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평석
가. 체납된 세금의 납부를 회피할 의도가 조세회피목적에 포함되는지 여부
명의신탁에 대한 증여의제는, 어떤 주식이 수탁자인 제3자 명의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실제소유자인 신탁자의 조세채무가 제대로 확정될 수 없으므로 그에 대한 제재를 가하려는 데에 취지가 있다. 이에 따라 ‘조세회피목적’은 일반적으로는 조세채무의 확정에 지장을 초래할 의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원심은 甲이 명의신탁 당시 국세 체납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명의신탁에 의하여 재산이 없는 상태를 허위로 작출하여 조세 납부를 면탈하는 것도 조세의 회피방법 중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명의신탁은 필연적으로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명의신탁자의 책임재산의 감소’라는 결과가 수반된다. 그런데 ‘이미 체납된 조세가 존재하고, 책임재산이 감소된 사정’만으로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한다면, 주식의 명의신탁은 언제나 증여세가 과세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경우 ‘조세회피목적’이라는 과세요건이 완전히 형해화되어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인지, 대상판결은 甲이 체납상태에 있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 당시 이 사건 회사의 주식 이외에 집행 가능한 다른 책임재산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조세회피의 목적을 달리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즉, 2006년 주식 취득의 경우 甲은 외관상 세금을 납부할 만한 자력이 없는 상태를 만들었는바, 여러 정황에 비추어 甲에게는 조세의 징수를 면할 의도 내지 납부를 회피할 의도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반면, 2009년 당시에는 甲이 자신의 명의로 부동산 등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부과된 조세의 징수에 특별히 장애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보아 그 명의신탁이 체납된 조세채무의 회피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결국 대법원은 체납된 조세채무의 납부를 회피할 의도를 명의신탁에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여러 사정들 중의 하나로 감안하고 있으나, 체납상태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조세회피목적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체납세금을 납부할 수 있을 만한 다른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 등 다른 제반 사정을 모두 고려하여 조세회피목적을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대상판결 전에 선고된 「(
대법원2016두51689, 2017.06.19.) 판결」에서 ‘명의신탁자가 해당 주식을 명의신탁하게 된 것은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는 점 등을 근거로, ‘명의신탁자에게 체납세액이 있었던 사정 등에 비추어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는 점에서도 나타난다.
나. ‘조세회피와 상관없는 뚜렷한 다른 목적’의 범위
대법원은 객관적인 법령상의 제한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회사 업무 처리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경우’[(
대법원2004두13936, 2006.05.25.) 판결],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경우’[(
대법원2006두2909, 2006.06.29.) 판결], ‘유상증자시 종전의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명의신탁자 앞으로 명의를 회복하는 데 따른 번잡한 절차를 회피하기 위한 경우’[(
대법원2010두24104, 2011.03.24.) 판결] 등과 같이 사실상의 제한이 있는 경우에도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를 추단할 수 있는 사정으로 인정한 바 있다.
대상판결은 같은 취지에서 2009년 주식 취득은 유상증자과정에서 절차상의 번거로움을 피할 목적에서 주주인 원고 명의로 배정된 신주의 대금을 납입하여 원고 명의로 인수한 것인 점을 고려하여, 조세회피와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 ‘조세회피의 가능성’에 관한 판단 기준
2009년 주식 취득의 경우 신탁자인 甲은 체납 상태에 있었지만 다른 충분한 재산이 있었고, 명의신탁에 체납된 조세채무의 회피 의도와 상관 없는 뚜렷한 다른 목적이 있었으므로, 조세채무의 확정이라는 관점에서 명의신탁 당시에나 장래에 회피 가능한 조세가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대상판결도 2009년 주식 취득 당시 명의신탁으로 인한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 ‘과점주주의 간주취득세’, ‘배당소득에 대한 누진세율’의 회피가능성을 검토하였으나, 회피결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특히 대상판결은 2009년 주식 취득 당시 이 사건 회사에 배당가능한 이익잉여금이 있었더라도, 甲에게 이 사건 회사 주식과 관련된 배당소득의 종합소득합산과세에 따른 누진세율 적용을 회피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유사한 취지에서 앞서 본 「(
대법원2016두51689, 2017.06.19.) 판결」의 원심은 ‘미처분 이익잉여금의 향후 배당가능성을 감안할 때 누진세인 종합소득세의 부담을 경감시킬 가능성이 있었다’는 이유로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회사가 한 번도 이익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어 주식의 명의신탁으로 인하여 회피된 종합소득세도 없으며, 회사가 이익배당을 실시하였다 하더라도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명의수탁자들과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어 그 세액에 거의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므로, 명의신탁 당시 해당 주식과 관련된 배당소득의 종합소득합산과세에 따른 누진세율 적용을 회피할 목적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라고 판단하였다는 점도 참고가 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판시에 비추어 볼 때, 배당가능한 이익이 존재하더라도 실제로 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다면, 쉽사리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최근 대법원의 입장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