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국가는 조세채권 시효 중단을 위해 조세채권 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음성으로 듣기
요점

국가는 조세채권 시효 중단을 위해 조세채권 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해설








| 요약 |
원고는 과세권을 갖는 국가이고 피고는 일본에서 설립되어 국내에서 골프장을 영업하는 외국법인이다. 피고는 주식 양도대금에 관한 법인세를 체납 중이다. 원고는 2015. 5. 26. 피고가 체납한 법인세 및 그 가산금과 관련하여, 조세채권의 시효중단을 목적으로 위 채권의 존재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 각 호는 조세채권의 시효중단사유로 납세고지, 독촉 또는 납부최고, 교부청구, 압류만을 열거할 뿐,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한편, 같은 법 제27조 제2항은 ‘소멸시효와 관련하여 이 법 또는 세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을 따른다’고 규정하여 세법상 소멸시효에 관한 특별규정이 있으면 민법을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은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을 같은 법 제27조 제2항의 ‘특별한 규정’으로 볼 수 있는지, 나아가 민법상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민법 제168조 제1호)를 조세채권의 시효중단사유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종래 견해의 대립이 있어 온 영역이다. 긍정설은 납세자의 무자력, 소재불명 등으로 인해 국가가 압류 등 세법상의 방법으로는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 없는 경우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점을 근거로 재판상 청구도 조세채권의 시효중단 사유가 된다고 보았던 반면, 부정설은 세법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체납자에 대하여 독촉 및 체납처분을 통해 조세채권을 강제적으로 실현하도록 규정한 이상,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사법상 채권자와 동일하게 최고 및 재판상 청구를 통하여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재판상 청구는 조세채권의 시효중단사유가 될 수 없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국세기본법이 민법에 따른 국세징수권 소멸시효 중단사유의 준용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조세채권도 그 성질상 민법에 정한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적용할 수 있다면 그 준용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 재판상 청구도 조세채권의 시효중단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대상판결은 ① 납세의무자가 무자력이거나 소재불명이어서 체납처분 등의 자력집행권을 행사할 수 없고, ② 조세채권자가 조세채권의 징수를 위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충실히 취하여 왔으며, ③ 조세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의 경과가 임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재판상 청구의 소의 이익을 인정하였다.

대상판결은 종래 국가가 체납자를 상대로 시효 중단을 위하여 조세채권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허용되는가하는 쟁점에 대하여 긍정설의 입장으로 정리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조세채권 존부에 대한 다툼을 공법상의 당사자소송의 형태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행정소송의 유형과 민사소송의 구별이라는 문제에 대하여 진일보한 판결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한편, 대상판결에 의하면 납세자가 무자력이라고 하더라도 더 이상 시효를 이유로 하는 면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이 납세자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적지 않아 보인다.



사실관계


피고는 1964. 5. 7. 일본에서 설립되어 골프장 경영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외국법인이다. 피고는 2006. 10. 2.부터 2007. 4. 6.까지 주식회사 A(이하 ‘A 회사’)의 주식 32,000주를 내국법인인 주식회사 B에게 양도하였고, 양도대금으로 9,780,000,000엔을 지급받았다.

중부지방국세청장은 피고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후, 피고가 A 회사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신고 및 납부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고 이를 용인세무서장에게 통보하였다. 용인세무서장은 2011. 3. 2. 피고에게 2006년 귀속 법인세 13,643,072,950원, 2007년 귀속 법인세 8,695,175,970원을 부과고지하였다. 피고는 2011. 5. 31. 위 법인세 부과처분에 불복하였으나, 조세심판원은 2012. 7. 4. 피고의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피고가 A회사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 및 가산금을 체납하자, 원고(대한민국, 이하 ‘원고’)는 2015. 5. 26. 위 조세채권의 시효중단을 목적으로 서울행정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조세채권 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1)
1) 이 소송의 성격은 행정청의 처분 등이나 부작위에 대하여 제기하는 항고소송이 아니라 행정청의 처분 등을 원인으로 하는 법률관계에 관한 당사자소송이라는 점(행정소송법 제3조, 제1호, 제2호)에서 보기 드문 소송형태이다.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은 민사상 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민법 제168조 제1호의 ‘재판상 청구’가 조세채권의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에 해당하는지, 아울러 현행법상 과세권자인 원고에게 체납자에게 조세채권의 존재라는 법률관계의 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이 경우 조세채권 존재 확인의 소를 당사자소송의 형태로 다툴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의 요지


일반적인 민사상 채권자는 그 채권을 강제로 실현시키기 위하여 재판상 청구를 통한 확정판결을 받고 다시 그 확정판결에 기하여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신청하여야 한다. 그런데 조세채권자는 직접 당해 조세채권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할 수 있고, 체납자의 재산에 대한 압류와 환가처분 등을 할 수 있는 자력집행권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조세채권자에게 별도의 재판상 청구를 통하여 조세채권을 확정시킬 수 있는 소의 이익을 일반적·전면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

국세기본법은 제27조에서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제28조 제1항에서는 그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 ‘납세고지, 독촉 또는 납부최고, 교부청구, 압류’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수단으로서도 재판상 청구가 일반적으로 허용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국세기본법 제27조 제2항은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에 관하여 국세기본법 또는 세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가 일정한 경우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① 납세의무자가 무자력이거나 소재불명이어서 압류의 집행 등 국세기본법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없는 상태에 있고, ② 조세채권자가 그 징수를 위한 조치를 충실히 취하였으며, ③ 소멸시효 완성 시기가 근접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민법 제168조 제1호의 ‘재판상 청구’를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인정함이 상당하다.


  • (1)
    국세기본법 제27조 제2항을 문리해석하면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를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에서 배제할 이유가 없다.


  • (2)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에서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규정한 납세고지, 독촉 또는 납부최고, 교부청구, 압류 등이 민법 제168조, 제170조 내지 174조에서 일반 민사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규정한 재판상 청구나 파산절차참가, 지급명령, 최고 등과 반드시 서로 대응·대체하는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이 국세기본법 제27조 제2항의 특별규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3)
    납세의무자의 소재불명, 무자력, 재산은닉 등으로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의 방법에 의하여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없는 경우, 향후 납세의무자의 소재나 재산 파악을 대비하여 조세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 (4)
    국세징수법은 징수절차의 첫 단계로 납세고지 절차를, 그 다음 단계로 독촉 절차를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납세고지와 독촉은 각 1회에 한하여 소멸시효의 효력을 가진다. 납세고지와 독촉을 모두 거친 이후에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재판상 청구 등에 의하여 조세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


  • (5)
    조세채권자가 조세채권의 실현을 태만히 하지 않았음에도 소멸시효 중단을 차단하는 것은 시효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 (6)
    민사상 채권자가 승소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후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이 도과한 경우, 일단 시효중단을 위해서는 동일내용의 재판상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므로, 동일내용의 소에 대하여 소멸시효완성 내지 중복제소금지 규정에 위반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같은 취지에서 조세채권의 경우에도 소멸시효의 완성이 근접한 상황에서 체납처분의 진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에는 재판상 청구를 통하여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7)
    결손처분제도와의 체계정당성 측면에서 볼 때, 구 국세징수법 제86조의 결손처분은 세무서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지 세무서장에게 결손처분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세채권에 대하여 결손처분을 하더라도 이는 단지 징수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일 뿐 조세채권 자체가 소멸하는 것도 아니고, 세무서장은 결손처분 후 압류할 수 있는 재산이 발견되면 곧바로 체납처분을 할 수 있다(구 국세징수법 제86조 제2항). 또한 결손처분제도를 규정한 위 조항은 2011. 12. 31. 국세징수법 개정으로 삭제되었다. 결손처분제도와의 체계정당성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 (8)
    조세채권의 경우 납세의무자가 파산 및 면책결정을 받더라도 책임이 면제되지 않으므로(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1호), 조세채권에 대하여 재판상 청구를 통한 소멸시효의 중단을 허용하는 것은 납세의무자를 평생 체납자로 살게 하는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아닌지 문제된다. 그러나 조세채권을 파산 및 면책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조세채권을 일반 민사상 채권보다 두텁게 보호하려는 입법정책에 기한 것이므로 조세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재판상 청구를 인정하지 말아야 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재판상 청구에 의한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을 부정하게 되면, 파산 및 면책결정에서 조세채권을 일반 민사상 채권보다 더 두텁게 보호하고자 한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



대상판결의 요지


구 국세기본법(2013. 1. 1. 법률 제116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7조 제2항은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에 관하여 국세기본법 또는 세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8조 제1항은 납세고지(제1호), 독촉 또는 납부최고(제2호), 교부청구(제3호), 압류(제4호)를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위 납세고지, 독촉 또는 납부최고, 교부청구, 압류는 국세징수를 위해 국세징수법에 규정된 특유한 절차들로서 국세기본법이 규정한 특별한 국세징수권 소멸시효 중단사유이기는 하다. 그러나 구 국세기본법은 민법에 따른 국세징수권 소멸시효 중단사유의 준용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조세채권도 민사상 채권과 비교하여 볼 때 그 성질상 민법에 정한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적용할 수 있는 경우라면 그 준용을 배제할 이유도 없다. 따라서 구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 각 호의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제한적·열거적 규정으로 보아 구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 각 호가 규정한 사유들만이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체계와 문언 내용 등에 비추어, 민법 제168조 제1호가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청구’도 그것이 허용될 수 있는 경우라면 구 국세기본법 제27조 제2항에 따라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조세는 국가존립의 기초인 재정의 근간으로서, 세법은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과세관청에 부과권이나 우선권 및 자력집행권 등 세액의 납부와 징수를 위한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여 그 공익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다. 따라서 조세채권자는 세법이 부여한 부과권 및 자력집행권 등에 기하여 조세채권을 실현할 수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이익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납세의무자가 무자력이거나 소재불명이어서 체납처분 등의 자력집행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 구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이 규정한 사유들에 의해서는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이 불가능하고 조세채권자가 조세채권의 징수를 위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충실히 취하여 왔음에도 조세채권이 실현되지 않은 채 소멸시효기간의 경과가 임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 청구는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평석


이 사건 쟁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조세채권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에 관한 것이고 , 둘째는 소송에 의하여야 한다고 하는 경우 그 소송의 형태이다.

첫 번째 쟁점을 본다. 학계는 대체로 민법상의 소멸시효 중단사유 중 ‘승인(민법 제168조 제3호)’이 조세채권 소멸시효의 중단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듯하나, ‘청구(민법 제168조 제1호)’와 ‘압류(민법 제168조 제2호)’가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견해마다 그 입장이 달랐다.

일반적으로 긍정설은 사법관계에서는 집행력 있는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에도 시효중단을 위한 제소의 이익이 인정되므로 같은 취지에서 시효중단을 위한 소의 이익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 납세자가 무자력이거나 소재불명으로 압류의 집행에도 착수할 수 없는 경우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점을 근거로 ‘최고’, ‘재판상 청구’, ‘압류’ 등도 조세채권의 중단사유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2) 반면, 부정설은 국세기본법 제28조 제2항의 ‘납세고지(제1호)’나 ‘독촉 또는 납부최고(제2호)’가 민법 제168조의 ‘청구(제1호)’의 특별규정에 해당하고,3) ‘압류(제4호)’가 민법 제168조의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제2호)’의 특별규정에 해당하며, 세법에서 국가로 하여금 체납자에 대하여 독촉 및 체납처분을 통해 그 채권을 강제적으로 실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상,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사법상 채권자와 동일하게 최고 및 재판상 청구를 하는 방법으로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 없다4)는 입장이었다.

한편, 일본에서는 이 사건과 유사한 쟁점이 다루어진 적이 있는데, (i) 과세관청에게 재판상 청구를 하는 것 외에 다른 시효중단의 방법이 없을 때에는 시효중단을 위한 소의 본안판결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본 하급심 판례(東京地判 昭和39年3月26日 不級民集15卷3?639頁)와, (ⅱ) 과세관청이 독촉 외의 방법으로 납부를 최고 및 징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아니고, 그 최고 사실에 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는 것도 아니므로, 최고 후 6개월 내에 압류가 있는 경우 조세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본 판례가 각 존재한다(日最判 昭和43年6月27日 民集22卷6 1379頁). 국내에서는 대상판결이 있기 전까지 이 사건 쟁점을 명시적으로 판단한 선례가 없었다. 대상판결은 위 견해의 다툼을 정리하면서, 민법상의 소멸시효 중단사유도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될 수 있음을 최초로 판단한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다만 대상판결은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과 제27조 제2항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즉, 국세기본법 제27조 제2항은 ‘소멸시효에 관하여 세법의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 민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상판결은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이 ‘국세기본법이 규정한 특별한 국세징수권 소멸시효 중단사유’라고 밝히고 있으므로, 결국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은 ‘민법 규정을 배제하는 세법의 특별한 규정’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남으나, 대상판결은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이 ‘국세기본법이 민법에 따른 소멸시효 중단사유의 준용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그 성질상 배제할 이유도 없다’는 이유만으로 민법 제168조 제1호의 적용을 인정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시효 중단 목적의 재소 가부에 관한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과 부합하지 않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위 대법원 2018다22008 판결은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도과한 경우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에 소의 이익이 있는지가 문제되었던 사안으로, 당시 다수의견은 ‘확정판결에 의한 채무라 하더라도 채무자가 파산이나 회생제도를 통해 이로부터 전부 또는 일부 벗어날 수 있는 이상, 채권자에게는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하는 것이 균형에 맞다’는 점을 들어 재소를 인정하였다. 그렇다면 조세채권과 같이 납세자는 회생 및 파산 절차를 이용하여 자신의 채무를 청산하고 경제적 재기와 갱생의 기회를 가질 수 없는 채권의 경우, 소멸시효 중단 또한 허용되지 않아야 그 형평에 맞다. 대상판결이 이 부분에 대하여 충분한 고려를 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2) 조용호,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재판자료」 제61집, 법원도서관, 1993, 351 내지 352면, 김두형 황충현, ‘조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 사유에 관한 고찰’, 「KHU 글로벌 기업법무 리뷰」 제8권 제2호, 2015, 22면 등도 같은 취지이다.
3) 이창희, 「세법강의」, 박영사, 2015, 154면은 “국세기본법상 시효중단사유인 납세고지는 민법에서는 청구인 셈이다”라고 하고 있다. 임승순, 「조세법」, 박영사, 2016, 154면, 이태로 한만수, 「조세법강의」, 박영사, 2016, 134면 또한 같은 입장으로 보인다.
4) 이준봉, 「조세법총론」, 삼일인포마인, 2016, 328면



두 번째 쟁점을 본다. 이는 종래 행정상의 법률관계에 대하여 행정처분 이외에는 민사소송에 의하여 해결하여 왔던 판례의 입장에서, 이 사건과 같이 과세권자와 납세자 사이의 대등한 법률관계인 ‘조세채권’의 존부를 확인하는 소의 경우 어떠한 형태로 제기되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학설은 다수가 이를 공법상의 실질적 당사자소송이라고 보았는데,5) 대상판결은 이를 인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사자소송의 범위와 관련하여 부가가치세에서 확정된 환급세액의 지급청구가 민사소송이 아니라 당사자소송이라는 판결(대법원 2013. 3. 21. 2011다95564 전원합의체 판결) 이외에 그 범위를 확대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상판결이 조세채권 존부 확인의 소를 당사자소송으로 인정한 것은 전향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한편, 대상판결은 실무적으로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무자력이라고 하더라도 더 이상 시효 도과로 인한 면책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었고,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조세채권의 시효 도과가 임박한 모든 체납자들에 대하여 재판상 청구를 하여야 할 경우 그 행정상의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위 문제는 조세채권만이 아니라, 질서행위규제법상 과태료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질서행위규제법은 개별 법령에서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국세 및 지방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하고 있고(질서행위규제법 제24조 제3항), 또한 소멸시효의 중단 및 정지에 대해서는 국세기본법 제28조를 그대로 준용하고 있기 때문이다(같은 법 제15조 제2항). 요컨대, 국가기관은 장기간 체납되어 징수가능성이 희박한 소액의 과태료 채권까지 재판상 청구를 통하여 시효중단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되는데, 이는 달성 가능한 성과에 비하여 효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담당 공무원에게도 과중한 의무를 부담시키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향후 이러한 정책적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5) 소순무·윤지현, 「조세소송」, 영화조세통람, 2020, 779-780면


목록보기

전체 :

478

세목 제목 저자 관련 문서번호 등록일
법인세법 박준석 2025-07-17
법인세법 최보광 2025-07-10
부가가치세법 이상준, 윤상범 2025-07-01
분류중 김한준 2025-06-19
분류중 최보광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