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모바일로 무심코 범죄자 된다 _ 온라인상의 폭력, 개인정보 누설, 사생활 침해 등 관련 판례

목 차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와 모바일이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젠 온라인으로 할 수 없는 것을 찾는 편이 쉬울 정도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할수록 삶은 편리해지지만, 반대로 개인의 사생활 영역이 원치 않게 노출되거나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더 커져간다. 온라인은 무궁무진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편리한 세계이기도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인간에게 치명적인 독이 된다. 무심코 한 행동이 범죄로 평가되기도 한다. 온라인상의 개인정보 침해, 스토킹, 사생활의 비밀과 관련된 사례와 법률을 살펴보자. [사례 1] 20대 남성 A씨는 동갑 여성 B씨와 함께 교제 중이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함께 식사를 하였는데, 식사 도중 B씨의 휴대전화로 다른 남성의 문자메시지가 온 것을 A씨가 알게 되었다. A씨는 B씨에게 “이 남성이 누구냐”고 추궁했고, 그것이 시비가 되어 결국 B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은 A씨는 메신저 앱을 실행하여 B씨와 다른 남성 간의 1:1 대화내용을 전부 보게 되었다. B씨는 이내 자신의 휴대전화를 돌려받았지만 일은 이미 커져버렸다. 그 사이 A씨는 이미 이 대화 내용을 텍스트파일로 전환하여 자신의 이메일로 보냈고, 심지어는 대화내용을 캡처한 뒤 B씨의 어머니에게 전송해버린 것이다.
애인 동의 없이 스마트폰 앱 실행했다면 ‘정보통신망 침해’
정당한 권한 없이 이메일이나 휴대폰 앱을 실행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 침해에 해당한다. 연인 사이라도 ‘정당한 권한’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8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해서는 아니 된다. A씨가 B씨의 메신저 앱을 실행한 행위는 그 자체로 정보통신망 침해에 해당한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다른 사람의 메일을 열어보는 경우도 같은 죄가 성립한다. 판례를 보면, PC방에서 앞 손님이 포털사이트에 접속해놓은 PC에서 로그인 상태를 이용하여 메일을 보거나 글을 작성하는 행위도 유죄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타인이 이미 접속한 상태를 단순히 이용한 것이라도 정보통신망 침해임에는 변함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따라서 친분관계나 이유를 불문하고 다른 사람의 로그인 정보를 이용하거나 모바일 기기를 열람하는 것은 범죄가 되기 십상이다. A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타인 메일 열어보는 것도, 타인이 접속한 상태 이용해도 범죄
그런데 A씨의 죄는 한 가지가 아닌 두 가지였다. ① 타인의 스마트폰으로 메신저 앱을 실행하여 열람한 뒤 ② B씨의 이메일 계정에 접속하여 A씨에게 메일을 보낸 행위는 말할 것도 없고, ③ 대화내용을 캡처하여 B씨의 어머니에게 보낸 것 역시 별도의 죄가 성립된다.
정보통신망법 제49조(비밀 등의 보호)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ㆍ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ㆍ도용 또는 누설해서는 아니 된다.
A씨는 정보통신망 침해에 이어 ‘누설’ 행위까지 저지른 것이다. 각 행위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한다. A씨는 수백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애인에게 복수한 대가는 결코 작지 않다. 연인 사이가 아니라 부부 사이라면 어떨까?
부부가 외도 입증 위해 상대방 이메일을 증거로 제출했다면?
[사례 2] C씨는 남편 D씨와 이혼을 결심하고 있었다. D씨도 마음이 떠나기는 마찬가지여서 C씨는 남편이 외도 중이라는 증거를 잡고 싶었다. 평소 D씨가 사용하던 포털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눈여겨보던 C씨는 D씨가 출근한 다음 이메일을 열어 봤다. 예상대로 D씨는 다른 여성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혼에 대해 의논하는 내용이 담긴 메일을 주고받았다. 화가 난 C씨는 D씨와 교제 중인 여자를 상대로 위자료 소송을 내면서 이메일을 출력해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D씨가 따지자 C씨는 외도 증거를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메일을 열어본 것은 범죄의 단서를 잡기 위한 정당방위이며 ‘타인의 비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이혼소송 중이던 두 사람은 이 일로 형사 법정까지 들락거리게 됐다. 법원은 이러한 내용이 ‘타인의 비밀’에 해당하는지를 따졌다. 법원은 정보통신망법에서 말하는 ‘비밀’은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C씨가 열어본 D씨의 이메일이 부정한 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일부 있긴 하나, 사적인 편지 형식이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므로 비밀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은 “이혼소송중인 배우자의 이메일을 열람하고 출력해 증거로 제출하기까지 한 행위는 정당방위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다만 C씨가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결론은 부부 사이에도 비밀은 있다는 것이다. 만일 부부 사이에 몰래 도청을 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도 명백한 범죄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상대가 원치 않는 문자, 반복 발송하면 ‘스토킹’ 범죄
최근에는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데도 반복해서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거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2021년 10월부터 시행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스토킹행위도 처벌이 가능해졌다. 주목할 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는 점이다. 이 법에 따르면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특정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스토킹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접근하거나 주거 등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법에는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이나 우편, 전화 등을 이용하여 글이나 영상 등을 도달하게 행위 역시 스토킹행위로 본다. 이 경우 법정형은 최장 징역 3년에 해당한다. 최근 판결을 보면, 자신이 호감을 갖던 여성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30여 차례의 연락을 취한 남성에 대해 스토킹처벌법위반죄를 적용한 사례가 있다. 그뿐 아니다. 온라인 대화 도중에 음란한 글이나 그림, 사진, 영상 등을 보내는 경우는 성범죄자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성폭력처벌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데,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을 받는다.
배우자 미행 의뢰받은 심부름센터의 불법행위, 죄명은?
[사례 3]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던 E씨는 큰돈을 벌겠다는 유혹에 빠져서 타인의 가정사에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배우자를 미행해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달라는 F씨의 의뢰를 받은 그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불법을 저질렀다. E씨는 개인정보판매상을 통해서 미행 대상자의 통신사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 통화 내역을 조회했다. 그리고 통화내역 중 의심되는 번호를 추려낸 후 다시 그 번호 주인의 인적사항을 파악한 후 F씨에게 건넸다. 그뿐 아니었다. E씨는 F씨 부인의 자동차에 위치 추적기를 몰래 부착한 후 위치 정보를 수집해 수시로 알려줬다. 또한 F씨의 부인을 미행하면서 식당, 만나는 사람, 이동 장소 등을 알려줬다. E씨가 저지른 범죄를 살펴보자. 먼저 다른 사람의 인터넷 아이디를 알아내 열람한 것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침해)이다. 심부름센터를 하면서 불법으로 개인 주민등록정보를 열람했는데 이것은 공공기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다른 사람의 위치를 추적한 것은 위치 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남의 사생활을 조사한 행위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E씨는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생활을 해야 했다. 그가 이런 불법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불법 정보의 중간 거래상이나 극소수 비양심 공무원, 통신사나 금융기관 직원들의 묵인,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침해, 엄격한 민ㆍ형사상 제재 필요
최근 개인정보의 침해는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몇 가지 사례만 소개한다. 특정 금융기관 상품에 가입한 고객 정보를 빼돌린 금융기관 직원과 이를 부탁한 보험모집인은 모두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로 처벌을 받았다. 병원을 옮긴 의사는 전에 근무하던 병원의 고객명단을 넘겨받았다가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을 위반하여 전과자가 되었다. 최근에는 약 2,500만 명에 달하는 카드사 고객의 이름, 전화,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천만원을 주고 넘겨받은 대부업자가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처벌수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언제부턴가 개인정보는 보호되기는커녕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지금보다 더 엄격한 민ㆍ형사상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