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정보(주) 대표이사/강석인 동경에서 남쪽으로 가와사끼(川崎)와 요꼬하마(橫兵)를 지나 카마쿠라(鎌倉)를 지나면,사가미(相模灣)만이 나오면서 검푸른 태평양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남쪽으로 길게 뻗은 반도를 伊豆半島(이즈한또)라 한다. 이즈한또는 지리상 수도 동경에서 가깝고, 후지산(富士山) 남단에 위치하면서 일본제일의 관광지인 하꼬네(箱根) 아래편에 위치해 일년낸내 기후가 좋고 아따미 등 온천 휴양지가 많아 옛날부터 후지하꼬네이즈(富士箱根伊豆) 국립공원으로 지정되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
동경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반 남짓 거리에 위치한 아따미(熱海)는 온천관광지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곳이다. 사가미만을 끼고 활모양으로 들어간 계곡에 아담히 들어서 있는 아따미는 일본에서 해외여행이 보편화 되지 않았던 60년대만 해도 신혼여행지로 가장 인기 있는 곳이었다. 요즘 워낙 좋은 온천이 많이 개발되어 예전 같지는 못하나 아직도 온천하면 아따미를 연상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시에서는 보다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성인 박물관, 미술관, 인형 박물관 같은 볼거리도 만들어 놓았으나, 내용물은 그리 볼만한것이 못된다. |
아따미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40여분 가면, 이또우(伊東市)시를 지나 가와나(川奈) 라는 조그만한 마을이 나온다. 이곳은 시골 마을이지만 세계적으로도 알려진 가와나 골프리조트가 있어 유명하다. 리조트 안에있는 가와나 호텔은 1936년 개업이래 따뜻한 기온과 맑은 공기, 해변가의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사계절 귀빈들로 붐빈다. 이 호텔을 다녀간 귀빈들 리스트를 보면 1954년에 마리린몬로가 야구선수이던 그의 남편 죠 디마지오와 신혼여행을 다녀갔고, 1965년 말레이지아 국왕내외가 묶었으며, 1966년에는 황태자 전하비, 1970년에는 독일연방 키징거 수상내외, 1971년에는 천황폐하와 황후, 1979년에는 후꾸다 수상내외, 1981년에는 오히라 수상내외와 스웨덴 구스타프 국왕내외, 1986년에는 말레이 국왕 이스칸달내외, 평성(平成:헤이세이) 10년에 러시아 대통령내외등 이루 헤아릴수도 없이 많은 요인들이 묵고 간 것을 보면 대충 그 면모를 짐작할수 있을 것이다. 가와나 골프장의 특징은 반드시 이호텔에 투숙을 해야만 예약이 되는데, 내가 들렀던 비수기(12월1일 3월31일)인 2월달에는 1실 2인 숙박에 조식, 점심 포함한 한라운드 비용이 1인당 5만엔이니, 일본물가에 비해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동경에서 신깐센을 이용하면 80분 거리이니 주말에 다녀올만 하다. 가와나 칸츄리크럽은 36홀인데 후지산(富士)을 바라보고 치는 후지코스와 오오시마(大島)섬을 바라보고 치는 오오시마 코스가 있는데 1박 2일로 두코스 다 돌아볼 필요가 있다. 2월 날씨인데도 가와나엔 이미 봄이 와 있었다. 매화며 벚꽃이 이미 만개해 북쪽지방에서 온 사람의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
첫날에는 오오시마 코스를 돌았는데 케디 아주머니 왈 자기는 케디경력이 14년인데 이 골프장에는 케디경력 40년에 60이 넘은 고참 할머니가 더러 있어 자기는 아직 시로오또(초보)란다. 5-6년 만되면 고참행세 하려는 우리네와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운동이 끝나고 멀지 않은곳에 대중탕인 고엔탕(高原湯)을 찾아갔다. 입장료가 고작 9백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상단, 중단 , 하단의 노천탕을 제대로 갖춘 온촌이었다. 숲속에 일본식 정원을 꾸미고, 그속에 만든 노천탕은 수온도 높았을 뿐더러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다음 시원한 바람을 쐬는 맛은 무엇에 비할가!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가셨다. 일본사람들은 이런 대중탕에 온가족이 도시락을 싸갖고 와서 몇번이고 목욕을 즐기다 간다. 가족들이 모여서 지참한 도시락을 먹는 다다미조 식당이 따로 있다. 목욕후 바닷가에 위치한 시골 식당에 들려 무나자께(無名酒)에다 이지방에서만 잡힌다는 생선회를 곁들여 먹으니 기분이 절로 난다. 시골이라 그런지 저녁 아홉시가 되니 손님이 우리밖에 없다. 이튿날,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해가 이미 바다에서 일미터나 떠 올라와 있지 않는가! 날씨가 너무 화창해 일출장면의 사진을 찍을 기회를 놓치고 잠자리에서 머뭇거린 시간이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그날은 후지코스를 라운딩 했는데, 후지산이 구름속 멀리서 계속 우리를 따라온다. 인상적인 홀은 등대를 바라보고 치는 홀인데 파란 바다 가운데 하얀등대를 표적삼아 치는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이날은 하꼬네에 들려 하룻밤 묵으면서 온천을 하기로 했는데 하꼬네 가는길에 이또역 앞 소바집에 들려 모밀국수로 늦은 점심을 떼웠다. 가와나에서 하꼬네까지는 차로 두시간 거리인데 하꼬네가 해발 1000미터가 넘는 만큼 계속 산으로 올라가는 지형이었다. |
 |
하꼬네에서는 오래전부터 묶고 싶었던 일본식 고급여관인 칸포로(冠峰樓)에 묵기로 했다. 칸포로 가는길에 하꼬네 세끼쇼(關所:옛날 세관 겸 검문소)에 들려 보았다. 아직 본래의 원형을 복원중에 있었지만 전시물을 통해 옛모습을 떠올려 볼수 있었다. 하꼬네의 세끼쇼는 에도시대인 1619년에 설치되었다지만 실지로는 그이전에 이미 있었다는게 정설이다. 에도막부(江戶莫部)는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다이묘 부인들을 인질로 에도에 거주시켰기 때문에, 부인들이 몰래 에도에서 빠져나가는 것(데온나, 出女)과 총포 등 무기류가에도에 반입되는 것을 단속하기 위해 세끼쇼를 설치했다. 세끼쇼에는 책임자와 보조 등 20여명이서 근무했으며 여성을 단속하기 위해 히또미온나(人見女)라는 여성직원도 있었다. 자료관에는 통행증을 비롯해 고대 그림과 지도, 당시의 근무일지, 투구와 갑옷, 칼, 범인체포용 창,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근무일지는 어찌나 자세한지 며칠날 세일론에서 코끼리 한마리가 들어 왔는데, 그 키와 모양까지 자세히 기술하고 그림까지 그려놓은게 참으로 신기할 정도였다. 깐포로는 객실이 19실인 그리 크지 않았으나, 일본식 연못까지 갖춘 품위있고 정갈하기 그지 없는 절간 같이 조용한 곳이었다. 예약된 방에 좌정하자 여직원(조바)이 와서 무릎을 꿇고 인사하며 저녁 주문을 받는다. 다다미 일본식 방은 거실과 침실 두개로 구분되있는데, 연못가 별실엔 서양식 응접세트까지 갖춘 고급스럽기 그지없는 방이다. 저녁은 셍선회를 비롯하여 10가지 코스의 정찬이 나오는데, 음식 하나하나가 맛과 모양을 겸비한 예술이다. 예를 들어 젓가락 걸이 하나도 나무나 사기가 아닌 북숭아 꽃망울이 맺힌 가지를 잘라놓았으며, 음식속에 이름모를 봄꽃 장식이 많이 들어 있어 먹어도 되는지보다, 꽃 감상에 시정(討情)이 나올판이다. 식사후 노천탕에 나가 목욕을 했는데, 이집에 들어오는 유황온천물은 하꼬네에서 유명관광지인 오와쿠다니(大湧谷)의 유황물을 끌어다 쓴다니 물이 귀하기가 그지없고 유황냄새가 코를 찔렀으며, 노천탕 바닥에 희뿌연 유황가루가 밀가루 반죽처럼 발에 밟힌다. 뜨거운 유황천에 몸을 담그고 하늘을 쳐다보니, 어두운 밤하늘에 구름이 달을 가렸다,지웠다 하며 비껴간다. 이튿날 여관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떠나는데, 시중들던 아주머니와 예쁜 경리여직원이 허리가 90도가 되게 인사를 하며, 사요나라를 외친다. 차가 저만치 지나가 뒤돌아 보니 두여자는 아직도 허리를 굽히고 있다. 사요나라. 가와나… 사요나라. 하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