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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인 예로부터 중국 사람들은 항주를 일러 “하늘아래 제일 도시”라 일렀다. 16세기때 마르코폴로가 이곳을 들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자리매김을 한 곳인 만큼 항주는 아직도 그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풍광을 유지하고 있다. 상해에서 항주가는 길 가의 풍경은 온통 들판뿐이다. 뽕나무를 심어 놓은 밭들이며 논 농사가 잘 발달되있다. 주로 논 농사를 하다 보니 자연, 수로시설이 발달되 1평방킬로미터에 평균 수로 길이가 5km나 된다니 짐작 할만하다. 옛 중국 속담에 ‘남선북마’(南船北馬)라고 수로가 이렇게 발달되어 있으니 배를 이용한 교통수단이 자연 발달되었다. 삼국지에 보면 항주를 중심으로한 오나라의 손권이 조조의 군사와 싸울때는 항상 수전에서 유리했다. 오나라가 촉나라의 제갈공명의 지혜를 빌려 대승한 적벽대전도 남방군사들이 수전에능한 까닭이었다. 수로중에도 가장 일찍 발달된 것이 항주·북경간의 170km에 걸친 경항대운하인데 일찍이 수양제때 건설된 것이다. 이는 양자강 (중국 사람들은 장강’이라 부른다) 과 황하와 회하의 3대 강을 연결시키는 만리장성에 버금가는 대 공사이다. 그러고 보면 중국 사람들은 역시 대국다운 스케일이 크다. 상해공항을 빠져 나오는 고속도로에서 보니 자기부상열차가 지나가는데 금방 사라져버린다. 시속 430km로 달린다니 눈 깜짝할 만한 사이에 사라질 법만도 하다. 지금 중국 지도층은 상해-북경간 철도 고속화 공사를 자기부상열차로 해야할지 고속철로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상해 지역이 일찍부터 상업이 발달한데 비해 항주는 문물이 발달해 오나라때부터 남방 문화의 본산이었다. 자연히 항주 사람들은 문화에 대한 긍지가 높으며 깍정스러운 상해 사람들을 하도사람 보듯이 하는 경향이 있다. 주민들의 소득도 농외 소득에다 관광산업이 발달되어 항주쪽이 오히려 상해보다 높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고급승용차인 벤즈와 BMW가 두 도시가 속해 있는 절강성에 4분의 1이 있다는 말을 들어봐도 소득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농촌지역의 주택도 대게 3층 집이 많다. 기온이 높고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습도가 높아서 1층은 주로 주방과 창고로 쓰이고 주거는 2,3층에서 하며 옥탑에는 조상신을 모시는 장소로 꾸몄다. 논 농사는 이모작 이상을 하고 있다. 항주와 서호는 떼어 놓고 생각 할 수 없다. 서호가 있기 때문에 풍광이 수려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항주가 정치와 문물의 중심지가 되었을 것이다. 서호는 한면이 도시요, 나머지 삼면은 산으로 둘러 쌓인 호수다. 호수 면적은 5.6평방 킬로미터로 그리 넓지 않으며 깊이도 1~2미터로 결코 깊지 않다. 그러나 예부터 서호는 중국의 절세미인 서시의 얼굴에 비교할 만큼 산세와 수세와 도시가 한데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와 같은 모양이 예쁘기로 유명하다. 서호의 원래 크기는 지금보다 작았지만 오랜 세월동안 호수를 넓히고 제방을 쌓아 잘 꾸며 왔다. 호수내 길 역할을 하는 소제는 송나라 (1089년)때 소동파가 항주 목사를 할 때 쌓은 뚝이다. 호수 우측을 가로 지르는 2.8km의 길로서 수양버드나무가 우거진 사이에 벤치들이 많이 놓여져 시민의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반대쪽의 백제는 후일 호수를 준설한 흙을 이용해 만들었는데 중간에 아치형 다리가 놓여 있어 이 다리를 단교라고 부른다. 이 다리를 단교라고 부르는 이유는 겨울에 눈이 왔을 때 아치교 위의 볼록 튀어 나온 부분에는 눈이 녹아 마치 다리가 끊어진 것 같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호안에는 여러 개의 작은 섬들이 있다. 섬 높이 38m의 고산(孤山)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으며 섬안에는 중산 공원이 있어 이른 아침이면 항주 시민들이 나와 운동을 하는 곳이다. 또 이곳은 평호추월(平湖秋月)이라 하여 달 구경을 하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거울 같은 수면에 가을달이 비칠 때면 절로 시 한수가 떠오른다 하여 서호 10경의 하나로 꼽는다. 고산에는 절강성 박물관이 있는데 절강성 7천년 역사중 중요문물이 더러 전시되어 있는데 월왕구천이 아들에게 하사해 준 단검이 아직도 날카로운 칼날을 자랑하면서 전시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호수안에 있는 삼담인월(三潭印月) 섬에는 세개의 호수가 있어 달이 떠오르면 세개의 호수에 각기 다른 달이 잠기게 돼 환상적인 경치를 연출한다. 또한 호수를 끼고 많은 고적이 있는데 북송때 건축하였으나 2000년에 재건축한 뢰봉탑은 국태 민안을 빌기 위해 건설한 탑으로 석양을 바라보는 일미가 있는 곳이다. 새로 지은 성황묘에는 수령 700년인 시목 향장 나무가 있다. 시멘트 건조물로 만든 탑 안에는 남송 때의 풍속을 밀납 인형이나 목조각, 자기조각으로 구성하여 관광객의 이해를 돕게 만들었는데 특히, 남송 풍속도에는 1,500가구에 3,500명의 인형을 등장시켜 남송 당시의 도시를 입체감 있게 재현시켜 놓았으며 강택민 국가주석도 이를 극찬한 바 있다 한다. 이밖에도 중국 역사상 유명 인물인 삼성(소무,공자,맹자)을 비롯해 진시황, 손권, 강희제, 건륭제가 변복을 하고 무뢰배를 잡는 장면 등이 연출되어 있다. 강희제는 제위 중 여섯번에 걸쳐 남방 순회를 했는데 항주에는 여섯번 모두 들렸을 만큼 이곳을 아꼈다. 서호 주변에서 꼭 찾아 봐야할 곳 중의 하나는 악비묘이다. 남송때 애국장군인 악비는 금(몽고)나라 침략시 이를 퇴치하는 공을 세운 충신이다. 그러나 진회라는 간신이 황제에게 이르기를 악비가 금나라 군사와 싸움에 이기고 있는 형국에 적국과 화의를 맺었다고 거짓 고변하여 참수를 당하였다. 악비는 죽음에 임박해 심조천일 (心照天日) 하늘이 나의 마음을 안다. 환아하산 (?我河山) 우리땅을 돌려 달라 는 유명한 유언을 남겼다. 박물관에 있는 벽화에 보면 악비의 어머니는 평범한 농부의 아내였으나 악비가 어릴때부터 그를 큰 인물로 키우기 위해 그의 등에 진충보국 (盡忠報國) 이라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네 글자를 새겨 넣었으며 악비는 이후 큰 뜻을 품고 주경야독하여 만고의 충신이 되었다. 악묘는 이후 중국사람들의 애국 수련원이 되었으며 현판도 민족지광(民族之光) 이라하여 항주를 찾는 중국 사람들은 누구나 이곳을 찾는다. 다녀간 주요 인물만도 등소평, 엽검영, 이선념 등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아는 현대 역사의 주인공들이 모두 이곳을 다녀갔다. 항주 관광에서 영은사(靈隱寺) 는 빼 놓을 수 없는 곳이다. 영은사는 1,700여년 역사(326년 동진시대 창건) 를 가진 남방 제일의 사찰이다. 절 입구에 있는 비래봉은 돌로된 산인데 인도에서 날아온 산이라 해서 비래봉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절을 인도에서 온 스님이 지었다는 전설로 보아 그를 기념하기 위한 얘기가 아닌가 본다. 돌산 군데 군데에 경주 남산모양 바위를 깍아서 만든 부처상이 많이 있으며 대웅보전에 모신 석가모니불은 높이가 9미터나 되는 금불상이다. 이 절이 유명한 까닭중의 하나는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이 한때 이절에서 중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이 절 입구에는 사천왕이 네명 모셔져 있는데 네명 모두가 한발을 들고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전설로는 주원장이 어느날 이곳을 청소하고 있는데 사천왕이 편하게 해주기 위해 발을 들어 주었다 한다. 이 절은 한때 3,000여명의 스님이 계셨다 하는데 지금도 계속 절을 중수하고 있어 절 전체를 돌아보는게 간단치 않다. 내가 이곳을 방문한 날은 휴무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농촌지역에서 절구경을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아 절의 유명도를 알 수 있으려니와 불교 인구가 많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전단강변에 있는 육화탑 (六和塔)은 13층에 높이 60m의 위용을 자랑한다. 중심 기단을 석조로 하고 바깥 부분을 목조로 건축한 이탑은 천년전인 970년 창건되었으며 신라시대 황룡사 9층탑도 이런 형식으로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탑 앞에는 소년의 조각상이 있는데 이 소년의 이름이 육화다. 전설에 의하면 전단강에 못된 용이 살아 홍수를 자주 일으켜 피해가 컷는데 육화가 돌로 용을 쳐 잡았다 하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탑을 세웠다 한다. 항주에서 먹거리 명물 중 하나는 동푸어로우 (동파육)이다. 서호변에 있는 루외루 (?外?) 라는 유명한 식당에 가면 누구나 동파육을 시켜 맛을 보는데 옛날 소동파가 만들어 먹었다 해서 동파육이라 부른다. 돼지고기 비계와 살덩어리를 자장 같은 소스에 볶아서 중국식 빵에 발라 먹는데 막상 먹어보니 왜이리 유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향장나무와 호수와 고적이 한데 어우러져 언제 봐도 아름다운 중국 6대 고도중의 하나인 항주는 꼭 가 봐야 할 곳으로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