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는 일찍부터 대표이사 등의 임직원이 회사 재산을 임의로 매각하여 그 대금을 횡령한 경우에 그 매각대금은 일단 회사의 소득으로 귀속된다고 보았다(
대법원 81누136, 1983.10.25., 판결).
1) 이 사건에서 비록 직원들이 입장권을 위조하여 판매하였더라도, 원고들에게 고용된 상태에서 원고들의 사업장에 입장하려던 사람들에게 입장권을 판매하고 그 대금을 받은 이상, 원고들의 소득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들이 직원들을 상대로 “횡령금의 반환”을 구한 것 자체도 입장권 판매수입이 원고들의 것임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직원들의 범죄행위가 개입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소득의 귀속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대상판결도 같은 입장이다.
다만 판례는 양도소득세의 경우 대리인이 위임의 취지에 반하여 본인을 속여 거래를 한 후 양도대금의 일부를 횡령한 경우, 사법적으로 그러한 거래의 효력이 본인에 미치고 본인은 대리인에 대하여 횡령액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보유한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채권이 회수불능이 되어 본인의 소득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없게 된 경우라면 수득세(收得稅)의 본질에 비추어 본인의 소득으로 보아 과세할 수 없다고 본다(
대법원 2010두1385, 2015.9.10., 판결). 이와 관련하여 원심은 직원 Q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 회수불능되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사견으로는 위 판례는 대손금제도가 인정되지 않는 양도소득의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이 사건과 같은 사업소득의 경우에는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물론 손해배상액 자체에 대한 다툼이 있다면, 그 귀속시기를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권리확정주의의 취지상, 손해배상액에 대한 다툼이나 분쟁이 종결된 때에 납세의무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1) 그 매각대금이 사외로 유출된 것으로 평가되면, 횡령한 임직원 등에게 소득처분을 하게 된다.
세법상 가산세는 과세권의 행사 및 조세채권의 실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납세의무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법에 규정된 신고, 납세 등 각종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하는 행정상의 제재이다. 따라서 단순한 법률의 부지나 오해의 범위를 넘어 세법해석상 의의(疑意)로 인한 견해의 대립이 있는 등으로 인해 납세의무자가 그 의무를 알지 못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어서 그를 정당시할 수 있는 사정이 있을 때 또는 그 의무의 이행을 그 당사자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고 하는 사정이 있을 때 등 그 의무를 게을리 한 점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제재를 과할 수 없다(
대법원 2002두66, 2002.8.23., 판결,
대법원 2016두44711, 2016.10.27., 판결 등).
이 사건과 같이 직원들의 조직적인 횡령이나 배임행위로 인하여 납세자가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도 가산세를 면제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것인가?
그동안 이에 관한 직접적인 대법원 판례는 없었다. 다만 직원들의 범죄행위 등이 개입된 경우 납세자에게 장기부과제척기간이나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적용할 것인지는 몇 차례 문제되었다. (
대법원 2009두15104, 2011.9.29.), 판결은 “장기부과제척기간의 적용 요건인 ‘부정한 방법’에는 납세의무자 본인이 행한 부정한 방법뿐만 아니라,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관련 업무의 처리를 위탁함으로써 그 행위영역 확장의 이익을 얻게 되는 납세의무자의 대리인이나 이행보조자 등이 행한 부정한 방법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2)3) 다만 위 판결은 장기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
대법원 2010두1385, 2015.9.10.) 판결은 “원고가 소외 1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증권거래세의 부과제척기간은 10년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여 “납세자 본인이 사용인 등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나 감독을 기울였다는 점이 입증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 후 (
대법원 2017두38959, 2021.2.18.) 전원합의체 판결은 “납세자 본인이 사용인 등의 부정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하였다면, 납세자 본인은 이러한 사용인 등의 부정한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에까지 이들의 부정한 행위를 장기부과제척기간, 부당과소신고가산세에서 말하는 ‘부정한 행위’에 포함시켜 납세자 본인에게 해당 국세에 관하여 부과제척기간을 연장하고, 중과세율이 적용되는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 이를 명확히 하였다. 한편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납세자 본인이 사용인 등의 부정한 행위와 관련하여 상당한 주의와 관리감독을 다하지는 못한 경우에 장기부과제척기간의 적용에서 더 나아가 부당과소신고가산세까지 부과할 수 있는지가 다투어졌는데, 다수의견은 장기부과제척기간은 적용할 수 있지만 부당과소신고가산세는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장기부과제척기간은 과세권의 행사가 지장을 받은 경우에 대한 특칙으로서의 성격이 강할 뿐 부정한 행위에 대한 제재로서의 성격은 약한 반면, 부당과소신고가산세는 부정행위에 대한 제재이므로 양자에 대하여 적용을 달리 적용하는 것이 양 제도의 취지와 구체적 타당성에 부합하는 법률해석이라고 본 것이다.다만,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일반적인 가산세를 부과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원고가 부당과소신고가산세 부과의 적법성만 다투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상판결도 이 문제에 대하여 직접적인 법리를 선언하지는 않고, 다만 가산세를 면제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는 “개별 세법에서 정한 신고ㆍ납부기한”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원고들이 직원들의 횡령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직원들을 순환 근무시키는 등 나름의 근무체계를 구성하였음에도 직원들이 횡령행위를 하여 그 횡령사실을 쉽게 발견하기 어려웠고, 세무조사가 이루어진 이후인 2013.2.6.경에서야 비로소 횡령사실을 알았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경우 부가가치세 등의 신고ㆍ납부기한 당시에는 위조입장권의 판매와 관련된 소득을 신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원심과는 달리 신고ㆍ납부기한의 전후를 불문하고 신고납부불성실가산세와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모두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대상판결의 판결 이유에 비추어 보면, 대상판결은 장기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는 “납세자 본인이 사용인 등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나 관리감독을 기울였다는 점이 입증된 경우”를 가산세를 면제할 정당한 사유의 하나로 본 것으로 이해된다. 대상판결의 원심은 가산세를 면제할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는 근거로 “원고들이 직원들의 횡령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직원들을 순환 근무시키는 등 나름의 근무체계를 구성하였음에도 직원들이 횡령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들고 있는데, 이는 원고들이 직원들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의무를 이행하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앞서 본 대법원 2021.2.18. 선고 2017두38959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이 “납세자에게 선임, 관리ㆍ감독상의 과실은 있었으나 납세자가 이를 쉽게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 없었던 사용인 등 제3자가 행한 배임적 부정행위를 놓고, 부당과소신고가산세의 중과를 부정하는 한편, 장기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는 해석은, 구 국세기본법 규정의 문언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각 제도의 취지와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한 합헌적 법률해석의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것도 이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즉, 다수의견도 납세자에게 “관리ㆍ감독상의 과실이 없으면” 아예 일반 가산세도 부과할 수 없다고 보고 위와 같이 판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지극히 타당하다. 가산세는 납세자의 의무해태에 대한 행정상의 제재이다. 따라서 납세자의 책임에 상응하여 부과되어야 한다. 따라서 납세자 본인이 사용인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다하였음에도 사용인 등이 위반행위를 하여 과세표준 등을 신고하지 못한 경우에는 납세자에게 의무해태의 책임을 묻기 어렵고, 그와 달리 보는 것은 자기책임의 원리에도 반한다고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2011.10.25.자 2010헌바307 결정).
따라서 단순히 부당과소신고가산세만을 면제할 것이 아니라, 일반 가산세도 부과하지 않는 것이 옳다.
2)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전제로, 석유제품 판매 등을 영위하는 甲 주식회사가 외국항행선박 유류 공급을 위해 乙 주식회사와 해상급유용역계약을 체결하고, 乙 회사는 甲 회사가 공급하는 선박용 유류를 외국항행선박에 급유하기 위해 丙 주식회사와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후 丙 회사의 대표자 丁이 甲 회사에게서 공급받은 유류 중 일부를 국내로 부정반출하고도 정상적으로 급유하였다는 내용의 영수증을 위조하여 환급대상수출물품 반입확인서를 발급받아 甲 회사에 교부하였고, 甲 회사가 이를 근거로 유류를 수입할 때 납부했던 관세 등을 환급받자, 관할 세관장이 이를 환수하기 위하여 구 ‘수출용 원재료에 대한 관세 등 환급에 관한 특례법’(2007.1.11. 법률 제82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甲 회사에 관세 등 부과처분을 한 사안에서, 丙 회사는 甲 회사의 ‘이행보조자’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甲 회사가 丙 회사가 행한 부정한 행위를 알지 못하였다거나 직접 관여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에 의하여 관세 등을 환급받은 이상 이를 환수하기 위한 관세 등의 부과제척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기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 2015.9.10. 선고 2010두1385 판결도 같은 취지이다.