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국세청은 2019. 2. 12. 부터 상속세 및 증여세 부과를 위한 감정평가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납세자의 상속세 및 증여세 신고기한 이후에도 법정 결정 기한까지 비주거용 건물 등 중 일부에 대해 국세청이 감정평가 후 그 감정가액을 상속재산 가액으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 과세표준의 근거가 되는 상속재산 가액 등은 시가로 평가하는데, 상속세 등의 법적 평가 기간 내에 매매·감정·수용·경매가 있는 경우에는 그 가액도 시가로 보고 있다. 이러한 금액과 시가가 없는 경우에는 보충적 평가 방법으로 평가하며, 부동산의 경우 공시가격을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한 상속재산 가액 등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주거용 건물 등 부동산을 상속 및 증여받은 납세의무자는 해당 부동산의 시가 및 매매사례가액·감정가액·수용가액·경매가액이 없는 경우에는 공시가격을 상속재산 가액 등으로 보아 상속세와 증여세를 신고·납부 하게 된다. 그러나 이후 과세권자는 국세청 감정평가 사업을 통한 비주거용 건물 등의 감정평가 금액을 상속재산 가액 등으로 함으로써 납세의무자와 많은 분쟁을 유발하였는데, 이러한 분쟁에서 2023. 3. 31. 서울행정법원은 납세의무자의 편을 들어주었다. 즉, 과세권자가 국세청 감정평가 사업을 통해 산정한 감정평가 금액과 납세의무자가 신고한 공시가격과의 차액에 대해 상속세 등을 경정·고지한 것을 모두 취소하라는 결정을 한 것이다. 이하에서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내용을 살펴본 후 국세청의 감정평가사업이 조세법률주의 및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자 한다. 우선, 해당 판결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국세청이 시행 중인 상속세·증여세 부과를 위한 국세청 감정평가사업을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2. 상속세·증여세 부과를 위한 국세청 감정평가사업 1)
1) 이하의 내용은 국세청이 2020.1.31.에 보도자료로 배포한 “상속·증여세 과세 형평성 제고를 위한 꼬마빌딩 등 감정평가사업 시행 안내”의 내용을 토대로 정리하였다.
가. 시행 배경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상속세나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은 상속개시 및 증여 당시의 시가에 따르도록 하여 시가 평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보충적 평가 방법
2)에 의하여 평가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경우 부동산은 공시(고시) 가격
3)에 의해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2) 보충적 평가 방법이란 해당 재산의 종류, 규모, 거래상황 등을 고려하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1조부터 제65조까지 규정된 방법을 말한다. 3) 토지는 개별공시지가, 단독주택은 개별주택가격, 공동주택은 공동주택가격을 말한다. 부동산의 경우 아파트・오피스텔 등은 면적・위치・용도 등이 유사한 물건이 많아 매매사례가액 등을 상속・증여재산의 시가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비주거용 부동산은 아파트 등과 달리 물건별로 개별적 특성이 강해 비교 대상 물건이 거의 없고 거래도 빈번하지 않아 매매사례가액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대부분 공시가격으로 상속・증여재산을 평가・신고하고 있으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현저하게 낮아 일부 자산가들이 저평가된 꼬마빌딩 등 비주거용 부동산을 편법 증여 수단으로 악용하는 등과세 형평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꼬마빌딩 관련 언론보도 내용┃ · [◯◯경제, 17.10.31.] ‘이러니 초등생 희망이 건물주’ 강남빌딩 10개 중 4개는 대물림 · [◯◯일보, 17.12.17.] 부유층 탈세 악용되는 ‘꼬마빌딩’ · [◯◯경제, 18.3.23.] 건물 증여는 기준시가 적용해 ‘세금 줄어…빚도 함께 넘기면 추가절세’ · [◯◯뉴스, 19.9.19.] 미성년자가 꼬마빌딩에 수십억원 자산 ‘탈세백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발맞추어, 국세청은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불공정한 평가 관행을 개선하고 시가에 근접하게 평가함으로써 과세 형평성 제고를 위한 감정평가사업을 시행하게 되었다.
나. 법적 근거
2019.2.12.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납세자가 상속・증여세를 신고한 이후에도 법정결정기한
4)까지 발생한 매매·감정·수용가액 등에 대하여 평가심의위원회를 통해 시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4) 상속세는 신고기한부터 9개월, 증여세는 신고기한부터 6개월 이내에 결정하여야 한다.
※ 출처 : 국세청 보도자료,“상속·증여세 과세 형평성 제고를 위한 꼬마빌딩 등 감정평가사업 시행 안내”, 2020, 3면.
다. 국세청의 감정평가사업
국세청은 2019.2.12. 이후부터 상속·증여세 결정 과정에서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둘 이상의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에 평가를 의뢰하여 감정가액으로 상속·증여재산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감정평가대상은 상속・증여 부동산 중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제2조에 따른 비주거용 부동산(국세청장이 고시하는 오피스텔 및 일정 규모 이상의 상업용 건물 제외)과 지목의 종류가 대지 등으로 지상에 건축물이 없는 토지(나대지)이며, 위 유형에 해당하는 부동산 중 보충적 평가 방법에 따라 재산을 평가하여 신고한 금액과 시가와의 차이가 큰 부동산을 중심으로 배정된 예산 범위 내에서 감정평가를 실시한다. 감정평가가 완료된 이후에는 재산평가심의위원회에서 시가 인정 여부를 심의하게 되며 감정가액이 시가로 인정되면 감정가액으로 상속․증여 재산을 평가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평가사업은 2019.2.12. 이후 상속 및 증여받은 부동산 중 법정결정기한 이내의 물건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상속세 및 증여세 신고기한 및 법정결정기한은 <표 1>과 같다.
<표 1> 상속세 및 증여세 신고기한 및 법정결정기한
구분 |
신고기한 |
법정결정기한 |
상속세 |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 |
신고기한부터 9개월 |
증여세 |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 |
신고기한부터 6개월 |
3. 관련 사례 : (서울행법2022구합64846, 2023.03.31.) 판결
가. 사실관계
A와 B는 부동산(5층, 교육 연구시설 및 근린생활시설, 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함)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데, 각자의 지분율은 A가 90%이고 B는 10%이다. A와 B는 2019.07.24.에 이 사건 부동산을 C와 D 및 E(이하 “C 등”이라 함)에 C는 40%, D 및 E는 각각 30%의 지분으로 증여(이하 “이 사건 증여일”이라 함)하였다. C 등은 2019.09.10.에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이라 함)에서 규정한 보충적 평가 방법에 근거하여 이 사건 부동산 가액을 92억원으로 평가하여 26억원의 증여세를 신고·납부 하였다. 이후 甲 지방국세청은 2020.4.에 감정평가법인 F(이하“F”이라 함)와 주식회사 G(이하“G”라 함)에 가격산정 기준일을 2019.10.25.로 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감정평가(이하“이 사건 감정평가”라 함)를 의뢰하였는데, F와 G가 2020.04.24. 작성한 이 사건 감정평가 결과는 <표 2>와 같다.
<표 2>
구분 |
G |
H |
평균 |
감정가액 |
154억원 |
156억원 |
155억원 |
甲 지방국세청에 소속된 乙·丙·丁 세무서(이하 “과세권자”라 함)는 이 사건 부동산의 가액을 C 등이 신고한 92억원에서 <표 2>의 평균 155억원(이하 “이 사건 감정가액”이라 함)으로 증액하여 그 차액을 증여세 과세표준으로 경정하고, 2020.11.16.에 C 등에게 증여세를 부과고지(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함) 하였다. 즉, 과세권자는 이 사건 부동산의 가액을 C 등이 신고한 보충적 평가 방법을 부인하고 이 사건 감정가액을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로 본 것이다. 이러한 처분에 대해 C 등은 불복하여 2021.02.09. 및 2021.02.08.에 조세심판원과 감사원에 각각 심판청구 및 심사청구를 제기하였으나 2022.01.26. 및 2022.02.15.에 조세심판원과 감사원은 각각 C 등의 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나. 판단
(1) 증여일 이후의 감정평가는 시가로 볼 수 없음
이 사건 부동산의 가액은 증여일인 2019.07.24. 현재의 시가여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감정가액은 2019.10.25. 현재 이 사건 부동산의 가액일 뿐이지 이 사건 증여일인 2019.07.24. 현재의 시가에 해당할 수 없다. 이 사건 부동산의 토지에 대한 감정가액 산정은 공시지가기준법에 따라“비교표준지의 공시기준일 현재 공시지가 × 시점 수정치(2019.10.25. 기준) × 지역요인 비교치 × 개별요인(가로조건 × 접근조건 × 환경조건 × 획지조건 × 행정적 조건 × 기타조건) 각 비교치 × 그 밖의 요인 보정치”로 계산·산정(이하 “2019.10.25. 기준 가액”이라 함)되었음을 감정평가서를 통해 알 수 있다. 위 시점 수정치는 이 사건 증여일의 다음날인 2019.07.25.부터 2019. 10. 25.까지의 지가변동률(= 국토교통부 장관이 조사·발표하는 비교표준지가 소재하는 시·군·구의 동일 용도지역 지가변동률)이 적용·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위 감정평가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다른 가격산정 요인들인 공시기준일 현재 비교표준지의 공시지가·지역요인 비교치·개별요인 각 비교치·그 밖의 요인 보정치는 그대로 둔 채 시점 수정치를 2019.07.24. 기준으로만 변경하면 이 사건 부동산 가액은 쉽게 산정(이하 “2019.07.24. 기준 가액”이라 함)할 수 있는데, 그 결과 감정평가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결국 2019.10.25. 기준 가액과 2019.07.24. 기준 가액은 같을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감정가액은 그 감정평가 내용 자체로 이 사건 증여일인 2019. 7. 24. 현재 이 사건 부동산의 가액이 될 수 없다.
(2) 시가로 보기 위해서는 주관적인 요소가 배제되어 객관적이어야 함
시가로 보기 위해서는 주관적인 요소가 배제되어 객관적이고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거래로 형성되어야 하며, 그 기준시점의 구체적 현황에 따라 평가된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감정기관이 평가한 감정가액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어느 특정 감정기관이 평가한 가액이고 감정평가업자마다 그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평가결과가 유의미하게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다. 따라서 어느 특정 감정기관이 평가한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함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하고 이 사건의 경우처럼 그 감정가액을 기초로 과세를 함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할 것이다. 2019.10.25. 기준 가액에서 비교표준지의 공시기준일 현재 공시지가를 산정하는 경우 어느 표준지를 비교표준지로 선정할 것인지와 개별요인의 각 조건(가로조건, 접근조건, 환경조건, 획지조건, 행정적 조건, 기타조건)마다 비교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지만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 밖의 요인 보정치를 어떻게 정하는지에 있다. 그 밖의 요인 보정치는 비교표준지 공시지가와 인근지역의 정상적인 거래가격 수준 간에 격차가 있는 등의 경우에 인근 유사 토지의 거래사례나 보상선례를 참작하여 보정 하는 것으로서 그 보정치를 정하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판단의 영역이다. 1.0(대등)을 기준으로 우세(1.0 초과)나 열세(1.0 미만)로 판단하는 각 개별요인 비교치와 달리 그 밖의 요인 보정치는 감정평가 업자마다 그 주관적 판단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날 수도 있으며 그에 따른 감정평가 금액 또한 유의미하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그 밖의 요인 보정치를 제외한 다른 가격산정 요인들(비교표준지의 공시기준일 현재 공시지가·시점 수정치·지역 요인 비교치·개별요인 각 비교치)이 모두 같다고 가정하고 그 밖의 요인 보정치를 2.5로 판단하여 나온 감정가액이 100억 원이라 하면 그 밖의 요인 보정치를 2.6으로만 평가하더라도 감정가액이 104억 원이 되어 4억 원이나 증액되고 3.0으로 평가하면 감정가액이 120억 원이 되어 무려 20억 원이나 증액된다.
5) 그런데 감정평가업자마다 그 밖의 요인 보정치를 2.5 또는 2.6 또는 3.0으로 평가하였다고 하여 어느 감정평가는 적법하고 다른 감정평가는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6) 5) 그 밖의 보정치를 제외한 가액을 A라 하고 그 가액에 2.5(그 밖의 보정치)를 곱한 금액이 100억원이면 A는 40억원이 된다(A×2.5=100억원, A=40억원). 40억원에 2.6(그 밖의 보정치)를 곱하면 104억원이고 3.0(그 밖의 보정치)을 곱하면 120억원이 된다. 6) 같은 감정평가 대상을 감정평가업자마다 감정가액이 유의미하게 달라질 수 있음에도 그것이 주관적 판단 영역에 속하는 부분이 크다 보니 쉽사리 그 감정평가 방법의 위법 사유를 지적하기 어렵다. 결국 어느 감정가액이 타당한지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인 “감정평가 방법에 있어 위법 사유가 없고 품등비교(개별요인 비교, 그 밖의 요인 보정)를 제외한 나머지 가격산정요인의 참작에 있어서는 서로 견해 가 일치하나 품등비교에 관하여만 평가를 다소 달리한 관계로 감정 결과에 차이가 생기게 된 경우 그 중 어느 감정평가의 품등비교의 내용에 오류가 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이상 각 감정평가 중 어느 것을 더 신뢰하여 정당 보상가액으로 인정하는가 하는 것은 그것이 논리칙과 경험칙에 반하지 않는 이상 법원에 재량에 속한다”는 법리에 따라 판단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 감정평가 결과가 감정평가업자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문제점은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더더욱 심화된다.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과세권자의 일방적인 의뢰로 나온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이루어진 증여세 등 부과처분에 대하여 해당 납세의무자가 불복하면서 별도로 의뢰하여 나온 감정평가 결과를 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각 감정평가 결과 간에 차이가 크게 나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감정을 의뢰하는 자가 감정평가 업자에게 해당 감정 비용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또한, 감정평가업자들의 대부분이 국가 등이 시행하는 공익사업 등에의 참여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현실과도 직결된다. 이러한 감정평가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업시행자와 별도로 토지 등 소유자에 대하여도 감정평가법인 등을 추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감정평가를 한 감정인에 대한 벌칙 규정도 두고 있다.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와 같이 감정기관을 복수로 하여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것도 나름대로 감정평가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에 있어서는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자에게 각각 감정기관을 선정하여 감정평가를 의뢰토록 하는 것에 비해 그 효과가 미미하다 할 것이다. 실무상 같은 의뢰자로부터의 복수의 감정평가업자 간 감정평가가액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7) 7) 예를 들어 과세권자가 의뢰하여 나온 2곳 감정기관의 감정평가 결과가 100억 원, 101억 원인 반면, 그에 불복하여 납세의무자가 의뢰하여 나온 2곳 감정기관의 감정평가 결과가 90억 원, 91억 원이 되는 것처럼, 의뢰자가 누구인 지에 따라 감정 결과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 뿐 같은 의뢰자로부터의 복수의 감정 결과 간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상의 내용과 같이 납세의무자인 C 등의 의사와 무관하게 甲 지방국세청의 일방적인 의뢰로 나온 이 사건 감정가액은 그 객관성 및 공정성을 뒷받침할 만한 다른 자료가 없는 이상 선뜻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로 인정할 수 없다. 즉,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으로서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거래로 형성된 객관적인 교환가격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감정가액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이 사건 증여일 현재의 시가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다른 충분한 증거가 없다.
(3) 이 사건 증여일과 이 사건 감정가액의 가격산정기준일 사이에 상당한 정도의 가격변동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감정가액을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로 보기 어려움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는 평가기간이 경과한 후부터 법정 결정기한까지 있었던 감정 등에 대하여는“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시가로 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8)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증여일인 2019.07.24.과 이 사건 감정가액의 가격산정 기준일인 2019.10.25. 사이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고 인정할만한 자료를 찾기 어려우며 이에 관한 과세권자의 충분한 증명도 없다.
9) 8)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평가의 원칙 등) ① 법 제60조 제2항에서 “수용가격·공매가격 및 감정가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가로 인정되는 것”이란 평가기준일 전후 6개월(증여재산의 경우에는 평가기준일 전 6개월 부터 평가기준일 후 3개월까지로 한다. 이하 이 항에서 “평가기간”이라 한다)이내의 기간 중 매매·감정·수용·경매(「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를 말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 또는 공매(이하 이 조 및 제49조의2에서 “매매등”이라 한다)가 있는 경우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따라 확인되는 가액을 말한다. 다만, 평가기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기간으로서 평가기준일 전 2년 이내의 기간 중에 매매등이 있거나 평가기간이 경과한 후부터 제78조 제1항에 따른 기한까지의 기간 중에 매매등이 있는 경우에도 평가기준일부터 제2항 각 호 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날까지의 기간 중에 주식발행회사의 경영상태, 시간의 경과 및 주위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보아 상속세 또는 증여세 납부의무가 있는 자(이하 이 조 및 제54조에서 “납세자”라 한다), 지방국세청장 또는 관할세무서장이 신청하는 때에는 제49조의2 제1항에 따른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매매등의 가액을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따라 확인되는 가액에 포함시킬 수 있다. 9)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는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시가를 인정하기 위한 하나의 요건일 뿐, 그러한 심의가 있다 하여 앞서 본 것과 같은 감정기준일 지정의 위법성이 치유되거나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첫째, 이 사건 부동산으로서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는 이 사건 증여일을 전후한 2019년부터 2021년까지의 기간 동안 계속해서 상승하였다.
둘째, 국토교통부가 2019~2020년 동안 부동산 공시지가를 현실화하기 위하여 노력해온 것에 비추어 위 공시지가 상승은 실제 가격의 상승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이 사건 증여일과 이 사건 감정가액의 가격산정 기준일이 약 3개월이나 떨어져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증여일인 2019.07.24.과 이 사건 감정가액의 가격산정 기준일인 2019.10.25. 사이의 기간에 상당한 정도의 가격변동이 있었다.
(4) 납세자의 동일성이 유지됨에도 불구하고 과세권자가 자의적으로 차별 취급하여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였음
국세기본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국세에 관한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사항과 납세자의 권리·의무 및 권리구제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세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하게 하고, 과세를 공정하게 하며, 국민의 납세의무의 원활한 이행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동 법 제18조 제1항에서 “세법을 해석·적용 할때에는 과세의 형평과 해당 조항의 합목적성에 비추어 납세자의 재산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내용 및 조세법의 기본이념인 과세 공평주의의 원칙상 상속세의 과세표준을 적용하는 경우 그 납세의무자들 사이에 과세의 형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처분은 납세자들의 동일성이 유지됨에도 불구하고 과세권자가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다르게 취급하여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사건 처분의 배경이 된 비주거용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에 대한 국세청의 보도자료에서는 감정평가 의뢰 대상의 결정 기준에 대하여 “비주거용 부동산과 나대지 중 보충적 평가 방법에 따라 재산을 평가하여 신고하고 그 가액과 시가와의 차이가 큰 부동산을 중심으로 감정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을 뿐 그 구체적인 기준은 “공정한 업무수행에 큰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둘째, 위 기준은 비주거용 부동산 등을 보충적 평가 방법에 따라 상속재산 가액을 산정하고 그 가액으로 상속세 신고가 이루어지는 등 “시가”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시가와의 차이가 큰 부동산”을 선별하여 그에 대한 감정평가를 “시가”로 산정하겠다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 순환논리에 빠지거나 모호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할 수 없다. 셋째, 위 기준에 의하면 과세권자가 비주거용 부동산 등 중에서 “시가”가 불분명함에도“시가와의 차이가 큰 부동산”이라고 임의로 결정한 일부 부동산에 관하여 감정평가를 의뢰하고 그에 따라 과세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넷째, 과세권자가 위 기준에 해당하는 납세의무자들 모두에게 공평하고 일률적으로 과세대상 부동산에 관한 감정평가 및 이에 기한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볼만한 자료를 찾기 어렵다. 또한, 실제에 있어 과세권자는 관련 사업 예산이 배정된 금액의 범위 내에서 감정평가 대상을 임의로 선별하고 있다.
다. 결론
이상의 내용을 토대로 C 등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과세권자의 증여세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4. 국세청 감정평가 사업에 대한 검토
가. 조세법률주의 위배 여부
조세법률주의는 조세의 부과를 위해 과세요건을 법률에 규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으로 과세요건 법정주의와 과세요건 명확주의가 있다. 과세요건은 과세대상, 납세의무자, 과세표준, 세율 4가지이며 국세청 감정평가사업과 관련된 것은 과세표준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 과세표준 산정의 대상이 되는 상속재산 및 증여재산의 가액 평가는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이하 "평가기준일"이라 한다) 현재의 시가(時價)에 따른다.
10) 시가란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으로 하고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 수용가격ㆍ공매가격을 포함한다.
11) 10) 상속세및증여세법 제60조 제1항. 11) 상속세및증여세법 제60조 제2항.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평가기준일"이라 함) 전후 6개월(증여재산의 경우에는 평가기준일 전 6개월부터 평가기준일 후 3개월. 이하 "평가기간"이라 함) 이내의 기간 중 매매·감정·수용·경매(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및 공매)가 있는 경우에는 그 가액으로서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 수용가격ㆍ경매가격을 시가에 포함한다.
12) 12) 상속세및증여세법시행령 제49조 제1항.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표 3>과 같다.
<표 3> 매매사례가액·감정가액, 수용가격ㆍ경매가격의 개념
구분 |
개념 |
매매사례가액 |
해당 재산에 대한 매매 사실이 있는 경우로서 그 거래가액을 매매사례가액이라 한다. |
감정가액 |
해당 재산에 대하여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감정평가 법인 등)이 평가한 감정가액이 있는 경우로서 그 감정가액을 말한다. |
수용·경매가액 |
해당 재산에 대하여 수용·경매 또는 공매사실이 있는 경우로서 그 보상가액·경매가액 또는 공매가액을 수용·경매가액이라 한다. |
다만, 평가기간에 해당하지 않는 기간으로서 평가기준일 전 2년 이내의 기간 중에 매매 등이 있거나 평가 기간이 경과한 후부터
법정결정기한까지의 기간 중에 매매 등이 있는 경우에는 지방국세청장 또는 관할 세무서장이 신청하는 때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매매 등의 가액을 <표 3>의 어느 하나에 따라 확인되는 가액에 포함시킬 수 있다.
13) 이는 상속재산 및 증여 재산에 대한 신고기한 경과 후라도 그 상속재산 등의 결정 기한까지 매매·감정·수용 및 경매가 있는 경우에는 그 매매·감정가액·수용 및 경매가액을 상속재산의 가액으로 본다는 것이다. 즉, 매매·감정·수용 및 경매가 있는 경우 그 가액을 적용하라는 것이지 국세청이 직접 상속재산 등을 감정평가하여 그 금액을 상속재산 등으로 보아 상속세 등을 과세하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세청의 감정평가사업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서 해당 사업을 통한 감정평가액을 상속재산 등으로 보아 상속세 등의 과세표준으로 산정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
13) 상속세및증여세법시행령 제49조 제1항.
나. 조세평등주의 위배 여부
조세평등주의는 법 앞의 평등의 원칙을 조세의 부과와 징수과정에서도 구현함으로써 조세 정의를 실현하려는 원칙이다. 이러한 조세공평주의의 원칙에 따라 과세는 개인의 경제적 급부 능력을 고려한 것이어야 하고, 동일한 담세능력자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평등한 과세가 있어야 한다. 또 나아가 특정의 납세의무자를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이 금지될 뿐만 아니라 합리적 이유 없이 특별한 이익을 주는 것도 허용되지 아니한다. 조세란 공공경비를 국민에게 강제적으로 배분하는 것으로서 납세의무자 상호 간에는 조세의 전가 관계가 있으므로 특정인이나 특정 계층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면세·감세 등의 조세 우대조치를 하는 것은 다른 납세자에게 그만큼 과중 과세를 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14) 14) (헌재94헌마39, 1995.6.29.) 결정; (헌재94헌마242, 1995.10.26.) 결정 국세청의 감정평가 사업은 위 판결에서 지적하듯이 비주거용 건물 등 모두에 대해 감정평가를 하여 그 가액을 상속재산 가액으로 하여 상속세 등을 과세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비주거용 건물 등 중 일부만 적용하겠다는 것으로서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된다. 즉, 비주거용 건물 등을 상속 또는 증여하는 경우 그에 대한 상속세 및 증여세 납세의무자 중 일부에 대해서만 국세청이 감정평가를 하여 그 가액을 상속재산 가액 등으로 하겠다는 것으로서 이는 국세청 감정평가 대상이 되는 납세의무자와 그 외의 납세의무자로 구분하여 상속재산 가액을 다르게 평가하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납세의무자를 과세권자가 자의적으로 차별 취급하는 것이다. 따라서 조세평등주의에도 위배된다.
5. 마치며
과세권자는 비주거용 건물 등을 상속 및 증여받은 상속세 등 납세의무자가 해당 부동산을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평가한 금액을 상속재산 가액으로 하여 상속세 등을 신고·납부 한 사안에서 그 상속재산 등의 상속세 등 납세의무자 중 일부에 대해서만 국세청의 감정평가 사업을 통해 감정평가 금액으로 상속재산 가액 등을 재산정하여 그 차액에 대해 상속세 및 증여세를 경정·고지하였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과세권자의 상속세 등의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증여일과 증여일 이후의 감정가액은 필연적으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증여일 이후의 감정평가는 시가로 볼 수 없다.
둘째, 시가로 보기 위해서는 주관적인 요소가 배제되어 객관적이어야 하는데, 부동산 감정평가는 감정평가 업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고 그에 대한 위법성 판단이 어려워 그 감정평가 금액을 그대로 시가로 인정할 수 없다. 셋째, 이 사건 증여일과 이 사건 감정가액의 가격산정기준일 사이에 상당한 정도의 가격변동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감정가액을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로 보기 어렵다. 넷째, 과세권자가 납세의무자들 모두에게 공평하고 일률적으로 과세대상 부동산에 관한 감정평가 및 이에 기한 상속세 및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고 관련 사업 예산의 범위 내에서 감정평가 대상을 임의로 선별하는 등 납세자의 동일성이 유지됨에도 불구하고 과세권자가 자의적으로 차별 취급하여 그들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였다. 이상의 판결은 1심 판결로서 과세권자는 항소를 결정
15)하였기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국세청의 감정평가 사업은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국세청의 감정평가 사업은 법적 근거가 없어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고, 납세의무자의 동일성이 유지됨에도 불구하고 과세권자가 자의적으로 차별과세를 하는 것으로서 조세평등주의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상속세․증여세 부과를 위한 국세청의 감정평가 사업은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15) 국세청 상속증여세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객관적 기준에 의해 감정평가를 실시하고 있기에,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결정에 항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기준을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금액 기준 등이 외부로 공개될 경우, 조세 회피 목적에 악용되어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커 공개하지 못함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출처 : 국세청, "꼬마빌딩 등 감정평가기준 객관적…항소 예정", 일간NTN, 2023.04.07.].
ibks****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