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대상판결에 대한 분석
1. 조세법 해석의 원칙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은 과세요건 등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하고 그 법률의 집행에 있어서도 이를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하여야 하며 행정 편의적인 확장해석이나 유추적용은 허용되지 않음을 의미하므로, 법률의 위임이 없이 명령 또는 규칙 등의 행정입법으로 과세요건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거나 법률에 규정된 내용을 함부로 유추ㆍ확장하는 내용의 해석규정을 마련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반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86누694, 1987.9.22.)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2007두3480, 2009.10.2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엄격해석의 원칙이 요구되는 근거는 엄격해석의 원칙이 조세법률주의의 파생원칙으로서 조세법률주의가 지향하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조세법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침해법규라는 점 또한 조세의 감면요건의 엄격해석은 조세공평의 원칙과도 부합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5)
한편, 목적론적 해석은 목적론적 해석이 불가피한 경우로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또는 법규 상호 간의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를 명백히 할 경우를 제기하고 있다. 현행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은 세법을 해석할 때는 ‘과세의 형평’과 ‘해당 조항의 합목적성’을 고려하도록 함으로써 세법 해석의 목적론적 해석이 허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국세기본법」 제14조에서는 실질과세원칙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실질과세 원칙은 조세법 해석에 있어서의 목적론적 해석을 의미한다.
6)
6) 김완석, 조세법 해석방법에 관한 연구(대법원 2007두4438 판결을 중심으로), 2020 (사) 한국조세법학회 28차 추계학술대회, 2020.12.5.
2.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 여부에 대한 법리와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2조 제4항 제1호의 규정을 추정적인 예시규정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구
「소득세법」 제1조의 2 제1항 제1호에서 거주자를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년 이상 거소를 둔 개인’으로 정의하고 있고, 같은 법 제1조의 2 제2항의 위임을 받은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은 “「소득세법」 제1조의 2에 따른 주소는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및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판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한편, 당시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2조 제4항은 “국외에 거주 또는 근무하는 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국내에 주소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계속하여 1년 이상 국외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때’를 들고 있는바 ① 국외에 거주 또는 근무하는 자(국외 거주 또는 근무 요건) ② 계속하여 1년 이상 국외에 거주할 것(국외 기간 요건) ③ 직업을 가질 것(국외 직업 요건) 등 위 ①, ②, ③ 요건 모두를 충족한 경우 국내에 주소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명시ㆍ규정하고 있었다.
이와 대칭적으로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2조 제3항 제1호에서 국내에 거주하는 개인이 ‘계속하여 1년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때’에는 국내에 주소를 둔 것으로 명시하고 있었다.
원고 사건과 매우 유사한 사건에서 우리나라의 모 축구선수가 국내에 부모가 살고 있고 자신의 아파트 등 부동산을 국내에도 소유한 상태에서 일본국 축구회사와 기본합의서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계약기간을 2012.2.1.부터 2015.1.1.까지 약 3년의 기간으로 정하고 일본에 거주하면서 축구선수 생활을 한 경우의 거주자 여부에 대한 판단에서 법원은 주소판정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있는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2조 제4항 제1호의 ‘계속하여 1년 이상 국외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때’에
그대로 부합한다고 판단하여 과세기간인 2014년에 국내에 「소득세법」상 주소를 둔 거주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원고(축구선수)가 국내 거주자임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7)
대상판결은 위 「소득세법 시행령」 제2조 제4항 제1호의 규정이
주소판정의 보조적 지표이고 추정적인 예시규정에 불과하고, 원고와 가족이 이 사건 과세기간 동안 국내에 주민등록을 두고 임대소득 및 양도소득이 발생하였으며, 국외원천소득을 국내 계좌로 송금한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과세기간 원고가
국내에서 형성ㆍ유지해온 인적ㆍ경제적 생활관계의 근거지가 국내에 있는 것으로 보아 원고를 국내 거주자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2조 제4항은 “국외에 거주 또는 근무하는 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국내에 주소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정하면서 제1호에서 ‘계속하여 1년 이상 국외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때’로 분명히 적시하여 규정하고 있었는바, 이는 추정적인 예시규정보다는 예시적 간주 규정으로 볼 수 있고, 동 규정과 대칭적으로 국내 거주자로 간주하는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2조 제3항 제1호의 규정도 그 규정대로 해석ㆍ적용하지 않는다면 이를 소득세법령에 넣어 존치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에도 이를 형해화하여 해석ㆍ적용하여 판단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또한, 대상판결은 원고가 1년 이상 국내에 머물면서 자산의 관리ㆍ처분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판단하였으나, 실제 원고는 이 사건 과세기간 동안 중국 거주지에 거주하고 있어 1년 이상 국내에 머무른 아무런 사실이 없었는데도 예단하거나 추정하여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설령, 동 규정을 추정적인 예시규정으로 본다 하더라도 종합소득세가 기간 과세제도인 점에서 과세연도별로 거주자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 점, 이 사건 과세기간 중 원고가 대부분 중국에서 직업을 갖고 가족과 생활을 영위해 왔고, 1심과 원심은 원고의 임차주택이 이 사건 회사 근무를 위하여 언제든지 계속 머물 수 있는 주거 장소로서 항구적인 주거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판단한 점, 과세당국과 수많은 납세자는 동 규정을 따라 국내 거주자 여부를 판단해 왔을 것이고, 세법을 해석ㆍ과세함에 있어 추정하여 납세자에게 함부로 조세 부담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할 것인 점에서 대상판결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인다.
3. 한ㆍ중 조세조약에 따른 이중거주자의 납세의무 있는 거주지국 판단
가. OECD 모델조세조약 및 한ㆍ중 조세조약의 이중거주자(tie-breaker rule) 판단기준
OECD 모델조세조약의 이중거주자 판단기준과 동일하게 한ㆍ중 조세조약 제4조에서도 어느 개인이 양 체약국의 이중거주자가 되는 경우, 그의 지위의 순서는 ① 그는 그가 이용할 수 있는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는 체약국의 거주자로 보고, ② 그가 양 체약국 안에 이용할 수 있는 항구적 주거를 가지고 있는 경우, 그는 그의 인적 및 경제적 관계가 더 밀접한 체약국(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의 거주자로 보고, ③ 그의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가 있는 체약국을 결정할 수 없거나 또는 어느 체약국 안에도 그가 이용할 수 있는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지 아니하는 경우, 그는 그가 일상적 거소를 두고 있는 체약국만의 거주자로 보고, ④ 그가 일상적인 거소를 양 체약국 안에 두고 있거나 또는 어느 체약국 안에도 일상적인 거소를 두고 있지 아니하는 경우, 그는 그가 국민인 체약국의 거주자로 보며, ⑤ 그가 양 체약국의 국민이거나 또는 양 체약국 중 어느 국가의 국민도 아닌 경우, 양 체약국의 권한 있는 당국은 상호 합의에 의하여 문제를 해결한다고 순차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나. 대상판결의 내용과 한ㆍ중 조세조약상 이중거주자 판단의 적정 여부
대상판결은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2조 제4항 제1호의 규정을 추정적인 예시규정으로 보아 원고를 이 사건 과세기간 중 중국 거주자가 아닌 우리나라의 거주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원고가 이 사건 과세기간 계속하여 이 사건 회사가 제공한 중국 임차주택에 거주하였고, 90일을 초과하지 아니한 기간만큼 국내 일시 입국하였다가 다시 중국으로 출국하여 대부분의 기간을 중국에서 보내는 등 중국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하여 중국 소재 원고의 임차주택은 원고가 이 사건 회사 근무를 위하여 언제든지 계속 머물 수 있는 주거 장소로서 항구적인 주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1심 판결문 12~13쪽).
또한, 대상판결은 원고가 국내에 대부분의 재산을 형성ㆍ유지해 왔고, 원고와 가족이 이 사건 과세기간 동안 국내에 주민등록을 두고 2013년경 국내 부동산을 매도하여 자금을 마련한 다음, 2014년경 국내에서 7억 원이 넘는 부동산을 매수하기도 한 점, 이 사건 과세기간 동안 원고의 국내 체류 일수가 45일 내지 86일에 달하고 중국에 머물면서도 비교적 정기적으로 국내에 입국하여 가족들과 생활한 점, 원고 가족의 중국체류 일수가 해당 과세기간 중 모두 90일 초과하지 않아 중국거주자에 해당하지 않는 점
8)을 들어 이 사건 과세기간 원고가 국내에서 형성ㆍ유지해온 인적ㆍ경제적 생활관계로 보아 생활의 근거지가 국내에 있는 것으로 보아 원고를 한국과 중국의 이중거주자로 판단하였다. 즉, 원고의 주민등록지인 국내 주거지도 원고가 언제든지 계속 머물 수 있는 주거 장소로서 항구적인 주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ㆍ중 조세조약 제4조에서 어느 개인이 양 체약국의 이중거주자가 되는 경우, 그의 지위의 순서(tie-breaker rule)는 ① 그는 그가 이용할 수 있는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는 체약국의 거주자로 보고, ② 그가 양 체약국 안에 이용할 수 있는 항구적 주거를 가지고 있는 경우, 그는 그의 인적 및 경제적 관계가 더 밀접한 체약국(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의 거주자로 판단한다.
OECD 조세협약상 ‘항구적 주거’의 개념에서 거주(Residence)는 개인이 주거를 소유하고 있는 곳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주거는 항구적이어야 하는바, 개인은 단기간만 체류할 의도가 분명한 조건으로 특정 장소에 체류하는 것이 아니라 항구적 사용(permanent use)을 위하여 주거를 보유하여야 하고
9), 주거의 개념에 있어서 모든 형태(개인이 소유 또는 임대한 주택이나 아파트, 가구가 설치된 임차된 방)의 주거가 고려되어야 한다
10).
대상판결은 원고의 주민등록지인 국내 주거지도 원고가 언제든지 계속 머물 수 있는 주거 장소로서 항구적인 주거에 해당한다는 것이나, 원고는 이 사건 과세기간 동안 거의 대부분을 중국 임차주택에 거주ㆍ생활(2013년 318일, 2014년 282일, 2015년 320일, 평균 306.7일 거주)하였기에 원고의 국내의 주민등록지를 원고의 항구적 주거로 보기는 의문이다. 이는 이 사건 과세기간 동안 원고의 중국 체류일수가 평균 306일에 이르는 반면 국내 체류일수는 평균 59일에 지나지 않는 점을 보더라도 원고의 항구적 주거는 중국 소재 임차주택이 분명해 보인다. 원고의 배우자와 자녀도 원고와 중국 임차주택에 함께 거주ㆍ생활(2013년 208일, 2014년 51일, 2015년 218일, 2014년은 자녀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국내 거주일수가 많다)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사건 과세기간 동안 원고가 중국에 거주하며 국내 부동산을 거래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원고가 중국 거주를 마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대비한 것으로 보일 뿐 한국에서 동 기간 동안 지속적인 개인의 사회활동이나 사업활동을 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는 점에서 인적 및 경제적 관계가 더 밀접한 곳을 한국으로 단정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대상판결은 한ㆍ중 조세조약이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소득에 대한 조세의 이중과세회피와 탈세방지를 위한 협정의 체결을 희망하여 합의’한 것임에도 원고가 이 사건 과세기간 동안 중국 과세당국에 일정한 세금(개인소득세)을 납부하였다며 외국납부세액공제 주장에 대해 선해할 여지가 있기는 하다면서 원고를 국내 거주자로 판단한바, 설령 대상판결을 존중한다 하더라도 원고에게 같은 근로소득에 대하여 중국과 한국에서 이중 과세되었기에 최소한 중국에서 이미 납부한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적용하여 경정ㆍ결정하도록 판시하여야 함에도 이중과세를 묵인한 점에서도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대상판결과 매우 유사한 사건인 일본에서 활동했던 축구선수가 한국과 일본국의 이중거주자로서 비거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결[(
대법원2018두60847, 2019.3.14.) 판결]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