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채권자지체 중 물건이 멸실된 경우의 책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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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은 고추상인 을에게 건고추 2,900근을 매각 위탁하였고, 을은 위 고추시세가 상당히 상승하여 매각처분할 수 있을 때까지 무상으로 보관하여 주기로 약정하였습니다. 을은 위 건고추를 보관하면서 갑에게 수시로 고추시세를 알려주고 수차 매각을 권유하였으나, 갑은 시세가 맞을 때까지 편의를 봐 달라며 거절하여 왔습니다. 그 후 2006.5.경 을은 갑에게 위 건고추를 속히 처분하지 않으면 7월경부터 벌레가 먹어 못쓰게 되니 빨리 처분하던지 아니면 인도받아 가라고까지 하였으나 갑은 "시세가 싸다, 또는 보관 장소가 없다" 등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거절하여 왔습니다. 그러던 같은 해 9월경 위 고추가 변질되고 벌레가 먹어 상품가치가 전혀 없게 되자 갑은 을에게 위 고추시가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는바, 을은 갑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는지.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채권자의 수령 기타 협력이 필요한 경우에, 채무자는 채무의 내용에 따른 제공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자가 그것을 수령하지 않거나 기타 협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행에 완료되지 못하는 상태에 놓이는 것을 채권자지체라고 합니다.
이러한 채권자지체가 있는 경우에 채무자는 채권자지체로 생긴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390조, 제393조), 채권자의 수령이 가능한 때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수령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수령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민법 제544조), 채무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이 없고(민법 제401조), 채권자지체 중에는 이자있는 채권이라도 채무자는 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없으며(민법 제402조), 채권자지체로 인하여 그 목적물의 보관 또는 변제의 비용이 증가된 때에는 그 증가액은 채권자가 부담하게 됩니다(민법 제403조). 위 사안과 관련하여 판례는 "상인이 그 영업범위 내에서 물건의 임치를 받은 경우에는 보수를 받지 아니하는 때에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관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게을리 하여 임치물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으나, 다만 수치인이 적법하게 임치계약을 해지하고 임치인에게 임치물의 회수를 최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임치인의 수령지체로 반환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임치물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에는 수치인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할 것이다. 수치인이 임치인에게 보관중인 건고추를 속히 처분하지 않으면 벌레가 먹어 못쓰게 되니 빨리 처분하든지 인도받아 가라고 요구하였다면 이는 임치계약을 해지하고 임치물의 회수를 최고한 의사표시라고 볼 여지가 있고 이에 대하여 임치인이 시세가 싸다는 등 이유로 그 회수를 거절하였다면 이때로부터 수령지체에 빠진 것이라고 하겠다."라고 하였습니다(대법원 1983.11.8. 선고, 83다카1476 판결). 따라서 위 사안에서 갑의 고추가 을이 보관하고 있던 중에 변질되고 벌레가 먹어 상품가치가 상실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갑이 처분과 인수를 지체하는 중 발생한 것이므로 고추의 변질과 상품가치의 상실이 을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닌 한, 을은 갑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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