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기 영(鄭基英)/한국회계연구원 원장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며 그 이기심 때문에 시장의 원리가 작동한다고 한다. 즉 내가 좀더 이익을 챙기자는 시장참여자 각각의 생각이 시장을 합리적으로 기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요즘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소위 회계규제이다. 엔론사건이 터진 이후 다음과 같은 회계규제관련 내용들이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있다. 즉, ① 회계처리기준을 공적기관 또는 사적기구 어디가 담당하는 것이 옳은가(미국의 경우 아마도 다시금 엔론 같은 사건이 터지고 회계기준 내용이 문제가 된다면 재무회계기준위원회와 같은 민간기구가 회계기준을 계속 담당하리라고 믿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 ② 회계감사를 자발적인 단체가 스스로 감리하게 하는 것이 타당한가(POB 및 peer review 모두 미국공인회계사회가 책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③ 미국과 같은 자세한 회계처리기준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국제회계기준의 방향은 회계처리의 원칙을 제시하고 필요한 경우 해석 등으로 실무에 필요한 자세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④ 회계감독기구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가 등이 그것이다. 위의 어느 것 하나도 정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쉽게 다수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게 생겨 있지도 않다. 다만, 우리의 경우 최근 회계에 관하여 사회적 인식도가 무척 높아졌고 회계담당자들에 대한 신인도가 두드러지게 좋아졌으며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에 회계정보를 이용하는 경우가 훨씬 증가하고 있음을 본다. 회계가 연구의 대상으로 등장하려면 복식부기가 회계정보제공의 기본체계로 자리잡은 이후여야 하고, 우리나라에도 개성상인에 의한 복식부기가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는 소수학자들의 주장이 존재하지만 과학적 증명은 아직까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어쨌거나 서구문화권에서 복식부기가 13~14세기부터 등장하고 자본주의 발전 특히 산업화시대에 발전의 극치를 이루어 현재에 이르고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외환위기 때문에 우리도 경제의 여러 측면에 외국의 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었고 회계도 그 예외가 아니다. 회계란 기업(또는 조직)의 언어이며 기업이 희소자원을 소비한 결과의 책임을 사회구성원(또는 이해관계자)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가 현재 및 잠재적 투자자이기 때문에 주주의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회계의 일차적 목적으로 정의되고 있다. 기업의 문화는 역사, 전통, 경영자의 철학, 영업방식 등등에 따라 다르다. 기업문화의 차이에 따라 지배구조 및 경영방식이 다를 것이고 따라서 기업의 현상을 설명하는 언어인 회계제도 및 회계처리방식도 당연히 다를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급하게 외국의 제도와 내용을 모방해 온지도 모른다. 또 그럴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서구의 어느 국가는 무형자산 평가를 위한 연구위원회를 구성하고 3년에 걸쳐 연구하여 그 결과를 기초로 기준서를 작성하였으며 향후 3년에 걸쳐 자국의 산업별 수익모델 및 특성을 분석하여 특별히 평가할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라는 보고를 들은 바 있다. 일본은 연결회계준칙을 작성하는데 13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제부터 우리도 우리의 것을 타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제화라는 도전에 대하여 국지화(localization)도 필요하다면 챙겨야 하고 우리의 특성을 내세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업의 경우 지분(총자산에서 총부채를 감한 것)의 장부가치와 발행주식의 시장가치가 차이나는 이유가 무엇인가? 또 기업마다 그 차이가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인적자원을 비롯한 무형자산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다르기 때문이고 이러한 시장의 평가를 공정하게 받을 수 있도록 또한 외국의 투자자나 기관으로부터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의 특성을 과학적으로 정리·공표해야 할 때가 이미 이르러 있다는 점을 우리모두 인식하여야 한다. 회계정보가 단순히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소극적 기능만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기업과 채권의 가치를 평가해 주는 요인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또한 분기 및 반기재무제표와 각종 공시제도를 통하여 적시성 있게 이용자에게 전달됨으로써 가치창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