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대한 기억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역할연기) 게임(MMORPG :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을 개발, 출시, 유통하는 기업의 기업가치(Enterprise value)는 어떻게 산출할까요? 게임 회사의 가치는 곧 그 게임 회사가 개발 유통하고 있는 핵심 게임 회사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의 현재가치입니다. 보통 1~2개의 주력 게임이 주도하고 나머지 게임들은 개발 진행 중이거나 지연되고 있는 건들이 많습니다. 저는 펄어비스가 아닌 다른 게임개발 회사에 대한 외부감사에서 그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의 기초자산인 회사의 주식 가치평가 결과 보고서 내용이 잊히지 않고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정말 특이한 평가였죠. 물론 게임의 수명이 몇 년이 될지, 그리고 수명을 다하고 나서는 현금흐름을 어떻게 추정해야 할지 판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하나의 게임이 수명을 다하고 나면 또 다른 게임이 개발, 출시되어 기존 게임의 자리를 대체해 줘야 하는데 그 게임이 무엇인지 식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니깐요. 즉, 게임 회사의 기업가치 평가는 매우 어려운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Bio, 게임, AI 관련 기술 기반 업종의 기업들은 DCF(현재가치할인법)로 평가하기도 평가된 결과를 감사(audit)하기도 정말 애매하고 어렵답니다. 때론 한국의 가치평가 관행(practice)이 DCF 방법에 지나치게 집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DCF는 모든 가치평가 기법의 상위에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긴 합니다. 제아무리 불확실한 추정이라고 하더라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면 되는 것이 추정(estimate)이기 때문입니다. 평가를 종료하고 나면 "내가 무슨 소설을 쓴 거지?" 하는 허탈감이 남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게임 그 자체인 게임 회사의 가치를 꼭 DCF 방법을 써야 할까요? 한국의 가치평가 관행상 가치평가 보고서에 DCF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예를 들어 시장접근법(Market approach)인 상대가치법) 을 적용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사실 안되는 것은 아닌데, 누구나 이 질문은 할 것입니다. "DCF도 해야 하는 거 아냐?" 제가 회계사로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수습 기간이었습니다. 그때는 스타크래프트(Starcraft)를 할 줄 모르는 회계사는 없었으며 있었다면 소외되거나 무시당했을 만큼 대단한 게임이었습니다. 회계법인에서는 업무를 어느 정도 해 놓고 나면 다들 팀을 짜서 Starcraft 게임을 한판 붙곤 하였습니다. 파티션이라고 하는 칸막이 속에는 전사들이 자리 잡고 열을 올리느라 적막함 속에서 마우스 클릭 소리만 딸깍딸깍하면서 방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게임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 재무제표를 훑어볼 펄어비스를 보니 옛날 생각이 떠오릅니다. Starcraft 는 한때를 풍미했던 인기가수처럼 Starcraft 는 힘들었던 회계사 수습 생활의 메모리에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그 이상했던 게임 회사 가치평가 보고서와 함께 말이죠..jpg)
펄어비스 재무제표 분석과 주식 가치평가
✅ 재무제표 분석
오늘은 KOSDAQ 시총 17위권인 펄어비스의 재무제표를 훑어보고 가능하면 주식 가치 적정성 평가도 해보려고 펜을 들었습니다. 주식 가치평가는 동종업종의 유사 기업의 평균 PER를 펄어비스의 EPS에 곱하여 추정 주가를 산출하고 이를 시장가격과 비교해 보는 방법을 써 볼까 합니다. DCF는 적절한 대안이 아니므로 하지 않습니다. 아래 펄어비스의 재무제표를 보면 회사의 현재 상황(Status)이 잘 그려집니다. 그 상황이란 펄어비스의 최고 성공작으로 현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검은사막'의 약발이 조금씩 체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게임의 출시가 생존의 숙제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말합니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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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가 Trend 분석
아래 주가 Trend graph에서 보듯이 펄어비스의 최근 1년간 주가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습니다. 이는 모든 투자자가 펄어비스를 바라보는 관점이 유사함을 의미합니다. 언제 후속작이 나와서 또 대박을 터트릴까? 언제까지 검은사막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는데…."하는 관점 말입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의 매출 감소와 신작 출시 지연으로 인해 재무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영업손실을 기록하였으며, 이는 상장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펄어비스는 '붉은 사막', '도깨비', '플랜 8' 등 신작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붉은 사막'의 성공적인 출시를 통해 수익성을 회복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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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종기업(peer company) PSR를 이용한 주가 적정성 평가
✅ 상대가치법과 동종기업의 결정
위 표에서 보듯이 펄어비스, 아니 검은사막의 가치는 2조 원을 조금 넘어섭니다. 이 가치는 어떻게 나온 것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지금 수익을 창출하는 주체는 "검은사막" 밖에 없으니깐요. 검은사막이 수명을 다하면 그 다음엔 어떤 게임이 어느 정도의 현금흐름을 창출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DCF 추정은 의미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펄어비스의 가치를 2조 원으로 매기고 있습니다. 이 가격이 적정한지에 대한 판단은 다른 기업과의 비교를 통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동종기업(Peer company)을 결정해 봅니다. 펄어비스는 MMORPG 등 온라인/모바일 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인데요, 유사 업종에 속한 국내외 주요 기업으로는 다음이 있습니다. 넷마블(Netmarble) 넥슨(Nexon) 엔씨소프트(NCSOFT) 크래프톤(Krafton) 스마일게이트(Smilegate) 웹젠(Webzen) 카카오게임즈(Kakao Games) 컴투스(Com2uS)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Blizzard Entertainment) 유비소프트(Ubisoft) 기타 중견 게임사 (예: Whaleapp, Splash, Caret Games 등) 235 오늘은 "cafe comma"라는 곳에 와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여기에 가끔 오는 이유는 사람이 적어 조용하고 커피가 맛있기 때문입니다. 식어서 더 맛있는 차가운 너티크림라떼를 한 모금 들이켜고 평가 작업을 진행합니다..jpg)
✅ 게임업종 평균 PSR 현황
2024년~2025년 기준으로, 국내외 주요 게임사들의 PSR은 다음과 같은 범위에 분포합니다(시장 상황과 환율, 각 기업의 성장성에 따라 변동 가능) • 국내 대형 게임사(3N, 크래프톤 등): PSR 2~6배 • 중견/중소 게임사: PSR 1~3배 • 글로벌 대형 게임사(블리자드, 유비소프트 등): PSR 3~7배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넥슨 등은 영업이익률이 25~44%로 매우 높고, 넷마블, 유비소프트는 8~14% 수준입니다.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등은 1% 내외로 낮은 편이며, 엔씨소프트는 2024년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으며 웹젠은 중견 게임사로서 25%대의 준수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여러 증권사 및 산업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한국 게임업종 상장사(코스피/코스닥 기준) 평균 PSR은 약 2.5~4.5배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습니다. 글로벌 대형 게임사까지 포함하면 평균 PSR은 3~5배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참고] 주요 게임사(2024년 기준) PSR 예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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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펄어비스의 적정 주가 추정
때론 제가 직접 수행한 평가 결과가 신기하게 시장가치와 유사하게 나와 스스로도 놀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치 결과를 미리 정해 놓고 끼워 맞춘 것처럼 말입니다. 평가 결과, 2024년 매출 기준으로는 고평가, 2025년 추정 매출 기준으로는 거의 동일한(적정한) 수준으로 나왔습니다.생각해 볼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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