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의 정리
부가가치세법 제29조 제1항은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은 해당 과세기간에 공급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가액을 합한 금액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3항은 “제1항의 공급가액은 다음 각 호의 가액을 말한다. 이 경우 대금, 요금, 수수료, 그 밖에 어떤 명목이든 상관없이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받는 자로부터 받는 금전적 가치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하되, 부가가치세는 포함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금전으로 대가를 받는 경우: 그 대가’를 들고 있다.
위와 같은 법률 규정과 그 입법취지를 종합하면, 사업자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돈이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과 대가관계에 있으면 그 돈은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포함되고, 대가관계가 없으면 그 돈은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위약금 또는 할인반환금 명목으로 수령한 돈이 원고의 이동통신서비스 등 공급에 대한 ‘대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산정에 관한 법리
부가가치세법은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즉, 공급가액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그 형식이나 명목이 아닌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과의 실질적인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에서 찾는다. 이러한 공급가액의 개념에 따르면 대가의 수수가 결여된 ‘에누리액’은 당연히 공급가액에서 제외되고, 대가의 수수가 결여되었는지 여부는 그 형식이 아닌 실질에 따라 판단된다.
형식적으로는 대가가 수수된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실질에 있어서 대가가 수수된 것이 아니라면, 해당부분에 대해서는 공급자가 대가를 받은 것이 없기 때문에 공급가액에서 제외되는 것이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형식적으로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손해배상액 내지 위약금인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실질이 이미 공급한 재화 또는 용역과 대가관계가 있다면 공급가액에 포함된다.
대법원은 이미 이른바 ‘단말기 보조금’ 사건에서 “재화나 용역의 공급과 관련하여 품질·수량이나 인도·공급대가의 결제 등의 공급조건이 원인이 되어 통상의 공급가액에서 직접 공제·차감되는 에누리액은, 발생시기가 재화나 용역의 공급시기 전으로 한정되지 아니하고 공제·차감의 방법에도 특별한 제한이 없다. 따라서 공급자가 재화나 용역의 공급 시 통상의 공급가액에서 일정액을 공제·차감한 나머지 가액만을 받는 방법뿐만 아니라, 공급가액을 전부 받은 후 그 중 일정액을 반환하거나 또는 이와 유사한 방법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다.”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3두19615 판결).
위와 같은 법리는 공급가액에서 제외되는 에누리액의 판단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공급가액의 범위를 판단하는데 적용될 수 있다. 즉, 부가가치세 공급가액은 재화나 용역의 공급 후에 감액되거나 증액될 수 있고, 감액 또는 증액의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민사법상 손해배상액 내지 위약금이라고 하더라도 실질과세의 원칙이 지배하는 부가가치세법에서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과 대가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
이 사건 의무사용약정의 해석
대법원은 이 사건 의무사용약정에 대하여, ① 이 사건 의무사용약정에 따른 이동전화 요금 등의 할인은 이용자의 중도해지를 해제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할인으로서, 이용자는 의무사용 기간을 유지하여 끝까지 이동전화요금 등의 할인을 받거나 중도해지를 하고 할인 받은 금액의 일부를 반환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고, ② 이 사건 각 의무사용약정에 따라 이용자가 약정기간 내에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경우 반환하여야 하는 금액은 기본적으로 할인 받은 금액이 증가함에 따라 반환하여야 하는 금액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라는 점을 들어서, 결국 이용자가 지급하는 위약금 또는 할인반환금은 할인 받은 금액의 반환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당초 발급한 세금계산서의 시정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설령 원고가 일정한 공급조건에 따라 할인하여 준 요금을 에누리로 보아 공급가액에서 제외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더라도, 이용자가 계약을 중도 해지함으로써 원고에게 할인 받은 요금의 일부를 추가 지급하는 것은 후발적 사유로 인하여 당초 세금계산서상 공급가액이 증가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부가가치세법 제32조 제7항 및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70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그 증가분에 대하여는 이러한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시점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과세표준에 반영하여 수정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대법원은 결국 이 사건 금액은 원고와 이 사건 의무사용약정을 체결한 이용자가 중도해지를 선택함으로써 할인 받은 금액 중 일부를 추가로 납부하여야 하는 금액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고의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과 대가관계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 즉, 이 사건 금액은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 제외된 할인금액 중 일부를 다시 반환한 것이고, 그 반환이 의무사용약정위반을 원인으로 발생하였다고 하여 부가가치세법상 공급가액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의 평가
대법원과 원심의 상이한 견해는 특히 이 사건 의무사용약정에 따른 위약금 내지 할인반환금의 산정방법에 대한 다른 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원심은 이용자가 서비스를 장기간 이용할수록 실제 할인 받게 되는 금액이 증가하고 이미 할인 받은 총 금액 대비 위약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줄어들게 되어 결과적으로 장기간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우대받는 방식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을 들면서, 위약금액이 할인 받은 요금의 합계액에 비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반환금액의 산정방법은 이 사건 위약금 등의 부가가치세법상 성격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는 아니다. 당초 할인 받은 금액을 약정위반을 이유로 반환 받았다는 점, 따라서 당초 대가성이 없어 부가가치세 공급가액에서 제외된 돈이 다시 사업자에게 지급되었다는 점, 그러므로 다시 지급된 돈은 종전에 사업자가 공급한 용역과 대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에, 대법원은 위약금 산정방식이 기본적으로는 할인 받은 금액이 증가함에 따라 반환하여야 하는 금액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이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반환하여야 하는 금액이 줄어드는 것은 단지 장기간 서비스를 이용한 이용자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이 위약금 약정과 그 이행이라는 법률행위 외관보다는 그 실질적인 의미와 대가적 의미에 착안하여 부가가치세 대상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실무 거래에서 행해지는 위약금의 형태와 조건은 매우 다양하여 그것이 손해배상의 성격인지 거래의 대가와 직접 관련 지어야 할 것인지는 애매한 경우가 많다. 더구나 당사자가 선택하고 의도하는 법률관계를 존중하는 것도 세법 해석의 중요한 지표인 만큼 원심판결과 같은 논리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대상판결은 부가가치세 과세에 있어 당사자의 법률행위 선택보다는 실질적 대가관계에 중점을 두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상판결 이후 원고 등 사업자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