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들어가며 - 조세조약에 따른 기타소득 과세방법
조세조약상 ‘기타소득’은 국내 법인세법상 기타소득과 달리, 해당 조세조약의 각 조항에서 취급되지 않은 소득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조세조약상 기타소득의 범위는 조세조약마다 달라진다. 기타소득은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을 체결한 국가의 경우 거주지국에서만 과세되는 경우가 원천지국에서 과세되는 경우보다 많은 것으로 보인다.
6)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룩셈부르크의 경우도 기타소득은 원칙적으로 거주지국에서만 과세되는 것으로 정하였다. 다만, 한·룩 조세조약은 양도소득에 대한 조항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아니하여 양도소득 역시 한·룩 조세조약상 ‘기타소득’에 해당하는데,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의정서에 따라 원천지국에서 과세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
7)
6) 국세청, 『비거주자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 과세제도 해설』 2014, 335-336면 참조
7) 조세조약상 일반적인 주식양도소득에 대한 원천지국 과세규정은 다소 이례적이다(앞의 책, 308-310면 참조).
나. 쟁점의 정리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것은, 결국 ‘조세조약에 따라 국내 과세가 배제되는 수증소득과 국내에서 과세 가능한 양도소득의 범위를 각각 어떻게 볼 것인지’이다. 원고는 수증소득이 법인세 과세대상에 해당하나 조세조약에 따라 과세가 면제된 경우로서 이는 이 사건 단서 조항의 ‘과세된 경우’에 해당하여 이 사건 단서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반면, 피고는 ‘과세된 경우’는 실제로 법인세를 납부한 경우만을 의미할 뿐 법인세가 면제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본문 조항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 사건 주식의 양도가액을 ⓐ A의 취득가액, ⓑ A의 보유기간의 자본이득, ⓒ B의 보유기간의 자본이득으로 나누어 볼 때, 제1심 판결은 원고의 주장과 같이 ⓒ만이 양도소득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원심과 대법원은 피고의 주장과 같이『ⓑ + ⓒ』를 양도소득으로 보았다. 결국, A보유기간의 자본이득 ⓑ를 B의 수증소득으로 보아야 하는지 양도소득으로 보아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다. 대상판결의 이해
대상판결은, 조세조약이 각 소득의 범위나 소득금액의 산정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국내 세법에 따라 소득금액을 산정하여야 하고, 국내 세법에서 양도소득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는 입법 정책의 문제라고 보았다.
8) 이것은 양도소득과 수증소득의 범위가 조세조약이 아닌 국내 세법의 규율 대상임을 전제로 한 해석으로, 원칙적인 법 해석 측면에서 보면 일응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OECD 모델 주석이나 캐나다법원의 판결(Haas Estate v.The Queen
9))에서도 대상판결과 동일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10) 먼저, OECD 모델 주석은 양도소득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국내법에 일임되어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11)
캐나다 법원의 판결에서는 비과세분 양도소득과 과세분 양도소득의 결정과 관련하여, (i) 양도차익 계산 기준이 되는 가액을 당초 취득시의 취득가액으로 보고 그 때로부터 보유기간을 계산할 것인지, (ii) 아니면 캐나다에서 양도소득 과세를 시작한 때에 당시 시가로 취득한 것으로 보고 취득가액과 보유기간을 산정할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그런데 캐나다 법원은 캐나다 국내법상 양도소득은 ‘캐나다에서 양도소득 과세를 시작한 이후의 양도소득’이라고 보아 후자의 입장을 택했다.
12)
8) 한편, 원심 판결은 (i) B가 이 사건 주식 수증과 양도로 인하여 룩셈부르크에 세금을 납부한 바 없으므로 한·룩 조세조약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고, (ii) 조세법률주의의원칙상 엄격해석 원칙에 따라 ‘과세된 경우’에 ‘조세조약에 따라 비과세·면제된 경우’를 포함시킬 수 없다고도 보았다.
9) The Estate of the Late Fredrick J. Haas v. Her Majesty the Queen, Tax Court of Canada(Docket: 98-1768(IT)G) 1999.10.14. 판결
10) 이하의 내용은 이창희, 『국제조세법』박영사, 2015, 546~548면을 참고하였다.
11) OECD 모델 제13조 주석 12문단 첫 번째 문장. “The Article does not specify how to compute a capital gain, this being left to the domestic law applicable.” “이 조는 어떻게 양도소득을 계산할 것인지를 정하고 있지 않은데, 이는 국내법에 일임되어 있다.” (국문 번역은 삼일인포마인을 참고하였다.)
12)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본문 지면에 담기에는 다소 분량이 많아 본문에서의 기재는 생략하였다. 간략히 추가로 설명하면, 미국거주자인 원고가 1954년도에 캐나다 법인 주식을 취득하였는데, 캐나다에서는 1971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을 과세하였고, 개정된 미국-캐나다 조세조약에서는 1985년부터 부동산법인의 주식양도차익을 과세하면서 1984년까지의 보유기간에 대한 양도소득을 비과세하였다. 해당 사건의 경우 과세대상이 되는 개정조약 발효 당시의 주식 시가가 확인되지 않았었는데, (i)와 같이 취득시점으로부터 계산한 것이 그 안분 방법상 과세대상이 되는 1985년 이후의 양도소득이 더 적었기에 납세자가 (i)의 방법을, 캐나다 국세청이 (ii)의 방법을 주장하였다.
라. 대상판결의 문제점
이 사건 제1심 판결이 들고 있다시피 양도소득은 자산의 양도로 인하여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한 것으로 자본이득(capital gain)의 한 형태로서, 자산의 양도를 계기로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액 등을 공제한 양도차익에 대하여 양도소득세가 과세된다. 한편, 증여세는 부의 무상이전을 계기로 수증자가 취득하는 증여재산의 가치(value)에 대해 과세되는 것으로 양도소득세와는 과세원인이 다르다.
이에 따라,
소득세법 제97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63조 제9항은 거주자의 경우 수증자산에 대한 양도소득 과세에 대하여, 수증자의 취득 당시 상증법상 보충적 평가액을 수증자산의 취득가액으로 보아 양도차익을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에 증여세가 실제로 과세되었는지 여부는 불문한다. 이에 따라, 통상적으로 수증자가 자신이 취득한 이후 보유기간의 자본이득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루어진다는 일반적인 개념과도 들어맞는다.
13) 그러나 이 사건 본문 및 단서 조항은 외국법인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증여자가 직접 양도하는 것과 같이 수증자의 양도소득을 계산하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상증세가 과세된 경우에 한해서만 수증자의 취득가액을 수증 당시의 시가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은 앞서 설명한 양도소득의 일반론에 반한다.
이에 따라 이 사건에서 문제된 한·룩 조세조약과 같이, 어떠한 조세조약이 수증소득은 비과세·감면되는 것으로 정하면서 양도차익은 과세되는 것으로 정하는 경우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상판결과 같이 이 사건 단서 조항의 문언을 강조하여 ‘과세된 경우’에는 수증소득이 비과세·감면되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해석하면, 증여자의 자본이득 부분이 수증자의 양도소득으로 바뀌어 과세대상으로 된다. 그 결과 비과세·감면 대상이 되는 수증소득은 수증 당시의 시가가 아니라 ‘증여자의 취득가액’으로 한정되고, 이는 비과세·감면 규정 취지를 해치게 된다.
예컨대, 증여자가 주식을 10만원에 취득하여 그 시가가 1,000만원일 때 증여하고, 수증자가 1,000만원에 양도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직관적으로만 생각한다면, 1,000만원짜리 주식을 무상으로 받은 것이므로 그 전부를 수증소득으로 보고, 양도소득은 없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왜냐하면, 수증자가 취득하기 전의 시가 상승분이 수증자의 ‘양도로 인하여’ 발생한 소득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13) 다만, 거주자의 경우에도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으로부터의 증여재산에 대해서는 소득세법 제97조의2 제1항에 이월과세 규정이 있다. 이것은 배우자 등으로부터 증여를 받을 경우 증여공제금액이 많은 것을 이용하여 증여세를 회피하고 증여 후 단기간에 양도 시 양도차익이 일반적으로 적어 양도소득세 징수의 실익이 거의 없는 경우가 높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특례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수증소득을 비과세하고 양도소득을 과세하는 경우, 1,000만원에 대해서는 비과세되고 양도소득은 없다. 그러나 수증소득이 비과세·감면되는 경우에 이 사건 본문 조항이 적용된다고 본다면, 증여자의 취득가액인 10만원만 수증소득으로서 비과세되고, 나머지 990만원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으로 과세되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수증이익이 비과세되었다는 이유로 수증이익을 양도차익으로 재분류하여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과 같아, 수증이익에 대한 원천지국의 과세권을 제한하는 한·룩 조세조약을 이 사건 단서 조항인 법인세법 시행령 규정으로서 몰각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생각된다. 더욱이 조세조약을
법인세법 제93조보다 우선 적용하도록 한 국조법 제28조나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또한 국내 거주자에 대한 이월과세 규정의 취지를 고려하여, 미국법인 A가 B에게 이 사건 주식을 시가에 양도한 후 B가 다시 원고에게 양도한 경우와 비교하여 보더라도, (A나 B 모두 비과세되는) A 보유기간의 자본이득에 대하여 B의 양도소득으로 보아 과세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 - 미국 조세조약의 경우, 부동산 주식을 제외한 일반 주식의 경우 원천지국에서의 과세가 면제되므로 A가 B에게 이 사건 주식을 증여하는 대신 시가로 양도하였다면 A는 국내에서 과세되지 않고, 이후 B가 원고에게 양도 시 B의 취득가액 초과분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으로 과세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국법인 A가 원고에게 직접 양도하였다면 A의 양도소득은 아예 전부 비과세되었을 것이다. A와 B가 특수관계에 있으므로 이들을 묶어 한데 생각한다면, B에 대한 증여로 인하여 A 보유기간의 자본이득이 과세됨에 따라, 해당 거래를 하지 않았을 때에 비하여 오히려 세부담이 무거워진 셈이다.
마. 맺음말
대상판결은 이 사건 단서 조항 ‘과세된 경우’라는 법문언에 충실한 해석이고 양도소득의 범위는 조세조약이 아닌 국내 세법에서 정한다는 점에서는 원칙적으로 타당하다. 또한, 1984년 체결된 한·룩 조세조약의 경우, 체결당시 적용되었던 종전 법인세법령은 예외 없이 수증자산 양도시 양도소득을 증여자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하고 있었음에도14) 양도소득의 원천지국 과세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므로, 국내에서의 이러한 조세상 취급을 용인하였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대상 판결은 아마도 이러한 취지까지 고려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 사건 본문 조항은 이론적 개념상 수증자의 양도소득으로 포섭시키기 어려운 것을 법령에 의하여 양도소득으로 포함시킴으로써, 조세조약에 따라 비과세하기로 한 수증소득을 과세하는 결과를 낳는다. 만약 이 사건 본문 및 단서조항보다 조세조약이 먼저 체결된 경우였다면 불합리는 더욱 가중될 것이다. 결국, 대상판결과 같은 해석이 국내 세법을 통하여 수증소득을 비과세하고자한 조세조약을 무력화 내지 잠탈시키는 것은 아닌지, 좀더 나아가 보면 국제 외교마찰을 일으킬 염려는 없을지 우려된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원칙적으로 양도소득의 범위는 국내 세법에서 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더라도, 조세조약을
법인세법 제93조보다 우선 적용하도록 한 국조법 제28조나 특별법 우선의 원칙상 이 사건 본문 및 단서조항을 합목적적으로 해석한 제1심 판결이 보다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