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전적부심사제도의 의미
과세전적부심사제도는 과세처분 이후의 사후적 구제제도와는 별도로 과세처분 이전의 단계에서 납세자의 주장을 반영함으로써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마련된 사전적 구제제도이다(
대법원 2010두19713, 2012.10.11., 판결).
입법자는 과세처분 이후의 사후적 구제제도와는 별도로 사전구제제도로서 과세예고통지와 과세전적부심사제도를 두고 있고, 과세처분 이후에는 행정심판을 거쳐 그 하자를 원칙적으로 항고소송의 형태로 다투도록 하여 납세자에게 다양한 구제수단을 부여하고 있다(
대법원 2017다242409, 2018.7.19.,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과세처분 이후에 행하여지는 심사ㆍ심판청구나 행정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어 효율적인 구제수단으로 미흡한 측면이 있으므로, 과세전적부심사제도는 과세관청이 위법ㆍ부당한 처분을 행할 가능성을 줄이고 납세자도 과세처분 이전에 자신의 주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예방적 구제제도의 성질을 가지며, 위법한 처분은 물론 부당한 처분도 심사대상으로 삼고 있어 행정소송과 같은 사후적 구제절차에 비하여 그 권리구제의 폭이 넓다(
대법원 2015두52326, 2016.4.15., 판결).
1999.8.31. 법률 제5993호로 국세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이러한 과세예고통지와 과세전적부심사제도가 납세자의 권익 향상과 세정의 선진화를 위하여 도입된 이래로, 대법원은 납세자에게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납세자의 권리ㆍ의무에 직접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 납세자가 처분의 내용을 알게 된 이상 이의신청ㆍ조세심판원에 대한 심판청구 등 절차를 통하여 과세의 적부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는 절차가 남아 있으므로 과세전적부심사제도의 이용기회를 박탈당하더라도 중대한 절차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대법원 2011두32263, 2012.4.13., 판결,
수원지법 2010구합9861, 2011.5.12., 판결 등).
그러나 대법원은 (대법원 2015두52325, 2016.4.15.) 판결을 통해 ‘국세기본법 및 국세기본법 시행령이 과세예고통지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거나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에 앞서 필수적으로 행하여야 할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납세자에게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과세처분을 하였다면, 이는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중대한 하자로서 과세처분의 효력을 부정하는 방법으로 통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입장을 변경하였다.
이는 대법원이 과세전적부심사제도를 항고소송 등 사후적 구제제도와 중복되는 절차로 보지 않고, 사후적 구제제도에 대응하는 사전적 구제제도로서 그 독자적인 기능 및 의미를 인정한 결과로 보인다.
소득금액변동통지의 불복 문제
법인세법 제67조 및 법인세법 시행령 제106조는 과세관청은 법인세 과세표준을 결정 또는 경정함에 있어서 익금에 산입한 금액을 그 귀속자에 따라 상여ㆍ배당ㆍ기타소득 등으로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소득세법 제17조 제1항 제4호, 제20조 제1항 제3호, 제21조 제1항 제20호, 제127조 제1항은 위와 같이 법인세법에 의하여 배당ㆍ상여ㆍ기타소득으로 처분된 소득금액을 소득세의 과세대상으로 하면서 그 소득금액을 지급하는 법인이 이를 원천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세법은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 배당ㆍ상여ㆍ기타소득으로 처분된 소득금액을 ‘소득금액변동통지서’라는 서식에 의하여 당해 법인에게 통지하고(법인세법 제67조, 소득세법 시행령 제192조 제1항,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100조 제24호), 이와 같이 소득금액변동통지서에 기재된 당해 배당ㆍ상여ㆍ기타소득은 그 통지서를 받은 날에 지급한 것으로 의제되어(소득세법 제131조 제2항, 제135조 제4항, 제145조의2) 그때 원천징수하는 소득세의 납세의무가 성립함과 동시에 확정되는 것으로 규정함과 아울러(국세기본법 제21조 제3항, 제22조 제4항), 원천징수의무자는 소득금액변동통지를 받은 달의 다음 달 10일까지 원천징수세액을 납부하여야 하고(소득세법 제128조), 만일 원천징수의무자가 징수하였거나 징수하여야 할 세액을 그 기간 내에 납부하지 아니하였거나 과소납부한 경우에는 불성실가산세를 납부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소득세법 제128조의 2,
국세기본법 제47조의 5 제1항), 원천징수의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그 세금을 징수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징수한 세금을 납부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조세범처벌법 제13조).이러한 소득금액변동통지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과거 대법원은 소득금액변동통지가 원천징수의무를 성립, 확정시키기 위한 예비적 조치 내지 선행적 절차에 불과하므로 독립하여 전심절차나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조세부과 처분이 아니라고 보았다(대법원 86누589, 1984.6.26., 판결,
대법원 2002두10360, 2003.1.24., 판결 등). 그러나 대법원은 (
대법원 2002두1878, 2006.4.20.)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과세관청의 소득처분과 그에 따른 소득금액변동통지가 있는 경우 원천징수의무자인 법인은 원천징수세액을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고 불이행 시 가산세 부과 및 형사처벌을 받게 되므로, 소득금액변동통지는 원천징수의무자인 법인의 납세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과세관청의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조세행정처분이라고 하여 기존의 입장을 변경하였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례 변경은 소득금액변동통지가 원천징수의무를 성립, 확정시키기 위한 단순한 예비적ㆍ선행적 절차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원천징수세액을 확정하는 독립적인 조세행정처분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소득금액변동통지를 받은 법인이 원천징수세액의 납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세관청은 징수처분인 납세고지를 하는데, 위와 같이 소득금액변동통지가 후행처분인 징수처분과 독립적인 처분으로 인정됨에 따라 선행처분인 소득금액변동통지에 하자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당연무효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후행처분인 징수처분에 승계될 수 없고, 징수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소득금액변동통지의 하자를 다툴 수도 없게 되었다(
대법원 2009두14439, 2012.1.26., 판결).
이는 행정처분의 하자 승계에 관한 행정법의 일반 이론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지만, 결과적으로 이 사건 소득금액변동통지와 같이 과세예고통지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사전적 구제절차로서 과세전적부심사제도를 이용할 수도 없고, 과세관청이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않더라도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당연무효의 하자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징수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소득금액변동통지의 하자를 다툴 수도 없어 사후적 구제절차를 이용하는 데에도 제한이 있는 권리구제의 공백이 발생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소득금액변동통지와 함께 법인의 누락된 소득에 대한 법인세 본세가 부과되는 경우에는 법인세 본세는 과세예고통지의 대상이므로 과세전적부심사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대해서는 독자적으로 따로 불복하여야 하므로 불복절차가 분리되어 당사자 상호 간에 불편을 초래하고 소송경제에 반하는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다른 케이스와의 형평 문제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관한 위와 같은 공백은 다른 사안들과 비교하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 소득금액변동통지는 ‘납세고지’가 아니므로 과세예고통지를 필수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이 소득금액변동통지 이전에 과세예고통지를 하였다면, 그에 대해 납세자가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거나 그에 대한 결정이 있기 전에 이루어진 소득금액변동통지는 무효가 된다(
대법원 2016두49228, 2016.12.27., 판결).
이는 과세예고통지의 예고 대상이 되는 과세처분은 소득금액변동통지인데, 국세기본법 및 국세기본법 시행령이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과세처분을 할 수 있거나 과세전적부심사에 대한 결정이 있기 전이라도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예고통지 후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나 그에 대한 결정이 있기도 전에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과세전적부심사제도 자체를 형해화시키는 것으로서 중대ㆍ명백한 절차적 하자가 있는 무효의 처분이 되기 때문이다.
즉, 과세관청이 소득금액변동통지 이전에 자발적으로 과세예고통지를 한 경우에는 납세자에게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여 소득금액변동통지의 하자를 다툴 사전적 구제절차가 보장되고, 만일 과세관청이 이를 보장하지 않고 바로 소득금액변동통지로 나아갔다고 하더라도 당연무효의 처분이 되므로 향후 후행 징수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소득금액변동통지의 하자를 다툴 수 있어 사후적 구제절차도 보장된다. 그런데 대상판결에 따르면 과세관청이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납세자가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도 없고, 과세전적부심사 없이 이루어진 소득금액변동통지도 유효한 처분이 되는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선택에 따라 납세자의 권리구제 가능성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수긍하기 어려운 차별 취급으로 보인다.
형평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 15 제1항 제1호는 제81조의 12에 따른 세무조사 결과에 대한 서면통지를 받은 경우에도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과세관청이 세무조사 결과통지 후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나 그에 대한 결정이 있기 전에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는 경우, 이는 과세전적부심사제도 자체를 형해화시키고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처분으로서 절차상 하자가 중대ㆍ명백하여 무효가 된다(
대법원 2017두51174, 2020.10.29., 판결).
그러나 세무조사 결과통지 없이 바로 소득금액변동통지가 이루어지는 경우라면, 마찬가지로 납세자는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도 없고, 후행 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소득금액변동통지의 하자를 다투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역시 소득금액변동통지가 세무조사 결과통지 이후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납세자의 권리구제 가능성이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보기 어려운 차별 취급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조세법규에 대한 엄격해석의 원칙상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할 것이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63조의 14 제2항 제3호가 정한 ‘납세고지’에 소득금액변동통지와 같이 ‘납세고지와 유사한 성격을 갖는 것’은 포함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조세법규의 해석에 관한 기본원칙에 충실하게 소득금액변동통지 이전에 과세예고통지가 필수적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지만, 조세법규는 법규 상호간의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를 명백히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조세법률주의가 지향하는 법적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입법 취지 및 목적 등을 고려한 합목적적인 해석을 하는 것도 허용된다(
대법원 2006두187, 2008.4.24., 판결 등).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소득금액변동통지는 단순히 원천징수의무를 성립, 확정시키기 위한 단순한 예비적ㆍ선행적 절차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원천징수의무자의 납세의무를 확정하는 과세처분의 성격을 갖는다. 그리고 과세전적부심사제도는 항고소송 등 사후적 구제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경우일지라도 예방적, 사전적 구제제도로서 독자적인 기능 및 의미를 가지므로, 그 이용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처분의 무효사유를 구성하는 중대한 하자에 해당한다. 대상판결과 같이 소득금액변동통지 이전에 과세예고통지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하게 되면, 소득금액변동통지의 처분성 및 하자 승계 이론에 의하여 소득금액변동통지의 하자에 대해서는 과세전적부심사에서도 후행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도 다툴 수 없고 오로지 소득금액변동통지 시점에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대한 쟁송절차를 통하여 다투어야 하는 권리구제의 공백이 발생한다. 특히 이러한 공백은 과세관청이 과세예고통지를 하기로 선택하거나 세무조사 결과통지를 하는 경우에는 발생하지 않는데, 이와 같이 동일한 내용의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대하여 서로 다른 법적 효력을 부여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소득금액변동통지를 원천징수세액을 확정하는 효력을 갖는 통지라는 점에서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63조의 14 제2항 제3호의 ‘납세고지’에 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납세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는 측면에서 더 타당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소득금액변동통지와 같이 합목적적인 해석의 필요성이 큰 경우에도 조세법규의 엄격해석의 원칙을 예외 없이 관철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