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판결의 요지
가. 원심 법원
원심 법원은 2009년분부터 2014년분까지의 종부세에 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반면, 2015년분 종부세에 대해서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원심 법원은 그 근거로, 과세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하여는 그 처분의 하자가 중요한 법규에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한다는 ‘중대명백설’을 들었다. 즉,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가 명백히 밝혀져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음에도 과세관청이 처분 근거 법령을 적용하여 처분을 한 때에는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다고 할 것이나, 그 법리나 사실관계의 해석이 명백하지 않아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에는 과세관청이 이를 잘못 해석하여 과세처분을 했더라도 이는 처분 요건사실을 오인한 것에 불과하여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관련 행정소송의 일부 항소심에서는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 제4조의2, 제5조의3(이하 ‘이 사건 시행령’)에 따라 종부세액에서 공제되는 재산세액을 이 사건 시행규칙 산식과 같은 방식으로 산정하더라도 조세법률주의, 이중과세금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등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적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하기도 하였으나(서울고등법원 2011누21593, 2011.12.15. 선고; 서울고등법원 2011누21609, 2012.2.22. 선고), 이 사건 종부세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비로소 그에 대한 해석이 정리되었다.
그렇다면 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부과되었던 이 사건 부과처분 중 2009~2014년도 귀속분 종부세 부과처분은 형식적으로 관련 법령에 따른 것이므로 그 근거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원심 법원은 2009~2014년도 귀속분 종부세에 관해서는 이 사건 시행규칙의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었다고 보았고, 결국 과세처분의 하자가 명백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2015년도 귀속분 종부세 부과처분이 있던 2015년 11월 16일은 이 사건 종부세 판결이 선고된 이후이다. 즉, 2015년도 귀속분 종부세 부과처분 당시에는 종부세에서 공제되는 기납부 재산세액을 기존의 시행규칙대로 계산하여서는 안 된다는 법리가 이미 명백히 밝혀져 있었으므로, 원심 법원은 과세처분의 하자가 중대할 뿐 아니라 명백하여 무효라고 보았다.
나. 대상 판결
(1) 들어가며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원심의 판단을 인정하면서, 원심의 결론과 그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였다. 행정처분의 당연무효에 대한 기존의 이론이 조세법률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기존 법리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김신, 권순일, 김재형, 박정화 4인의 대법관은 조세법률관계에서는 과세처분의 당연무효를 판단할 때 ‘명백성’요건을 다소 완화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하여 다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과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이어지면서, 과세처분의 무효 요건에 관한 열띤 논의가 오갔다.
(2) 김신, 권순일, 김재형, 박정화 대법관의 반대의견
김신, 권순일, 김재형, 박정화 4인의 대법관은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이 충분히 명확하지 못하여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그러한 법령에 바탕을 둔 세금은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역행하는 것으로 그 효력이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기존의 판례를 유지하여 행정행위의 당연무효에 관한 중대명백설을 과세처분에 그대로 적용하면, 충분히 명확하지 못한 법령을 잘못 해석한 과세관청의 과세처분이라도 그 하자가 명백하지 않아 무효사유가 되지 않으므로, 과세관청의 자의적 과세를 용인하여 조세법률주의와 충돌하고, 조세 정의의 근간을 훼손할 여지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론적으로 보더라도, 과세처분은 그 존재를 신뢰하는 제3자의 보호가 특별히 문제되지 않고, 그 위법성이 중대함을 이유로 무효로 보더라도 법적 안정성이 저해되지 않는다. 바로 이 점에서 처분의 상대방 외에 그 존재를 신뢰하는 제3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일반적인 행정처분과 성격을 달리 한다. 과세행정의 안정성과 원활한 운영의 요청을 참작하더라도, 과세처분에 법령 해석을 잘못한 중대한 하자가 있고, 그로써 납세의무 없는 세금이 부과·납부된 경우, 그 과세처분의 효력을 무효로 보지 않는 다수의견은 잘못된 법령 해석으로 인한 불이익을 과세관청이 아닌 납세의무자에게 전가시키는 결과가 된다고 비판하였다.
게다가, 국가는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의 규정을 제정할 뿐 아니라, 그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납세의무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월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기까지 하다.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이 명확하지 않아 그 해석·적용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그렇게 법령을 제정한 국가가 그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하여야지, 해당 법령의 제정·적용에 관여하지 아니한 국민에게 불이익 내지 그 책임을 떠넘긴다면, 우리의 헌법이념에 반함은 물론 보편적 도덕관념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국가는 충분한 구제수단을 부여하여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 이기택, 조재연 대법관
반대의견에 대하여, 이기택, 조재연 2인의 대법관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피력하였다. 그 요지는 과세처분에 존재하는 하자를 무효사유로 인정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하여야 하고, 이로써 납세자에 대한 구제는 원칙적으로 조세법률관계의 특성을 반영하여 마련된 조세법상 구제절차를 통하여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조세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법령은 기술적이고 복잡하여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게다가 그 법률관계가 대량으로·주기적으로 반복하여 성립하므로, 조세행정은 이와 같은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조세를 부과·징수하여 세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도 조세의 공평을 도모해야 한다. 이에 국세기본법은 조세법률관계에 관한 쟁송 전 행정심판을 필수적으로 거쳐 전문성을 갖춘 행정청이 스스로 심리하여 시정할 기회를 부여하고, 소송비용과 시간 등을 절감시켜 국민에게 편의를 주고자 하였다. 따라서 조세법상의 구제절차를 우회할 수 있는 경우를 좁게 두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 반대로 조세법률관계의 당연무효를 폭넓게 인정하는 경우, 항고소송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온 조세행정의 현실이 크게 흔들리고, 조세법률관계에 대한 다툼이 전심절차와 행정쟁송을 거칠 필요가 없는 민사법 영역의 분쟁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였기 때문이다.
(4)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 김신, 권순일 대법관
김신, 권순일 대법관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재차 반박하였다. 두 대법관은 민사소송에 의한 구제절차는 조세법에서 정한 행정쟁송과는 다른 별도의 구제수단으로, 그 제도의 취지·절차·방법·한계 등이 서로 다르고, 민사소송에 의한 납세자 구제의 범위를 어디까지 넓힐 것인지에 대해 규율하는 법률이 없음에 주목하였다.
만약 조세법상 쟁송절차가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구제하는데 부족함이 없이 잘 마련되어 있다면 다른 구제수단을 추가로 활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조세법상 구제절차에 의한 구제를 받으려면 납세자는 그 복잡하고 난해한 법령을 짧은 기간 내에 스스로 잘 파악하여 행정청에 불복하고,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절차가 납세자를 구제하기 충분하지 않다면 법원은 가급적 구제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