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의사의 수술 지연으로 인하여 태아가 사망한 경우 병원의 책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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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은 출산예정일을 1주일 앞둔 날 양수가 터져 을병원에 도착하자마자 5분 간격의 규칙적인 진통을 호소하면서 제왕절개수술을 요구하였고, 을병원의 간호사는 태아의 한쪽 손발이 자궁경부까지 나와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 병원 산부인과과장인 병에게 전화를 걸어 제왕절개수술을 요하는 응급환자가 있으니 병원으로 나와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응급실에 있던 당직의사 정의 지시에 따라 병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을 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병은 전화를 받고서 1시간여가 지나서야 병원 수술실에 도착하여 진찰한 결과, 이미 태아의 한쪽 발이 밖으로 나온 데다가 청색증이 심하여 제왕절개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자연분만을 유도하여 태아의 몸 전체가 배출되었으나, 태아는 심한 청색증과 함께 호흡곤란증으로 인한 심폐정지로 사망하였습니다. 태아의 부검결과 폐포 내에 다량의 양수가 흡입된 것으로 관찰되었는바, 이 경우 을병원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의료사고로 인한 배상책임이 문제되는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또는 계약책임)"이 경합하게 됩니다. 즉, 치료가 잘못되어 병세가 악화되게 되는 경우 그것은 과실로 인하여 신체를 침해한 것이 되어 불법행위의 성립이 문제될 뿐만 아니라, 완치 또는 병세가 호전되도록 치료해줘야 할 치료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결과가 되어 채무불이행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아울러 취득하면 그 중 어느 쪽의 손해배상청구권이라도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83.3.22. 선고, 82다카1533 전원합의체 판결, 1989.4.11. 선고, 88다카11428 판결).
그러나 판례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한데 대하여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 판결한 것으로서 위법이다."라고 하였고(대법원 1963.7.25. 선고, 63다241 판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항변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항변을 포함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라고 하였음에 비추어(대법원 1998.5.29. 선고, 96다51110 판결) 손해배상청구 시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 중 어느 쪽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를 선택하여 청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불법행위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은 모두 과실책임을 원칙으로 하지만, 불법행위에 있어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고의ㆍ과실 있음을 입증하여야 하는데 비하여(다만, 사용자책임의 경우는 사용자가 선임ㆍ감독에 과실 없음을 입증하여야 함), 채무불이행의 경우는 채권자는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사실을 입증함으로써 충분하고, 채무자가 책임을 면하려면 그에게 귀책사유 없음을 입증하여야 합니다. 또한, 불법행위책임의 소멸시효기간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시로부터 10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나(민법 제766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계약채권의 확장 내지 변형이므로 일반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이 경과함으로써 소멸합니다(민법 제162조 제1항). 그런데 위 사안과 관련하여 판례는, 산부인과 의사가 제왕절개수술을 요하는 응급환자가 입원하였다는 보고를 받고도 1시간이 지나 집을 출발하여 수술지연으로 인하여 태아가 사망한 것에 대하여 산부인과 의사의 과실을 인정한 사례가 있으며(대법원 2000.12.22. 선고, 99다42407 판결), 또한, 당직의사에게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질환으로 응급을 요하는 환자에 대한 처치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판례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외과 의사라고 하더라도 당직의사였다면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상황에서 산모가 급하게 제왕절개 수술을 요하는 급박한 상태이고, 그러한 상황을 보고 받기까지 한 이상 사람의 생명ㆍ신체ㆍ건강을 관리하는 의사로서의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의사로서는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처치를 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라고 하였습니다(대법원 1997.3.11. 선고, 96다49667 판결). 따라서 위 사안과 같은 의료사고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경우 병과 정은「민법」제750조의 불법행위자로서, 을병원은 같은 법 제756조의 사용자로서 병ㆍ정ㆍ을병원 모두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갑 등에게 태아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채무불이행책임을 물을 경우에는 계약당사자만 책임을 지게 되므로 고용의사인 병ㆍ정은 이행보조자가 될 뿐이고, 을병원만이 채무불이행책임을 질 것으로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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