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부당무신고가산세의 부과요건인 ‘부당한 방법’의 개념
구 국세기본법(2011.12.31. 법률 제111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7조의2 제2항 제1호는 “납세자가 부당한 방법으로 무신고한 과세표준이 있는 경우에는 과세표준 중 부당한 방법으로 무신고한 과세표준에 상당하는 금액이 과세표준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산출세액에 곱하여 계산한 금액의 40%에 상당하는 금액인 부당무신고가산세액을 납부할 세액에 가산하거나 환급받을 세액에서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
국세기본법 제47조의2 제2항은 부당무신고가산세의 부과요건인 ‘부당한 방법’을 “납세자가 국세의 과세표준 또는 세액 계산의 기초가 되는 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은폐하거나 가장한 것에 기초하여 국세의 과세표준 또는 세액의 신고의무를 위반하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위임에 따른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2012.2.2. 대통령령 제235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7조 제2항은 ‘부당한 방법’을, “① 이중장부의 작성 등 장부의 거짓 기록(제1호), ② 거짓 증명 또는 거짓 문서의 작성 및 수취(제2호, 제3호), ③ 장부와 기록의 파기(제4호), ④ 재산의 은닉이나 소득·수익·행위·거래의 조작 또는 은폐(제5호), ⑤ 그밖에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기 위한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제6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7조 제2항 제6호가 부당과소신고가산세의 부과요건인 ‘부당한 방법’의 포괄적인 유형으로 ‘그밖에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기 위한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당한 방법’은 부과제척기간 10년의 적용요건(「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이자 조세포탈죄의 구성요건(「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1항)인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와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되어 왔다. 대법원도 같은 취지에서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7조 제2항 제6호가 부당한 방법의 하나로 들고 있는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라고 함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고,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나는 사정이 덧붙여지지 않은 채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5두44158, 2017.4.13. 선고 참조).
나. 명의신탁과 부당과소신고가산세에 관한 판례의 입장
단순히 명의신탁을 하여 명의를 위장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항상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이에 따라 대법원도 “납세자가 명의를 위장하여 소득을 얻더라도, 명의위장이 조세포탈의 목적에서 비롯되고 나아가 여기에 허위 계약서의 작성과 대금의 허위지급, 과세관청에 대한 허위의 조세 신고, 허위의 등기·등록, 허위의 회계장부 작성·비치 등과 같은 적극적인 행위까지 부가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위장 사실만으로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7조 제2항 제6호에서 정한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대법원은, 코스닥 상장주식을 명의신탁 하여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배당소득과 양도소득을 얻었고, 명의신탁자는 배당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뿐만 아니라 대주주로서 양도한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까지 신고·납부하였어야 했지만 이를 하지 않았던 사안에서, (i) 명의수탁자 명의로 증권계좌를 개설한 것은 주식의 명의신탁에 통상 뒤따르는 부수행위이고, (ii) 명의수탁자 명의의 주식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은 코스닥 시장에서의 일반적인 주식 양도방법에 따라 주식이 처분된 데에 따른 결과에 불과하며, (iii) 명의수탁자 명의로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것 역시 명의신탁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소득이 명의수탁자에게 입금됨에 따라 수탁자 명의로 자동 공제된 데에 기인한 것인 점 등을 이유로 위와 같은 행위가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부당과소신고가산세 부과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대법원 2015두44158, 2017.4.13. 선고 참조). 반면 대법원은, 예를 들어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에 해당하는 거래임을 은폐하여 세무조정금액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부당행위계산의 대상이 되지 않는 자의 명의로 거래를 하고, 나아가 그 사실이 발각되지 않도록 허위 매매계약서의 작성과 대금의 허위지급 등과 같이 적극적으로 서류를 조작하고 장부상 허위기재를 하는 경우에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국세를 포탈한 경우에 해당하여 그에 관한 법인세의 부과제척기간이 10년이 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3두7667, 2013.12.12. 선고 참조).
다만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들은 명의신탁으로 인하여 회피되는 조세에 대한 것이었고, 이와 달리 명의신탁으로 인하여 비로소 납세의무가 발생하는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인한 증여세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은 없었다. 하급심 판결 중에서는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의한 증여세 과세표준 및 세액을 신고하지 않은 것이 부당무신고가산세 부과대상이 아니라고 본 판결들이 다수 있었는데, 과세관청이 직권취소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법원에서 모두 심리불속행기각으로 종결되었다.3)
3) 서울고등법원 2016누76628, 2017.7.7. 선고; 서울고등법원 2015누43317, 2015.9.16. 선고; 서울고등법원 2015누37305, 2015.9.9. 선고 등
그 동안 선고되었던 하급심 판결들의 판결이유는 대동소이하였다. 비교적 최근에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2016누76628, 2017.7.7. 선고), ① 명의신탁이 다른 조세의 기초되는 사실을 은폐·가장하였어도 이는 그 회피된 조세의 가산세에서 고려될 수 있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고,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인한 증여세에 대한 부당무신고가산세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점, ② 명의수탁자가 실제 주주인 것처럼 보이게 한 행위는 유효한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의 명의를 대외적인 권리자의 명의로 사용한 것으로서 이는 명의신탁 과정에 수반되는 행위에 불과한 점, ③ 조세회피의 목적으로 명의신탁을 한 자에게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인한 증여세를 신고하도록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기대가능성이 없고, 증여의제가 된 경우에는 대부분 명의신탁을 위한 문서의 작성 등의 행위가 존재하므로, 이를 부당무신고가산세 대상으로 본다면 명의신탁으로 인하여 증여의제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거의 예외 없이 부당무신고가산세 40%를 적용하게 되어 무신고가산세의 비율을 20%와 40%로 차등을 두고 있는 취지에 반하는 점, ④ 증여의제로 인하여 증여세가 부과되었다고 하더라도 당해 거래의 실질이 증여인 것으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고, 거의 예외 없이 고율의 부당무신고가산세까지 부과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조세회피 목적의 명의신탁에 대한 과도한 제재가 될 수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부당무신고가산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보았다.
다. 대상판결의 검토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와 같은 일반적인 조세는 재산이나 소득의 귀속에 따라 납세의무자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세율이나 납부할 세액도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는 명의신탁으로 인하여 해당 조세의 회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반면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인한 증여세는 명의신탁으로 인하여 비로소 납세의무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에서 다른 조세와 차이가 있다. 즉 명의신탁 증여의제에서 명의신탁은 재산이나 소득의 은닉행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과세요건사실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명의신탁 또는 이에 부수되는 행위가 있었다고 해서 그로 인한 증여세를 부당한 방법으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많았고, 그러한 견해가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부당한 방법이 있었는지 여부는 각각의 조세마다 별도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명의신탁으로 인하여 회피되는 다른 조세가 있다고 해서 그 증여의제로 인한 증여세에 대하여도 부당한 방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대상판결의 입장은 타당해 보인다.
그리고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인한 증여세는 조세회피 목적이 있었을 것을 요구하는데, 조세회피의 목적으로 명의신탁을 한 자에게 증여세를 자진하여 신고하도록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기대가능성이 없는 점, 명의신탁 증여세의 본질이 행정벌임(헌재 96헌바87, 1998.4.30. 선고)을 고려할 때 행정벌 대상자에게 스스로 자신이 행정벌 부과 대상자임을 신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제재의 본질에 반하는 점 등을 이유로 명의신탁 증여의제의 경우에는 신고의무를 인정할 수 없어 가산세 자체를 부과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견해도 있고,4) 이러한 견해 역시 일견 타당성이 있거나 경청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명의신탁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면서 부당과소신고가산세까지 함께 부과하는 것은 지나친 제재라고 생각된다.
4) 곽태훈, “명의신탁과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의무”, 『조세법연구』 제22집 제3호, 한국세법학회, 2016
그 동안 과세관청은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인한 증여세를 부과하면서 관행적으로 부당무신고가산세까지 함께 부과하는 경우가 많았고, 다수의 하급심 판결에서 부당무신고가산세를 부과한 것이 위법하다고 보았음에도 명시적인 대법원 판례가 없어 과세실무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혼선을 명시적인 판단으로 정리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한편 2019년 1월 1일 이후 증여로 의제되는 분부터는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인한 증여세의 납세의무자가 명의수탁자에서 명의신탁자로 변경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는 대상판결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어 보인다.
그런데 대상판결의 판시 중, ① 명의신탁을 하면서 주식의 매매가 있었던 것과 같은 외관을 형성하여 그 형식에 따른 주식양수도계약서와 계좌거래내역 등을 토대로 과세관청에 양도소득세 등을 신고한 행위는 주식의 명의신탁에 통상 뒤따르는 부수행위라는 점, ② 명의신탁의 결과로 증여세를 부담하게 되어도 이를 포탈할 목적으로 부수행위 등을 동반하여 과세요건사실인 명의신탁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와 달리 해석할 경우 실질이 증여가 아님에도 증여로 의제하여 과세하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에 대한 과도한 제재로 보인다는 점과 같은 주요 판단근거는 명의신탁자가 납세의무자일 경우에도 달리 볼 이유가 없다. 따라서 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를 때 2019년 1월 1일 이후 증여 의제분도 마찬가지로 부당무신고가산세를 부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