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몰래 집에 들인 내연 상대, 주거침입 성립할까 _ [주거침입 2] 주거침입과 관련된 법률과 판례

목 차
- “공동거주자 승낙 얻어 통상적 방법으로 출입했다면 무죄”
- 부부 중 한쪽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강제로 들어간 행위도 처벌될까
- “공동거주자 상호 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자유로이 출입하고 이용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다.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공동거주자의 출입을 금지한 경우, 다른 공동거주자가 이에 대항하여 들어갔더라도 공동생활의 장소를 이용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할 뿐,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는 볼 수 없다. 설령 공동거주자가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손괴하는 등 다소간의 물리력을 행사하여 평온상태를 해쳤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사례] A씨는 남편이 출장 중인 틈을 이용하여, 자신의 내연남인 B씨를 집으로 불러들였다. 두 사람은 3차례에 걸쳐서 A씨의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의 남편인 C씨가 B씨를 고소했다. B씨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난 호에 이어, 주거침입죄와 관련된 판례를 소개한다. 주거침입죄는 주거의 평온을 지키기 위한 죄로써,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침입 행위’(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해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대법원도 위와 같은 사례에서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결국, 대법관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재판을 통해 판결이 나오게 되었다. ‘부도덕한’ 행위를 하기 위해 배우자 몰래 내연 관계에 있는 사람을 집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범죄가 되는지를 한 두 마디로 답하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먼저, 혼외 성관계를 처벌하는 간통죄가 폐지되었으므로 A씨를 처벌할 수는 없다(물론,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등 민사상 손해배상 영역은 엄연히 남아있다. 사례의 A씨와 B씨 모두 해당된다). 문제는 A씨의 허락을 받아서 집으로 들어간 B씨다. 종전 판결에서 대법원은 B씨와 같은 사례에서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고 이미 수차례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종전 판결의 요지를 간단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ㆍ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한 주거에의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 즉 주거의 지배ㆍ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남편이 일시 부재중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그 처의 승낙을 얻어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도 남편의 주거에 대한 지배ㆍ관리관계는 여전히 존속한다고 봄이 옳고, 사회통념상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오는 것은 남편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이므로 처의 승낙이 있었다 하더라도 남편의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은 깨어졌다 할 것이어서 이러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쉽게 설명하면, 외부인이 자신의 배우자의 승낙을 받고 집에 들어온 경우라도, 외도를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부재중인 배우자의 (추정적인) 의사에 반하기 때문에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이 견해는 수십 년간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2021년 대법원은 다수 의견으로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다. 대법원은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에 있는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공동거주자 승낙 얻어 통상적 방법으로 출입했다면 무죄”
앞서 언급한 대로 주거침입죄는 주거의 평온을 지키기 위한 죄이다. 외부인이 동의 없이 무단으로 주거에 출입하게 되면 이러한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 깨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부부관계나 동거, 친분관계 등으로 두 사람 이상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발생한다. 대법원은 “공동주거의 경우 여러 사람이 하나의 생활공간에서 거주하는 성질에 비추어 공동거주자 각자는 다른 거주자와의 관계로 인하여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이 일정 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고, 공동거주자는 공동주거관계를 형성하면서 이러한 사정을 서로 용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때도 공동거주자 개개인은 각자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누릴 수 있으므로 어느 거주자가 부재중이라고 하더라도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들어가거나 △그 거주자가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에 들어간 경우는 그 거주자의 주거의 평온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주거에 있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들어갔다면 설령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더라도 주거의 평온을 깨뜨렸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만일 현재하는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부재중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를 인정하면, △주거침입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의 범위를 넘어서게 되고, △‘평온의 침해’ 내용이 주관화ㆍ관념화되며, △출입 당시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부재중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가 좌우되어 △범죄 성립 여부가 명확하지 않고 가벌성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게 되어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또한 △침입이란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므로,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쉽게 말해서 B씨의 방문이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았다거나, 담을 타고 들어오거나 창을 깨고 들어오는 형태로 집에 들어왔다면 주거침입이 되겠지만, (공동주거권자인) A씨의 동의도 받았고,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왔으므로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단지 또 다른 공동주거권자인 C씨가 반대했으리라는 추정적 의사만으로 단죄하는 것은, 주관적인 의사로 처벌의 범위를 확대하게 된다는 결과를 낳는다는 취지다. 다수 의견에 반대하는 대법관들도 일부 있었지만, 수십 년간 유지되어온 대법원의 판례는 변경되었다.
부부 중 한쪽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강제로 들어간 행위도 처벌될까
[사례] D씨는 처인 E씨와의 불화 때문에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 짐 일부를 챙겨서 나왔다. 그 후 D씨는 부모의 설득으로 E씨와 화해하기 위해 부모와 함께 아파트를 찾아갔다. 아내 E씨는 외출한 상태였고, 처제(E씨의 여동생) F씨가 홀로 집에 있었다. 그런데 F씨는 “언니(E씨)가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했다”면서 걸쇠를 잠근 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러자 D씨는 걸쇠를 손괴한 뒤 아파트에 들어갔다. E씨는 남편 D씨의 행위가 주거침입이라면서 경찰에 신고했고, 급기야 D씨와 동행했던 부모도 함께 법정에 서게 됐다.
D씨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 물리력을 행사하여 잠금잠치를 부수고 들어간 것이다. 이 사례도 공동주거권자인 부부가 각자의 주거의 평온을 어디까지 누릴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는데 역시 전원합의체 판결을 거쳤다.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려면 기본적으로 ‘타인’의 주거에 침입해야 한다. 따라서 D씨가 물리력을 동원했더라도 자기의 집에 들어가는 행위였기 때문에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동거주자의 수인 의무를 강조했다. “공동거주자 개개인은 각자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누릴 수 있고 각자 공동의 공간을 이용할 수 있지만 다른 공동거주자가 출입하여 이용하는 것을 용인할 수인의무도 있다”는 것이다.
“공동거주자 상호 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자유로이 출입하고 이용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다.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공동거주자의 출입을 금지한 경우, 다른 공동거주자가 이에 대항하여 들어갔더라도 공동생활의 장소를 이용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할 뿐,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는 볼 수 없다. 설령 공동거주자가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손괴하는 등 다소간의 물리력을 행사하여 평온상태를 해쳤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D씨와 함께 동행했던 부모는 어떻게 되었을까. 법원은 D씨의 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D씨의 행위가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공동거주자인 D씨의 승낙을 얻어 통상적인 방법으로 집에 들어간 ‘외부인’인 D씨의 부모도 죄책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설사 아내인 E씨가 반대의사를 밝혔어도 공동거주자는 각자 공간을 사용하고 출입하는 행위를 용인할 의무가 있으므로 주거침입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야 할 공간인 가정에서 벌어진, 다소 불편하고 껄끄러운 사건들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주고, 양해해주는 아량이 필요하다. 법보다는 이해와 양해가 우선이다. 특히나 가족, 부부 사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