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평석
가. 문제의 제기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2 제1항(이하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은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 등이 필요한 재산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그 재산의 가액을 명의자가 실제소유자로부터 증여 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본질적으로 증여가 아닌 것을 증여로 의제하여 과세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세금이라기보다는 명의신탁에 대한 제재에 불과하다는 점, 명의신탁을 통해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하고 비난가능성도 적은 명의수탁자에게 1차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는 점, 명의신탁 증여세는 조세회피 행위에 대한 제재이므로 회피한 조세의 크기에 따라 제재의 정도가 결정되어야 함에도 이와 무관하게 명의신탁 재산의 가액을 기준으로 정해지고 그 세액도 너무 과중하여 과잉금지원칙이나 비례원칙에 반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오랫동안 위헌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물론 그때마다 헌법재판소는 합헌결정을 하였으나[헌법재판소 89헌마38, 1989.7.21. 판결; 헌법재판소 96헌바87, 97헌바5·29(병합) 1998.4.30. 판결; 헌법재판소 2004헌바40, 2005헌바24(병합), 2005.6.30. 판결; 헌법재판소 2014헌바474, 2015.7.30. 판결] 위 규정의 정당성에 대하여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일단 한번 명의신탁이 이루어지면 명의신탁 주식을 원상회복하지 않는 이상 기존 명의신탁을 토대로 새로운 명의신탁 관계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① 회사의 유·무상증자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신주가 배정되는 경우, ② 회사의 합병·분할,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 회사의 조직변경으로 인하여 기존 주식이 새로운 주식으로 변경되는 경우, ③ 주식의 매각대금으로 새로운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④ 명의신탁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여 상속이 일어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과연 이처럼 변형된 명의신탁 관계를 기존 명의신탁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별개의 명의신탁으로 평가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것이냐가 실무적으로 많이 문제된다.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은 명의신탁 당사자들은 사실상 최초의 명의신탁 관계 설정만을 의도하였음에도 변형된 명의신탁으로 인하여 이중삼중의 제재를 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변형된 명의신탁으로 인한 세금이 최초의 명의신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아래에서도 이 문제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동향을 정리한 다음, 대상판결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나. 변형된 명의신탁에 대한 대법원 판례의 동향
(1) 별도의 증여세 과세를 부정한 판례
판례는 명의신탁 후 자본준비금이나 이익잉여금의 자본전입에 따라 무상신주가 수탁자 명의로 배정된 경우는 종전의 명의신탁 주식이 실질적으로 분할된 것에 불과하다거나 기존 주식의 명의신탁에 의한 조세회피 목적 외에 추가적인 조세회피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별도의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대법원 2006두20600, 2009.3.12. 판결, 대법원 2009두21352, 2011.7.14. 판결). 또한 명의수탁자가 사망함에 따라 그 상속인들이 상속을 원인으로 명의개서를 한 경우나(부산고등법원 2012누2702, 2013.1.30. 판결), 명의신탁자가 사망하여 그 상속인들이 신탁자의 지위를 승계한 경우(대법원 2014두43653, 2017.1.12. 판결)에 대하여 별도의 명의신탁 관계를 인정하는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명시적인 법원의 판단이 있는 경우는 아니지만, 인적분할로 신설된 분할신설법인의 주식이 명의수탁자인 주주에게 분할 전 법인의 주식 보유비율에 따라 무상으로 배정되는 경우에 대하여는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과세관청의 유권해석이 있다(재산-19, 2013.1.17.; 재재산-376, 2010.4.22.).
(2) 별도의 증여세 과세를 긍정한 판례
반면, 명의신탁자가 유상신주를 명의수탁자 명의로 인수한 경우에는 “유상증자분 주식에 대한 신주인수권은 최초 명의신탁된 주식의 실질적 소유자에게 귀속되어 명의상의 신주인수인과의 사이에 명의신탁 관계가 성립한다”는 이유로 별도의 증여세 과세대상이 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4두11220, 2006.9.22. 판결; 대법원 2014두42759, 2017.12.5. 판결 등).
한편, 명의신탁 주식의 발행 회사가 합병되면서 기존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하여 합병신주가 교부되는 경우 이를 새로운 명의신탁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1심은 부정하고 2심은 긍정하는 엇갈린 판결이 선고되어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3) 실제소유자가 명의신탁 주식을 매도한 다음 그 매도대금으로 다시 명의수탁자 명의로 새로운 주식을 취득한 경우
실제소유자가 명의신탁 주식을 매도한 다음 그 매도대금으로 다시 명의수탁자 명의로 새로운 주식을 취득한 경우 이론상으로는 최초에 취득한 주식뿐만 아니라 나중에 취득한 주식에 대해서도 명의신탁 관계가 성립함은 별 의문이 없다. 그렇다고 하여 새로운 매도행위가 있을 때마다 증여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납세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면이 있다.
이에 대법원은, “①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2 제1항은 실질과세원칙의 예외로서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적절한 범위 내에서만 적용되어야 하는 점, ② 주식의 경우에 관하여, 증여의제 대상이 되어 과세되었거나 과세될 수 있는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이 매도된 후 그 매도대금으로 다른 주식을 취득하여 다시 동일인 명의로 명의개서를 한 경우에 그와 같이 다시 명의개서된 다른 주식에 제한 없이 명의신탁으로 의제하여 과세하는 것은 증여세 부과와 관련하여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에 대한 증여의제 효과를 부정하는 모순을 초래할 수 있어 부당한 점, ③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이 매도된 후 그 매도대금으로 취득하여 다시 동일인 명의로 명의개서 되는 이후의 다른 주식에 대하여 각각 별도의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게 되면 애초에 주식이나 그 매입자금이 수탁자에게 증여된 경우에 비하여 지나치게 많은 증여세액이 부과되어 형평에 어긋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최초로 증여의제 대상이 되어 과세되었거나 과세될 수 있는 명의신탁 주식의 매도대금으로 취득하여 다시 동일인 명의로 명의개서 된 주식은 그것이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과 시기상 또는 성질상 단절되어 별개의 새로운 명의신탁 주식으로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시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되어 증여세가 과세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1두10232, 2017.2.21. 판결).
위 판결은 명의신탁 관계의 성립이나 조세회피목적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은 채 “명의신탁 증여의제의 효과(위 ② 부분)”와 “지나치게 과다한 세액의 부당성(③ 부분)”을 이유로 증여세 과세를 부인하였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기존에는 판례가 위와 같은 논거로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범위를 제한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위 판결은 “동일한 성격의 반복된 명의신탁 관계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는 취지를 포함한 것으로 이해되어 포괄적 주식교환이나 합병으로 인한 신주에 대해서도 같은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하였다.
다. 대상판결의 평가
대상판결은 위 ‘대법원 2011두10232 판결’의 법리를 그대로 인용한 후 그 법리가 포괄적 주식교환에 따라 취득한 신주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판시함으로써, 대법원이 동일한 성격의 반복된 명의신탁 관계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명백히 하였다. 이는 위 ‘대법원 2011두10232 판결’의 선고 이후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이기는 했지만, 위 ‘대법원 2011두10232 판결’의 법리가 단지 “실제소유자가 명의신탁 주식을 매도한 다음 그 매도대금으로 다시 명의수탁자 명의로 새로운 주식을 취득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예외적인 법리가 아니라, 동일한 성격의 반복된 명의신탁관계에 대하여 적용되는 일반적인 법리임을 사실상 선언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합병으로 취득하는 신주 등에 대해서도 동일한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