 위협한다. 그러자 버트와 메기가 나서서 그녀를 달래며 단지 키 조정을 위한 것이니 한번 불러 보라고 설득한다.
장면 2 : 집시 티 케틀 레스토랑 무대 뒷편에서는 빌리와 도로시가 사랑의 장면을 연습하고 있었다. 질투를 느낀 애브너는 키스 대신에 악수를 하라고 요구하는 등 공연히 끼어든다. 너무나 오랜만에 점심식사를 해본 페기는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지고 도로시의 분장실로 옮겨진다. 한참 후에 깨어난 페기는 분장실에서 우연히 팻 드닝(Pat Denning)을 만난다. 그는 이전에 도로시와 함께 공연한 파트너이자 도로시의 연인이었다. 팻은 몸이 불편한 페기에게 친절을 베푸는데 분장실로 들어온 도로시가 그런 팻을 오해한다. 화가 난 도로시는 비명을 지르고 비명을 들은 쥴리안은 도로시가 애브너 몰래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만약 그런 사실을 애브너가 알게 되면 10만불 투자 약속을 철회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쥴리안은 도로시에게 팻을 제거하라고 요구한다. 도로시가 거절하자 쥴리안은 갱을 고용한다. 갱은 팻을 살해하는 대신 멀리 떠나라고 협박한다. 그리하여 팻은 필라델피아로 떠나게 되고 도로시에게 그 소식을 전한다.
장면 3 : 42번가 극장 무대 뒷편에서는 빌리와 도로시가 사랑의 장면을 연습하고 있었다. 질투를 느낀 애브너는 키스 대신에 악수를 하라고 요구하는 등 공연히 끼어든다. 너무나 오랜만에 점심식사를 해본 페기는 현기증을 느끼고 그래서 도로시의 분장실로 옮겨진다.
장면 4 : 도로시의 분장실 분장실에서 페기는 우연히 팻 드닝을 만난다. 그는 이전에 도로시와 함께 공연한 파트너이자 도로시의 연인이었다. 팻은 몸이 불편한 페기에게 친절을 베푸는데 분장실로 들어온 도로시가 애브너 몰래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일로 해서 애브너가 10만불 투자 약속을 철회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빠져든 것이다. 그래서 쥴리안은 도로시에게 팻을 제거하라고 요구한다. 도로시가 거절하자 쥴리안은 갱을 고용한다. 갱은 팻을 살해하는 대신 멀리 떠나라고 협박한다. 그리하여 팻은 필라델피아로 떠난다.
장면 5 : 42번가 극장 앞 꿈에도 그리던 아틀랜타 시티에서의 시연이 취소되고 공연단은 어쩔 수 없이 필라델피아로 이동한다.
장면 6 : 필라델피아 아치가 극장 리허설이 시작되고 쥴리안은 리허설 장면에 만족한다. 팻의 소식을 알게 된 도로시는 연락을 할 수 없자, 우울하여 단원 파티에서 만취 될 정도로 술을 마신다. 그녀는 점점 애브너에 대한 애정을 지워 버리게 된다. 그러자 애브너는 단원들이 자신에게 그 경위를 정확히 설명할 때까지 공연은 열리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한다.
장면 7 : 도로시 호텔방 팻과 도로시는 재회하지만 그 사실을 눈치챈 쥴리안은 갱을 다시 고용하여 팻을 제거하려 한다. 이를 안 페기는 팻에게 위험을 알리려 하는데 도로시는 또다시 페기를 오해한다.
장면 8 : 필리델피아 아치가 극장 공연 개막식 프리티 레이디의 화려한 막이 오르나 춤을 추며 등장하던 도로시가 사고로 쓰러진다. 42번가의 1막에서 쥴리안은 페기가 도로시의 사고를 유발했다고 믿고 그녀를 그 자리에서 해고한다. 그는 관객들에게 프리티 레이디의 공연이 취소되었고 입장료는 반환될 것이라고 말한다.
제 2 막 장면 1 : 아치가 극장 회랑 배의들의 모습이 각방에서 교대로 나타나 노래를 부르면서 다이나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장면 2 : 아치가 극장 분장실 2막이 시작되면 의사가 도로시의 발목을 진단하고 부러졌다고 말한다. 그러자 쥴리안은 프리티 레이디의 공연을 취소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출연진들은 분장실에서 공연을 취소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장면 3 : 필라델피아 기차역 단원들이 슬픔에 빠졌을 때 합창단 여단원 애니는 도로시의 배역을 페기로 대체하자고 제의한다. 단원 모두가 그 제의에 동의하고 쥴리안에게 알렌타운 행 기차가 떠나기 전에 페기를 붙잡아야 한다고 설득한다. 쥴리안은 페기에게 간청하지만 페기의 반응은 완강하다. 그러자 쥴리안은 페기가 품고 있는 스타로서의 꿈을 자극한는 노래를 부르면서 그녀를 설득한다. 페기는 고민 끝에 공연단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고쳐 먹는다.
장면 4 : 페기의 분장실 이제 공연을 구하는 막중한 임무가 페기의 몫이 되었다. 그녀는 36시간 내에 6곡의 노래와 10종류의 춤을 익혀야 했다. 짧은 시간내에 완벽하게 익힌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었기 때문에 페기는 적지않은 압박감에 시달렸다. 막이 오르기 전에 발에 깁스를 한 도로시가 페기의 분장실로 방문한다. 도로시는 자신이 이제 무대를 떠났으며 팻과 결혼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페기가 충분히 프리티 레이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졌다며 용기를 불어 넣어 주면서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할 것을 기원하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 잡는 법도 가르쳐준다.
장면 5 : 42번가 극장 다시 한번 프리티 레이디의 막이 오른다. 페기는 자신이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지만 쥴리안이 그녀를 다독거리고 응원한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그리하여 이제 페기는 하룻밤 사이에 스타가 된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 페기는 리츠 호텔에서 개최된 화련한 댄스 파티 대신에 단원들의 소박한 파티에 참석하며 쥴리안도 그 자리에 초대한다. 쥴리안은 이제야 페기가 커다란 승리와 행운을 가져올 여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막이 내리고 출연진 모두가 나와 경쾌한 탭댄스를 추며 인사하고 관중들은 박수로 열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