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감정에 의한 과세, 구제 받을 수 있나?
BY 황범석 2024.02.29
조회 1795 4과세관청의 소급과세를 통한 과세에 제동을 거는 판례가 생성되었다. (서울고법2023누41903, 2023.12.15.) 판결문을 통해 소급과세는 무엇이고, 최근 소급과세를 통한 과세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현 상황을 확인해 보자.
일반적으로 해당 자산의 시가가 없는 경우에는 시가로 인정되는 금액(감정평가액 등)으로 해당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고, 시가로 인정되는 금액이 없는 경우에는 기준시가로 해당 자산을 평가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기준시가는 실제 시가보다 평가액이 낮으므로 일반적으로 납세자 입장에서는 시가 또는 시가로 인정되는 금액(감정평가액 등)보다는 기준시가로 재산을 평가하여 상속 및 증여 받는 것이 세금이 더 적게 발생한다. 그러다보니 과세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인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과세 대상 물건에 대해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고 경제인인 납세자입장에서는 과세 대상 물건에 대해 기준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2020년 1월 31일 국세청의 보도자료로부터 시작되었다. 해당 보도자료의 제목은 “꼬마빌딩 등 감정평가사업 시행 안내”였다. 보도자료의 핵심은 납세자가 부동산 등을 보충적평가 방법으로 평가하여 세금을 신고·납부한 경우 국세청이 해당 부동산을 감정평가 받아 감정평가액을 근거로 납세자에게 추가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즉 과세관청에서는 해당 보도자료를 통해 소급감정의 포문을 열었던 것이다. 다만 당시 그 대상은 꼬마빌딩 및 나대지 등 비거주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산정하였다. 당시 국세청의 소급감정 사업 시행 취지는 일부 자산가들이 저평가된 꼬마빌딩 등 비주거용 부동산을 편법 증여 수단으로 악용하는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과세형평성 문제를 바로잡고,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발맞추며, 비거주용 부동산에 대한 불공정한 평가 관행을 개선한다는 것이었다. 소급과세 근거 법령은 상증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이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49조 [평가의 원칙 등] ① (생략) 다만, 평가기간에 해당하지 않는 기간으로서 평가기준일 전 2년 이내의 기간 중에 매매(감정 포함)등이 있거나 평가기간이 경과한 후부터 제78조 제1항에 따른 기한까지의 기간 중에 매매등이 있는 경우에도 평가기준일부터 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날(감정가액의 경우 가격산정기준일과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의 기간 중에 주식발행회사의 경영상태, 시간의 경과 및 주위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보아 상속세 또는 증여세 납부의무가 있는 자(이하 이 조 및 제54조에서 “납세자”라 한다), 지방국세청장 또는 관할세무서장이 신청하는 때에는 제49조의 2 제1항에 따른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매매등의 가액을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따라 확인되는 가액에 포함시킬 수 있다. 위에 따를 경우 과세관청은 평가기간이 경과한 후부터 상속세 신고기한으로부터 9개월, 즉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이 도과한 후 9개월이 더 지난 날까지 감정평가 등을 통해 납세자에게 소급과세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2024년 2월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 과세관청은 “2월 말일 + 6월 + 9월인 2025년 5월 말일”까지 감정평가를 받아 납세자에 대한 과세가 가능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납세자가 2024년 2월에 상속이 개시된 후 공시지가로 상속세를 신고한 나대지에 대해 과세관청은 2025년 5월에 감정평가기준일을 2024년 2월로 하여 나대지를 감정하여 감정평가액과 공시지가의 차액에 대해 추가 과세가 가능한 것이다. 이 때 평가기준일부터 감정평가가격 산정기준일과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의 기간 중에 가격변동에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하며, 그러한 경우 과세관청의 재산평가심의위원회를 거쳐 해당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위와 같은 과세로 인해 현재 다수의 건들이 조세불복 과정을 거쳐 법원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납세자에게 유리한 고등법원 판결이 있어 한 가지 소개하려 한다. 해당 판결의 취지는 다음의 세 가지로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과세요건 법정주의와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따라 현재 법령으로 소급감정에 따른 과세는 가능하다. 둘째, 평가기간이 경과한 후부터 제78조 제1항에 따른 법정결정기한까지 있었던 감정 등의 가액을 시가로 보기 위하여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 셋째,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는 것은 과세관청에서 입증하여야 한다. 고등법원은 해당 판결에서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에 대해 증여일부터 가격산정기준일까지의 기간 중에 객관적인 교환가격의 변동이 있다고 인정될 수 있는 모든 사정을 의미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리하여 본 건의 경우 증여일 전후 지속적으로 개별공시지가가 상승한 점, 해당 공시지가의 상승은 실제 가격 상승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점, 증여일과 평가기준일 사이에 3개월의 시간이 존재하는 점 등으로 보아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고등법원은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였고 그로 인해 과세관청은 국패의 결과를 얻게 되었다. 다만, 이러한 고등법원의 판결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의 감정평가를 통한 납세자에 대한 과세에 제동을 걸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판결문이라고 볼 수 있다. 2014년 이전에 납세자들 사이에선 소급감정 컨설팅이라는 것이 유행했었다. 과거 상속 또는 증여 시점에 기준시가로 평가해서 취득한 후 소급감정을 받아 취득가액을 높인 뒤 양도하여 양도차익을 줄이는 컨설팅이었다. 이를 인지한 과세관청은 해당 컨설팅의 위법성이 높은 것으로 보아 소급하여 감정받은 감정평가서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랬던 과세관청이 적극적으로 소급감정가액으로 납세자에게 과세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은 어딘가 형평상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도저히 지울 수 없다. 대법원의 판결은 아직 생성되지 않았으나, 만약 소급감정가액으로 과세를 당한 납세자가 있다면 현재로서는 무조건 불복 절차를 밟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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