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평석
1. 세무조사의 개념
가. 일반론
「국세기본법」 제81조의2 제2항 제1호는 세무조사를 “국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기 위하여 질문을 하거나 해당 장부·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을 검사·조사하거나 그 제출을 명하는 것(조세범 처벌절차법에 따른 조세범칙조사를 포함한다)”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각 개별 세법은 세무공무원의 질문·조사권한에 대한 명시적인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법인세법」 제122조,
「소득세법」 제170조,
「부가가치세법」 제74조,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84조 등).
위와 같은 국세기본법의 규정 내용에 따르면, 세무조사란 ① 세무공무원이 ② 국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거나, 「조세범 처벌법」 제3조부터 제14조까지의 죄에 해당하는 위반행위 등을 확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③ 각 세법에 규정되어 있는 질문·조사권을 행사하여 납세자 또는 거래상대방 등 관련자를 상대로 질문을 하거나 해당 장부·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을 검사·조사하거나 그 제출을 명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한편, 국세기본법은 ‘주식변동’ 또는 ‘주식변동조사’의 정의에 대하여 별다른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세무조사의 세부 기준과 집행기준에 관한 세부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국세청훈령인 ‘조사사무처리규정’에서 위 개념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조사사무처리규정에 따르면 주식변동이란, 출자, 증자, 감자, 매매, 상속, 증여, 신탁, 주식배당, 합병,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교환사채·기타 유사한 사채의 출자전환(전환·인수·교환 등) 등에 따라 주주 또는 출자자가 회사에 대하여 갖는 법적 지위권 또는 소유지분율 및 소유주식수·출자지분이 변동되는 것을 의미하며(「조사사무처리규정」 제3조 제17호), 주식변동조사란, 주식변동 과정에서 관련 주주 및 해당 법인의 제세 탈루 여부를 확인하는 세무조사를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조사사무처리규정」 제3조 제32호).
나.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의 의미 및 판단기준
「국세기본법」 제81조의4는 “세무조사권 남용금지”라는 표제 아래, 제1항에서 세무공무권이 세무조사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일반적인 규정을 두면서, 제2항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세무공무원은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등과 같이 법령에서 규정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하여 재조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국세기본법」 제81조의4 제2항에 위반하여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하여 중복하여 실시한 세무조사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과세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판례이다(대법원 2004두12070, 2006.6.2. 선고 등). 따라서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판단기준을 정하는 것은 과세처분의 적법성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서 매우 중요하다.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의 의미 및 범위에 대하여는 크게 두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먼저 형식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견해이다. 국세기본법은 세무조사를 할 경우 납세자권리헌장의 내용이 수록된 문서를 납세자에게 내주어야 하고(「국세기본법」 제81조의2 제1항),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로 하여금 조사에 참여하게 하거나 의견을 진술하게 할 수 있으며(「국세기본법」 제81조의5), 세무조사를 받을 납세자에게 조사를 시작하기 10일 전에 조사대상 세목, 조사기간 및 조사 사유 등에 대해서 통지해야 한다(「국세기본법」 제81조의7 제1항). 이러한 형식과 절차를 기준으로 세무조사를 판단하자는 견해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어찌되었든 간에 이 사건 주식변동조사는 그 명칭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애당초 A사에 대하여 실시된 세무조사이므로(이 사건 주식변동조사 통지서도 A사를 대상으로 교부되었을 것이다) 이 사건 주식변동조사의 대상은 원고가 될 수가 없다. 대상판결의 제1, 2심 법원이 취한 견해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실질을 중시하는 견해이다. 즉, 위에서 언급한 세무조사의 의미에 부합하는 세무공무원의 질문·조사권의 행사 행위라면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며, 세무조사의 대상 역시 실제로 누구에 대하여 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다. 관련 판례의 태도
대법원은 상급 행정기관의 하급 행정기관에 대한 내부감사 도중 세무공무원의 납세자에 대한 질문·조사권 행사 결과 이루어진 조세부과처분 사안에서 감사 과정에서의 세무공무원의 질문·조사권 행사가 세무조사에 해당함 전제로, 중복세무조사의 예외 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위법한 중복세무조사에 근거한 과세처분으로서 위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4두43257, 2015.5.28. 선고). 또한, 최근 대법원은 조사사무처리규정상 ‘현장확인’이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현장확인이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기 위한 것으로서 납세자 등의 사무실·사업장·공장 또는 주소지 등에서 납세자 등을 직접 접촉하여 상당한 시일에 걸쳐 질문하거나 일정한 기간 동안의 장부·서류·물건 등을 검사·조사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4두8360, 2017.3.16. 선고). 판례의 태도는 두 번째 견해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2.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이 취한 태도
대상판결은 세무공무원이 납세자 등을 접촉하여 상당한 시일에 걸쳐 질문검사권을 행사하여 과세요건사실을 조사·확인하고 일정한 기간 과세에 필요한 직접·간접의 자료를 검사·조사하고 수집하는 일련의 행위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세무조사’로 보아야 한다는 법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비록 이 사건 주식변동조사 당시 원고에게는 과세처분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지만, 1998년 1월 12일자 주식매매 및 1998년 1월 21일자 유상증자의 자금출처 등에 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원고로부터 이 사건 주식을 이전받은 甲 등에 대하여 증여 또는 명의신탁에 따른 증여세가 과세된 사실을 보더라도, 이 사건 주식변동조사는 주식 이전에 관한 증여세 조사의 일환으로 A사의 주주인 원고의 증여세 탈루 여부를 확인하는 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3. 대상판결의 의의
조사사무처리규정은 법인에 대한 통합조사를 실시함에 있어 조사대상 과세기간에 주식변동사항이 있는 경우 법인 통합조사와 동시에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조사사무처리규정」 제50조 제2항), 법인에 대한 통합조사가 실시되는 경우 대부분 주식변동조사도 함께 실시된다. 이와 같이 주식변동조사가 법인에 대한 조사와 함께 실시되는 부분조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주식변동조사를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의 일부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조사사무처리규정상 주식변동조사의 정의에서 볼 수 있듯이, 주식변동조사는 주식변동 과정에서 관련 주주 및 해당 법인의 탈루 여부를 확인하는 세무조사로서, 실무상으로도 주주에 대한 세무조사와 별반 차이 없이 실시되고 있다.
대상판결은 주식변동조사도 조사의 내용 등 실질에 따라 주주에 대한 세무조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판결로서 중요한 선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주주에 대한 세무조사도 실시되었음에도 형식적으로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라는 이유만으로 제한 없이 주주에 대하여 세무조사를 실시하였던 일부 실무 관행이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만, 주식변동조사 이후, 주식변동조사에 기하여 주주에 대해 과세가 이루어졌다면 이와 같은 과세 사실은 해당 주주에 대하여 세무조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므로 동 주식변동조사를 해당 주주에 대한 세무조사로 보는 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에서와 같이, 주식변동조사 이후 주주에 대하여 과세처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이다. 이 경우 납세자인 주주로서는 자신에 대하여 세무조사가 실시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매우 어렵다. 애초에 세무조사 통지서상 대상자는 법인이고, 세무조사 종결 후 세무조사결과통지도 법인을 대상으로 하여 교부되기 때문이다. 주주로서는 조사종결보고서 등 과세관청 내부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나, 납세자인 주주가 이러한 내부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결국 소송 과정에서 실제로 이러이러한 조사를 받았으니, 과세관청의 내부 문서에는 근거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다음 과세관청으로 하여금 제출을 요구하는 방법 이외에는 없을 것이다. 대상판결 역시 이 사건 주식변동조사 당시 원고에 대하여 작성되었던 문답서가 증거가 되었는데, 문답서는 과세관청 내부의 문서라는 점에서 소송과정에서 확보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대상판결은 이 사건 증여세조사가 이 사건 주식변동조사와의 관계에서 중복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였을 뿐, 이 사건에 중복세무조사가 허용되는 예외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는 판단 대상이 아니었으므로 과세관청으로서는 파기환송심에서 중복세무조사에 해당하더라도, 이 사건의 경우 중복세무조사가 허용되는 예외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입법자는 2017.12.19. 법률 제15220호로 국세기본법을 개정하면서 필요한 부분에 한정된 ‘부분조사’의 경우에는 2회까지 허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다(「국세기본법」 제81조의11 제3항). 대법원은 부분조사의 경우에도 정식 세무조사와 마찬가지로 중복하여 조사를 실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나(대법원 2014두12062, 2015.2.26. 선고), 국세기본법에서 예외를 인정하도록 입법한 것이다.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에서 납세자인 원고에 대하여 실시된 세무조사는 원고의 이 사건 주식에 대한 명의신탁에 한정된 것으로서,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부분조사로 볼 여지도 있다. 따라서, 국세기본법 개정 이후에도 유사한 사실관계에서 대상판결과 같이 중복세무조사로 볼 지는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