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 국 회 의 원/김 근 태 한 국가의 선진 척도를 구성하는 지표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국가부패지수와 뇌물공여지수를 들 수 있습니다. 이는 그 사회의 건강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투명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으며, 신뢰의 토대가 되는 깨끗하고 공정한 경쟁이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는 가를 입증해주는 것입니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국제투명성기구(TI)가 조사 발표한 우리 기업들의 2002 뇌물공여지수는 21개 조사대상국중에서 최하위권인 18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99년 조사대상국 19개국중 18위를 차지한데 이어 여전히 심각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국가부패지수(CPI)는 91개 대상국가중 42위를 차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이것은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뇌물이 통하는 부패한 나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참담하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인식의 실상은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우리나라는 부패한 나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 모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5월 15-16일, 부패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부패수준에 대해 42.1%가 매우 부패, 29.1%가 부패, 22.9%가 다소 부패라고 응답해 응답자의 94.1%가 부패하다는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 동안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제를 비롯한 우리 사회 각 부문의 투명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와 개혁작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었지만 아직도 국내외의 신뢰를 획득하기에는 매우 미흡한 현실을 드러낸 것입니다. 매우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가운데 한 단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를 모아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부정부패 극복과 투명한 사회 실현을 위하여 저는 지난 3월초 이른바 정치자금에 대해 양심고백을 했습니다. 민주당 대선후보 국민경선에 나선 후보의 입장에서 다가올 역풍과 희생을 감수하고 결행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극복과 투명한 사회 실현을 위해, 그리고 우리 정치문화를 바로잡겠다는 충정에서 스스로 제 발등을 찍는 고해성사의 심정으로 고백한 것입니다. 이러한 저의 고백은 많은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가 있었지만 실제 당내 경선에서는 혹심한 역풍으로 중도에 후보를 사퇴할 수 밖에 없는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우리는 그 동안 정권이 임기 중반기에 들어서면 온갖 부정부패 게이트들이 난무하는 것을 목도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항간의 소문으로 떠돌다가 임기 후반기가 되면 줄줄이 소환되고 사법처리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부정부패 게이트들이 바로 직접적으로 정치자금과 연결되지는 않지만 정치자금의 투명화를 위한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정부패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사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것이며 그 정치자금이 투명하게 국민 앞에 공개되지 않을 것임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결국 대선 이후에 대선후보 모두가 잠재적 범법자가 되는 것이 오늘의 상황입니다. 그렇게 되면 다음 정권에서도 부패 게이트는 또다시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악순환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국민의 냉소와 불신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며,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은 요원할 것입니다.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제도개혁에 나서야 우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위한 제도 개혁을 이뤄내야 합니다. 정당들과 중앙선관위, 국회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저 김근태의 양심고백 정신을 살려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적 리더십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부패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부패는 청산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이른바 부패 게이트 사건들에 대해서도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돈을 동원하지 못하면 정치적 리더십이 없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 둘은 결코 양립할 수 없습니다. 만일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 정치는 정책과 비전의 리더십이 아니라 돈의 리더십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부담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몫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따라서 제2, 제3의 양심고백이 나올 수 있도록 우리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합니다. 국민들과 더불어 부패하지 않는 나라, 깨끗하고자 노력하는 투명한 나라가 되어야 세계화 시대의 경쟁력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 각 부문이 투명성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고 경쟁력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합시다. 그렇게 될 때 정권 말기마다 반복되는 부정부패 게이트들도 영원히 사라질 것이며, 국제사회에서 정정당당 대한민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