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에 대한 제한의 필요성과 종래의 해석론
2003.12.30.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된 상증법은 증여세와 관련한 패러다임의 중요한 전환으로 평가된다. 그 이전에는 상증법이 민법상 증여의 개념을 차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민법상 증여의 대상에 포함되기 어려운 것들, 예컨대 외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특별한 정보의 제공 등이 재산의 이전에 수반되고 또 그러한 정보의 제공으로 말미암아 형식적으로 이전되는 재산의 명목상 가치를 넘어서는 이익이 추가로 이전되는 경우 이러한 이익에 대하여는 법이 특별히 ‘증여’로 의제하는 바가 없다면 달리 과세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위와 같이 개정된 상증법이 증여세와 관련한 증여의 개념을 독자적으로 규정하면서[‘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ㆍ형식ㆍ목적 등과 관계없이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무형의 재산을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또는 현저히 저렴한 대가로 이전’해 주거나 혹은 ‘기여에 의하여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 등을 ‘증여’로 정의하고 있다] 이른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되었고, 이에 상증법의 체계도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즉 종래의 증여의제 규정들은 완전포괄주의하에서 다만 증여의 태양들을 예시하면서 동시에 그와 관련한 증여가액을 계산하기 위한 규정(이른바 ‘가액산정규정’)으로 그 성격이 바뀌게 되었던바, 이에 그 문언들도 ‘~를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당초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되었던 것은 법이 선제적으로 거래의 유형을 예상하여 규정하는 것은 지극히 곤란하고 또 증여의제 규정들이 도리어 이를 회피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조장하기도 한다는 것 때문이었는데, 문제는 이러한 변칙적인 증여와 무관한 사항들에 대하여 과세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완전포괄주의하에서 조세법률주의의 핵심내용인 과세요건 명확주의를 어떻게 관철한 것인지 또한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에 법원은 가액산정규정들을 통하여, 역으로 증여세 과세 대상을 제한하는 방식의 법리를 발전시켜 왔다. 그 첫 사례는 父의 정기예금채권을 담보로 子(원고)가 은행으로부터 저리대출을 받은 사안이었는데, 이때 대법원은 상증법상 ‘증여’에 해당하는 행위는 존재하나 그 증여가액에 대한 계산방법이 없거나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증여세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3.11.14. 선고 2011두18458 판결). 그리고 주주의 친족 등 특수관계인이 주식발행법인에 7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무상으로 증여함으로써 그 법인의 주식 가치가 증가한 것을 곧 주주에 대한 이익의 증여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는,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증여세 과세 대상으로 규율하고 있지 않은 거래ㆍ행위라고 한다면 비록 그 행위 자체는 상증법이 정하는 증여의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는 일반적인 법리를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대법원 2013두13266, 2015.10.15., 판결, 이하 ‘2013두13266 판결’이라고 한다). 2013두13266 판결은 이후의 대법원 판결에서 계속 인용되면서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주된 논거로 활용되고 있다(
대법원 2016두285, 2016.6.23., 판결,
대법원 2016두55926, 2017.3.30., 판결,
대법원 2017두35691, 2017.9.21., 판결,
대법원 2016두59546, 2019.4.11., 판결 등).
나. 합병에 따른 이익과 관련한 제한적 해석의 사례
2013두13266 판결은 합병에 따른 이익과 관련한 증여세가 다투어진 사안에서도, 여전히 완전포괄주의를 제한하는 주된 논거가 되어 왔다. 대표적인 판결로 대법원 2017.3.30. 선고 2016두55926 판결(이하 ‘2016두55926 판결’이라고 한다)과 대법원 2018.12.13. 선고 2015두40941 판결(이하 ‘2015두40941 판결’이라고 한다)이 있다.
2016두55926 판결은 신설법인인 D 주식회사(비상장법인, 이하 ‘D회사’라고 한다)의 최대주주로 예정되어 있는 E와 특수관계에 있는 원고가 E로부터 자금을 증여받은 뒤 제3자 배정 방식에 의한 유상증자 절차에서 직접 신주인수대금을 부담하면서 D회사 발행주식을 취득하고, 그 취득일로부터 5년 이내에 D회사가 상장된 경우를 다루고 있다. 이에 앞서 살핀 구 상증법 제41조의 3의 적용이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2013두13266 판결을 인용하면서 ‘가액산정규정이 일정한 거래ㆍ행위만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한정하고 그 과세범위도 제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완전포괄주의하의 증여 개념에 해당하더라도 그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판시한 뒤, 제3자 배정 방식에 의한 유상증자 절차에서 직접 신주인수대금을 부담하여 주식을 취득한 경우는 위 규정이 특별히 정하는 바가 없기 때문에 증여세의 부과가 위법하다고 하였다.
2015두40941 판결은 신설법인인 F 주식회사(비상장법인, 이하 ‘F회사’라고 한다)의 최대주주로 예정되어 있던 G가 특수관계인인 원고에게 F회사 설립 직전 자금을 증여하였고, 원고는 그 자금을 F회사에 주금납입하면서 F회사의 발기인이 되었으며, 그 때로부터 5년 이내에 F회사는 상장된 경우를 다루고 있다. 마찬가지로 F회사의 상장에 따른 이익을 구 상증법 제41조의 3에 따라 증여세로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이때에도 대법원은 2013두13266 판결을 인용하면서, 위 규정이 법인설립 전 발기인이 자금을 증여받아 신설 법인의 주식을 인수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하였다.
다. 대상판결의 경우
결론만 놓고 보면 대상판결 역시 합병에 따른 이익과 관련한 완전포괄주의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고 있으나, 앞선 판결들과는 달리 2013두13266 판결을 직접 인용하고 있지는 않다. 이는 처분의 근거가 되었던 쟁점규정 자체가 종래의 증여의제 규정에서 전환된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아니라, 기존의 개별 가액산정규정들이 미처 포섭하지 못하는 유형들에 대비하기 위하여 새로이 신설된 ‘포괄적 예시규정’이었던 까닭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2013두13266 판결과 전혀 별개의 판결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2013두13266 판결은 개별 가액산정규정을 ‘완전포괄주의의 도입으로 인한 과세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종전의 증여의제 규정에서 규율되어 오던 과세대상과 과세범위에 대한 사항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입법자의 의사가 반영된 규정’으로 이해하면서 이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특정한 유형의 거래 행위를 규율하면서 그 중 일부만을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다면 이에 대한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도 계속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된 논거로 삼았던 것인데, 대상판결은 이에 더 나아가, ‘포괄적 예시 규정’이라고 하더라도 그 적용 범위는 다른 개별 가액산정규정들에 의하여 형성된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한계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쟁점규정이 기존의 개별 가액산정규정들로써 대응하기가 어려웠던 합병 관련 변칙적인 증여에 대한 과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포괄규정을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기존 개별 가액산정규정들(제41조의 3 및 제41조의 5 등)이 적용되었던 사안들과의 형평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비상장법인 간의 합병은 그 주식의 교환 가치 및 그러한 교환 가치의 변동을 계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합병 후 매매사례가액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때의 가격을 상장 주식에 있어서의 시장 가격과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고, 또 평가방법에 따라 이익의 계산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 나아가 이익의 합리적으로 계산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과연 수증자의 입장에서 이익이 존재하다고 볼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으로도 이어진다), 또 쟁점규정이 이후 상증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주식ㆍ출자지분의 상장 및 합병 등’이라는 내용 자체가 재산가치증가사유에서 삭제된 점에 비추어 본다면, 단순한 비상장회사 간의 합병만으로는 추가적인 증여세의 과세가 필요불가결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쟁점규정의 적용 범위를 대상판결과 같이 ‘합병에 따른 상장’의 경우로 제한하더라도, 여전히 제41조의 3 및 제41조의 5의 요건(예컨대 쟁점규정은 제41조의 3 및 제41조의 5와는 달리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을 것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을 비켜 가고자 하는 변칙적 증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고, 그러한 범위까지가 결국 입법자가 의도하고 사회적으로도 합의된 한계라고 할 것이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2013두13266 판결의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완전포괄주의에 대한 제한적 해석의 대상을 개별 가액산정규정의 상위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포괄적 예시규정에 대해서까지 넓혔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