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전적부심사 제도에 관한 절차적 권리 보장의 중요성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는 1999.8.31. 법률 제5993호로 국세기본법이 개정되면서 납세자의 권익 향상과 세정의 선진화를 위하여 도입되었다.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는 사전적 권리구제절차이다. 즉, 과세예고 통지 또는 세무조사 결과 통지를 받은 납세자는 그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과세관청에게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과세처분이 이루어지기 전에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과세관청은 사전에 위법ㆍ부당한 처분을 스스로 시정할 수 있다. 특히, 사후적 권리구제절차행정심판(조세심판 또는 심사청구)이나 행정소송에서 납세자는 세액을 납부하여야 하고 불이행의 경우 가산세의 부담이 뒤따른다. 과세전적부심사 제도에서 납세자는 부과처분이 이루어지기 전에 다툴 수 있다. 납세자는 과세전적부심사를 통해 사전적ㆍ예방적으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어 사후적으로 구제받는 경우보다 매우 유리하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과세예고 통지 또는 세무조사 결과 통지를 받은 자는 30일 이내에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청구를 받은 과세관청은 30일 이내에 결정결과를 청구인에게 통지한다. 그 결정이 있을 때까지 과세표준 및 세액의 결정이나 경정결정을 유보한다. 따라서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을 하면, 납세자는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를 할 수 없다. 사후적 권리구제 절차로만 다퉈야 한다. 이렇듯 납세자에게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면, 과세전적부심사 제도의 취지에 반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 대법원은 “납세자에게 과세예고 통지를 하지 않아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주지 않은 채 한 과세처분에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본 하급심 판결에 대한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한 바 있었다(대법원 2015.10.15. 선고 2015두2772 판결).
그러나 그 후 대법원은 과세전적부심사제도가 납세자의 권익 보호에 필수적이고 매우 중요한 절차라고 보고, 과세전적부심사 청구기회를 보장하지 않는 과세처분은 모두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않은 과세처분에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본다(대법원 2016.4.15. 선고 2015두52326 판결).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였는데, 그 청구기간인 30일이 지나기 전에 과세처분을 한 것은 절차상 하자가 중대ㆍ명백하여 무효이다(대법원 2016.12.27. 선고 2016두49228 판결). 심지어 최근에는 과세전적부심사청구에 대한 심리가 계속 중인데 부과제척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았다(대법원 2020.4.9. 선고 2018두57490 판결). 즉, 대법원은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대상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조세행정에 있어서도 형사절차와 마찬가지로 절차적 적법성을 엄격하게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 중복세무조사에 기초한 과세처분은 위법하고,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사유 역시 엄격한 요건하에서만 인정된다(대법원 2015.9.10. 선고 2013두6206 판결). 또한 국세기본법상 위법한 세무조사대상 선정으로 과세자료를 수집한 후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적법절차 원칙을 어긴 것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2014.6.26. 선고 2012두911 판결).
나아가, 앞서 보았듯이 대법원은 과세전적부심사 기회의 부여와 관련하여 적법절차 원칙이 지켜져야 함을 강조하였다(대법원 2016.4.15. 선고 2015두52326 판결 등). 이와 같이 적법절차가 중요하다고 보는 대법원 입장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된다고 볼 수 있고, 대상판결 역시 이러한 흐름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대법원에서 과세전적부심사 절차 하자가 중대하다고 인정하기 전에는 과세실무상 사후적 권리구제 절차가 있으니,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를 보장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견해가 다수였다. 과세전적부심사 제도가 납세자로서는 과세처분이 있기 전에 사전적으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절차임에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었다.
대법원이 2016년 위와 같이 확고하게 납세자에게 절차를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실무상으로 특히 과세관청은 납세자가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소홀하게 여기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러나 소득금액변동통지가 행정소송법상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는 이상, 부과처분과 소득금액변동통지는 서로 다른 독립된 처분이다. 실제로 그 효과에 있어서도 납세자에게, 부과처분은 본세 납세의무를 부과하고, 소득금액변동통지는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한다. 또한 법인이 사기 기타 부정행위로 조세를 포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소득처분에 따른 대표이사나 주주 등이 사기 기타 부정행위로 조세를 포탈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0.4.29. 선고 2007두11382 판결 등). 소득처분에 따른 소득세 등 납세의무가 그 소득세에 대한 부과제척기간 도과 등으로 소멸하였다면 원천징수의무도 성립할 수 없다(대법원 1989.3.14. 선고 85누451 판결, 대법원 1992.9.22. 선고 91다40931 판결 등). 따라서, 법인세 부과처분이 적법하더라도,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대하여 별도로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를 할 실익이 충분히 있다.
물론 현재는 사기 기타 부정행위로 법인세를 포탈한 경우 그에 따른 소득처분금액에 대한 소득세 등도 10년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므로 큰 실익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법인세 부과처분과 소득금액변동통지가 서로 다른 처분인 이상 권리를 별도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법인세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하여 반드시 소득금액변동통지가 적법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판결은 세법에서 정한 과세전적부심사절차의 엄격한 해석을 통하여 납세자의 권리를 보장하여 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글을 마치며 : 국가 권력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행사되어야 한다.
최근 과세관청은 절차하자가 문제된 다른 사건에서 과세처분의 절차상 하자가 중대ㆍ명백하여 무효인 경우에도
국세기본법 제26조의 2 제2항에서 정한 1년의 특례제척기간이 적용될 수 있다면서, 절차적 하자로 인해 과세처분이 무효가 되는 것이 납세자에게 무용한 절차를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도 주장한다. 요컨대 실체적으로 적법한 처분이면, 절차적 하자로 인해 과세처분이 취소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본다.
그렇지만 무효인 하자를 시정해서 재처분을 하는 것은 판결에 따른 재처분이 아니라 새로운 처분에 해당하므로 특례제척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사 위 논의를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과세관청은 스스로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과세처분을 해야 한다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가공권력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실체적으로도 적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절차적으로도 당연히 적법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영미법의 오래된 격언처럼 “정의는 실현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실현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not only justice must be done, but also seen to be done). 대상판결의 취지를 십분 살려 과세관청은 납세자가 가진 절차적 권리를 엄격하게 보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