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프리랜서고 아내는 역삼세무서 공무원입니다. 예전에는 회계사와 세무공무원 부부가 같이 개업하면 Synergy 효과가 있어서 돈 많이 번다고 했는데요, 우린 그냥 각자 자기의 삶을 열심히 살 뿐이며 Synergy는 같이 밥 먹을 때만 발휘됩니다. 저의 근무처는 역삼동이었고 아내는 강남역 쪽이라 예전부터 둘이 가끔 만나 점심 Synergy를 창출하곤 하였습니다. "오늘은 선릉역 근처에 외출 달고 갈 거야" 과세 고지서 전달하러 점심쯤에 외출을 나간다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밥을 같이 먹자는 얘기지요. 어명을 받들기 위해 얼른 맛집을 검색하다가 농민 백암순대가 생각나서 제안하였습니다. "먹을 수 있을까??" 먹는 거 좋아하는 아내가 동공이 흔들리는 눈으로 묻습니다. 이 집은 너무 유명해서 점심시간에는 아예 먹을 수 없고, 직장인들이 감옥으로 다시 들어가는 1시 이후에 30분~1시간 정도 기다리면 겨우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오늘도 대기 줄은 길었지만 운 좋게 30분 정도 기다리니 들어오라고 합니다. 다대기 순댓국인데 다대기 양념도 좋고 육수도 좋고 고기도 좋아서 셋이 결합하여 쫙쫙 당기는 국물 맛을 만들어 냈습니다. 한 그릇 뚝딱 비우는 데 별로 오래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잘 먹힙니다. 쉽게 말해 재료가 좋고 육수와 다대기가 잘 어울립니다. 얼큰한 스타일의 빨간 순댓국입니다. 둘은 맛있게 먹고 배를 두드리며 나와 순댓국집에서 가까운 테라로사 포스코센터 점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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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로사 포스코센터 점은 저와 나름 인연이 깊습니다. 제가 직장을 옮기던 시기, 그러니까 퇴사와 입사 사이 기간에 매일 드나들며 글을 쓰던 곳이었습니다. 그때는 조금 마음이 무거웠던 시간이라 이 카페가 저에겐 유일한 친구와 같은 느낌을 주었죠. 프리랜서가 된 요즘도 자주 드나드는 곳입니다. 아침 일찍 창가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사는 강남 Worker들의 분주한 발걸음을 감상하면서 머리를 비우기도 하는 refresh plac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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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순댓국집으로 돌아가서…. 맛집을 가면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야~ 이 정도면 주인장 정말 재벌이겠다…. 부럽다~~" 오랫동안 맛집으로 남는 곳은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한결같이 똑같은 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죠. 부모님이 자녀에게 가게를 물려주면서 레시피가 미세하게 변질되면, 손님도 조금씩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니, 오직 옛날 맛을 고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것입니다. 농민 백암순대 집은 10년 전이나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맛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사랑받고 있을 겁니다. 갑자기 삼성전자가 떠오릅니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회사이자 주식(stock)입니다. 저에게 꽤 큰 손실을 안겨 준 회사이기도 하죠. 그러나 저는 여전히 삼성전자를 응원합니다. 1등이란 항상 멋있는 것이니깐요. 그러나 삼성전자에 작년(2024년)은 무척이나 힘든 해였습니다.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이던 삼성전자는 SK Hynix에게 반도체 부문 1위 자리를 내어준 자존심 상하는 해였죠. 그런 변화의 가운데에는 시대를 지배하는 "AI"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AI의 Value를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기업은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삼성전자 Case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존에 하던 것을 꾸준히 잘 한다는 생각은 이미 뒤처지고 있는 상황과 다름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같은 장사지만 농민 백암순대와는 삼성전자는 살아가는 방식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농민 백암순대는 옛것에 천착하고 변하지 않으며 생존하고 삼성전자는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만으로 생존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삼성전자는 지금 다소 뒤늦었지만, 전 세계 AI Trend의 핵심 인프라가 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을 겁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죠? 그들의 저력을 다시 한번 믿어 봅니다.
삼성전자 주식 가치 적정성 평가
삼성전자 주식은 항상 "저평가(under-valued)"되어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그런데 저평가되어 있는데 주가는 왜 쑥쑥 회복하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시장(market) 관점에서는 적정 주가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평가를 말하지만, 그들은 실제로 삼성전자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지 않을 겁니다. 마음속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의구심이 꽤 크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웬만큼 유명한 Valuation website들은 공통적으로 삼성전자가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Yahoo finance에서 제공하는 Wall street 애널리스트들이 평가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Target price)와 현재 주가의 차이, 그리고 투자 권고(recommendation)인데요, 그들은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55,500)는 목표주가(74,026) 대비 25%가량 낮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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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저도 삼성전자 주식 가치 평가를 한번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전자는 내부에 DS, DX, SDC, Harman 등 4개의 사업 부문(segment)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사업 부문은 각각 "독립적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죠. 회계(IFRS)에서는 이 독립된 사업부를 현금흐름 창출 단위(CGU ; Cash Generate Unit)라고 합니다. 이 4개 부문은 독립적이기 때문에 뭉쳐서 하나로 평가하면 왜곡된 결과를 낳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평가기관과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주식가치를 하나의 단위로 평가하고 있죠. 문제는 사업부별 재무제표의 부재입니다. 삼성전자 내부에는 당연히 있는 자료이겠지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자료는 공시된 재무제표 주석의 "부문별 공시(segment reporting)"가 유일합니다. 그러나 이 간단한 주석 정보로도 Valuation은 가능합니다. 잠시 삼성전자의 부문별 공시 주석 내용을 훑어보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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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수익 구조의 특징은 DS부문, 그러니까 반도체의 실적이 전체 실적을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DS부문 실적의 변동성(Volatility)이 큼을 의미합니다. 위에서 보듯이 당기 영업이익은 15조이지만, 전기는 (-)15조입니다. 이렇게 큰 변동성은 삼성전자의 실적을 좌우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항상 반도체 부문이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위 4개 "부문별로" 약식 DCF 평가를 해 보았습니다. 이는 곧 DCF 평가를 위한 필수 Factor인 FCF(잉여현금흐름), 성장률(Growth rate), 영구 현금흐름 성장률(Terminal growth rate), 할인율(discount rate ; WACC)을 "부문별로 각각" 적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믿을 만한 정보처에서 삼성전자의 각 부문과 관련된 산업(industry) 성장률, 할인율 등 정보를 수집하였는데 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주요 가정 요약
• 세율: 22% • 영구 성장률: 3% • WACC: DS: 10.5%, DX: 8.5%, SDC: 9.5%, Harman: 8.5% • FCF 추정: 세후영업이익(NOPAT)을 매년 CAGR로 성장시키는 단순 모델
부문별 예상 연간 성장률(CAGR)
사업 부문 |
예상 CAGR(2025-2030) |
주요 성장 요인 |
DS |
7-10% |
AI 및 HPC 수요 증가, 고부가 메모리 제품 확대 |
DX |
5-7% |
프리미엄 스마트폰 및 가전 수요 증가, AI 기능 강화 |
SDC |
10-12% |
OLED 및 QD-OLED 수요 증가, 노트북 및 모니터 시장 확대 |
Harman |
6-8% |
차량용 전장 및 커넥티드카 시장 성장, 오디오 시스템 수요 증가 |
부문별 예상 적정 할인율(WACC)
부문 |
주요 사업 |
위험 수준 |
적정할인율(WACC) |
적용 근거 |
DS |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 반도체 |
높음 |
10-11% |
메모리 업황의 사이클성, 파운드리의 대 규모 설비투자 리스크, 기술 경쟁 심화 |
DX |
스마트폰, TV/가전 |
중간 |
8-9% |
글로벌 브랜드 파워로 안정적 매출 유 지, 다만 ASP 하락과 수요 민감도 존재 |
SDC |
OLED, QD-OLED 디스플레이 |
중~높음 |
9-10% |
패널가격 하락 및 고객사 집중도 리스 크, QD-OLED 확대에 따른 성장잠재력 |
Harman |
차량용 전장, 오디오 시스템 |
중간 |
8-9% |
커넥티드카 성장 기대, 다만 자동차 산 업 전반의 경기 민감도 및 OEM 의존도 존재 |
FCF(잉여현금흐름)의 대용치로는 NOPAT(Net Operating Profit after Tax)을 사용하였는데 이 수치는 공시 재무제표 주석, 사업 부문별 정보의 영업이익에서 세금을 차감한 가액으로 계산하였습니다. 왜 FCF를 적용하지 않냐구요? 사업 부문별 FCF 자료도 없지만, FCF는 CAPEX(투자지출)와 운전자본 변동(Working Capital chage)으로 인해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좀 더 안정적인 지표인 NOPAT(after tax EBIT)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 NOPAT을 출발점으로 해서 위에서 산출한 성장률을 곱하여 5년간 현금흐름을 생성하고 이를 할인율(WACC)로 할인하여 주주지분 가치를 산출해 보았습니다.
DCF 평가 결과
부문 |
영업이익 |
세후영업이익(NOPAT) |
5년간 FCF 총합 |
할인된 5년 FCF |
영구현금흐름가치(TV) |
할인된 TV |
총 부문가치 |
DS |
150,945 |
117,737 |
768,038 |
565,141 |
2,487,836 |
1,510,116 |
2,075,258 |
DX |
124,399 |
97,031 |
579,792 |
452,633 |
2,431,730 |
1,617,211 |
2,069,844 |
SDC |
37,334 |
29,121 |
201,306 |
151,697 |
777,567 |
493,932 |
645,629 |
Harman |
13,076 |
10,199 |
62,759 |
48,920 |
267,894 |
178,162 |
227,082 |
합계 |
325,754 |
254,088 |
1,611,895 |
1,218,391 |
5,965,027 |
3,799,421 |
5,017,813 |
삼성전자의 Simple DCF에 의한 총주주 지분가치(Total Equity Value)는 501조로 산출되었습니다. 이 금액과 비교할 대상은 시총(total market value)이며, 비교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평가 가액과 시총의 비교
DCF Value (A) |
Market Value (B) |
B/A |
502조 |
328조 |
65% (35% Upside ro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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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 1년간 지속적인 주가 하락을 겪었으며 시총이 고점 대비 30~40% 정도 증발하였습니다. 그러나 계산된 가치는 그렇게까지 하락하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쉽게 말해 지금 벌어들이는 것만으로도 시총은 쉽게 능가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기업가치, 주식 가치는 과거, 현재가 아닌 미래(Future)를 반영합니다. 그 AI 반도체, HBM에서 한발 뒤처진 대가가 저렇게 큰 것입니다.
검토 의견
저의 DCF 평가 목적은 미세한 차이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의 크기가 오차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즉, 위에서 시총은 평가 가치(DCF) 보다 35% 낮은 수준이며 이 정도 차이라면 주가는 최소한 적은 금액이라도 저평가된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평가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삼성전자에 대한 평가는 반도체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더 저평가되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지금 같은 큰 변동성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다양한 Portfolio는 Risk 대응에 유리하다고 평가되기도 합니다. 엔비디아 중심의 고사양 GPU 중심의 AI Industry에서 중국의 강력한 도전은 삼성전자에게 혁신을 할 시간을 확보해 주는 측면도 있습니다. 또한 D-RAM과 NAND와 같은 전통적인 메모리 품목 시장 역전이 견고하다는 사실도 삼성전자가 혁신하는 과정을 덜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의 명예를 탈환하겠다는 삼성의 의지는 결국 바라는 바를 이룰 것이라 믿습니다.
권토중래(重來)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다시 돌아온다." 한 번 전쟁에 패했어도 힘을 다시 비축해 승리를 거머쥔다, 혹 은 일이 한 번 실패해도 다시 가다듬고 성공에 이른다는 의미로 쓰인다. (source; Namuwiki) 勝敗兵家事不期(승패병가사불기) :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의 일이라 예측하기 어려우며 包差忍恥是男兒(포수인치시남아) : 수치를 참고 견디는 것이 진정한 사내대장부라 江東子弟多才俊(강동자제다재준) : 강동의 자제들 중에는 뛰어난 인물들이 많으니 捲土重來未可知(권토중래미가지) :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시 왔다면 결과는 알 수 없었으리 본 칼럼은 전문가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특정 기관이나 단체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본 칼럼의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되길 바라며, 판단은 독자의 몫임을 밝힙니다. 이 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적인 판단이나 결정에 대해서는 작성자가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택스넷에 게재된 자료들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며, 무단 복제, 배포, 전재 또는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