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점주주 집단에 관하여
구
지방세기본법 제47조 제2호에서는 ‘주주 또는 유한책임사원 1명과 그의 특수관계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로서 그들의 소유주식의 합계 또는 출자액의 합계가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면서 그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들’을 “과점주주”라 지칭한다. 지방세법상 간주취득세에 관하여는 새로운 ‘과점주주 집단’이 이를 취득하는 경우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다[(
대법원2012두12495, 2013.7.25.) 판결 등]. 법문구나 그 입법취지를 고려해본다면 이와 같은 판단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과점주주 집단이 이를 취득하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나, 특수관계인의 범위에 관한 조문이 날로 복잡해지고 있기에 ‘과점주주 집단’의 범위가 최근에는 주된 쟁점이 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개인 또는 법인이 직접 또는 그와 친족관계 또는 경제적 연관관계에 있는 자를 통하여 본인인 법인의 경영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우 그 개인 또는 법인’의 규정 및 ‘임원의 임면권의 행사, 사업방침의 결정 등 법인의 경영에 대하여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여 특수관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때 대상판결은 M사가
직접 또는 그 임원을 통하여 원고의 경영에 사실상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설시하면서도
5) ① M사가 M사의 임원 등을 통하여
직접 원고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설시하였다
6). ② 또한, M사를 통하여 S그룹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판시하였다
7).
5) 원심 판결이 그대로 인용한 1심 판결의 설시 문구.
6) 원심 판결에서 추가적으로 설시한 문구.
7) 원심 판결이 그대로 인용한 1심 판결의 설시 문구.
①은 조문의 구조와 불일치하는 해석처럼 보이기도 한다. 위 조문은 ‘직접’, ‘친족관계에 있는 자를 통하여’, ‘경제적 연관관계에 있는 자를 통하여’ 중 어느 하나의 방법으로 본인인 법인의 경영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설시는 ‘경제적 연관관계에 있는 자를 통하여’+‘직접’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므로 특수관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는 ‘통하여’라는 문구와는 무관하게 ‘직접’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최근 (
대법원2020두49324, 2021.5.7.) 판결은, 본인이 법인의 경영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친족관계 등에 있는 자의 의사결정을 좌우함으로써 본인이
직접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동등하게 볼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단순히 친족관계 등에 있는 자가 본인의 영향 없이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본인과 공동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만으로는 특수관계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가 있다.
문구상으로만 본다면, ‘직접’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자를 통하여 이를 행사할 수 있다면 특수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족관계의 경우 ‘통하여’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모호할 수밖에 없고, 법인에서와 같이 일정한 지분율이라든가 사업상의 여건 등의 간접 사정이 고려되기 어려울 수 있으며, 특히 사법부에서 이를 판단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수 있기에 이를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반면,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에서 M사는 ‘법인’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직접’이 아니더라도 ‘임원을 통하여’ 등 여러 방법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법인의 경우에도 결과적으로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대법원이 명확하게 판단내린 바가 없으나 문언적 해석상으로는 반드시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만일 그와 같다면 ‘통하여’라는 조문이 형해화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대상판결에서는 ‘직접’이라는 설시, ‘이사 등을 통하여’라는 설시, ‘S그룹이 M사를 통하여’라는 설시를 모두 사용하면서 특수관계를 인정하였는데, 이러한 판단이 위 대법원 2021.5.7. 선고 2020두49324 판결의 취지와 다르게 판단한 것인지 등에 관하여 명확한 설시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이 있다.
②와 관련해서는, S그룹이 M사를 통하여 원고에게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더라도 동일한 결론이라고 한다. 이때 이는 S그룹과 원고 간 특수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M사와 원고 간 특수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으므로 그 취지가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 이와 같이 설시한 취지는 ‘과점주주 집단’이 S그룹 전체이고 원고 역시 그 가운데 일원이라는 점을 전제로 판단한 것일 수도 있다고 보이나 명확하지는 않다.
결국 대상판결의 설시 내용은 그 자체만으로도 불명확한 측면이 있고, 결론의 타당성을 떠나 ‘통하여’, ‘직접’이라는 문구에 대한 적절한 해석방법을 제시하지 못하였다는 점에 아쉬움이 남는다.
3. 특수관계 조문의 불명확성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59조의 조세법률주의는 과세요건 법정주의와 과세요건 명확주의를 그 핵심적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 중 과세요건 명확주의는 과세요건을 법률로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규정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면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해석과 집행을 초래할 염려가 있으므로 그 규정 내용이 명확하고, 일의적(一義的)이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조세법률주의의 이념은 결국 과세요건을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국민의 경제생활에 있어서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부여하려는 것이다.”라고 설시하였다[(
헌재92헌바40, 1995.7.21) 전원재판부 결정]
8).
8) 구체적인 사안에서 헌법재판소는 “상속재산의 가액평가에 관하여 시가주의 원칙을 채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 구 상속세법(1993.12.31. 법률 제46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은 ‘상속재산의 가액 …… 는 상속개시 당시의 현황에 의한다.’라는 막연한 규정만 둔” 규정을 과세요건 법정주의에 반할 뿐만 아니라 과세요건 명확주의에도 반하여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바가 있고(헌법재판소 2001.6.28. 선고 99헌바54 전원재판부 결정), 고급오락장에 관한 중과세 문구에 관하여, “‘오락’의 개념 자체가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불분명하여, 어느 형태와 어느 내용의 오락장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고, 고급오락장에 관한 사회통념이 형성되어 있다고도 할 수 없으므로… (중략) … 어느 정도 규모의, 어느 정도의 호화설비를 갖춘 오락장이 과연 고급오락장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예측하기가 어렵다. 고급오락장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지방세법의 다른 규정이나 기타 관련 법률규정도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고급오락장’ 개념의 불명확성은 법체계적인 해석을 통해서도 제거될 수 없다.”고 하며 과세요건명확주의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였다[(
헌재98헌가11, 1999.3.25.) 결정].
이 사건 조항은 ‘경영지배관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며, 구 지방세법 시행령 제2조의 2 제4항(이하 ‘간주 규정’)에서는 일정한 경우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여 간주 규정을 기재하고 있다. 그러나 간주 규정은 실제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를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일 뿐이지 동조 제3항의 ‘지배적인 영향력’을 설명하는 조문이 아니므로
9), 동조 제4항에 규정하고 있는 내용에 해당한다면 동조 제3항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포섭되는 것일 뿐이다.
9) 만일 이와 다른 취지로서 동조 제3항의 내용을 명확하게 하고자 한 것이라면, 동조 제4항에서 “전항에서의 ‘지배적인 영향력’이라 함은 다음 각 호의 경우를 의미한다.”라고 규정하였을 것이다.
‘지배적인 영향력’은 우리 세법이나 다른 법에서 정의하는 용어가 아니며 따로 직접적인 사전적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기재된 내용을 연결하여 보면 ‘어떤 사람이나 집단 등을 자기의 의사대로 복종하여 다스리는 힘 또는 매우 우세하거나 주도적으로 다른 것에 미치는 힘’ 정도가 될 수 있다. 간주 조항의 해석은 어느 정도 명확하다고 볼 수 있으나, 위와 같은 ‘지배적인 영향력’이라는 해석은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과세요건명확주의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인’이라는 문구도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 법인의 대표이사나 이사가 다른 법인의 대표이사나 대주주인 경우라고 하여 그 ‘법인’이 다른 법인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고, 다른 인적 관계를 통하여도 ‘법인’이 지배적인 영향력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법인은 다른 회사의 이사 등이 될 수 없기에 결국 직접 보유하는 ‘지분율’ 이외에 지배적인 영향력이 명확하게 측정될 수 있는 방법도 쉽게 떠올리기 어렵다. 대상판결에서도 양 회사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거나 M사를 통하여 S그룹이 영향력을 행사하였다는 등을 통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판단하였는데, 이사를 겸직하였다고 하여 (이사가 아닌) M사가 원고에게 직접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인에 해당하는지, 또는 (법인이 아닌 집단인) S그룹이 M사를 통하여 원고에게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정으로 직접 M사와 원고 간 특수관계를 인정하는 논리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나아가 간주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 50% 이상의 지분율이 확보되면 당해 법인이 직접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인데(구 지방세기본법 시행령 제2조의 2 제4항 제1호 가목), 이 사건에서는 지분율이 50%에 미치지 않았으나 당해 법인이 이사를 통하여 직접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는 것이다(구 지방세기본법 시행령 제2조의 2 제4항 제1호 나목). 만일 이와 같다면 지분율 요건 50%를 충족하지 못하는 법인은 직접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고 ‘통하여’+‘직접’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만 가능하다는 것인지, 나아가 이를 달리 볼 수 있다면 과연 적절한 해석방법이 무엇인지도 의문이 있다.
즉, 제반 세법에서 특수관계인의 적용범위를 확대하여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에는 공감이 되나, 이상과 같은 문제 등으로 인하여 과세요건명확주의를 위반한 입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즉, 당해 규정 자체가 일의적으로 명확하게 해석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므로 이와 같은 조문은 좀 더 명확하게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