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에도 미치는지 여부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은 ‘행정소송에 관하여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사항에 대하여는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행정소송에 있어서도 「민사소송법」상의 기판력 규정이 적용된다.
선행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후행 사건에 미치기 위해서는 1) 소송물이 동일하고(기판력의 객관적 범위,
민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2) 당사자가 동일하여야 한다(기판력의 주관적 범위,
민사소송법 제218조). 또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전소의 변론종결 전에 당사자가 주장하였거나 주장할 수 있었던 모든 공격방어방법에 미치게 된다(기판력의 시적범위,
민사집행법 제44조 제2항).
대법원 2004.8.16. 2002두9261 판결은 ‘통상의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감액경정청구에 대한 거부처분 취소소송 역시 그 거부처분의 실체적ㆍ절차적 위법 사유를 취소 원인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심판의 대상은 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객관적인 존부이며, 그 과세표준 및 세액의 인정이 위법이라고 내세우는 개개의 위법사유는 자기의 청구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공격방어방법에 불과한 것이므로, 감액경정청구를 함에 있어 개개의 위법사유에 대하여 모두 주장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감액경정청구 당시 주장하지 아니하였던 사항도 그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새로이 주장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소송물은 ‘과세표준 및 세액의 객관적인 존부’라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04.8.16. 2002두9261 판결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비록 부과처분에 대한 취소소송과 경정청구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은 구체적인 청구취지, 처분대상, 처분의 시점 등이 상이하다고 하더라도 그 소송물은 ‘과세표준 및 세액의 객관적인 존부’이므로 소송물은 동일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상판결 역시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부과처분 취소소송)의 소송물과 이 사건 소(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소송물은 모두 ‘원고들의 각 해당 과세기간 귀속 각 이자소득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객관적 존부’로서 동일하다고 판단하였다.
소송물이 동일하다고 할지라도 만약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유가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후에 새롭게 발생한 사유라면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원고들이 주장하는 ‘대여계약의 사기 취소’는 이미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에서 모두 주장하였던 공격방어방법이었으므로 이 사건 소송에서 다시 주장하는 것은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다. 이와 같이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소송에 미치게 되는 경우, 모순금지설에 따라 다시 ‘기각’되어야 한다. 원고들 입장에서는 소외인들이 관련 형사사건에서 사기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음에도 관련 행정사건에서는 패소하는 결과가 되었다. 원고들이 소외인들에게 대여계약의 취소를 원인으로 이자소득을 반환하였다면 소득이 없는데도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원고들로서는 선행사건 진행 과정에서 소외인들에 대한 형사사건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았다면, 이를 이유로 사건 진행의 연기를 요청하여 구제받는 방법을 택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이자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이 사건에서 원고 3의 경우,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사실 자체가 없어, 기판력이 문제되지 않았다. 따라서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원고 3은 승소판결을 받을 여지도 있다.
그런데, 과세소득은 이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 및 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어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족하고 그 소득을 얻게 된 원인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반드시 적법하고 유효한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5.5.28. 선고 83누123 판결). 이 사건에서 원심은 대여계약이 사기를 원인으로 하여 취소가 되었다는 점만을 이유로 피고의 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자소득이 실제로 취소를 원인으로 하여 반환이 되었는지 여부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이 이자소득의 존재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추후 원고 3의 경우, 실제 이자소득을 반환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승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은 부과처분 취소소송과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소송물이 동일하고, 따라서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후행소송에도 미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부과처분 취소소송과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형식적’으로 보면 소송물이 다르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일관되게 판시하였던 바와 같이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소송에 있어 그 소송물은 ‘과세표준 및 세액의 객관적인 존부’이다. 비록 형식적으로 청구취지나 처분시기 등이 상이하지만 그 본질은 ‘과세표준 및 세액의 객관적인 존부’를 다투는 소송이기 때문에 소송물이 동일하다고 해석한 대법원의 결론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