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직원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교육, 연수, 훈련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기회 제공은 회사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직원을 보유하기 위한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직원 개인에게도 개인의 역량을 향상할 기회가 된다. 이러한 직원의 교육, 연수 등에 지급되는 비용을 회사에서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회사에서는 해당 직원에게 부담하는 비용, 즉 일종의 투자 금액에 대한 걱정이 생기게 된다. 교육·훈련 비용이 소액일 경우에는 부담이 적으나, 만약 대학원, 장기간의 해외연수 등과 같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경우라면 많은 부담을 안게 된다. 큰 비용을 투입한 인적자원의 교육·훈련이 종료되고, 회사에서 얼마 일하지도 않은 채 퇴사한다면 투자 비용 원금도 회수하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단순히 교육·훈련에 필요한 경우뿐만 아니라 해당 교육·훈련기간 동안 해당 직원에게는 근로도 제공받지 않고,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회사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는 조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회사에서는 교육이나 훈련이 종료된 후 일정 기간 이상 재직하지 아니하고 퇴사하는 경우 교육·훈련에 투입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대상 직원과 이를 약정하는 경우가 있다. 오늘은 이러한 사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동관계 법령 측면에서 논의되는 쟁점에 대해 다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1) 1) 본 글은 각주에 언급된 판결문과 「근로기준법 주해 Ⅱ」(제2판), 노동법 실무연구회, 박영사, 2020, p.55~62를 참고하여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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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상 ‘위약 예정의 금지’의 기본적인 내용
「근로기준법」제20조에서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2)하고 있다. 여기서 위약금이란 근로자가 근로계약의 내용을 불이행하는 경우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란 근로자가 근로계약의 내용을 불이행하는 경우 실제 손해의 발생 여부 및 손해의 액수와 관계없이 일정액을 지급할 것을 미리 약정하는 것을 말한다. 2) 「근로기준법」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 쉬운 예를 들자면 편의점에서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계약 내용에 ‘아르바이트생이 6개월 이상 근무하지 않으면 100만 원을 점주에게 지급한다.’ 거나 ‘아르바이트생이 지각하면 1회당 5만 원을 점주에게 지급한다.’ 등의 내용과 같이 근로계약상의 일정한 규정을 두고 근로자로 하여금 그 규정을 어기면 일정 금액을 사용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은 위약 예정에 해당한다. 대법원판결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에서는 이러한 위약 예정을 금지하고 있는 취지에 대해 “만약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하는 경우 임금을 받지 못한 것에 더 나아가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계약 체결 시의 근로자의 직장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려는 데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3). 이러한 ‘위약 예정의 금지’ 조항은 「근로기준법」제7조의 ‘강제 근로의 금지’ 규정4)의 구체화 된 조항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3) (대법원 2001다53875, 2004.4.28., 판결) 4) 「근로기준법」제7조(강제 근로의 금지)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그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 따라서 만약 근로자가 근로계약상 약정한 근무 기간 이전에 퇴직하면 그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어떠한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바로 소정 금액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면 이는 명백히 「근로기준법」제20조의 ‘위약 예정의 금지’ 규정을 위반하여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5). 나아가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5) (대법원 2006다37274, 2008.10.23., 판결) 다만, 위약 예정의 금지는 실제 발생한 손해액과 관계없이 일정액을 미리 정하여 근로자에게 배상하게 하는 근로계약을 금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의 불법행위 등으로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때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실제로 청구하거나 청구할 수 있도록 근로계약에 명시하는 것은 가능하다.교육·훈련 등 종료 후 의무 근로기간 위반 시 비용 반환 약정의 유효성
그럼 다시 위에서 살펴본 사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회사가 직원에 대해 일정 기간 교육, 연수, 훈련 등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그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급하고(그 기간 중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만일 직원이 해당 교육, 연수 등 종료 일자부터 일정 의무 근로기간 이상을 근무하지 않을 때 그 소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도록 규정한다면 「근로기준법」제20조의 ‘위약 예정의 금지’ 규정을 위반하는 것일까?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한 대법원 판례의 경향을 살펴보면 약정 내용에 따라 상환하는 대상이 (엄격한 의미)의 교육, 연수 또는 훈련 비용에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임금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달리 판단하고 있다.(1) 약정이 유효인 경우6)(교육·훈련 비용 반환을 약정한 경우)
6) (대법원 2006다37274, 2008.10.23., 판결) 만약 해당 약정의 내용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교육·훈련 또는 연수 비용을 우선 지출하고, 근로자는 실제 지출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되, 일정 기간 근무할 경우 그 상환의무를 면제해 주기로 하는 취지라면 약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해당 비용이 단순히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와 이익을 위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근로자의 자발적인 희망과 이익 또한 고려된 결과로써, 근로자가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하며, 약정된 근무 기간과 상환 금액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범위 내에서 정해져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해당 약정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부당하게 계속 근로를 강요하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면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2) 약정이 무효인 경우7)
7) ( 대법원 2001다53875, 2004.4.28., 판결)① 임금에 대한 반환을 약정한 경우
만약 해당 약정의 내용 사용자가 근로자의 교육·훈련 또는 연수를 위한 비용을 우선 지출함과 동시에 해당 기간 동안 임금을 지급하고, 일정한 의무 근로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다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로 지급한 임금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으로, 실질적으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② 교육의 실질이 근로에 해당하는 경우
한편, 해외연수, 위탁교육 등의 명목으로 진행되었으나 실질은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대해 대법원 판례에서는 “근로자의 해외 파견 근무의 주된 실질이 연수나 위탁교육 훈련이 아니라 사용자의 업무상 명령이나 필요에 따라 근로자가 근로 장소를 변경하여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이거나 그에 준하는 것으로 보이고, 해외에 근무하는 동안 임금 이외 지급된 금품이나 들인 비용도 장기간 해외 근무라는 특수한 근로에 대한 대가이거나 업무 수행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게 지출할 것이 예정된 경비에 해당한다면, 이러한 비용에 대한 반환도 무효에 해당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교육·훈련비용 등 상환 약정에 대한 유효성에 대한 판례 경향을 간단하게 정리해볼까 한다. 반환 대상이 실제 교육·훈련에 드는 비용이라면 그 약정의 유효성이 인정된다. 반면에, 교육·훈련 시 지급된 임금이 반환 대상이라면 그 약정은 무효로 판단한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형식적으로는 교육·훈련이지만 그 실질이 근로 제공과 다름없고 그 비용이 출장 등 근로 제공에 수반된 비용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 그에 대한 반환 약정도 무효로 판단하고 있다..jpg)
연수, 교육, 훈련비 등 상환계약 관련 사례
위에서 살펴본 연수, 교육, 훈련비 등 상환계약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들과 관련된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1) (대법원 2003다7388, 2003.10.23.) 판결
의류회사 연구실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근로자 A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제품 연구 및 개발을 위하여 5회에 걸쳐 짧게는 4일간, 길게는 8일간의 해외연수 여행을 다녀왔다. 이 해외연수 여행에서 근로자 A는 별도 교육이나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며, 새로운 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한 전시회에 참여하거나 백화점 등 판매 장소를 방문하는 등 주로 패션의 경향과 시장 조사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회사는 위 해외연수 여행과 관련하여 근로자 A와 여행 귀국 후 3년 이내에 퇴사하여 유사한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8) 퇴사일로부터 소급하여 만 3년까지의 기간 동안 사용한 합계 금액 및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손해배상금 조로 그 사용한 합계 금액의 3배를 배상할 것을 서약하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하였다. 8) 이와 관련하여 위약 예정이 금지되는 것은 근로계약의 유지 기간 중에 한한다고 일반적으로 해석된다. 근로계약 종료 후 유사 직종에 취업하지 못 하도록 하는 약정을 ‘경업금지 약정’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기본적으로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을 진정하면서도, 해당 약정의 내용이 헌법상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보아 무효라고 보아 그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21903. 2219810 판결 등) 이러한 약정에 대해 법원에서는 직원의 해외연수 여행 실질은 출장 업무를 수행한 것임을 전제로, 해외 출장 업무에 대하여 지급한 금품은 출장이라는 특수한 근로의 대상으로서 일종의 임금 또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필요 불가결하게 지출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비를 보전해 준 것에 불과하기에 그 경비에 대한 반환 약정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2) 대법원 2025.4.15. 선고 2002다208755(반소) 판결
공공기관 소속 근로자 B는 공모 절차를 거쳐 국제기구에 파견을 가게 되었고, 공공기관에서는 해당 국제기구에 관련 예산 지원을 위한 지원금을 지급하였다. (파견 기간 동안 근로자 B에 대한 보수와 체재비는 국제기구에서 지급하였다.) 한편, 공공기관의 내부 규정에서는 파견 근로자가 파견 기간의 2배에 해당하는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제기구에 지급한 지원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공공기관과 근로자 B는 위 규정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약정을 체결하였다. 하지만 근로자 B는 2016. 8월부터 2019년 6월까지 국제기구에서 파견 근무를 하다 2019년 7월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이에 위 약정에 따른 비용 반환이 문제가 된 사례이다. 위 사례에 대해 대법원 판결은 근로자 B는 파견된 국제기구에서 월별·분기별 보고, 수시 자료 제출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를 제공하였고, 그 과정에서 근로자 B가 전문가로서 역량과 지식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연수나 교육훈련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파견 기간 동안 근로자 B가 공공기관이 아닌 국제기구에서 보수 등을 지급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공기관이 국제기구에 지급한 지원금에 해당하기에 결국 공공기관이 근로자 B의 해외 근무에 관해 부담할 비용이라 판단하였다. 오늘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교육·훈련 등 프로그램에서 소요되는 비용이나 그 기간 동안 지급되는 임금과 관련된 인사 노무 측면에서 쟁점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회사로서는 회사의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여 교육·훈련을 제공한 직원에 대해 조금 더 오랜 기간 회사에서 근무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 살펴본 내용과 같이 그러한 교육·훈련 과정에서 실질적인 교육·훈련이 아닌 근로로 평가될 수 있는 요소가 있고, 해당 직원이 금방 퇴사한다면 정말 그 비용은 사라지는 비용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연수, 교육, 훈련비 등 상환 약정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문 1990년대, 2000년대에 등장하였는데, 오늘 소개한 대법원 판결 중에는 2025년 4월 선고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최근에도 관련 사례에 대해 법적 쟁점화가 되고 있는 만큼, 이번 글을 통해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회사에서는 관련 규정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최신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