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갈수록 처벌 강화한다 _ 다양한 반려동물 사고 판례와 개정 동물보호법 소개

사람은 아니지만 함께 사는 가족이 있다. 반려동물이다. 전국 638만가구에서 반려견 602만마리를 포함, 반려동물 860만마리를 키운다는 통계(2021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있다. 통계청 발표(2021년)에 따르더라도 대략 7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과 한집에서 산다. 10~20년 전만 하더라도 법의 시각에서 보면 동물은 물건(재물)에 불과했다. 동물을 학대하거나 죽여도 범죄라는 인식이 희박했고, 책임을 물어봐야 재물손괴 정도에 그쳤다. 지금은 다르다. 생명 존중,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강조하는 시대다. 그런데 조화로운 공존을 가로막는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경의선 숲길 고양이 살해 사건의 결과는?
[사례 1] A씨는 산책길에 고양이들이 너무 많고, 사람들이 고양이 먹이를 주면서 통행에 지장을 주는 것 때문에 평소 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그는 고양이에게 골탕을 먹이기 위해 세탁세제를 섞은 사료를 만들었다. 산책길로 나간 A씨는 인근 레스토랑에서 키우던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는 미리 준비한 사료와 물을 고양이에게 먹였으나 고양이가 먹지 않고 피하자 고양이에게 세제를 뿌린 뒤 이어 잔혹한 폭력을 행사했다. 고양이의 꼬리를 움켜쥐고 들어 올린 뒤 바닥에 내리찍고, 고양이를 수회 짓밟아 죽인 뒤 화단의 구석진 곳에 버렸다.
[사례 2] B씨는 옆집에 사는 C씨의 개가 계속 시끄럽게 짖어댄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를 했으나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그러자 망치를 들고 직접 C씨의 집으로 들어갔다. B씨는 C씨가 없는 틈을 타서 망치로 개의 머리 부위를 내리쳐서 눈 부위가 찢어지게 하는 상처를 입혔다.
첫 번째 사례는 ‘경의선 숲길 고양이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져 사람들에게 충격과 공분을 주었다. A씨는 “주인 없는 길고양이로 생각했다”고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법원은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A씨에게 생명 존중의 태도를 찾아볼 수 없다”고 꾸짖었다. 고양이 주인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점, 사회적 공분을 초래한 점 등을 참작해 A씨에게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설사 고양이가 주인이 없었다 하더라도 동물학대 범죄임은 분명하다. B씨의 경우도 명백한 동물학대에 해당한다. 범행 후 B씨는 반성하면서 C씨에게 합의까지 받아냈지만 처벌(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피할 수 없었다. 두 사례 모두 동물보호법 위반(동물학대)과 재물손괴죄가 적용됐다. 최근에는 개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개를 묶은 상태에서 전기로 감전시켜 죽게 하였다가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 동물을 살해하지 않았더라도 동물의 신체나 정신에 고통을 주는 학대행위만으로도 징역형까지 부과가 가능하다. 반려동물 관리를 소홀한 주인에게도 민ㆍ형사상 책임이 따른다. 자신이 키운 동물이라고 해서 함부로 학대했다가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목줄 등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는 행위,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행위, 자기가 키우던 동물을 내다 버리는 행위(유기)도 모두 제재대상이다. 도사견, 핏불테리어, 로트와일러 공격성이 강한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에는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키우던 개가 사람을 물어서 다치게 했다면
[사례 3] D씨는 멧돼지 퇴치용으로 공격적인 성향의 셰퍼드 잡종견을 키웠다. D씨는 평소 셰퍼드를 마당에 풀어놓아 가끔씩 탈출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웃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하루는 D씨가 외출하면서 셰퍼드를 묶어 놓았는데, 육중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개줄이 끊어지고 말았다. 셰퍼드는 울타리를 넘어 밖으로 나갔는데 주변에서 애완견과 산책 중이던 E씨에게 달려들었다. 셰퍼드는 애완견을 물어 죽게 한 뒤에도 B씨의 목덜미, 어깨, 팔을 물어 E씨는 한 달 이상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법원은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D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 개를 키우려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공격해서 생기는 피해에 대해 개주인은 마땅히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D씨에게 적용된 죄는 과실치상죄다. 사나운 개가 사람을 물도록 방치한 행위는 마치 부주의하게 타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상을 입게 한 것과 진배없다는 뜻이다. 특히나 사나운 동물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맹견을 키우는 사람은 맹견이 탈출하지 않도록 울타리나 안전장치로 피해를 예방해야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D씨의 불행은 감옥살이로 끝나지 않았다. 동물 주인은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민사재판에서도 D씨에게 100% 잘못이 인정됐다. 법원은 “D씨는 개가 이미 탈출하거나 사람을 다치게 한 사실이 있는데도 안전장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며 E씨에게 일실수입(사고가 나지 않고 계속 일했더라면 피해자가 장래 벌었으리라 예측되는 소득)과 치료비, 간호비를 지급해야 했다. 여기에 E씨의 반려견이 목숨을 잃었으므로 애완견의 분양가액, 장례비 등이 손해배상액에 추가되었고, 위자료(E씨의 부상과 반려견 사망에 따른 정신적 피해배상)까지 포함하여 수천만원을 지급해야 했다. E씨 정도의 큰 잘못은 아니라도 동물을 풀어놓거나 산책시키다가 관리 소홀로 사람을 다치게 했다가는 법적인 제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동물이 직접 사람을 물지 않았더라도 타인이 동물을 피하다 상처를 입거나 놀라 넘어져서 다쳤다면 민ㆍ형사상 책임이 있다. 최근엔 애완동물이 사람을 할퀴는 정도로 주인이 법정에 서는 일도 흔하다. 반려동물 주인에게는 갈수록 높은 관리 책임이 요구된다. 요즘에는 동물 ‘의료사고’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동물병원이나 애견호텔에 맡긴 동물이 관리 소홀로 죽게 된 경우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사례 4] 동물병원 원장인 F씨는 애견호텔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G씨는 급한 일이 있어서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슈나우저 한 마리를 애견 호텔에 며칠간 맡겼다. 그런데 여기서 지내던 개는 며칠 뒤 갑자기 구토를 하기 시작했고 설사와 호흡곤란 증세까지 보였다. G씨가 찾으러 갔을 때는 증세가 더욱 악화된 상태였다. 진단 결과 급성신부전과 심한 요독증에 의한 폐렴으로 밝혀졌다. G씨는 개를 큰 병원으로 옮겼는데 이송 도중 개는 죽고 말았다. G씨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위탁보호를 맡은 병원 등이 고의나 과실로 반려동물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다치거나 죽게 했을 때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F씨는 자신에게 별다른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 결과 병에 걸린 G씨의 슈나이저를 방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판결에서 “동물병원이나 애견호텔은 반려견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개가 질병에 걸리면 치료하거나 주인에게 알려 치료받게 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를 게을리 해 적절한 치료 방법과 시기를 놓쳤다면 재산상ㆍ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개정 동물보호법엔 어떤 내용 담겨있나?
동물보호법은 동물과 인간의 안전한 공존을 위해 2022년 4월 전면 개정되었다. 법이 시행되는 2023년 이후부터는 소유자가 키우는 반려동물을 사육ㆍ관리 소홀로 상해를 입히거나 죽게 한 행위도 동물학대 행위에 추가돼 징역형까지 부과될 수 있다. 동물을 단순 유기하는 행위도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장기 입원, 군 복무 등으로 사육이 어려운 동물을 지자체에서 인수하는 사육포기 동물의 인수제도가 도입된다. 동물수입ㆍ판매업, 장묘업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뀌고, 동물전시업, 위탁관리업, 미용업, 운송업은 등록제로 운영된다. 또한 개정법은 도사견, 로트와일러 등 맹견 사육에 대한 관리를 강화했다. △ 맹견의 소유자는 다른 사람의 신체적ㆍ재산상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 맹견 수입 시 품종, 수입 목적, 사육장소 등을 신고토록 하는 맹견수입신고제도가 도입되며 △ 맹견사육을 위해선 동물등록, 책임보험 가입 등의 요건을 갖추어 시ㆍ도지사에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는 과태료 제재가 따른다. △ 맹견관리 소홀로 사상자가 발생하면 소유자는 징역형 등의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사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부터 동물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친밀한 사이였다. 법을 따지기 전에 동물을 잘 관리하고 사랑하는 품성은 필수다. 생명존중과 동물과 인간의 공존은 이제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에서 처벌 수위(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가 가장 높은 대표적 금지행위는 다음과 같다. △ 동물학대 등으로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 배회하거나 버려진 동물을 포획하여 죽이는 행위 △ 소유자가 사육ㆍ관리 보호 의무를 위반하여 반려동물을 죽게 한 행위 △ 동물관리 소홀, 동반외출 시 목줄착용 등 안전조치 위반으로 인명 사망사고 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