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권리의무확정주의
소득세법은 소득의 귀속시기에 관하여 권리의무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권리의무확정주의란, 소득의 원인이 되는 권리의 확정시기와 소득의 실현시기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 소득이 실현된 때가 아닌 권리가 발생한 때를 기준으로 당해 연도의 소득을 산정하는 방식으로서, 실질적으로는 불확실한 소득에 대해서도 장래 그것이 실현될 것을 전제로 하여 미리 과세하는 것을 허용하는 원칙을 의미한다.
권리의무확정주의에 따라 과세대상 소득이 발생하였다고 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현실적으로 실현되었을 것까지는 필요 없지만 적어도 소득이 발생할 권리가 그 실현의 가능성에 있어 상당히 높은 정도로 성숙, 확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1두7176, 2003.12.26.) 선고 참조).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확정’이란 계약의 성립과 효력의 발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익의 원인이 되는 권리의 내용이 법이 보장하는 바에 의하여 그 실현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인식되는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서, 권리자가 그 권리를 실행할 수 있고, 또 실행함에 있어 아무런 장애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이와 같은 ‘확정’의 개념은 소득의 귀속시기에 관한 예외 없는 일반원칙으로 단정하여서는 아니되고, 구체적인 사안에 관하여 소득에 대한 관리·지배와 발생소득의 객관화 정도, 납세자금의 확보시기 등까지도 함께 고려하여 그 소득의 실현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성숙·확정되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귀속시기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97누19144, 1998.6.9.) 선고 등).
나.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은 ‘(
대법원 87누407, 1988.9.27. 선고)’를 근거로 가집행선고부 판결에 따른 가지급물 지급은 원천징수의무가 발생하는 소득금액의 지급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원천징수세액은 가지급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근거로 든 ‘
대법원 87누407, 1988.9.27. 선고’는 『소득의 지급자와 수급자 사이에 채권의 존부 또는 그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어 소송으로 나아간 경우에 그와 같은 분쟁이 사안의 성질상 명백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는 경우라면 수익이 확정되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고, 또 그 소송에서 가집행선고부의 수급자 승소판결이 선고되어 지급자가 불복상소한 후에 지급된 금원은 그것이 전적으로 임의변제라고 인정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소송법」 제201조 제2항의 “가집행선고로 인한 지급물”에 해당한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므로 그 금원 지급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고, 상소심에서 그 가집행선고 또는 본안판결이 취소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잠정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이를 원천징수의무가 발생하는 소득금액의 지급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즉,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는 가집행선고부 판결에 따른 가지급물의 지급은 아직 그 지급의 원인이 되는 채권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기 때문에 권리의무확정주의에 의할 때 소득금액의 지급이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이에 대한 원천징수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채권자가 연대채무자를 상대로 대여원리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을 받고, 이를 집행권원으로 하여 연대채무자에 대한 부동산 강제집행절차에서 대여원리금 일부를 배당받아 충당한 사안에서는, 『소득세법상 이자소득의 귀속시기는 당해 이자소득에 대한 관리·지배와 이자소득의 객관화 정도, 납세자금의 확보시기 등을 함께 고려하여 그 이자소득의 실현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성숙·확정되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점, 납세자가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에 의한 배당금의 수령에 관하여 이자소득세 등을 과세당한 후 상소심에서 그 판결이 취소되어 배당금을 반환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에 의하여 그 이자소득세 등에 대한 경정청구를 함으로써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자소득의 수입시기는 대여원리금 청구소송이 확정된 2005년도가 아니라 배당금을 받은 날이 속하는 2004년도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8두20871, 2011.6.24.) 선고) 즉,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는 가집행선고부 판결의 선고 및 이에 따른 가지급물 지급시에 이미 과세대상인 이자소득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상판결 역시 “수급자가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에 의하여 지급자로부터 실제로 지연손해금에 상당하는 금전을 수령하였다면, 비록 아직 그 본안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의 실현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정도로 성숙·확정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면서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현실적인 지급은 원천징수의무가 발생하는 소득금액의 지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
대법원 2008두20871, 2011.6.24.) 선고)’의 태도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은 비록 잠정적인 판결이지만 승소자는 이를 집행권원으로 강제집행절차를 개시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지급물 지급 시점에 이미 그 지급의 원인이 되는 권리의 실행에 아무런 장애가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가지급물 지급시에 소득의 실현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성숙·확정되었다고 보고 원천징수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일견 타당하다고 보인다.
대상판결은 이처럼 가집행선고부 판결에 따른 가지급물의 지급시에도 원천징수의무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원심이 근거로 든 ‘((
대법원 87누407, 1988.9.27.) 선고)’의 입장을 대법원이 번복한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