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평석
가. 쟁점의 정리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은 납세자가 법정신고기한까지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한 경우 법정신고기한으로부터 5년 이내에 과다하게 신고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경정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이하 ‘통상적 경정청구’라고 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최초 신고의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는 등 사후적인 사유가 발생한 경우 그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경정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후발적 경정청구’라고 한다).
통상적 경정청구와 후발적 경정청구를 구분하는 실익은 ① 경정청구기간과 ② 경정청구사유에 있다. 즉, 납세자는 신고한 과세표준 및 세액이 과다할 경우 법정신고기한으로부터 5년(대상판결 사안 당시에는 3년) 이내라면 통상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지만, 신고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통상적 경정청구를 할 수 없으며, 다만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할 경우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대상판결 사안 당시에는 2개월) 이내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
대상판결 사안에서 원고는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약 2년, 주식매매대금이 이 사건 정산합의로 인하여 감액된 날로부터는 약 1년이 각 경과한 후 통상적 경정청구를 하였다. 따라서, 만약, 이 사건 정산합의에 의하여 매매대금이 감액된 것이 통상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지만, 설사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원고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2개월(현행법에 따르면 3개월)이 경과한 후 경정청구를 한 것이어서, 대상판결에서는 이 사건 정산합의에 의하여 매매대금이 감액된 것이 통상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주로 다투어지게 된 것이다(통상적 경정청구기간 내 경정청구를 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다).
나. 정산합의에 의하여 매매대금을 감액한 것이 통상적 경정청구사유인가?
먼저 원심 법원이 판단한 것과 같이, 이 사건 주식양도계약이 체결된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한 후 별도로 체결된 정산합의에 의하여 매매대금이 감액된 것을 통상적 경정청구사유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국세기본법은 통상적 경정청구사유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당초의 과세표준 및 세액의 신고 당시에는 일단 확정되어 그 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과세표준 및 세액이 세법에 의하여 신고하여야 할 과세표준 및 세액을 초과하지 않았다면, 최초의 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과세표준 및 세액이 잘못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통상적인 경정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즉, 과세표준신고를 하는 시점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원시적 사유만이 통상적 경정청구로 구제할 대상이고, 이후의 후발적 사유에 기인한 과다신고납부는 후발적 경정청구로 구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통상적 경정청구와 후발적 경정청구의 경합을 인정하지 않은 채 경정청구사유 발생시점을 원시적인 것과 후발적인 것으로 서로 엄격히 구분된다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원심은 구체적으로 판결이유에 설시하지 않았지만, 위와 같은 견해에 따라 이 사건 정산합의가 별도의 사후약정에 불과하여 통상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견해에 대해 명시적·구체적으로 판시하지는 않았지만, 원심이 이 사건 정산합의가 별도의 사후약정에 불과하여 통상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종래 대법원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는 사업상의 정당한 사유로 당초의 매매대금이나 용역대금을 감액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는데(대법원 2011두1245, 2013.12.26. 판결 참조), 대상판결 사안도 이 판결의 사안과 마찬가지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렇지만, 대상판결이 이 사건 정산합의에 의하여 매매대금이 감액된 것을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로 보면서도 동시에 통상적 경정청구사유로도 본 것인지는 판결의 문언상으로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대법원은 최근 들어 통상적 경정청구사유로 다툴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후발적 경정청구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 통상적 경정청구와 후발적 경정청구의 경합을 인정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으므로(대법원 2017두41740, 2017.9.7. 판결 참조), 대상판결에서도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더라도, 통상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할 수 있음을 전제로 판단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납세자의 권리구제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후발적 경정청구와 통상적 경정청구를 서로 배타적인 제도로 엄격히 구분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법문의 해석을 고려하더라도,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 제1호는 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과세표준 및 세액이 세법에 따라 신고하여야 할 과세표준 및 세액을 초과하는 것을 경정청구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문언상 후발적 사유에 의해 당초 신고한 과세표준 및 세액이 세법에 따라 신고하여야 할 과세표준 및 세액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를 통상적 경정청구사유에서 배제한다거나, 과세표준신고를 하는 시점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원시적 사유만이 통상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이유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로 열거된 것들에 대해서도 통상적 경정청구기한 내라면 경정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대상판결의 결론에 찬동한다.
다. 후발적 경정청구기간 경과 후 통상적 경정청구기간 내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와 통상적 경정청구사유를 구별하는 견해에서는, 과세표준신고를 하는 시점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원시적 사유만이 통상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에, 대상판결에서 이 사건 정산합의로 인하여 매매대금이 감액된 것은 통상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대상판결의 원심 법원 역시 위와 같은 전제 하에서 통상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살펴본 대법원 2011두1245, 2013.12.26. 판결에서와 마찬가지로 대상판결 사안에서 이 사건 정산합의에 의해 매매대금이 사후적으로 감액된 것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원심 법원은 당사자 간에 사후적인 합의를 통하여 조세를 경감하고자 하는 유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사건 정산합의에 의해 매매대금이 사후적으로 감액된 것을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렇지만,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가 아니라 일반적인 제3자 사이의 매매거래에서 당사자들이 조세를 경감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후적인 매매대금 감액 합의를 한다고 보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양도인 입장에서는 감액되는 세금보다 감액되는 매매대금이 더 클 수 밖에 없는데, 단순히 조세만을 경감하기 위해 사후적으로 매매대금을 감액할 유인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에서 원고 양도인과 양수인 乙사이에 매매대금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여 잔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었다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위 대상판결 사안에서 이 사건 정산합의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매매대금이 감액된 것을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대상판결 사안을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경우에는, 경정청구기간이 문제될 수 있다. 원고는 주식매매대금이 이 사건 정산합의로 인하여 감액된 날로부터는 1년이 경과한 후, 즉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 경정청구기간(대상판결의 사안 당시는 2개월)이 이미 경과한 후 경정청구를 하였다.
대상판결은 처음부터 이 사건 정산합의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매매대금이 감액된 것을 통상적 경정청구사유로 보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경정청구기간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았지만,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있는 경우 후발적 경정청구기간이 경과하였다면 설사 통상적 경정청구기간 내라도 이를 통상적 경정청구를 통해 구제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판례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있는 경우 후발적 사유를 원인으로 한 경정청구 대신 부과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위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를 취소사유로 주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대법원 2001두5989, 2002.9.27. 판결 참조), 부과처분 취소소송이나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의 소송물이 ‘정당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객관적 존부’로서 동일하므로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도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를 취소사유로 주장할 수 있다고 본다면, 통상적 경정청구기간 내에서라면 후발적 경정청구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 하급심 법원은 “제1항에서 정한 1년의 경정청구기간이 경과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각 호에서 정한 후발적인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납세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하여 그 사유 발생일로부터 2월 이내에 경정청구를 할 수 있도록 추가적이고 보충적인 경정청구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결국 위 제2항에서 정한 후발적인 사유에 의한 경정청구는 그 사유 발생일로부터 이미 2월이 경과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정청구기간의 기간 내에는 언제든지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단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03누4043, 2004.1.8. 판결 참조), 과세관청도 후발적 사유가 통상적 경정청구 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발생한 경우에는 후발적 사유 등이 발생한 것을 안 날로부터 2월내에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지 않았더라도 당초 경정청구 기간 내에는 경정청구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재조세-868, 2006.8.16. 참조). 참고로, 일본의 국세통칙법도 통상적 경정청구기간 내에는 원시적 사유 뿐만 아니라 후발적 사유로 인한 경정청구를 자유롭게 인정하고 있고, 다만 통상적 경정청구기간이 경과한 후에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2월 이내 후발적 경정청구를 추가로 허용하고 있다.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 제1호의 문언상으로는 후발적 사유에 의해 당초 신고한 과세표준 및 세액이 세법에 따라 신고하여야 할 과세표준 및 세액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를 통상적 경정청구사유에서 배제되는 것으로 볼 이유가 없고, 과세관청의 경정권한에 대응하는 납세자의 권리구제수단으로서 경정청구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후발적 경정청구기간이 경과하였더라도 통상적 경정청구기간이 남았다면, 그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를 이유로 통상적 경정청구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대상판결 사안에서 원고가 후발적 경정청구기간이 경과한 후 경정청구를 하였더라도, 통상적 경정청구기간 내에 경정청구를 한 이상, 경정청구기간 도과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