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容秀 사랑, 참 흔한 말이다. 그러나 잘 짚어보면 가장 소중한 것 또한 사랑이다. 사랑을 우리말 사전에서는, ① 아끼고 위하며 한없이 베푸는 일 또는 그 마음, ② 남녀간에 정을 등여 애틋이 그리는 일 또는 그러한 애인, ③ 통정하여 너그럽게 베푸는 일 또는 그 마음, ④ 어떤 사물을 몹시 소중히 여김 또는 그 마음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랑이 우리에게 무엇인가, 또는 나에게는 무엇인가? 내 인생에 있어, 또는 우리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생 동안 이웃에 대해서 위하고 베푸는 마음을 얼마나 가졌으며, 또한 우리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생 동안 이웃에 대해서 위하고 베푸는 마음을 얼마나 가졌으며, 또한 그 따뜻한 마음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깨닫는 일이다. 몇 년 전, 요양차 절에 머무르고 있을 때였다. 거기에 이미 와 있던 한 외국인이 이런 말을 했었다. "한국 사람들은 저만 앞서려고 하여 겸양(謙讓)의 자비심이 부족하다"고. 그리고 그는 또, 시골에서도 가끔 그런 사람들을 만났지만 특히 부산이나 서울의 대도시에서는 사람들의 따뜻한 눈빛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때는 귀넘어 들은 말이었는데, 절에서 나와 보니 사실이 그랬다.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한 단면이다. 아니, 우리 사회의 얼굴이요 바로 내 자신의 얼굴이었구나 하고 뒤늦게 알아졌다. 그렇다. 참으로 옳은 지적이다. 우리들의 친절은 사랑 속에서만 움트고 자란다. 친절도 사랑도 우러나는 것이지 딴데서 얻어지는게 아니다. 우리들 마음속에서만 우러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자비의 베풂은 있기 마련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들 삶이란 교과서나 누구에게서 배워지는게 아니다. 하루 세끼를 때우며 직장에나 갔다오는게 생활의 전부라면 그것은 다만 숨쉬는 것일 뿐이다. 그것은 삶다운 삶이 아니다. 우리들 삶이란 내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순간순간 이해하면서 사랑을 새롭게 펼쳐가는 것이다. 내가 이웃을 즐겁게 해주면 내 자신이 기쁘고, 이웃을 괴롭히면 내 자신이 괴롭다. 그게 참사랑이다. 남녀간의 애틋함만이 사랑이 아니다. 나 아닌 남에게, 가족이든 친구든, 심지어 낯선 사람에게까지 베푸는 일이 곧 자비요 사랑이다. 그러니 누가 시켜서도, 또 누구에게서 배워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오직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이제 사랑이 뭔지 알 듯하지 아니한 가. 사랑을 어려워하지 말자. 지극히 일상적이고, 지극히 작은 마음 씀씀이다. 남남인 이웃에도 너그러워지는 마음, 그게 사랑이다. 낯선 얼굴에 따뜻한 미소를 보내는 것, 그게 사랑이다. 내 마음속을 탁 엎어 넣으면 그렇게 살아갈 수가 있다. 그게 사랑의 길이다. 산을 왜 오르고 싶어지는 가? 산에는 봉우리도 골짜기도 있다. 나무와 바위들, 물, 안개, 구름, 바람, 메아리가 한데 어우러져 산다. 그래서 산은 늘 새롭고 아름답다. 사랑의 길이 탁 트이면 아름다움이 뭔지 이해하게 된다. 아름다움을 이해하게 될 때 그 가슴에 평화를 이룬다. 우리들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이 내 가슴이 평화로워지는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평화로워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더욱 삶다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요즘 세상을 보라. 인륜을 저버리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벌어지는가.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차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진다. 어쩌다 우리가 세상이 어쩌다 이리 되었는가. 흔히들 수도한답시고 수행한답시며 번뇌를 끊는다, 욕망을 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쉬이 끊어지던가. 다만 질적인 변화가 따를 뿐이다. 이를테면 업(業)의 전환이다. 탐욕이 베풂으로 어리석음이 지혜로, 미움이 자비로 전환이었을 뿐이다. 사람들이 바쁘다 바쁘다 하는 새에 임오년(壬午年)이 마감되고 다시 한해를 맞았다. 계미(癸未) 새 아침을 맞이했다. 지나온 길, 살아온 길 새삼 더듬으며 마음 추수르는 정월이다. 나는 가족에 대해서, 이웃에 대해서, 남남에 대해서 따뜻한 마음을 얼마나 지녔던가를 새삼 짚어 볼 일이다. 오늘부터라도 내가 좀더 친절하고 우리서로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