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기대권’ 사례 소개]
BY 이남준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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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간제법」 소개
현재 시행 중인 「기간제법」은 2006년 제정 당시 기간제근로자, 단시간근로자 등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와 남용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이를 보호하기 위해 2007년 7월부터 시행되는데, 먼저 이번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현재 시행 중인 「기간제법」의 주요 내용에 대해 간략히 다루어보도록 하겠다.‘기간제근로자’란?
우리 일상에서는 흔히 ‘비정규직’으로 분류되는 기간제근로자의 법적 정의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말한다.기간제근로자의 사용제한
우리 기간제법에는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5), 프로젝트사업과 같이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육아휴직자 등에 대한 대체근로를 하는 경우, 55세 이상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 등이 그 예이다. 5) 1.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2. 휴직ㆍ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해당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3.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제1호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5. 전문적 지식ㆍ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ㆍ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6. 그 밖에 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만약 예외적인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한 경우
A회사는 계약직 직원들에 대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마다 근로계약을 갱신하였음에도, 계약직 직원들에게 근로계약 기간만료를 통지함으로써 A회사와 계약직 직원들 사이에 근로계약이 종료된 사례6)이다. 6) (대법원2005두5673, 2006.2.24.) 판결 이 사례에 대해 대법원은 A회사와 계약직 직원들 사이의 근로계약기간은 형식에 불과하며, A회사가 계약직 직원들에게 기간만료를 통지한 것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대법원 판단의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판결에서도 원칙적으로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사용자의 해고 등 별도의 조처를 기다릴 것 없이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위와 같이 근로계약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도 단기의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하여 갱신됨으로써 그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게 된 경우 등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 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그 경우에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갱신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해고와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 갱신계약을 거절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이유가 존재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B회사는 乙운전자와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여 장애인콜택시 운행에 관한 위·수탁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B회사의 운영계획상 부적격자 교체 등을 위해 계약기간을 1년 단위로 갱신하도록 하고 있으며, 위탁기간 연장 규정을 두고 있었다. 그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B회사는 乙운전자에 대한 공정성 및 객관성이 결여된 심사를 거친 후 계약 갱신을 거절한 사례이다. 이 사례에 대해 대법원은 위 사건과 동일하게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의 당연퇴직에 대한 원칙을 언급하면서도,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친가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기간제근로자의 ‘무기계약 전환기대권’
C회사는 직원丙과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해당 직원丙은 ‘일반직 기간제근로자’로 이는 계약기간 만료 무렵 인사평가 등을 거쳐 정규직근로자로 전환하기 위해 마련된 고용형태였으며, C회사에서도 직원丙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규직으로 채용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말해왔다. 하지만 C회사는 계약기간이 만료될 무렵 직원丙에 대한 인사평가를 실시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기로 하고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계약이 종료된다고 통보한 사례7)이다. 7) (대법원2014두45765, 2016.11.10.) 판결 이 사례에 대해 대법원은 ①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무렵 인사평가 등을 거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②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을 거절하며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하더라도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으며, 나아가 그 이후의 근로관계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것과 동일하다고 하였다. 본 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앞서 살펴본 갱신기대권 법리 적용 가능성을 긍정한 판결로 평가되고 있다.
□ 정년 이후 기간제로 재고용기대권
D회사는 제철소 방호 및 보안 업무를 수행해 온 회사인데, D회사의 취업규칙에서는 정년을 만 57세로 규정하고 있고, 정년퇴직한 직원에게 1개월의 휴식기간를 준 후 이들을 기간제로 재고용하고 이후 갱신을 통해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하도급업체 직원들이 A제철소 내 고철을 제철소 밖으로 무단으로 반출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D회사는 소속 직원을 이를 방조하였다는 이유로 징계면직하였다. 이에 대해 직원丁은 이 사건 징계면직이 무효이고, 징계면직이 아니었다면 정년 재고용 제도에 따라 계속 근무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 사례이다8). 8) (대법원2018다275925, 2023.6.1.) 판결 이 사례에 대해 대법원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한 근로계약,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이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 그에 명시된 정년에 도달하여 당연퇴직하게 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정년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계속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 해당 근로자에게 정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①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② 재고용을 실시하게 된 경위 및 그 실시시간, 해당 직종 또는 직무 분야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있는 경우 그 사유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등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그에 따라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사유로 직원丁은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인정받고, 정년까지의 기간뿐만 아니라 정년 이후 기간에 대해서도 재고용되어 근무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다는 임금 상당액 등을 지급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였다.□ 기간제 사용기간 예외 적용대상에도 ‘갱신기대권’이 적용될 수 있을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기간제법」에서는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적 지식·기술 활용이 필요한 경우에 대해 예외적으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에 살펴볼 사례는 전문직종 근로자에 대해서도 위에서 살펴본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E회사는 연구 및 개발업을 영위하고 있고, 박사인 직원 戊는 E회사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E회사의 규정에는 “계약기간은 신규임용 시 1년, 재임용 시 2년으로 하며,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재임용 계약한다. 다만, 평가결과가 불량한 경우에는 재임용 계약을 하지 아니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 연구위원으로 일정기간 계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직원 戊의 계약기간 만료 시점에 E회사는 평가기준을 만들어 직원 戊가 평가기준에 부합함을 이유로 재임용을 거부하였다. 이 사례에 대해 대법원은 “① 전문직종 근로자라 하더라도 그 근로조건이 다양하고 차이가 있으며, 기간제 근로계약에 내재된 고용의 불안정과 근로조건의 차별이라는 문제점과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상의 해고 제한 규제를 회피하고 상시 고용을 대체할 수 있다는 위험성은 전문직종 근로자에게도 동일하게 존재하고, 사용기간 상한의 제한이 없는 이상 근로자 보호의 필요성 역시 여전히 상존한다. ② 따라서 기간제법상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 규정이 적용되는 전문직종 근로자의 경우에 있어서도,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위 대법원 판결에서는 사용제한 예외인 전문직 등에 대해서도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되는 경우에는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상으로 근로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에 대해 살펴보았다. 위 살펴본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현재 대법원에서는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면,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는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회사와 인사노무담당자는 위 사례처럼 회사 내 기간제근로자, 정년 후 재고용 등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형성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할 경우 회사와 직원 모두가 근로계약 갱신 등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최신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