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 쟁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조세채권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에 관한 것이고 , 둘째는 소송에 의하여야 한다고 하는 경우 그 소송의 형태이다.
첫 번째 쟁점을 본다. 학계는 대체로 민법상의 소멸시효 중단사유 중 ‘승인(민법 제168조 제3호)’이 조세채권 소멸시효의 중단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듯하나, ‘청구(민법 제168조 제1호)’와 ‘압류(민법 제168조 제2호)’가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견해마다 그 입장이 달랐다.
일반적으로 긍정설은 사법관계에서는 집행력 있는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에도 시효중단을 위한 제소의 이익이 인정되므로 같은 취지에서 시효중단을 위한 소의 이익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 납세자가 무자력이거나 소재불명으로 압류의 집행에도 착수할 수 없는 경우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점을 근거로 ‘최고’, ‘재판상 청구’, ‘압류’ 등도 조세채권의 중단사유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2) 반면, 부정설은
국세기본법 제28조 제2항의 ‘납세고지(제1호)’나 ‘독촉 또는 납부최고(제2호)’가
민법 제168조의 ‘청구(제1호)’의 특별규정에 해당하고,
3) ‘압류(제4호)’가
민법 제168조의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제2호)’의 특별규정에 해당하며, 세법에서 국가로 하여금 체납자에 대하여 독촉 및 체납처분을 통해 그 채권을 강제적으로 실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상,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사법상 채권자와 동일하게 최고 및 재판상 청구를 하는 방법으로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 없다
4)는 입장이었다.
한편, 일본에서는 이 사건과 유사한 쟁점이 다루어진 적이 있는데, (i) 과세관청에게 재판상 청구를 하는 것 외에 다른 시효중단의 방법이 없을 때에는 시효중단을 위한 소의 본안판결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본 하급심 판례(東京地判 昭和39年3月26日 不級民集15卷3?639頁)와, (ⅱ) 과세관청이 독촉 외의 방법으로 납부를 최고 및 징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아니고, 그 최고 사실에 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는 것도 아니므로, 최고 후 6개월 내에 압류가 있는 경우 조세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본 판례가 각 존재한다(日最判 昭和43年6月27日 民集22卷6 1379頁). 국내에서는 대상판결이 있기 전까지 이 사건 쟁점을 명시적으로 판단한 선례가 없었다. 대상판결은 위 견해의 다툼을 정리하면서, 민법상의 소멸시효 중단사유도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될 수 있음을 최초로 판단한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다만 대상판결은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과 제27조 제2항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즉,
국세기본법 제27조 제2항은 ‘소멸시효에 관하여 세법의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 민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상판결은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이 ‘국세기본법이 규정한 특별한 국세징수권 소멸시효 중단사유’라고 밝히고 있으므로, 결국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은 ‘민법 규정을 배제하는 세법의 특별한 규정’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남으나, 대상판결은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이 ‘국세기본법이 민법에 따른 소멸시효 중단사유의 준용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그 성질상 배제할 이유도 없다’는 이유만으로
민법 제168조 제1호의 적용을 인정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시효 중단 목적의 재소 가부에 관한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과 부합하지 않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위 대법원 2018다22008 판결은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도과한 경우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에 소의 이익이 있는지가 문제되었던 사안으로, 당시 다수의견은 ‘확정판결에 의한 채무라 하더라도 채무자가 파산이나 회생제도를 통해 이로부터 전부 또는 일부 벗어날 수 있는 이상, 채권자에게는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하는 것이 균형에 맞다’는 점을 들어 재소를 인정하였다. 그렇다면 조세채권과 같이 납세자는 회생 및 파산 절차를 이용하여 자신의 채무를 청산하고 경제적 재기와 갱생의 기회를 가질 수 없는 채권의 경우, 소멸시효 중단 또한 허용되지 않아야 그 형평에 맞다. 대상판결이 이 부분에 대하여 충분한 고려를 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2) 조용호,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재판자료」 제61집, 법원도서관, 1993, 351 내지 352면, 김두형 황충현, ‘조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 사유에 관한 고찰’, 「KHU 글로벌 기업법무 리뷰」 제8권 제2호, 2015, 22면 등도 같은 취지이다.
3) 이창희, 「세법강의」, 박영사, 2015, 154면은 “국세기본법상 시효중단사유인 납세고지는 민법에서는 청구인 셈이다”라고 하고 있다. 임승순, 「조세법」, 박영사, 2016, 154면, 이태로 한만수, 「조세법강의」, 박영사, 2016, 134면 또한 같은 입장으로 보인다.
4) 이준봉, 「조세법총론」, 삼일인포마인, 2016, 328면
두 번째 쟁점을 본다. 이는 종래 행정상의 법률관계에 대하여 행정처분 이외에는 민사소송에 의하여 해결하여 왔던 판례의 입장에서, 이 사건과 같이 과세권자와 납세자 사이의 대등한 법률관계인 ‘조세채권’의 존부를 확인하는 소의 경우 어떠한 형태로 제기되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학설은 다수가 이를 공법상의 실질적 당사자소송이라고 보았는데,
5) 대상판결은 이를 인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사자소송의 범위와 관련하여 부가가치세에서 확정된 환급세액의 지급청구가 민사소송이 아니라 당사자소송이라는 판결(대법원 2013. 3. 21. 2011다95564 전원합의체 판결) 이외에 그 범위를 확대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상판결이 조세채권 존부 확인의 소를 당사자소송으로 인정한 것은 전향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한편, 대상판결은 실무적으로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무자력이라고 하더라도 더 이상 시효 도과로 인한 면책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었고,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조세채권의 시효 도과가 임박한 모든 체납자들에 대하여 재판상 청구를 하여야 할 경우 그 행정상의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위 문제는 조세채권만이 아니라, 질서행위규제법상 과태료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질서행위규제법은 개별 법령에서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국세 및 지방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하고 있고(질서행위규제법 제24조 제3항), 또한 소멸시효의 중단 및 정지에 대해서는
국세기본법 제28조를 그대로 준용하고 있기 때문이다(같은 법 제15조 제2항). 요컨대, 국가기관은 장기간 체납되어 징수가능성이 희박한 소액의 과태료 채권까지 재판상 청구를 통하여 시효중단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되는데, 이는 달성 가능한 성과에 비하여 효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담당 공무원에게도 과중한 의무를 부담시키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향후 이러한 정책적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5) 소순무·윤지현, 「조세소송」, 영화조세통람, 2020, 779-78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