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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절차에서 처분이 취소되면 동일 사항에 관한 재처분은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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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

불복절차에서 처분이 취소되면 동일 사항에 관한 재처분은 위법

해설








| 요약 |
이 사건에서는 과세처분에 관한 불복절차에서 그 불복사유가 옳다고 인정하고 이에 따라 처분을 취소하였을 경우, 동일 사항에 관하여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고 다시 종전의 처분을 되풀이할 수 있는지 여부, 즉 재결의 기속력의 범위가 관련 쟁점이 되었다.



본 건에서 대상판결은, ① 원고는 구 조세특례제한법상 창업벤처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감면 규정에 따라 세액감면 대상이라는 이유로 세액감면을 신청하였으나 받아들이지 않고 한 부과처분에 대하여 조세심판원에 동일한 감면사유를 들어 심판청구를 제기하였고, ② 조세심판원은 원고가 창업벤처중소기업에 해당한다 하여 세액감면을 부인한 부과처분을 취소하였으나, ③ 피고는 세액감면의 원인이 되는 구 조세특례제한법 조항의 적용 여부에 관하여 기초가 되는 사정에 아무런 변경이 없음에도, 서울지방국세청의 감사지적 만을 내세워 세액감면을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재처분을 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이 사건 재처분은 종전 부과처분에 대한 조세심판절차에서 판단한 동일사항에 관하여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고 종전의 처분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므로 위법하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한 원심의 판단 과정에 구체적으로 어떤 위법이 있는지 알기 어렵고,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에 관한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정리한 것이 아니어서 향후 유사 사안에서 실무상 혼선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재결의 기속력이 적용되는 객관적 범위, 즉 종전의 처분사유와 재처분사유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를 확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구체적 사건에서의 판례의 집적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임의적 행정심판 전치주의의 예외로서 국세기본법이 과세관청의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이나 심판청구와 같은 행정심판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여 필요적 전치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과세관청의 처분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필요적 전치주의를 채택한 이유는, 복잡하고 전문적·기술적 성격을 갖는 조세법률관계의 특수성과 행정심판제도의 자율적 행정 통제 기능 등을 고려한 결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상판결이 ‘재결의 기속력’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한 것은 행정심판제도의 자율적 행정통제나 그로 인한 납세자의 권익구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사실관계


원고는 2009년 10월 19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25조에 의하여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벤처기업임을 최초로 확인받은 후(유효기간 : 2009.10.19. ∼ 2010.10.18.), 이에 대하여

2010년 10월 18일(유효기간 : 2009.10.19. ∼ 2011.10.18.),

2011년 10월 17일(유효기간 : 2011.10.19. ∼ 2013.10.18.),

2012년 6월 19일(유효기간 : 2012.6.19. ∼ 2014.6.18.),

2014년 6월 19일(유효기간 : 2014.6.19. ∼ 2016.6.18.)에도 추가로 확인을 받았다.



그리고 원고는 2014년 3월 31일 창업중소기업 등에 대한 세액감면을 규정하고 있는 구 조세특례제한법(2014.1.1. 법률 제121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창업벤처중소기업’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2013사업연도 귀속 법인세 감면신청을 하면서, 이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을 신고·납부하였다.



피고는 2014년 7월 15일 원고가 2013사업연도에 창업벤처중소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에게 법인세를 경정·고지하는 이 사건 종전 처분을 하였다. 이에 불복하여 원고는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세액감면대상에 해당한다면서 2014년 10월 7일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였고, 조세심판원은 2015년 2월 25일 원고가 2013사업연도에 창업벤처중소기업에 해당하여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세액감면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심판청구를 받아들여 이 사건 종전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하였다(‘이 사건 제1재결’).



그 후 피고는, 원고의 경우 창업중소기업 등에 대한 세액감면기한이 2012사업연도까지이므로 2013사업연도 귀속 법인세는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세액감면대상이 될 수 없다는 서울지방국세청의 감사지적에 따라, 2016년 5월 4일 원고에 대하여 2013사업연도 법인세를 경정·고지하는 이 사건 재처분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제기한 심판청구에서 조세심판원은 ‘납부불성실가산세만을 제외하는 것으로 하여 그 세액을 경정하고 나머지 심판청구는 기각한다’라고 결정(‘이 사건 제2재결’)하자, 원고는 이 사건 재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쟁점의 정리


이 사건에서는 과세처분에 관한 불복절차에서 그 불복사유가 옳다고 인정하고 이에 따라 필요한 처분을 하였을 경우, 동일 사항에 관하여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고 다시 종전의 처분을 되풀이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제1심 및 원심 단계에서 원고는 ‘재결의 기속력’ 뿐만 아니라 취소소송의 소송물에 관한 ‘총액주의’, ‘재결의 불가변력’에 관한 내용도 주장하였으나, 대상판결에서는 ‘재결의 기속력’에 관한 판단만을 하였으므로, 논의의 범위는 이 부분으로 한정한다.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


재결의 기속력은 재결의 주문 및 그 전제가 된 요건사실의 인정과 판단, 즉 처분의 구체적 위법사유에 관한 판단에만 미친다. 따라서 종전 처분이 재결에 의하여 취소되었더라도 종전 처분 시와 다른 사유를 들어 처분을 하는 것은 기속력에 저촉되지 아니한다. 여기서 동일한 사유인지 다른 사유인지는 종전 처분에 관하여 위법한 것으로 재결에서 판단된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에서 동일성이 인정되는 사유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두7705, 2005.12.9. 선고; 대법원 2014두40029, 2017.2.9. 선고). 그리고 새로운 처분의 처분사유가 종전 처분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에서 동일하지 않은 다른 사유에 해당하는 이상, 해당 처분사유가 종전 처분 당시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당사자가 이를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내세워 새로이 처분을 하는 것은 재결의 기속력에 저촉되지 않는다(대법원 2015두48235, 2016.3.24. 선고 참조).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재처분은 이 사건 제1재결의 기속력과 총액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제2재결이 재결의 불가변력에 반한다고도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 「조세특례제한법」 제6조 제2항에 따라 법인세를 감면받기 위해서는 창업벤처중소기업에 해당하고, 감면기간 내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종전 처분은 원고가 창업벤처중소기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이루어졌고, 이 사건 제1재결은 피고가 원고를 창업벤처 중소기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종전 처분을 취소하였다. 반면에 이 사건 재처분은 원고가 창업벤처 중소기업에 해당함을 전제로 2013사업연도는 감면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이루어졌고, 이 사건 제2재결은 가산세 부분을 제외하고는 이 사건 재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원고가 창업벤처 중소기업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감면기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기본적 사실 관계가 동일하거나 밀접하다고 볼 수 없는 별개의 사유라고 봄이 타당하고, 감면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가 이 사건 종전 처분 당시 존재하고 있었고 피고가 면밀히 검토하였다면 이러한 사정을 알 수 있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재처분은 새로운 처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재처분은 이 사건 제1재결의 기속력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 총액주의란 과세처분 취소소송(심판)의 소송물의 범위를 처분의 위법성 일반으로 넓게 보아 과세관청이 처분사유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사유를 들어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소송법상 원칙일 뿐, 과세관청이 과세처분 취소소송(심판) 과정에서 주장하지 않은 사유를 이유로 한 재처분을 금지하는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



  • 이 사건 종전 처분과 이 사건 재처분이 서로 다른 사유로 이루어진 이상, 이 사건 재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한 이 사건 제2재결이 이 사건 종전 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이 사건 제1재결의 내용을 직권으로 변경하거나 취소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제2재결은 재결의 불가변력과는 관계가 없다.



나. 대상판결


구 국세기본법(2016.12.20. 법률 제143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제81조에서 심판청구에 관하여는 심사청구에 관한 제65조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제80조 제1항, 제2항에서 심판청구에 대한 결정의 효력에 관하여 제81조에서 준용하는 제65조에 따른 결정은 관계 행정청을 기속하고, 심판청구에 대한 결정이 있으면 해당 행정청은 결정의 취지에 따라 즉시 필요한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65조 제1항 제3호에서 심사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청구의 대상이 된 처분의 취소·경정 결정을 하거나 필요한 처분의 결정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세처분에 관한 불복절차에서 그 불복사유가 옳다고 인정하고 이에 따라 필요한 처분을 하였을 경우에는 불복제도와 이에 따른 시정방법을 인정하고 있는 위 법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동일 사항에 관하여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고 다시 종전의 처분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6두42999, 2016.10.27. 선고 등).






  • 원고는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세액감면 대상에 해당함을 이유로 세액감면을 신청하였으나 이 사건 종전 처분이 이루어짐에 따라 조세심판원에 동일한 사유를 들어 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



  • 조세심판원은 원고가 창업벤처중소기업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세액감면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종전 처분을 취소하였다.



  • 그런데도 피고는 세액감면의 원인이 되는 이 사건 조항의 적용 여부에 관하여 기초가 되는 사정에 아무런 변경이 없음에도, 서울지방국세청의 감사지적만을 내세워 원고에게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하여 세액감면을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재처분을 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재처분은 이 사건 종전 처분에 대한 조세심판절차에서 원고의 심판청구 사유가 옳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종전 처분을 취소하였음에도, 동일사항에 관하여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고 종전의 처분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므로 위법하다.






평석


가. 기속력의 의의 및 범위


재결의 기속력이란 피청구인인 행정청과 관계행정청이 재결의 취지에 따라 행동할 실체법적 의무를 지우는 효력을 말한다. 한편, 재결의 기속력이란 「행정소송법」 제30조에 규정되어 있고, 통설 및 판례의 입장이라 할 수 있는 특수효력설은 기속력을 취소판결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법률이 특별히 인정한 효력으로 본다. 세법의 영역에서도, 재결의 기속력을 규정한 「행정심판법」 제49조, 「국세기본법」 제80조의 규정 내용이 취소판결의 기속력에 관한 「행정소송법」 제30조의 규정과 차이가 없고, 그 취지도 동일하다고 보이므로, 재결의 기속력도 재결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기속력의 객관적 범위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재결의 기속력은 재결의 주문 및 그 전제가 된 요건사실의 인정과 판단, 즉 처분 등이 위법한 것으로 판단된 개개의 처분사유에만 미치고 재결의 결론과 직접 관계없는 방론이라든가 간접사실에 대한 판단에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종전 처분과 다른 사유를 들어서 처분을 하는 것은 기속력에 저촉되지 않는다(대법원 99두3324, 2001.9.14. 선고). 여기에서 동일한 사유인지 다른 사유인지는 종전 처분에 관하여 위법한 것으로 재결에서 판단된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에 있어 동일성이 인정되는 사유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03두7705, 2005.12.9. 선고).



조세 부과처분에 대한 재결의 기속력은 재결에서 판단된 것과 동일한 사실관계 내에서 동일한 과세대상에 대하여 동일한 과세원인으로 재처분한 경우로 제한되고, 과세의 절차나 형식상의 위법사유로 취소되는 경우는 그 사유를 보완하거나 시정함으로써 다시 처분할 수 있으며 실체적인 위법 사유가 문제된 경우에 있어서도 당해 처분청은 재결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재결에 적시된 위법사유를 시정·보완하여 정당한 조세를 산출한 다음 새로이 이를 부과할 수 있고, 이러한 새로운 부과처분은 재결의 기속력에 저촉되지 아니한다(대법원 99두3324, 2001.9.14. 선고).

나. 관련 판결


대법원은 과거 “재결의 기속력은 재결의 주문 및 그 전제가 된 요건사실의 인정과 판단, 즉 처분의 구체적 위법사유에 관한 판단에만 미친다. 따라서 종전 처분이 재결에 의하여 취소되었더라도 종전 처분 시와 다른 사유를 들어 처분을 하는 것은 기속력에 저촉되지 아니한다. 여기서 동일한 사유인지 다른 사유인지는 종전 처분에 관하여 위법한 것으로 재결에서 판단된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에서 동일성이 인정되는 사유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재결의 기속력에 관한 원칙적인 판단 기준을 정리하였다(대법원 2003두7705, 2005.12.9. 선고 등).



한편, ‘(대법원 2014두40029, 2017.2.9.) 선고’의 사안에서는, 원고가 법인세 체납으로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압류 당하자, 해당 토지가 교육용 기본재산으로서 사립학교법 등 관련법령에 따라 경매목적물이 될 수 없는 부동산이어서 압류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고, 조세심판원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압류 처분을 취소하는 재결을 하였으나, 과세관청이 다시 해당 토지를 압류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때, 대법원은, “① 이 사건 재결에서 조세심판원은 해당 토지가 교육용 기본재산으로 등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후 이를 교육용 기본재산으로 판단하였을 뿐 그 실제 이용현황에 관하여는 아무런 사실인정이나 판단을 하지 아니한 점, ② 종전 압류처분 당시 피고는 원고 소유의 부동산이 사립학교 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교육용 기본재산인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모두 압류하였던 점, ③ 이 사건 압류처분 당시에도 원고와 경상북도 교육청은 학교법인 재산대장 등에 해당 토지를 교육용 기본재산으로 기재하고 있었으나, 피고는 원고 소유의 부동산들 중 일부 토지만을 압류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해당 토지는 교육용 기본재산에 해당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은 토지가 교육용 기본재산으로 등재되어 있어서 압류금지재산에 해당한다고 본 이 사건 재결의 사실인정 및 판단과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아니한 사유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이 사건 재결의 기속력에 저촉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반면에, ‘(대법원 2016두42999, 2016.10.27.) 선고’에서는, 조세심판원이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 대하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5조를 적용하여 과세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동법 제42조를 적용하여 증여세를 부과한 처분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이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에 따라 과세관청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5조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하였는바, 이러한 재처분이 적법한 것인지 문제되었다. 이에 대법원은 증여세 과세에 기초가 되는 사정에 아무런 변경이 없는 사건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2조 제1항 제3호를 처분사유로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불복과정에서 취소한 종전처분을 번복하여 다시 종전 처분을 되풀이 하는 것이어서 위법하고, 위 조항에 근거한 종전 처분을 취소한 종전 조세심판결정의 기속력에 저촉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다. 대상 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조세심판절차에서 원고의 심판청구 사유가 옳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종전 처분을 취소하였음에도, 동일사항에 관하여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고 종전의 처분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므로 위법하다’, ‘원심은 이 사건 처분이 이 사건 종전 처분에 관한 재결의 기속력에 반하지 않는다는 등의 잘못된 전제 아래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처분이 ‘재결의 기속력’에 반하여 위법하다는 점에 대하여는 명백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대상판결은 그러한 판단의 전제로서, 원심과 달리 ‘원고가 창업벤처 중소기업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감면기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그와 같은 결론만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어서, 이와 다른 결론에 이른 원심의 판단 과정에 구체적으로 어떤 위법이 있는지 알기 어렵고,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에 관한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정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안에서 실무상 혼선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재결의 기속력이 적용되는 객관적 범위, 즉 종전의 처분사유와 재처분사유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를 확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구체적 사건에서의 판례의 집적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우리나라는 임의적 행정심판 전치주의(「행정소송법」 제18조)의 예외로 국세기본법이 과세관청의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이나 심판청구와 같은 행정심판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여(「국세기본법」 제56조 제2항) 필요적 전치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과세관청의 처분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필요적 전치주의를 채택한 이유는, 복잡하고 전문적·기술적 성격을 갖는 조세법률 관계의 특수성과 행정심판제도의 자율적 행정 통제 기능 등을 고려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조세심판원의 결정과 달리 특별한 사정없이 이에 반하는 처분을 허용하게 되면, 행정심판제도의 자율적 행정통제나 그로 인한 납세자의 권익구제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대상판결은 ‘재결의 기속력’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였는바, 이로써 행정심판제도의 자율적 행정통제나 그로 인한 납세자의 권익구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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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법 박준석 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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