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의 전단계 세액공제 제도 및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의 매입세액 불공제
부가가치세는 사업자가 창출한 부가가치를 과세대상으로 하는 세금으로, 납세의무자는 사업자이지만 세금을 거래상대방으로부터 거래징수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세 부담이 전가된다.
부가가치세액을 계산하는 방법은 가산법, 공제법으로 나누어지는데, 가산법은 부가가치의 구성요소에 해당하는 임금, 이자, 이윤 등을 합산하여 부가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이고, 공제법은 각 사업자의 매출액에서 매입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부가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공제법은 다시 매출액에서 매입액을 공제한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여기에 세율을 곱하는 전단계 거래액공제법과 매출세액(=매출액×세율)에서 매입세액(=매입액×세율)을 공제하는 전단계 세액공제법으로 나뉘어진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법은 이 전단계 세액공제법을 채택하고 있다.
전단계 세액공제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거래상대방에게 공급하는 가액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거래징수하여 납부하여야 하지만, 자신이 전단계 사업자로부터 거래징수 당한 부가가치세(공급받은 가액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공제받을 수 있어 실제로는 매출세액과 매입세액의 차액만을 납부하면 된다.
그런데 전단계 세액공제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각 거래 단계에서 사업자가 공제받을 매입세액과 전단계 사업자가 거래징수할 매출세액을 대조하여 상호 검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부가가치세법은 세금계산서의 정확성과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재장치로써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르게 적힌 세금계산서에 의한 매입세액 공제를 제한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사업자의 명의차용으로 인하여 세금계산서에 ‘공급하는 자’의 성명이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사안이나(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두43077), 세금계산서의 ‘공급가액’에 용역의 대가에 해당하지 않는 현금사은품 금액이 포함된 사안 등에서 매입세액을 불공제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2014두41404, 2014.12.24., 판결).
다만, 부가가치세법은 필요적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르게 적힌 세금계산서이더라도 일정한 경우(예를 들어 세금계산서의 필요적 기재사항 중 일부가 착오로 적혔으나 해당 세금계산서의 그 밖의 필요적 기재사항 또는 임의적 기재사항으로 보아 거래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등,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60조 제2항 제2호)에는 매입세액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필요적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경우에도 그 기재가 전단계 세액공제 제도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거나 세금계산서의 본질적 기능을 해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매입세액의 공제를 허용하는 것이 부가가치세제의 기본원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이 사건에서 원고는 자신이 이 사건 사업장의 실제 사업자이면서도 의도적으로 사업자를 원고 직원으로 등록하였다. 즉, 원고는 착오로 이 사건 세금계산서에 원고 대신 원고 직원의 등록번호를 기재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이 사건 세금계산서를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본다면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60조 제2항 제2호의 예외규정을 적용하여 매입세액을 공제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원심은 매입세액 공제를 허용할 예외사유가 없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원고는 원고 직원들의 명의만을 빌렸을 뿐, 자기의 책임과 계산으로 이 사건 사업장을 운영하였고, 부가가치세 신고·납부의무 역시 이행하였으므로 이 사건 세금계산서를 통해서도 각 거래 단계에서 사업자가 공제받을 매입세액과 전단계 사업자가 거래 징수할 매출세액을 대조하여 상호 검증하는 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또한 이 경우는 ‘공급하는 자’가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경우와 달리 공급가액에 관한 부가가치세액(매출세액)의 부담자가 변경되지도 않으므로 이 사건 세금계산서가 세금계산서의 본질적 기능을 해친다고 볼 수도 없다(그렇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법은 ‘공급하는 자’의 경우에는 성명 또는 명칭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면서도 ‘공급받는 자’의 경우에는 등록번호만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따른 제재는 매입세액 전액을 공제받지 못하는 무거운 것이다. 이 사건과 같이 세수 일실도 없고 세금계산서 제도 운용에 지장이 없는 경우까지 매입세액을 공제하지 않는다면 가혹한 결과가 생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매입세액 공제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보았듯이 이 사건에는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60조 제2항 제2호의 예외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매입세액 공제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애초부터 이 사건 세금계산서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 때문에 대상판결은 원고 직원의 등록번호를 원고의 등록번호로 볼 수 있다는 논리로 매입세액 공제를 인정한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로 부가가치세 기본통칙(60-108-1)은 “사업자가 영 제108조 제1항에서 정하는 타인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여 관할 세무서장 등이 경정하는 경우 그 타인명의로 발급받은 세금계산서의 매입세액은
「국세기본법」 제14조에 따라 해당 사업자의 매출세액에서 공제하며, 이 경우 법 제60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가산세는 적용한다.”고 규정하여 실질과세의 원칙(국세기본법 제14조)을 근거로 타인명의로 발급받은 세금계산서에 대한 매입세액 공제를 인정하고 있다. 결국, 과세관청 역시 근거는 다소 다르지만 ‘공급받는 자’의 명칭이 사실과 다른 경우에는 매입세액의 공제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 사건에서도 과세관청은 당초처분 당시에는 매입세액 공제를 인정하였다).
대상판결은 세금계산서에 ‘공급받는 자’의 성명 또는 명칭이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경우에도 일정한 경우에는 이를 매입세액이 불공제되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볼 수 없다는 법리를 밝혔다는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