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근로자 사이에도 손해배상 약정이 가능할까?
BY 이남준 20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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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관계에서도 위약예정은 발생할 수 있다.
사용자입장에서는 근로자와 계약을 하면서 많은 고민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직원이 오면 교육도 해야 하고, 업무 인수인계 등의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에 직원이 오래 다녔으면 하는 내용을 근로계약서에 담을 수 있다. (예시) - ‘근로자는 근로계약 체결일로부터 6개월 이상 근무하지 않고 퇴직하는 경우 100만원을 배상한다.’ - ‘근로자는 무단결근 시 20만원을 배상한다.’등이 내용이 있을 수 있다. 위에서는 근로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약예정 내용에 대해 예를 들어보았는데, 근로기준법에서는 이러한 위약예정을 금지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이러한 위약예정 금지 규정을 두고 있는 취지는 만약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 추가하여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예정되어 있다면,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위약예정금지는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이다3). 3) (대법원2001다53875, 2004.04.28.) 위에서 살펴본 예시 사례와 같이 만약 근로자가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기로 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소정 금원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그 약정의 취지가 약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면 그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바로 소정 금액을 사용하게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거나 미리 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로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은 무효가 된다4) 4) (대법원2006다37274, 2008.10.23.) 다만,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위약 예정은 실제 발생한 손해액과 관계없이 일정액을 미리 정하여 근로자에게 배상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근로자의 불법행위 등으로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때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실제로 청구하거나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의 내용은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이상으로 근로기준법 제20조의 위약예정 금지에 관한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았는데, 실제 인사노무실무에서는 단순히 근무기간에 관한 위약예정에 관한 내용 외에도 위약예정 금지와 관련된 많은 쟁점들이 발생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판례나 일반 이론 등에서 살펴볼 수 있는 위약예정 금지와 관련된 몇 가지 쟁점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1. 교육, 연수비용 등 상환 약정
회사는 직원들의 직무능력 향상 및 근무의욕 고취 등을 위해 교육, 연수 등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회사가 직원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교육, 해외연수 등을 시키고 소요비용 및 해당 기간 동안 임금을 지급했을 때, 만일 직원이 그 교육 수료일자부터 일정 의무재직기간 이상 근무하지 않으면 그 지급한 비용 또는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고, 일정한 의무재직기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 이를 면제하기로 하는 약정을 했을 경우 과연 이러한 약정은 근로기준법의 위약예정에 해당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위와 같은 약정에서 상환의 대상이 교육, 연수비용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임금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달리 판단할 수 있다. 회사에서 비용을 부담·지출하여 직원에 대해 위탁교육훈련을 시키면서 일정 임금을 지급하고 이를 이수한 직원이 교육 수료일자로부터 일정한 의무재직기간 이상 근무하지 아니할 때에는 기업체가 지급한 임금이나 해당 교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되 의무재직기간 동안 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이를 면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판례는 먼저 위 약정에서 교육비용5)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근로자로 하여금 상환하도록 한 부분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금지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이 아니므로 유효하지만, 임금반환을 약정한 부분은 기업체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한 임금을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으로서 실질적으로는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이므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하였다6). 5) 교육비용의 경우 본래 근로자가 부담하여야 할 것으로 우선 사용자가 지출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6) (대법원95다24944, 1996.12.06.)2. 명칭은 교육, 연수이나 실질이 근무인 경우
만약 직원이 간 해외연수(파견)이 주된 실질이 교육훈련이 아니라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면 해외 출장 업무에 대해 지급한 금품은 출장이라고 하는 특수한 근로의 대상으로 본다. 해당 비용을 일종의 임금에 해당하거나 또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필요 불가결하게 지출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비를 보전해 준 것에 불과하다고 법원은 판결하고 있다7). 7) (대법원2003다7388, 2003.10.23.) , (대법원2001다53875, 2004.04.28.) 나아가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와 이익을 위하여 원래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할 성질의 비용을 지출한 것에 불과한 정도가 아니라 근로자의 자발적 희망과 이익가지 고려하여 근로자가 전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사용자가 대신 지출한 것으로 평가되며, 약정 근무기간 및 상환해야 할 비용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범위 내에서 정해져 잇는 등 위와 같은 약정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근로를 강제하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면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약예정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즉, 단순한 비용부담의 주체가 누구인지라는 시각에서 나아가 근로자의 희망 여부, 약정 근무기간과 상환 비용의 합리적 산정 등도 약정의 효력을 판단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8). 8) (대법원2006다37274, 2008.10.23.)3. 근로계약 종료 후 손해배상의 예정은 가능한가?
일부 회사에서는 고숙련, 연구직 등 직원이 퇴사할 경우 영업비밀의 보호나 경쟁업체 이직 등을 막기 위하여, 동종 회사로의 이직을 금지하는 계약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근로계약 종료 후에 영업비밀 보호 계약 또는 경업금지 계약에 퇴직 후 계약 위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것은 위약예정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대법원2009다82244, 2010.03.11.) 판례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퇴직을 고려중인 근로자나 퇴직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기에 경업금지 계약을 무제한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므로, 근로자가 사용자와 사이의 근로관계 종료 후 사용자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의 업무에 종사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등 경업금지약정을 한 경우에, 그 약정은 사용자의 영업비밀이나 노하우, 고객관계 등 경업금지에 의하여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존재하고, 경업 제한의 기간과 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여부,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및 퇴직 경위, 그 밖에 공공의 이익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근로자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합리적인 제한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하고 있다9). 9) (대법원2009다82244, 2010.03.11) 등4. 위로금 반환
마지막으로 2022년 대법원에서 선고된 ‘위로금’ 반환과 관련된 사례를 소개해보겠다. 甲 회사가 B 그룹에 매각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직원들은 ‘甲 회사 매각대응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반대에 나섰다. 이에 B그룹은 비상대책위원회와 협상을 통해 ① 2014 11월 26일 이전에 채용된 근로자에게 위로금 X,000만원과 상여금 6개월분을 지급하고, ② 매각위로금을 받은 직원이 2015년 12월 말 이전에 퇴사할 경우 위로금을 월할 계산해 반납한다는 약정을 체결하였고, 그 후 기업소속 변경이 완료되었다. 이후 직원 A는 위 약정에서 정한 2015년 12월 말 이전인 2015. 5. 12. 일신상의 사정으로 퇴직하였다. 이에 회사는 직원 A에게 위로금 중 약정기간에 미달하는 기간에 대한 위로금을 반납하라고 하였으나, 직원 A는 위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금지하는 위약 예정이라고 무효를 주장하였다. 위 사안에 대해 대법원은 사용자가 위약약정을 한 상황에서 근로자에게①일정한 금전10)을 지급하면서 의무근로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하기로 약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②의무근로기간의 설정 양상, 반환 대상인 금전의 법적 성격 및 규모 액수, 반환 약정을 체결한 목적이나 경위 등을 종합할 때 그러한 반환 약정이 해당 금전을 지급받은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면, 이는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위약 예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11). 10) 판례 내용을 살펴보면 위 위로금이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의 약정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11) (대법원2017다202272, 2022.03.11.) 본 원고에서는 근로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약 예정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살펴보았다. 회사는 근로자와 근로관계를 체결하면서 근로자의 장기재직 유도나 업무상 과실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손해배상액이나 위약금 등에 대한 약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근로관계에서 근로자의 의무 불이행에 대한 임금 반환, 손해배상을 예정하거나 위약금 등을 예정하는 것을 근로자의 계속 근로를 강제할 수 있기에 그러한 규정은 무효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살펴본 사례와 같이 어떠한 형태로든 근로자와 금액 관련 약정을 고려하고 있는 회사나 담당자들은 사후 분쟁 예정을 위해 자세한 검토가 필요할 듯 하다.최신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