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공동대표 이종훈
과거 50여년 사이에 한국경제는 농업자본주의에서 산업자본주의로 그리고 다시 금융자본주의에서 증권자본주의의 형태로 탈바꿈하여 이제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자본주의와 그 흐름을 같이 하는 세계화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30~40년전만해도 돈이라고 해야 전국민이 먹고사는 생활자급과 이를 만들어 내는 생산자금이 전부였으며 국민 모두가 여유자금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경제개발에 의하여 산업사회가 등장하면서 차관과 인플레속에서 엄청난 규모의 산업자본이 축적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자금은 다시 국민들의 직접적인 생활과 생산과는 관계없는 여유자본으로서의 금융자본으로 쌓이기 시작하였으며 인플레속에서도 금리가 올라가 여기에 산업자본이 종속되어 가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가 나타났다. 그런데 단기간내에 고도성장을 지속해온 한국경제의 발전과정에서 직접금융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자본자유화가 진행되면서 증권시장이 활성화되었고 코스닥(KOSDAQ)시장도 급부상하였다. 이에 따라 엄청난 규모의 중권자본이 형성되어 한국경제는 짧은 역사속에서도 증권천하지대본의 고도자본주의 체제로 변해가고 있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시중의 총통화량이 무려 1,048조원으로써 GDP 2배에 달할 정도의 돈풍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농민수가 이제는 전체인구의 8.6%(402만명)에 그치고 있으며 작년도 전체 쌀생산량이 3,822만섬으로서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정도에 달했다고 하나 그 가격은 10조6천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삼성그룹 63개 계열사중의 한 기업인 삼성전자의 금년도 6개월간 매출액이 10조5천억원에 달한 것과 비교할 때 그야말로 이제는 농자천하지소본이 되고 말았다. 한편 최근 증권자본주의시대를 맞이하여 수 조원의 외국자본이 몰려오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도 전국 농민수보다도 많은 500만 이상이 증권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의 경제정책도 그 초점을 증권시장에 맞추고 있는 감을 주고 있으며 신문지면의 경제기사를 보면 대부분 증권시장에 관한 것으로써 이제 바야흐로 한국경제는 증권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는 감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우리는 월드컵 한일공동주최를 통해서 4강진출이라는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여 국운상승의 21세기를 개막하게 되었다. 축구실력이 유럽수준이 되었다는 것보다도 공동개최국인 일본을 모든 면에서 능가했다는 세계적인 평가가 곧 새로운 신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한일공동개최에서 운영과 시설 그리고 국민적관심과 질서 또한 경제적효과 등 모든 면에서 선진국인 일본보다 못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오히려 우리가 우수했다는 평가는 한국을 일류국가로 인식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는 월드컵 개최를 통해 무려 26조원이라고 하는 엄청난 경제적인 효과를 이룩했다고 한다. 그런데 4강에 진출한 그 날 하루동안 미국 주가의 폭락에 영향을 받아 우리 주가도 폭락하여 무려 26조7천억원이라는 국부의 손실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 우리의 증권시장은 미국 대기업의 회계부정에 의한 미국식 증권자본주의 위기의 영향을 받아 폭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또 한편에서는 원화가치가 폭등하여 수출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미국식 증권자본주의를 철저히 분석하여 그 위기의 원인이 무엇이며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미국기업과 같은 회계부정이나 미국식 경영방식의 편법과 불법이 없는지 점검하고 이를 사전에 방지하여 주가파동에 의한 경제파동을 미리 차단해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은 대기업의 회계부정이 빈발하면서 드디어 부시 미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표하기에 이르러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미국기업을 주주주권의 기업이라고 한다면 일본기업은 종업원주권의 기업이라고 구별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기업은 어떠한가. 아마 사장주권의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자본주의역사가 길고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몇몇 개인의 소유에 의한 기업이라기보다는 수많은 주주에 의한 소유형태를 지니고 있다. 반면에 일본기업은 패전과 더불어 미군이 재벌기업을 철저히 해체하였기 때문에 소유와 경영이 잘 분리되었으며 소유형태도 개인보다는 법인소유와 종업원소유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한국기업의 경우는 그 역사가 짧고 아직은 창업자의 소유형태가 대를 이어 남아 있기 때문에 일반주주나 종업원보다는 개인 오너중심의 소유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소유형태의 3국차이가 바로 주주주권과 종업원주권 그리고 사장주권의 기업특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업경영의 목표와 철학도 달리하고 있다. 미국기업은 주주주권의 기업이기 때문에 최고경영자(CEO)가 임명권자인 주주의 배당금이나 주식수입을 올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일본기업은 종업원주권기업이기 때문에 종업원의 복지와 후생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반면에 한국기업은 사장주권기업이기 때문에 자기기업을 키우는데(소유확대)에 경영목표를 두고 있다고 구별할 수 있다. 이같은 기업경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미국기업은 진취적(미래)인 의사결정으로 강한기업을 만드는데 노력하며 일본기업은 현실적(현재)인 의사결정으로 좋은 기업을 만드는데 신경을 쓰고 있는 반면에 한국기업은 주로 보수적(과거)인 의사결정으로 큰 기업을 만드는데 노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IMF체제 이후 한국기업이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미국기업의 형태와 철학과 목표를 닮아가려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 최근 미국의 엔론, 월드컴 등 대기업들이 회계부정을 일으켜 주가와 달러가치를 폭락시키면서 그 파장을 세계로 확산시키고 있다. 이를 감시해야 할 앤더슨 등 세계적인 회계법인이 이를 조장하고 여기에 매킨지 등 세계적인 경영컨설팅회사가 이를 새로운 경영기법인양 호도하고 신용평가회사는 고평가함으로써 미국식주주자본주의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현상을 드러내고 있어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기업의 투명성이야말로 세계의 표준이라고 이를 각국에 강요했던 미국이 오히려 부정의 장본인이 되었다. 부정한 회계방법을 동원하여 엄청난 매출과 이익을 과대포장한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한마디로 주주주권이라는 미국기업의 태생적인 한계에서 비롯되었으며 여기에 최고경영자의 연봉이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이라는 미국식자본주의 방식으로 책정되어 회계부정을 부채질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미국대기업의 최고경영자 연봉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수백억원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연봉이 스톡옵션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장기적인 발전보다는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며 공격적인 기업인수합병(M&A)으로 투자를 합리화하는 등 임명권자인 주주와 자기의 이익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가만을 끌어 올리는데 경영목표를 두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도 최고경영자의 연봉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기업들이 속출하여 봉급생활자를 놀라게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스톡옵션과 연결된 결과인 것이다. 이제 한국기업도 미국과 같이 좋은 기업보다는 크고 강한 기업을 목표로 주가를 끌어 올리는데 역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기업의 이익을 조작하거나 애널리스트(투자분석가)와 부로커(영업직원)의 편법매매나 선행매매 등 불법으로 증권시장을 교란시킬 우려가 없지 않다. 이제는 정부의 경제정책마저도 주가에 초점을 맞추는 증권천하지대본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결국 미국의 회계부정사건은 대기업과 회계법인과 경영컨설트회사가 조직적으로 합작하여 주가를 끌어올린 불법사건이다. 그 회계부정이 속속 밝혀지면서 기업이 망하고 주가와 달러가치가 폭락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미국발 세계경제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의 주가와 환율도 매일 떨어져 수출을 어렵게 함으로써 하반기의 경제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