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과세전적부심사 부여의 기준 - ‘고발 또는 통고처분’ 행위 그 자체
대상판결에서는 2010 내지 2013년도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한 사실’에 대하여 판단하였을 뿐, 실제 2007 내지 2009 사업연도에서 조세포탈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처분이 무효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판단은 「국세기본법」상 과세전적부심사 기회 부여의 예외사유로의 ‘고발 또는 통고처분’의 판단은 2007년 내지 2009 사업연도에 실제 조세포탈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피고가 ‘고발 또는 통고처분’을 하였는지 여부에만 근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즉, 조세포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일 과세당국이 이에 대하여 ‘고발 또는 통고처분’을 하지 않았다면 그러한 경우에도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도 제공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반대로, 과세당국이 ‘고발 또는 통고처분’을 하였으나 실제로는 조세포탈 행위가 없었던 경우에는 어떻게 판단하여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고발 또는 통고처분’ 행위가 있었다면 이에 대해서는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 15 제2항 제2호에서의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고발 또는 통고처분하는 경우’라 함은 문구 그대로 ‘고발 또는 통고처분’을 하는 경우만을 지칭하는 것일 뿐이며, 이를 확대해석하여 납세자의 입장에서 조세포탈행위를 하는 경우로 해석할 수는 없다.
나아가 이는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조세포탈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로 인하여 절차적 하자까지 인정되어 (단순히 부과제척기간의 판단이나 부당과소신고가산세 부과처분의 취소가 아니라) 전체 부과처분이 ‘무효’가 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국세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구 그대로 ‘고발 또는 통고처분’ 행위의 존부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 15 제2항 제1호에서는 ‘「국세징수법 」 제14조에 규정된
납기전 징수의 사유가 있거나 세법에서 규정하는 수시부과의 사유가 있는 경우’를 과세전적부심사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예외 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구
국세징수법 제14조에서는 ‘국세를 포탈(逋脫)하려는 행위가 있다고 인정될 때’를 납기전 징수 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구
국세징수법 제14조 제1항 제7호).
1) 그렇다면 앞서 살펴본 과세당국이 특정 사업연도에 대하여 ‘고발 또는 통고처분’을 하지 않았던 경우에도 실제로 조세포탈이 성립한다면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할 여지도 있을 것이다.
2)
1) 현행 국세징수법에서는 제9조에 유사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다. 현행 규정에는 ‘납부기한 전 징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2) 실제로 과세당국에서는 대법원의 판단이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이러한 주장을 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동 문구는 그 문구만 보더라도 포탈‘하려는’ 행위가 있다고 인정될 때를 지칭하는 것이 명백하고, 이미 조세를 ‘포탈한’ 행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당해 문구만 보아도 과거 시점에 조세의 부과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를 하였던 것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이는「국세징수법」은 이미 부과된 국세를 ‘징수’하는 측면에서 입법된 것으로서,
3) 「 국세징수법 」에서 국세를 포탈하려는 행위는 납부기한 이전에 납세자가 ‘징수불능’에 관련한 행위를 하려는 경우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상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에 납기전 징수사유를 규정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해석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3)
국세징수법 제1조 【목적】 이 법은 국세의 징수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국세수입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
3. ‘각각 별개의 처분’의 판단 기준
대상판결에서는 “과세관청의 익금산입 등에 따른 법인세 부과처분과 그 익금 등의 소득처분에 따른 소득금액변동통지는
각각 별개의 처분이므로 …(중략)… 소득처분에 따른 소득금액변동통지와 관련된 조세포탈에 대해서까지 과세전적부심사의 예외사유인 ‘고발 또는 통고처분’을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시하였다. 이는 원심 판결에서 법인세 포탈을 이유로 고발하는 경우라면 소득금액 변동통지만을 따로 떼어 과세전적부심사에 관하여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기에,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하고자 하는 취지일 수 있다. 그렇지만 나아가 그 판단에 있어서 ‘각각 별개의 처분’에 대해서는 과세전적부심사 기회의 제공도 별개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조세소송에서의 ‘별개의 처분’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조세의 종목과 과세기간에 의하여 구분되는
각 과세단위에 관한 개개의 부과처분이 조세소송의 소송물이 되는 것이라는 것이 그 확립된 입장에 해당한다[(
대법원84누216, 1986.03.25)판결]. 또한, 이러한 법리에 근거하여 대법원은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은 국세기본법 소정의 전심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기에 당해 사안에서의 각 부과처분은 각기 그 과세시기, 과세종류, 요건과 효과를 달리하는 독립적 처분이므로 비록 원고가 위의 각 부과처분의 요건 중 과점주주가 아니라는 동일한 사유를 내세워 그 취소를 구하였다 하여도 그중 일부의 처분에 대한 전심절차를 거쳤다는 사유만으로는 그 밖의 과세처분에 대하여는 취소소송을 제기함에 있어 전심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가 있다[(
대법원83누31, 1984.05.29)판결]. 즉, 이는 각 사업연도별 소송물의 구분에 따라 명백히 전심절차의 경유 여부가 구분된다는 취지에 해당한다[(
서울행법2016구합63293, 2017.08.24)판결 참조].
4. 2007~2009년의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부분에 대한 판단
결국 대상판결의 설시에 따라 ‘각각 별개의 처분’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과세전적부심사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지를 따져야 한다면, 이는 개별적인 과세단위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상판결에서도 2010~2013년도에 관한 고발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부과처분이 2007~2009년에 관한 부분에 해당하였다면 이 역시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마땅히 제공하여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무효인 부과처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에서는 ‘… 위 주장은 원심의 변론종결 이전에는 제기되지 않았고, 상고심에 이르러 처음으로 제기되는 것이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라고 판단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대법원에서 적절하게 판단을 받은 경우라고 한다면 이 역시 무효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받았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향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법리 설시에 맞는 결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