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한책임회사 등 단체의 주식 양도소득은 한-미 조세조약에 따른 과세면제 대상인가?(대법원 2012두11836, 2014.6.26. 판결)
- Ⅰ. 사실관계의 정리
- Ⅱ. 판결의 요지
- Ⅲ. 평석
케이만 군도에 소재하는 ‘C 유한파트너쉽(Limited Partnership, 이하 ‘C LP’라 한다)’과 미국에 소재하는 ‘A 유한책임회사(Limited Liability Company, 이하 ‘A LLC’라 한다)’는 각각 66.7%와 33.3%의 비율로 공동출자하여 룩셈부르크 법인을 설립하고, 다시 벨기에 법인 K사를 설립하였다. 그 후 K사는 1999.12.21. 국내법인 D사 발행주식 전부를 매입하였고, 2005.7.20.경 D사 주식 전부를 이 사건 원고에게 170억원에 매각하여 양도소득(이하 ‘이 사건 양도소득’이라 한다)을 얻었다. 사안의 투자구조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사안의 투자구조]
대법원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 귀속자가 C LP 및 A LLC라는 원심의 판단에 대해서는 적법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A LLC에 대한 한-미 조세조약의 적용과 관련하여 “한-미 조세조약상 일방 체약국의 ‘거주자’가 얻은 주식의 양도소득은 원천지국에 의한 과세로부터 면제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법(私法)상 외국법인에 해당하는 미국의 어떠한 단체가 우리나라에서 소득을 얻었음에도 미국에서 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경우 그 구성원이 미국에서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범위에서만 한-미 조세조약상 미국의 거주자에 해당하여 조세조약을 적용받을 수 있고, 그 단체가 원천지국인 우리나라에서 얻은 소득 중 그 구성원이 미국의 거주자로 취급되지 아니하는 범위에 대하여는 한-미 조세조약을 적용할 수 없다”라고 판결하였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 귀속자가 A LLC라고 하더라도, 구성원 과세를 선택한 단체로서 미국 세법상 투과과세 단체에 해당하므로, A LLC의 구성원이 미국에서 납세의무를 부담하는지 등을 심리하여 A LLC가 한-미 조세조약상 미국의 거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나 한-미 조세조약의 적용을 받는 범위를 확정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미국법 상 단체 중에는 한국의 국내법으로 규율하기 어려운 형태들이 존재한다. 특히 유한파트너쉽(Limited Partnership)과 유한책임회사(Limited Liability Company)와 같은 경우 단체임이 분명하나, 일반적인 회사와는 세법상 규율이 다르다. 미국세법상 유한파트너쉽과 유한책임회사는 소위 ‘check the box rule’에 따라 단체에 대한 과세와, 구성원 과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즉, 어떠한 단체의 활동으로 얻은 소득에 대하여 단체가 아니라 구성원만이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투과과세단체로 선택이 가능하다. 실제로 미국에서 설립된 유한파트너쉽과 유한책임회사의 대부분은 구성원 과세를 선택하고 있고, 이 사건 A LLC도 구성원 과세를 선택하였다.
외국법인이 한국 법인이 발행한 주식을 양도하여 발생한 소득은 국내원천소득이므로, 한국이 법인세법에 따라 과세할 수 있다. 법인세법은 외국법인의 위와 같은 소득을 국내원천소득으로 규정하고(「법인세법」제93조 9호), 주식 양수인에게 일정한 원천징수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법인세법」제98조 ① 5호). 그러나 미국 거주자가 한국 법인이 발행한 주식을 양도하여 얻은 소득에 대해서는 한-미 조세조약이 법인세법에 우선하여 적용된다. 한-미 조세조약 제16조는 “일방 체약국의 거주자는 고정사업장이 있거나, 부동산 양도소득을 제외한 다른 양도소득에 대하여 타방 체약국에 의한 과세로부터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주식 양도소득의 경우 원천지국(주식 발행 국가)의 과세가 면제되며, 주식 양도인의 거주지국에서만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거주자가 한국에서 주식 양도소득을 얻은 경우 한국의 과세가 면제됨이 원칙이다.
통상 조세조약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인(person)’에 해당해야 함은 물론이고 ‘거주자(resident)’에도 해당해야 한다. 미국법상 유한파트너쉽 또는 유한책임회사가 ‘인’에 해당한다는 점은 조약 제2조 제1항에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으므로 다툼이 없다. 그러나 유한파트너쉽 또는 유한책임회사가 조세조약의 혜택을 받는 ‘거주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는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OECD 모델조세조약 주석서는 거주자란 ‘거주지국 법에 따라 납세의무를 지는(liable to tax) 인’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미국의 유한파트너쉽 또는 유한책임회사 대부분은 구성원 과세를 선택함으로서 단체 자체는 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에 대법원은 미국의 파트너쉽이 지급받는 배당소득이 한-미 조세조약상 10%가 아닌 15%의 제한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두22747, 2013.10.24. 판결). 한-미 조세조약 제12조는 미국 거주자가 한국에서 받는 배당소득은 15%의 제한세율을 적용하되, 배당 수취인이 ‘법인(corporation)’인 경우에는 10%로 더 낮은 제한세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한-미 조세조약은 법인(corporation)과 파트너쉽(partnership)을 명백히 구분하고 있으므로, 유한파트너쉽에게 15%의 세율을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미국의 파트너쉽이 한-미 조세조약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독립된 거주자라는 점을 당연히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미 조세조약 제3조의 단서 규정에 대하여 새로운 판단을 내렸다. 한-미 조세조약 제3조 제1항 (b)호는 “미국의 거주자라 함은 (i) ‘미국법인’ (ii) ‘미국의 조세 목적상 미국에 거주하는 기타의 인”이라고 규정하면서, 단서 규정을 통하여 “다만 조합원 또는 수탁자로서 행동하는 인의 경우에, 그러한 인에 의하여 발생되는 소득은 거주자의 소득으로서 미국의 조세에 따라야 하는 범위에 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상 판결은 위 단서 규정의 의미에 대하여 “위 단서는 조약의 문맥에 비추어 볼 때 미국 세법에 따라 어떠한 단체의 활동으로 얻은 소득에 관하여 단체가 아니라 그 구성원이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이른바 투과과세 단체(Fiscally Transparent Entity)의 경우 원칙적으로 한・미 조세조약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미국의 거주자가 될 수 없으나 그 구성원이 미국에서 납세의무를 지는 경우 예외적으로 그 단체에게 조세조약의 혜택을 부여하려는 특별규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점, (중략)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단서가 규정한 ‘미국의 조세 목적상 미국에 거주하는 기타의 인’ 중 ‘조합원으로서 행동하는 인’이란 미국 세법상 조합원 등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단체의 활동으로 얻은 소득에 대하여 그 구성원이 미국에서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단체를 뜻한다고 보아야 하고, ‘그러한 인에 의하여 발생되는 소득은 거주자의 소득으로서 미국의 조세에 따라야 하는 범위에 한한다’는 의미는 그러한 단체의 소득에 대하여 그 구성원이 미국에서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범위에서 그 단체를 한・미 조세조약상 미국의 거주자로 취급한다는 뜻으로 해석함이 옳다”라고 판시하였다.
대상 판결에 따르면 이 사건 소득이 A LLC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더라도, 바로 한-미 조세조약을 적용할 수 없고, A LLC의 구성원인 3개 법인[T사(미국), M사(미국), C사(홍콩)]이 미국에서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범위를 확정한 다음, 그에 따라 한-미 조세조약의 적용(원천지국인 한국의 과세 면제)을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구성원 과세를 선택한 미국의 단체가 납세의무자인 경우 한-미 조세조약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거주지국과 납세의무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주장, 입증 책임의 문제가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파트너쉽이 소득의 실질적 귀속자라고 판단한 기존 사건들의 대부분은 해당 파트너쉽이 조세조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은 케이만, 버뮤다 등에 소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단은 조세조약의 적용이 아니라, 해당 파트너쉽이 소득의 실질적 귀속자인지 여부 및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보아서 법인세를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주된 쟁점이었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한-미 조세조약 적용에 있어서는 그 단체의 구성원이 미국에서 납세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까지 심리해야 함을 명확히 선언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다만 대상 판결은 한-미 조세조약 제3조 제1항 (b)호 단서 규정의 문언에 근거한 해석이므로, 조세조약이 체결된 다른 국가에 설립된 단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의문이 남는다. 대법원이 다른 국가의 단체가 얻은 소득과 조세조약의 적용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