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발령이란?
▢ ‘대기발령’의 정의
우선 <대기발령>은 근로자를 잠정적으로 보직이 없는 상태에 두는 인사이동으로, 근로자에게 일시적으로 지위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이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직위해제’가 있는데, ‘직위해제’는 근로자가 보유하던 직위를 박탈함으로써 해당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조치이다. 일반적으로 ① 직위해제 후 대기발령, ② 직위해제·대기발령이 동시에 내려지거나, ③ 직위해제를 전제로 대기발령만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무상으로 양자를 엄밀히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대기발령은 근로자가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성적·근무태도 등이 심히 불량한 경우, 징계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는 등 당해 근로자가 장래에 직무를 계속 담당함으로써 예상되는 업무상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해 그 필요성3)이 인정된다. 3) (대법원2003두6665, 2004.10.28.) 판결▢ ‘대기발령’은 징계에 해당하는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근로자의 귀책사유에 따라 일정기간 근로를 시키지 않는 ‘대기발령’의 경우 징계의 종류로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대기발령은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의 유지를 목적으로 행해지는 ‘징계’와는 법적 성질이 다르다는 것이 대법원의 대법원 판결의 경향이다. 예컨대 ① 징계 후 동일한 사유로 직위해제 처분 후 다시 징계처분으로 감봉처분을 한 사례에서 일사부재리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4), ② 취업규칙 등에 직위해제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있지 아닌 한 직위해제를 할 때 징계에 관한 절차를 등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5), ③ 단체협약상 징계로 출근정지가 규정되어 있어도 이와 별도로 업무명령으로서 출근정지를 할 수 있다고 한 사례6) 등이 있다. 4) (대법원91다30729, 1992.7.28.) 판결 5) (대법원95누15926, 1996.10.29.) 판결 6) (대법원96누13231, 1997.11.25.) 판결 따라서 취업규칙·단체협약 등에서 ‘징계’의 종류로 대기발령·직위해제와 사용자의 인사조치에 따른 대기발령·직위해제는 개념상 구분할 필요가 있다.대기발령 시 출근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대기발령’은 근로자에게 (업무적)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데, 쉽게 설명하면 일을 시키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진 근로자는 회사에 출근을 해야하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이는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 등에서 규정한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 과거 대법원 판례에서는 대기발령을 명한 인사명령지에 대기 장소가 명시되어 있지 않고, 취업규칙 등 인사규정상 대기발령 시 출근의무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경우에 출근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심을 긍정한 사례가 있다7). 따라서 회사 내 규정이나 ‘대기발령’ 명령 시 대기장소가 없다면,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대기발령’이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7) (대법원2011두30069, 2011.11.29.) 판결 만약 ‘대기발령’의 장소가 회사인 경우 ‘출근’을 하였기에 그에 따른 임금을 지급받을 것인데, 만약 ‘출근의무’가 없는 경우 임금은 지급해야 할까?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개별 근로자들에게 대기발령을 한 경우 「근로기준법」 제46조 제1항에 따른 ‘휴업’을 실시하는 경우에 포함한다고 하여, 회사는 근로자에게 휴업수당으로 평균임금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8). 8) (대법원2012다12870, 2013.10.11.) 판결대기발령은 회사가 임의로 할 수 있는 조치인가?
대기발령과 관련하여 앞서 언급한 판례에서는 ‘대기발령’은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의 유지를 목적으로 행해지는 ‘징계’와는 법적성질이 다르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대부분 회사에서 대기발령은 근로자에게 근로제공을 할 수 없는 중요한 제한을 부여하고, 급여·호봉·승급·승진 등 여러 측면에서 불리한 처우를 받을 수 있다. 나아가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보직이 부여되지 않으면 직권면직·당연퇴직 등 근로관계가 종료될 수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따라서 ‘대기발령’이 징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인사이동(조치)에 해당함은 분명하다. 따라서 ‘대기발령’의 정당성 판단기준 및 그 요건에 대한 노동법적 논의가 자주 발생한다. 아래에서는 ‘대기발령’과 관련하여 자주 논의되는 쟁점에 대해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판시한 사항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대기발령의 정당성 판단기준9)
9) (대법원2018다251486, 2022.9.15.) 판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대기발령’은 징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인사이동(조치)에 해당하므로, ‘대기발령’은 법을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판결에서는 인사권과 관련된 많은 판결문과 같이 대기발령 또한 인사명령에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러한 인사명령은 기업이 계속 활동하기 위해서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므로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은 인사명령에 대해 회사에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고 있고,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위법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회사의 인사명령권을 전제로 대기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①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과 ②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의 비교·교량, ③ 근로자와 협의 등 대기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고,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는 정당한 인사권 행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한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대기발령이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대기발령 후 일정 기간이 지나도 보직을 받지 못한 경우를 해고사유로 규정한 경우10)
10) (대법원2018다251486, 2022.9.15.) 판결 A 회사 취업규칙에 ‘대기발령 후 일정기간이 경과하여도 보직을 받지 못한 경우 해고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근로자 甲은 회사에서 인사고과평가 결과 등에 따라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고, 대기발령 기간 동안에도 과제수행에 대하여 낮은 평가를 받음으로써 능력이 회복되지 않아 보직을 받지 못하고 계속 대기발령 상태를 유지하였다. 이에 회사는 취업규칙을 근거로 근로자 甲을 해고하였다. 이러한 A회사의 근로자 甲에 대한 해고조치에 대해 대법원은 먼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11)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해고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해고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때에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어떠한 사유에서든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함을 전제로, 11)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회사가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고할 수 있다고 정한 취업규칙 등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에는 “회사가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되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한하여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대기발령에 대해서는 회사의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면서도, 대기발령에 따른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정당한 이유를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법리는 위 사례와 같이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에서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부진에 따른 대기발령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도록 보직을 다시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해고한다는 규정을 두고 사용자가 이러한 규정에 따라 해고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위와 같은 법리를 전제로 위 A회사와 근로자 甲의 사례에서 대법원은 하급심(원심)은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부진이 어느 정도 지속되었는지, 그 부진의 정도가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는지, 나아가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려운지, 피고가 원고에게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였는지 등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채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하였다.대기발령이 유지될 수 있는 기간은?12)
그렇다면 회사에서 근로자에게 부여할 수 있는 대기발령의 기간은 어느 정도일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기발령’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당연히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도 “대기발령의 목적과 실제 기능, 유지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그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따라서 대기발령을 받은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가 아닌데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다고 볼 만한 시점 이후부터의 대기발령은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본 대법원 판결의 사례에서는 근로자가 회사의 감사 방해를 저지하는 것에 주된 목적이 있는 대기발령의 경우 회사의 감사가 종료됨으로써 (대기발령의) 필요성이 없어졌음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근로자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상태로 두는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13). 12) (대법원2024다250873, 2024.9.12.) 판결 13) 본 사례에서 원심은 ‘대기발령’의 전체 기간에 대해 무효라고 판단한 반면, 대법원은 위 대기발령의 정당한 기간에 대한 법리를 바탕으로 대기발령의 기간의 정당성은 그 전체가 아니라 필요성 등을 기준으로 기간을 구분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함오늘은 ‘대기발령’과 관련하여 자주 논의되는 법적 쟁점들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기발령’은 회사의 유지·운영에 필요한 제도인 만큼 회사에 상당한 재량이 인정될 수 있지만, 근로자에게는 불이익한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회사는 근로자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할 경우 그 정당성과 기간 등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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