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관련 새로운 대법원 판례 법리 소개
BY 이남준 20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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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동의’ 조항의 도입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우리 근로기준법에서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 ‘과반노조’, 과반노조가 없을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에 관한 내용은 1989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부터 명문화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1989년 이전에는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불이익 변경하려고 할 때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대법원은 1989년 개정 근로기준법 전부터 이미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법리를 확립하였다7). 1989년 개정 근로기준법은 이미 확립된 대법원의 법리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7) “…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고 할 것이며…”[(대법원77다355, 1977.07.26.) 판결] 이때 대법원이 법령상 규정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해 근로자 집단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이 사용자에게 취업규칙의 작성을 강제하고 이에 법규범성을 부여한 것은 종속적 노동관계의 현실에 입각하여 실질적으로 불평등한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 강화하여 그들의 기본적 생활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에서라고 보아,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의 원칙과 근로자의 권익 보장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근본정신, 기득권 보호의 원칙으로부터 도출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
1989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다. 법규정에 의하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다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다수의 대법원 판결은 예외를 두고 있는데, 바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이다. 즉,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있어서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더라도 그 변경의 효력이 인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1989년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이 명문화되고 난 이후에도 대법원 판결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였다8). 8) (대법원2001다16722, 2002.06.11.) 판결, (대법원2007도3037, 2009.06.11.) 판결, (대법원2012다43522, 2015.08.13.) 판결 등 그렇다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내용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지는 어떻게 판단할까? 우선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지는 취업규칙 당시 상황을 토대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대법원에서는 ① 근로자가 입게되는 불이익의 정도, ② 취업규칙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③ 변경 후 내용의 상당성, ④ 대상 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상황, ⑤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와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⑥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9). 나아가 2015년 대법원 판결에서는 위 6가지 사항 외에도 ‘취업규칙 변경에 따라 발생할 경쟁력 강화 등 사용자 측의 이익 증대 또는 소실 감소를 장기적으로 근로자들도 함께 향유할 수 있는지에 관한 기업 경영 행태’에 대한 판단도 추가한 바 있다. 9) (대법원2009다32362, 2010.01.28.) 판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규정한 근로기준법을 사실상 배제하는 것이므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적용하여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이 유효하다고 본 사례】 (1) 직원들에게 고도의 성실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공익법인에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선고유예 기간 중에 잇는 사람을 해직대상자로 추가한 사례[(대법원87다카2583, 1988.5.10.) 판결] (2) 재단법인의 흡수·통합으로 근로관계가 승계되면서 정년이 승계 전보다 10년이나 연장되고 임금이 인상되는 등 근로조건이 전체적으로 향상되는 상황에서 승계 후 퇴직금규정에 따른 퇴직금 지급률을 승계 전보다 낮춘 사례[(대법원99다70846, 2001.01.05.) 판결] (3) 지하철운송업을 하는 회사가 재정악화를 해소하기 위하여 지하철 기관사 승무사업표를 개정하여 하루 운전시간을 평균 30분 연장하면서 임금을 증액하고 월평균 출근일수, 휴일, 대기장소 등 다른 조건을 개선한 사례[(대법원2007도3037, 2009.06.11.) 판결]🟦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의 폐기(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10))
10)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일반 재판과는 다르게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고,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이상으로 구성되어 진행되고, 명령·규칙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된다고 인정하는 경우, 종전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이루어진다. 앞서 살펴본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에서 꾸준하게 사용되었다. 하지만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그동안 사실상 명문의 법규정을 배제한다는 점과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판단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등의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와 관련하여 2023년 대법원에서는 전원합의체 판결11)에서 과거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더라도 일정한 경우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인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으로 기존 근로조건을 낮추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명문 규정에 반하는 해석일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이 예정한 범위를 넘어 사용자에게 근로조건의 일방적인 변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헌법 정신과 근로자의 권익 보장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근본 취지,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에 위배된다고 평가하였다. 11) (대법원2017다35588, 2023.05.11.) 전원합의체 판결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근로자 집단의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하였다.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사회통념상 합리성’법리를 폐기한 이유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기존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 폐기의 구체적 사유
① ‘절차적 권리’의 중요성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가 가지는 집단적 동의권은 헌법 제32조 제3항12)의 취지와 근로기준법 제4조13)의 근로조건 노사대등결정 원칙을 실현하는데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절차적 권리로서, 변경되는 취업규칙의 내용이 갖는 타당성이나 합리성으로 대체될 수 없다."고 하였다. 12) 「헌법」 제32조 ③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13) 「근로기준법」 제4조 【근로조건의 결정】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②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의 성격 ; 절차적 정당성
먼저 대법원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이 명문화된 1989년 개정 근로기준법 이전부터 이미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법리를 확립하였다. 이는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과 근로자의 권익 보장 등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단순히 요식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 이상의 중요성을 갖는 유효요건이다. 나아가 1989년 개정 근로기준법과 같이 명문으로 집단적 동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취업규칙의 내용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의 요청을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한다.③ 근로조건의 유연한 조정에 대한 가능성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가 폐기될 경우 근로자 집단의 거부로 인해 근로조건의 유연한 조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에 대해 대법원은 ‘근로조건의 유연한 조정은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을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단체교섭이나 근로자의 이해를 구하는 사용자의 설득과 노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면서, 만약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유효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으므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다고 하여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항상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④ 법규범 체계적 해석
과거 대법원은 단체협약에 조합원 인사처분 시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조합원에 대한 인사처분을 하였다면 이는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14). 한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해서는 단체협약보다 상위 규범인 법률에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이를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되,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에 한하여 유효성을 인정하는 것이 단체협약에 의한 노동조합의 동의권에 관한 위 대법원 판례의 태도와 일관되고 법규범 체계에 부합한다. 14) 다만, 노동조합이 동의권을 남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 그 인사처분은 유효하다고 한다.[(대법원2010다38007, 2012.06.28.) 판결 등]⑤ ‘사회통념상 합리성’ 개념의 불확정성
그리고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합리성’ 개념 자체의 불확정성에 대해서도 지적하였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개념의 불확정성이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는지 노동관계 당사자가 쉽게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별 사건에서 다툼의 대상이 되었을 때 그 인정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 역시 사후적 평가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둘러싼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고, 그 유효성이 확정되지 않은 취업규칙의 적용에 따른 법적 불안정성이 사용자나 근로자에게 끼치는 폐해도 적지 않다고 하였다.🟦 향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에 대한 판단기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법원에서 지속적으로 인정되어 오던 ‘사회통념상 합리성’ 개념에 대한 판단이 변경됨에 따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과 관련된 법적분쟁이 발생할 경우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선 우리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의 내용과 같이 사용자가 취업규칙 내용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는다면 그 변경의 효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여기서 과거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에 따르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취업규칙 변경 내용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그 변경의 효력이 유효하게 된다. 하지만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한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내용에 따르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유효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다면 반드시 효력이 없는 것일까?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과정에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을 행사할 때도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한다15). 따라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유효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15) 「민법」 제2조 【신의성실】 ①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②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여기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란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나아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합리적인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러한 ‘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 남용’ 여부에 대한 판단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오늘은 1989년 개정 근로기준법 후 지속되어 오던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가 폐기된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30여년 간 지속되어온 판례 법리가 변경된 만큼, 앞으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 남용 등에 관련하여 새로운 법리를 바탕으로 한 판결에 대한 축적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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