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 容 秀
|
행복의 조건 나는 늘 봄볕과 같은 마음으로 꽃밭을 가꾸고 싶지마는 저 실바람처럼은 사랑을 보듬어 낼 수가 없습니다. 나는 늘 새순과 같은 마음으로 싱싱하게 살아가고 싶지마는 저 삼나무처럼은 꼿꼿하게 서 있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늘 이슬과 같은 마음으로 여자를 사랑하고 싶지마는 저 아침했살처럼은 숨결을 고이 다스릴 수가 없습니다. 아, 아직은 아직은 무엇을 자꾸자꾸 하고 싶을 뿐 실바람처럼도 삼나무처럼도 아침햇살처럼도 나는 그 무엇도 될 수가 없습니다. |
|
|
행목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누구나 그것을 얻고자 애쓰고 또 그렇게 살기를 원한다. 사전에서 보면 ‘행복’이란 “흐뭇하도록 만족하여 부족이나 불만이 없음,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풀이되어 있다. 그렇다. 행복이란 흐뭇하고, 만족하고, 부족하지 않고, 불만이 없는 것이다. 사랑에서도 그렇고, 돈에서도 그렇고, 세상살이에서 흐뭇하고 만족스럽고 부족함이나 불만이 없을 때 그 사람을, 그 가정을 행복하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행복을 찾아 일터로 나선다. 일터가 사업경영이든 월급쟁이든 그야 제 처지에 따라 선택하게 되겠지만, 그 일이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었을 때 거기에서 삶의 기쁨과 보람을 마음껏 누릴 것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 일에 애착과 긍지를 느끼지 못하여 삶의 생기를 잃게 되고, 돈 몇 푼을 더 받자고 더 받자고 일터를 옮기곤 한다. 그렇듯 일터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요 또한 생활수단이다. 그러나 그 자체만으로 우리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 일터가 생계를 위한 방편이요 삶의 소재라면 거기엔 반드시 정신적 건강이 뒤따라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일터에서 하는 그 일을 통해서 상대와 아른다운 인간관계를 이루어 자신의 정신 또한 알차게 가꿔야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침묵의 지혜가 필요하다. “입에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이 지혜로 바뀐다”는 불교 경전의 가르침이 그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도 경우에 따라선 참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말이 헤프면 그 말의 의미나 무게가 여물지 않는다는 말이다. 특히 우리 인간은 강물처럼 흐르는 존재이며 늘 변하면서 살아간다. 오늘 날처럼 수많은 정보와 지식의 홍수 속에서 날마다 똑같은 ‘나’일 수는 없잖은가. 그러니 정보도 지식도 가려서 받아들이고, 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어제보다 오늘이 낫고, 내일은 오늘보다 변화된 ‘나’를 발견할 수 있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것들이 곧 정신적 건강이라 할 것이다. 그러니 행복이란 내 자신의 마음 속에 있다. 삶의 부피가 아니라 질(質)이다. 풍부한 소유가 아니라 풍성한 존재인 것이다. 속을 꽉 채우기 보다는 속을 비울 줄 아는 것이다. 빈 속에서만이 영혼의 메아리가 울려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행복의 조건은 내 안에서 찾아지는 것이다. 그러자면 항상 내 안을 살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이 될 것인가 하고 자신을 늘 되살펴야 한다. 집안에서 살림을 하든 일터에 나가 일을 하든 큰 것을 바라고 욕심낼 때는 정신이 이미 병들어 있게된다. 정신이 병들어 버리면 아무리 참선하고 염불해도 삶의 가치를 되찾지 못한다. 행복은 늘 내안에, 내곁에 있다. 소유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사들이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 자꾸만 물러서 보라. 그러면 그 소유하고 싶은 것이, 사들이고 싶은 물건이 내게 꼭 필요한 것인지, 없어도 그만인것인지 물러선 시간 동안에 판단이 선다. 그게 곧 행복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