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들어가며
현대 국가는 다양한 이유로 재정수입을 많이 필요로 하며 그 주된 수입원은 세금이다. 그런데 대개 사람들은 세금을 더 적게 내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세금은 법률에서 강제적으로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법령을 위반하여 세금을 신고납부하지 않으면 세무조사 및 체납처분 등 강제적 수단이 동원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범죄자로 처벌될 수 있다. 한편 법령을 정면으로 위반하지는 않았으나 명시적으로 조세를 줄이는 행위를 하는 경우 이를 조세회피 행위라 한다. 물론 학자들마다 개념 정의는 조금씩 다르다. 보통 조세회피 행위는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거래형식에 의하지 아니하고 우회행위, 다단계행위 기타 비정상적인 거래형식을 취함으로써 통상적인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조세부담을 감소시키는 행위”로 정의된다. 세법규정에는 위반되지 않으나 입법자가 예상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방법으로 세법규정을 회피하거나 감면규정을 적용받아 부당하게 조세를 경감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조세회피 행위는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간접적’으로 조세법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세회피 행위는 조세공평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될 수 있으므로 세법에서 이를 규제하는 개별규정 및 일반규정을 두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법인세나 역외거래에 있어 조세회피 행위가 논의되어 왔으나, 양도소득세에 있어서도 최근 조세회피 행위에 대한 과세 및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Ⅱ. 최근 조세심판원의 결정 사례
1. 개 요
조세심판원은 양도소득세가 ‘누진세율’ 체계를 취하고 있으므로 하나의 거래를 두 개 과세기간으로 분산하면 세액 차이로 인해 부담세액이 줄어들 수 있다. 주로 동일인에게 한 필지 내지 연접 필지를 양도하면서 2개의 매매계약으로 과세연도를 달리하여 양도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토지수용 등 공익사업에 있어서도 합리적 이유 없이 사업시행자에게 연도를 달리하여 협의매수할 것을 요구하여 누진세율 적용을 각각 적용받음으로 조세회피하는 것에 제동을 걸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해당 사건 내용
(1) 처분 개요
청구인은 “완충녹지 도시계획시설 편입 토지 등 매수사업”과 관련하여 청구인 소유 답 575㎡(이하 “쟁점토지”)가 사업토지에 편입됨에 따라 쟁점토지를 다음과 같이 2분의 1 지분씩 나누어 사업시행자와 손실보상 협의계약을 체결하고, 동 협의계약에 따라 2분의 1 지분에 대하여 2019.12.31. 보상금을 수령하였고, 나머지 2분의 1 지분에 대하여 2020.1.23. 보상금을 수령하였다. 이후 청구인은 쟁점토지 양도에 대하여 과세연도를 달리하여 2건의 양도소득세 예정신고를 하였다. 처분청은 특별한 이유 없이 단순히 조세절감 목적으로 하나의 물건을 형식적으로 나누는 것은 실질과세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청구인에게 쟁점토지 양도에 대한 수정신고를 안내하였고, 청구인은 처분청의 안내대로 하나의 양도건(양도일 2020.1.22.)으로 하여 수정신고서를 제출하였다. 이후 청구인은 당초 예정신고 내역과 같이 과세시기를 2019년과 2020년으로 각각 인정해 줄 것을 구하는 경정청구서를 제출하였고, 처분청은 양도물건ㆍ거래당사자ㆍ거래경위ㆍ거래방법 등이 동일한 점과 거래시점 간 연속성 등을 고려할 때 쟁점토지의 양도는 국세기본법(이하 ‘국기법’) 제14조 제2항 및 제3항에 따라 그 실질이 하나인 거래에 해당한다고 보아 경정청구를 거부하였으며,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
(2) 청구인과 처분청 의견
1) 청구인 주장 첫째, 대등한 당사자 간 신의성실의 원칙 및 사적자치 영역에 있는 부동산매매의 경우 당사자 간 거래관행, 자금사정, 보유기간 등 다양한 사유가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1건의 부동산을 협의에 따라 분할 매매하는 경우 그 실질적인 거래내용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각각 부과하는 것이 실질과세원칙에 부합한다. 둘째, 청구인은 민법상 사적자치에 따라 당사자 간 자유로운 의사로 협의하여 분할매매한 후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각각 등기까지 경료한 것으로, 결코 법에서 금지된 행위를 한 것이 아님에도 법령과 엄격한 과세기준이 아닌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단순히 1건의 부동산거래를 2회로 분할 매매한 것이라 하여 1건의 거래관계로 막연히 추정하여 양도소득세를 추가 납부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공권력 행사에 있어 재량권의 일탈 내지 남용에 해당한다. 셋째, 청구인은 소득세법에 따른 합법적인 절세방안에 따라 쟁점토지를 분할하여 매매한 것인바, 부동산을 장기간 보유하거나 과세기간을 달리하여 분할 매매를 통해 장기보유특별공제 및 양도소득 과세표준액 감액에 따른 절세를 하더라도 이는 불법일 수 없다. 즉, 토지투자 시 취득세나 양도소득세와 같은 세금은 투자수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세금을 줄인다는 것은 탈세가 아닌 절세의 방안으로서 투명한 세금납부에 해당되어 경제주체로서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것이다. 1건의 부동산을 두 과세기간에 나누어 양도하면 세금을 많이 줄일 수 있고, 이는 다양한 거래변수에 따라 양도소득세 절세방안으로 허용된 것으로, 국세청 내부 지침이 어떻든지 간에 일반국민이 준수해야 하는 세법에는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어느 곳에도 없다. 넷째, 청구인은 선의의 거래당사자로서 매수인과 상호 협의하에 토지를 분할 매매한 것에 기인하여 우연히 양도소득세를 절감하려고 한 것일 뿐 결코 어떠한 비도덕적ㆍ비법률적 행위를 한 것이 아니다. 청구인은 양도소득세 절세효과 기대가 아니더라도 매수인의 자금사정 등에 기인하여 1건의 부동산을 같은 사람에게 2회에 걸쳐 분할 매도한 것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섯째, 처분청은 쟁점토지 매매 시 분할하여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고 주장하나, 당사자 간의 자유의사에 따라 분할매매로 협의하여 계약과 양도가 이루어진 것인데, 이를 두고 처분청이 분할계약을 인정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2) 처분청 주장 첫째, 쟁점토지 양도는 그 경제적 실질이 동일하므로 독립된 거래가 아닌 연속된 하나의 매매거래로 보아야 한다. 즉, 각 거래의 협의계약서 내용은 매도인, 매수인, 양도물건, 매매금액, 매매목적, 거래형태나 거래방식 등이 완전히 동일하고, 거래시기의 차이도 23일에 불과한바, 이는 연속적인 하나의 거래를 고율의 누진세율 회피를 위하여 형식상 두 개의 거래로 나눈 것으로 보아야 한다. 둘째, 처분청이 회신받은 과세자료에 의하면 청구인은 특별한 사정없이 쟁점토지를 2분의 1 지분씩 나누어 계약을 맺어줄 것을 먼저 요청하면서 분할 지급하지 않으면 협의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민원해결 차원에서 이에 응한 것으로 되어 있는바, 당초부터 조세회피 목적이 있었던 것이지 양도소득세를 우연히 절감하려 하였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 또한, 청구인은 본인의 분할양도 행위가 소득세법에 따른 절세방안에 따른 것임을 숨기지 않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합법적인 절세는 양도물건ㆍ거래당사자ㆍ거래형태 등이 다른 경우이거나, 하나의 물건을 나누어 계약하더라도 두 거래 간에 상당한 시일 차이가 있어 실질적으로 하나의 거래로 볼 수 없는 경우에 허용되는 것이지, 실질이 하나인 거래를 특별한 이유 없이 조세회피만을 위해 형식적으로 두 과세기간에 걸쳐 신고하는 것을 절세방안이라고 하여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셋째, 매수자인 입장에서 하나의 토지를 분할매수하여야 하는 어떠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즉, 사업시행자는 쟁점토지를 2분의 1 지분만 매수하여서는 사업목적대로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당초부터 전체 면적을 편입대상으로 정하였고, 보상협의 당시 매입예산이 부족한 상황도 아니었으므로 쟁점토지를 2분의 1 지분씩 나누어 계약함으로써 대금지급을 미루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이는 쟁점토지 외에 나머지 보상토지 26건에 대한 수용대금을 2019년 내에 전액 지급한 사실로 확인된다. 넷째, 토지보상을 받은 양도자 중 청구인을 제외하고 분할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는바, 청구인의 조세회피 행위는 다른 납세자와 비교하여 과세 형평을 저해하는 것이다. 다섯째, 사적자치 원칙에 따라 하나의 거래를 2개로 나누어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조세법은 공법 영역으로서 실질과세 원칙이 적용되므로, 과세대상 행위를 변형하여 여러 단계를 거쳐 부당하게 조세를 회피하였다면 그 형식을 부인하고 하나의 거래로 과세되어야 한다.
(3) 조세심판원 결정
국기법 제14조 제3항은 과세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거래를 우회하거나 변형하여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침으로써 부당하게 조세를 감소시키는 조세회피행위에 대처하기 위하여 그와 같은 여러 단계의 거래형식을 부인하고 실질에 따라 과세대상인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할 수 있도록 실질과세원칙의 적용 태양 중 하나를 규정한 것인바,1) 납세의무자가 고율의 누진세율을 피하기 위하여 하나의 토지를 과세연도를 달리하여 지분을 나누어 양도하는 경우 국기법 제14조 제3항에 따라 이를 하나의 거래로 볼 수 있다고 할 것이다.2) 청구인은 해당 거래를 쟁점토지를 각 2분의 1 지분씩 양도한 별개의 거래라고 주장하나, 다음 사항에 비추어 쟁점토지의 양도가 국기법 제14조 제2항 및 제3항에 따라 그 실질이 하나인 거래에 해당한다고 보아 경정청구를 거부한 처분은 달리 잘못이 없다.
첫째, 협의계약서 내용을 보면 매도인, 매수인, 양도물건, 매매금액, 매매목적, 거래형태나 거래방식이 동일하고 거래시기의 차이도 23일에 불과하여 연속적인 하나의 거래를 고율의 누진세율 회피를 위하여 형식상 두 개의 거래로 나눈 것으로 보이는 점 둘째, 처분청이 사업시행자로부터 회신받은 과세자료에 의하면 쟁점토지의 소유자인 청구인이 분할협의 및 지급을 먼저 요구하였고, 분할 지급하지 않으면 협의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민원 해결차원에서 이에 응한 것으로 되어 있는바, 청구인이 분할양도로 우연히 양도소득세를 절감하게 되었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이는 점 셋째, 청구인은 누진세율을 피하기 위한 목적 외에 지분을 분할하여 양도할 다른 뚜렷한 목적에 대해 별다른 소명을 하지 못하는 점
1) (대법원2000두963, 2001.08.21.) 판결.
2) (대전고법2018누10819, 2018.08.16.) 판결.
3. 최근 유사 결정 사례들
위 조세심판원 결정 사례는 공익사업에 있어서 조세회피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아울러 조세회피 여부를 판단하는 데 주요 검토 항목들을 잘 적시하였다. 최근 들어 조세심판원은 누진세율을 이용한 조세회피에서도 동일한 거래로 결정을 내리고 있으며,3) 자경농지 감면 등에서 1개 과세기간 감면한도(1억)와 5개 과세기간 감면한도(2억)의 차이에 대해 “쪼개기” 지분 양도를 통한 감면을 과다하게 받는 경우도 조세회피 행위로 보아 실질에 따라 단일거래로 판단하였다.4)
3) (조심2020구1641, 2021.04.22.)
4) (조심2020부1455, 2020.12.22.); (조심2020중1533, 2020.11.11.); (조심2020부362, 2020.04.27.); (조심2019부4353, 2020.02.17.)
Ⅲ. 해당 심판결정의 검토
1. 조세회피 행위의 사실적 판단
조세심판원은 해당 사안에서 세 가지 측면을 지적하면서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조세회피 행위로 판단하였다. 첫째, 매도인, 매수인, 양도물건, 매매금액, 매매목적, 거래형태나 거래방식, 거래시기를 고려하여 조세회피를 판단하였다. 따라서 매도인과 거래한 매수인이 동일인이고, 양도 물건이 1필지이거나 연접한 필지이면서, 매매목적이 매수인의 하나의 사업목적 범위에 들고, 거래형태가 경매 등이 아닌 사인이 거래한 경우로서, 나누어 거래한 시기가 근접한 경우 조세회피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양도의 과정에서 먼저 양도인의 요구에 의하여 자산을 시기를 달리하여 분할 양도하였는지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 즉, 토지 소유자(양도인)가 분할협의 및 지급을 먼저 요구하였고, 분할 지급하지 않으면 협의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민원 해결차원에서 이에 응한 것으로 되어 있는바, 양도인이 분할양도로 우연히 양도소득세를 절감하게 되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그 외에도 소위 절세 목적 외에 분할 양도하게 된 다른 사정을 고려하고 있다. 사안에서는 누진세율을 피하기 위한 목적 외에 지분을 분할하여 양도할 다른 뚜렷한 목적에 대해 별다른 소명을 하지 못하므로 조세회피로 판단한 것이다. 이는 예컨대, 양수인이 사업 범위를 당초 계획보다 확장함으로 토지를 추가 매입한 경우를 고려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사업의 단계적 시행으로 매수할 토지가 확대되었거나 사업시행자의 자금 여력의 부족으로 부득이 사업시행상 시급한 부분 먼저 매수하는 등 분할매수할 수밖에 없는 사업시행자 측의 사유에 의하여 분할 양도가 이루어진 경우를 예로 삼을 수 있다.
2. 법 해석 측면의 판단
조세심판원은 동 결정에서 국기법 제14조 제3항에 대한 입법취지 및 실질과세와의 관계를 언급하고 있다. 즉, 과세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거래를 우회하거나 변형하여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침으로써 부당하게 조세를 감소시키는 조세회피행위에 대처하기 위하여 그와 같은 여러 단계의 거래형식을 부인하고 실질에 따라 과세대상인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할 수 있도록 실질과세원칙의 적용 태양 중 하나를 규정한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조세회피 방지 규정에 따라 납세의무자가 고율의 누진세율을 피하기 위하여 하나의 물건을 과세연도를 달리하여 지분을 나누어 양도하는 경우 국기법 제14조 제3항에 따라 이를 하나의 거래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Ⅳ. 심판결정에 대한 평석
1. 조세회피 행위 규제의 필요성
조세회피 행위는 세법 규정에 위반되지 않으나 입법 목적의 관점에서 보면 입법자의 예상이나 의도하지 않은 방법으로 세법규정 적용을 회피하거나 감면규정의 적용을 받아 조세를 경감시킨다는 점에서, 세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조세포탈과 구별되는 세법규정의 간접적 침해이다. 보통 조세포탈은 형사처벌이 따르는 등 위험부담이 크기에 납세자는 조세회피 행위를 활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세회피 행위를 규제하지 못하면 경제적 실질에 따른 과세가 불가능하고 조세공평이 침해된다. 따라서 이러한 조세회피 행위에 대한 규제가 조세공평의 실현과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이다.
2. 조세회피 방지규정의 근거
종래 대법원은 조세회피 방지규정에 대해 국기법 제14조가 아니라 각 세법에 개별규정이 있어야 규제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예컨대, 부당행위 계산(부인) 규정이라든지, 현금매출 누락이나 추계결정 시 대표자 상여처분 규정과 같이 개별 세법에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2007.12.31. 국기법 개정 시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2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이 법 또는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보아 이 법 또는 세법을 적용한다.”고 국기법 제14조 실질과세 규정에 제3항을 신설하였다. 동 규정 신설 이후 개정 전 취득세 관련 사안에서 대법원은,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에서5) “실질과세의 원칙을 확장 적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당연히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그 법적 원리가 작동되어야 할 가장 전형적인 장면에서조차 그것과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조세법률주의의 요청만을 강조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실질적 정의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하면서, “실질과세원칙의 적용과 그 원인된 행위의 민사법적 구성을 반드시 연계하여 인식할 필요는 없다. 당사자가 선택한 거래형식이나 거래주체 등 민사법적인 행위의 내용을 굳이 부정하여 재구성하지 않더라도 조세법적 관점에서 과세요건의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목적 범위 내에서 실질적인 내용과 귀속관계를 파악하는 것으로 족하다. 실질과세의 원칙에 그 법리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의 경우, 당해 거래가 부당행위계산으로 부인된다고 하더라도 당사자들 사이에 약정한 사법상 법률행위의 효과 그 자체를 부인하거나 새로운 법률행위를 창설하는 것은 아니다. 과세소득계산을 위한 범위 내에서 사법상 법률행위의 내용과 달리 조세법적 인식을 할 뿐이다.”고 사법과 세법과의 관계를 적시하였다. 그리고 국기법 제14조 제3항을 소급적용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국기법 제14조 제3항은 자본의 국제적 이동 과정에서 명목회사를 이용한 조세회피 행위를 규제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국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2조의 2가 신설되고 같은 취지의 규정이 국기법에도 도입된 것으로서, 기존의 실질과세 원칙이 적용되는 국면을 좀 더 구체화하려 한 것일 뿐 전혀 새로운 과세근거를 창설한 것이라고 볼 것만도 아니다.”고 하여 소급적용 비판을 차단하였다. 결국 대법원은 국기법 제14조 제3항 규정의 신설에 불문하고 실질과세 원칙을 실질과세 원칙에서 도출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동 판결은 조세회피행위에 대해 국기법 제14조의 일반규정을 적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실질과세 원칙을 규정한 국기법 제14조로부터 조세회피 방지에 대한 논리가 도출되고, 국기법 제14조 제3항은 창설적 규정이기 보다는 일종의 주의적 규정으로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국기법 제14조 제3항의 한계점으로 지적되는 “이 법 또는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을 피할 수 있다. 즉, 누진세율이 꼭 세법의 혜택인가 하는 논쟁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5) (대법원2008두8499, 2012.01.19.) 판결.
3. 해당 심판결정에 대한 평가
조세심판원은 해당 결정에서 조세회피행위에 대한 법률적 근거로 국기법 제14조 제2항 및 제3항에서 도출하고 있기에 그 근거는 타당하다. 만일, 그 근거를 국기법 제14조 제3항에서만 도출하였다면 과연 ‘누진세율’이 ‘세법의 혜택’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떤 사실관계를 근거로 조세회피 행위로 판단했는지 여부는 몇 가지 판단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앞에서 살펴 본 대로, ① 매도인, 매수인, 양도물건, 매매금액, 매매목적, 거래형태나 거래방식, 거래시기를 고려하였다는 점, ② 양도 과정에서 양도인이 요구하여 자산을 시기를 달리하여 분할 양도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였다는 점, ③ 이른바 절세 목적 외에 분할 양도하게 된 다른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였다. 따라서 사실관계 판단 측면에서 이상의 사실관계를 종합 고려한 것은 타당해 보인다. 입증측면에서도 과세관청이 조세회피 행위라는 점을 추단할 내용을 주장하고 제시하면 이에 대하여 조세회피가 아니라는 점은 납세자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항변 및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Ⅴ. 맺음말
최근 조세심판원이 쪼개기 거래에 의한 누진세율 회피, 역시 쪼개기 거래에 의한 감면 한도 회피에 대해 과세가 정당하다는 결정을 다수 내놓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단순히 “사적 자치” 영역에 과세관청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반박 논리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구축되어온 조세회피 방지규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세법은 세법 자체의 논리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터넷상 공공연히 떠도는 소위 ‘절세 수단’들이나 유명강사 등이 ‘절세 묘법’으로 전수한다는 것들을 종종 본다. 그러나 이들 중 제법은 ‘조세회피’ 행위로서 과세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되며, 조세회피 방지 규정을 적용한 최근 결정들에 주목하여 주기를 바란다. 최근 조세회피 방지 규정을 적용한 다양한 사례들은 『핵심실무 양도소득세(조세통람, 2021년판)』의 p.1320~1321에 수록하여 놓았으므로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